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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를 가운데 놓고 이제 양옆으로 푸른색을 띤 영화들이 있다. 그 영화들은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7)와 <블루 아워>(2019)다. 3편의 영화들이 칠하는 푸른색의 농도는 짙게 시작하여 옅어진다. 영화가 그리는 그러데이션 속에 일본의 젊은이들이 서있다. 여기서 푸른색은 ‘새벽’이란 시간을 의미한다. 새벽은 미지의 가능성을 품은 시간이다. 언뜻 영화 속 청춘들은 이 시간대에 갇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들은 새벽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맞이한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마지막에서 주목할 것은 신지(이케마쓰 소스케)와 미카(이시바시 시즈카)의 얼굴 숏보다 하나의 대상을 함께 바라보는 시점숏이다. 프레임의 절반이 가려진 신지의 시점숏은 미카의 시점숏에서 개안한다. 이들이 바라보는 대상인 꽃은 전보다 클로즈업된다.새벽을 지나 핀 꽃은 신지가 말했던 ‘
‘힐링’이라는 단어에 다 담기지 않는 <블루 아워>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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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메드>는 충격적인 장면을 예비해놓고 있다. 어쩌면 당신은 그것을 비난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이 글은 비난을 예비한 일종의 변론서다. 이때 변호 대상은 감독의 선택이기보다는 나의 시각이다. 그 순간을 받아들이기 위해 여러 번 머릿속으로 장면을 재생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부분은 왜곡되었을지 모른다. 그 왜곡된 부분이 이 변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되길 기대하며 썼다.
핸드헬드, 핸드홀드
다르덴 형제의 핸드헬드는 리얼리티의 매개로 흔히 이야기된다. 이에 관해 누구나 말하지만, 핸드헬드 촬영법이 어째서 리얼함을 탄생시키는가에 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관해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논리가 필요할 것이다. 가능한 한도 내에서 거칠게 말하면 몇몇 핸드헬드 영화가 리얼함 대신 ‘다르덴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데 그치는 것을 보면 핸드헬드가 곧 리얼리티를 탄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들간의 결정적 차이 중 하나는 자기도취다. 흔들리는 카메라는때때로 본
'소년 아메드'의 마지막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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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소녀 메리(딕시 에저릭스)는 어느 날 부모가 병으로 죽고 혼자가 된다. 요크셔에 사는 이모부 아치볼드(콜린 퍼스)의 대저택에서 함께 살게 된 메리는 집 안을 탐험하던 중 엉망이 된 화원을 발견한다. <시크릿 가든>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1909년에 발표한 스테디셀러 <비밀의 화원>을 원작으로한다.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됐지만 이번엔 아이들을 위한 동화였던 원작의 컨셉에 한층 충실하다. 재기발랄한 아역들을 중심으로 콜린 퍼스, 줄리 월터스 등 굵직한 배우가 무게를 잡아주고 <해리 포터> <패딩턴> 시리즈의 제작진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영국 각지에서 식물을 공수, 실제로 재현한 화원의 정밀한 아름다움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스테디셀러가 왜 스테디셀러인지 증명하는, 기본에 충실한 영화다.
'시크릿 가든'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1909년에 발표한 스테디셀러 <비밀의 화원>을 원작으로 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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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독일 나치군이 유럽 국가들을 하나씩 침략하고 영국은 유럽 원정군을 파견한다. 전쟁만 아니었다면 국가대표도 할 수 있었을 복싱 챔피언 대니 피니건(샘 기틴스). 그는 이송 작전에 합류하기 위해 됭케르크로 향하던 중 독일군에 포로로 잡히게 된다. 대니의 이름과 얼굴을 알아본 독일군 장교는 대니와 독일 병사들을 시합에 붙이며 의도적으로 우스운 꼴을 당하게 만들 궁리를 한다. 대니는 아예 시합을 이용해 포로수용소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덩케르크 이스케이프>는 초반부터 전쟁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를 기대할 작품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한 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재기가 부족하고, 전쟁과 복싱 소재를 결합해야 했던 당위성이 끝끝내 설명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덩케르크 이스케이프' 전쟁과 복싱 소재를 결합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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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네 가족은 호주의 어느 섬으로 늦은 신혼여행을 떠난다. 가이드의 안내로 섬을 둘러보던 중 아빠가 수수께끼의 원주민 가면족에 납치당하고, 원주민과 보물을 노리는 트레저 헌터들 사이에서 아빠를 구출하기 위한 가족의 모험이 펼쳐진다. <짱구는 못말려>의 27번째 극장판이다.‘사라진 아빠’라는 부제처럼 아빠는 납치당한 공주님에 가까운 포지션이며 이야기는 아빠를 구출하려는 엄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93년부터 일본에서 매년 4월에 개봉하는 인기 시리즈인 만큼 기본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곳곳에 이전 극장판에서 보았던 장면들에 대한 기시감도 느껴지지만 그게 단점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이 시리즈의 힘이다. 익숙한 가운데 늘 새로운 접근이 즐거운, 믿고 보는 애니메이션이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 <짱구는 못말려>의 27번째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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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오지호)과 진수(정의욱)는 20년 동안 스승 덕기(이재용) 밑에서 태백권을 연마하고 있다. 그러나 태백권의 유일한 전승자를 가리는 대결을 앞두고 진수가 홀연히 속세로 사라져버리고, 성준 또한 그런 진수를 찾으러 속세에 발을 내디딘다. 속세에서 성준은 우연히 위험에 빠진 보미(신소율)를 구하게 되는데, 이후 보미와 결혼해 아들을 낳고 가정까지 일구게 된다. 수년 후, 성준은 태백권 기술을 활용해 지압원을 운영하며 가족과 오순도순 살고 있다. 어느 날, 돈을 갚으라고 다그치는 사채업자들이 보미를 위협하고, 성준은 아내를 지키기 위해 그간 잊고 살았던 무예를 능수능란하게 선보인다. 사채업자들의 협박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는 것도 잠시, 이번엔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검은 세력이 성준 가족을 찾아온다. <태백권>은 최상훈 감독이 유년 시절 보았던 무협영화에 대한 향수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다. 무협영화의 향수와 추억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한국적 배경 속에 펼쳐지며 천진난만하고 익살스
'태백권' 최상훈 감독이 유년 시절 보았던 무협영화에 대한 향수에서부터 출발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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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최정운)는 남동생 동주(박승준), 아빠(양흥주)와 함께 여름방학을 할아버지(김상동)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아빠의 사업이 잘되지 않아서인 것처럼 보이는데, 옥주는 좁은 집 대신 너른 할아버지의 이층 양옥집으로 옮긴 게 싫지 않은 눈치다. 이층에 볕이 가장 잘 드는 방을 자신의 방으로 삼아 모기장을 착착 친 옥주는 어느새 할아버지 집에서의 생활에 살뜰히 적응해나간다. 고령에 더위를 먹고 병원을 들락날락하는 할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어느새 고모 미정(박현영)까지 나타나면서 옥주와 동주, 아빠와 고모 2대에 걸친 남매들의 여름밤이 이어진다.
<남매의 여름밤>은 가족과 부대끼면서 느끼는 감정과 한 사람이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가족의 삶을 사려 깊게 그린 가족 드라마다. 그러면서도 콩국수, 비빔국수 등 여름 음식을 나눠먹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여름날의 풍경도 정답게 담아냈다. 누구나 경험해본 듯한 여름날의 풍경과 어린 시절에만 느끼는 감정을 영리하게 포착해낸 윤단비
'남매의 여름밤' 여름날의 풍경과 어린 시절에만 느끼는 감정을 영리하게 포착해낸 윤단비 감독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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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1970년대 일본 사회에 짧고 강렬한 충격을 던졌던 무장투쟁 그룹이다. 늑대, 대지의 엄니, 전갈 3개 전선으로 구성된 이들은 1974년 8월 30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빌딩을 시작으로 1975년까지 미쓰이 물산, 대성건설 본사, 한국산업경제연구소 등 일본 기업 건물들을 연속으로 폭파했다.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공통점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성장한 일제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전범 기업에 폭탄을 던진 건,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를 통해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들에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입힌 근대 일본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대가를 요구하는 한편, 패전한 뒤에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일본 사회에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김미례 감독이 자신의 전작 <노가다>(2005)에도 등장하는 오사카의 인력시장 가마가사키를 통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소개하며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노동자들의 인권을 따뜻하게 다뤄온 김미례 감독의 반일 메시지를 담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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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승희(김유라)는 서울에서의 생활을 잠시 접고 돌아가신 엄마의 고향인 거제도로 내려온다. 엄마의 흔적과 유년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거제에서 승희는 할머니(이연금), 삼촌(김진홍), 친구다은(이현지) 등을 만난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무엇에도 마음을 둘 수 없는 승희는 때로 사람들과 밥을 먹고 대화도 나누지만 좀처럼 편하게 어울리지 못한다. 특별한 사건이나 색다른 일 없이 승희는 고요하고 적막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홀로 낚시를 하고 할머니의 밭일을 돕고 편의점에 간다. 어느 날 승희는 낚시 중에 우연히 거제 청년(김록경)을 알게 되고 이후 몇 차례 만남을 가진다. 승희와 거제 청년은 옛 왕이 유배된 동안 기거했던 폐왕성을 방문하기도 한다. 뚜렷한 계획 없이, 분명한 목적 없이 승희의 여름날이 그렇게 흘러간다.
오정석 감독의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이자 첫 장편 연출작인 <여름날>은 ‘유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인공 승희가 거
'여름날' 오정석 감독의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이자 첫 장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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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살의 효정(예수정)은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29살의 간호조무사 중호(김준경)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충격과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애써 추스르던 효정은 고민 끝에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한다. 효정과 함께 사는 시인이자 책방 주인 동인(기주봉)은 그런 효정을 돕는다. 그러나 효정의 바람과 달리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경찰에 불려온 중호는 성폭행이 아닌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하고, 69살이라는 나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혐오는 효정을 궁지로 몰아간다. 법원은 나이 차이를 근거로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중호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주변 사람들은 효정을 치매 환자로 의심한다. 한편 동인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아들 현수(김태훈)와 갈등을 겪는다. 연이은 고통 속에서 효정은 모든 것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다다르는데, 뜻밖의 계기로 다시 용기를 내보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단단한 걸음을 내딛는다.
임선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69세>는 성폭행을
'69세' 성폭행을 당한 69살 여성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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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얼굴로 기억되는 배우. 여름방학 동안 할아버지의 집에서 살게 된 옥주(<남매의 여름밤>)와 짝사랑하는 같은 반 친구를 따라 걷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유라(<빛나는 물체 따라가기>)를 연기한 배우 최정운이다. 올해 갓 20살이 된 그는 초록빛 원피스를 입고 싱그럽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름과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칭하자 정작 그는 “눈이 펑펑 내릴 때 찍은 작품도 있는데 공개가 안됐다. (웃음)”라고 답한다. 그가 연기한 옥주는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남동생과 할아버지와 아빠를 챙겨야 할 것만 같은 책임감을 느끼는 캐릭터다. 여느 집 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현실적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매미 소리가 가득한 여름날, <남매의 여름밤>의 촬영지인 인천 미추홀구의 이층 양옥집에서 만나 옥주에 대해, 배우 최정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남매의 여름밤> 대본을 읽을 때 어땠나.
=옥주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남매의 여름밤' 최정운 - 여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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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3주… 그리고 2일> 4 Luni, 3 Saptamini Si 2 Zile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 / 상영시간 113분 / 제작연도 2007년
“이 나라에서 뭘 기대하겠어요?” 크리스티안 문주의 영화 <엘리자의 내일>(2016)에서 주인공 로메오는 영화 내내 이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내겐 너무 멋진 서쪽 나라>(2002)나 <신의 소녀들>(2012) 같은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되풀이된다. 세월이 흘러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사회처럼, 감독의 분노와 절망도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1987년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하는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그 오래된 환멸의 뿌리를 찾아가는 작품이다. 제목은 영화 속에서 태아가 낙태되기 전까지 자궁에 머물렀던 시간을 의미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수십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는 부패와 불법, 무기력이 어디서부터 비롯
[김호영의 네오 클래식] 크리스티안 문주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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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오케이 마담' 국제 테러 조직이 비행기 납치를 계획했다
[정훈이 만화] '오케이 마담' 국제 테러 조직이 비행기 납치를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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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배급이다>라는 강렬한 제목에 이끌려 자연스레 책을 집어들게 된다. “그만큼 배급의 중요도를 강조하고 싶었던” 이화배 강사의 과감한 시도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셈이다. <영화는 배급이다>는 배급 실무부터 영화산업의 쟁점 및 변화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배급은 제작, 투자, 마케팅을 거친 결과이자 상영 플랫폼을 상대로 하는 업무여서 투자·배급 사업을 전반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무자만이 말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 또한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이화배 강사는“넓은 의미의 배급은 투자·마케팅부서 등 배급사 전체 업무를 포함하지만, 좁은 의미에선 영화의 장단을 파악해 최선의 개봉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고, 이를 통해 최대 매출을 내는 영업 과정을 지칭한다”고 말한다. 그가 꼽은 배급의 매력은 “성과가 명확해 성취감이 높고, 노력에 따라 투자·마케팅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이화배 강사는 책의 4장인 ‘후속 윈도 시장’
<영화는 배급이다> 집필한 이화배 영화배급 강사 - 배급의 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