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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평론가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거꾸로 눈에 보이지 않았던 다른 것들이 틈입해 들어온다고 믿는다.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극장에 영화가 없다면 그런 버려진 조건들 속에서 영화의 자리를 재조정하는 시도가 발생하지 않을까? 그것들을 우리는 영화라고 불러야 할까? 그런 고민을 안고 굿바이 2020!
2010년대 한국 영화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한 장면을 고르라면 <변호인>의 마지막 숏을 말해야 할 테다. 주인공 송우석(송강호)은 시위를 이끌다 구속되어 피고 신분으로 법정에 참석한다. 수의를 입은 송우석의 뒤로 그를 변호하기 위해 나선 변호인단이 차례로 일어선다. 송우석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장면이 바뀌면 ‘부산 지역 142명의 변호사 중 99명이 출석했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 결말은 군사정권의 폭거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지키려는 정의는 훼손되지 않으며, 그의 믿음이 대다수 군중에 전파되고 있다는 인본주의적 가치를 찬미한다. 법정은 그러한 최소한의
[스페셜③] 2020년 한국영화는 '쓰레기장'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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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평론가 올해 한국영화를 생각할 때 특징적으로 각인된 이미지가 있었다. 그것이 한국영화를 작동시키는 동작이 될 수 있을지 몇편의 영화를 타고 넘어보았다.
어쩌면 올해 개봉한 다종다양한 영화를 묶어낼 하나의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나, 나는 올해의 영화들에서 발견한 어떤 행위를 물고 늘어져볼 생각이다. 내게 올해의 한국영화는 되감는 행위로 요약된다. 단순히 한국영화가 향수의 대상으로서 과거를 반추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되감는 행위는 명확한 시대적 좌표 속에 놓여 있지 않다. 거기에는 궁극적인 이유도,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나 대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되감는 행위 그 자체만이 뚜렷할 뿐이다. 그들은 뒤로 간다. <반도>에서 운전석에 앉은 상태로 난자당한 서 대위(구교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기어를 돌려 후진을 시도한다. 후진은 이를테면 호락호락하게 죽지 않겠다는 마지막 발악이다. 때마침 그를 축복하듯 좀비 떼들이 선박으로 침투한다.
캐릭터
[스페셜②] 2020년 한국영화는 '되감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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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기자 이건 분석이나 평가라기보다는 반성문에 가깝다. 아님 기어코 희망의 자리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이거나. 프런트라인 순서상 피치 못하게 앞자리에 놓인 글이지만 가능하면 제일 마지막에 읽어주시길 희망한다.
올해는 ‘소리도 없이’ 한국영화들이 ‘사라진 시간’이었지만 ‘작은 빛’은 보였다. 빛의 이름은 애착이다. 마음이 끌리는 것을 가까이하고 유지하려는 행동. 무엇에 좀더 마음이 쓰이는지, 취향에 대한 고백이라고 해도 좋겠다. 삶의 조건이 점차 궁핍하고 버거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취향이 있으면 마음이 덜 가난해진다. 이건 취향이라는 이름의 도피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차라리 스스로를 연민하거나 타자화하는 대신 지금 현재 주어진 것들을 긍정하는 가운데 자신을 돌보는 자급자족의 시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한국영화가 폐허의 풍경에 집착해온 건 이미 오래된 일인데 올해는 그 경향이 유독 도드라진다. 망가져버린 헬조선에서 시작하는 <사냥의 시간>이나 좀비 바이러스로 격리 지
[스페셜①] 2020년 한국영화는 '애착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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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씨네21>은 비평의 전선을 넓히고자 영화비평 코너 프런트라인을 신설했다. 한해를 마감하며 송경원, 김소희, 김병규, 안시환 네명의 프런트라인 필자들에게 2020년 한국영화가 남긴 것들에 대해 물었다. 각기 다른 경로에서 탐색해본 고민들이 올 한해 한국영화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답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봄직한 질문들. 한국영화를 향한 네 갈래의 길을 소개한다.
[스페셜] 2020년 한국영화가 남긴 것들 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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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무사하게 연말을 보내고픈 마음은 전세계 어디나 같을 것이다. 중국 극장가는 그나마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하고 있지만 흥행과 입소문으로 관객을 불러모으는 ‘허세편’(연말 시즌 영화)을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주말 일일 관객수가 300만~400만명에 달하지만 예년에 비해 기대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연말을 장식하는 허세편 영화로는 코미디 장르가 사랑을 받아왔는데 12월 첫쨋주에 개봉한 <착요기> 시리즈 제작사의 야심작이던 판타지영화 <적호서생>은 그 명성과 달리 힘없이 막을 내렸다.
뒤이어 개봉한 팽욱창 주연의 <목욕지왕>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으며 팽우안이 주연을 맡고 <오퍼레이션 레드 씨>의 임초현 감독이 연출한 <긴급구원>만이 간신히 허세편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 <원더 우먼 1984>가 가세했지만 이 또한 박스오피스 2위에 그치며 상위권에 머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베이징] 2020년 중국의 마지막 개봉영화는 따뜻한 위로 건네는 '송니일타소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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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힘으로 자연을 보호하던 빅풋이 돌아왔다. 빅풋은 전작에서 악당을 물리친 후 도시로 나와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빅풋 패밀리 앞으로 한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깨끗한 에너지를 만든다던 ‘엑스트랙트’에서 실은 알래스카 대자연을 파괴하며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빅풋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떠나지만 얼마 뒤 실종 소식이 들려온다. 빅풋 주니어 아담을 비롯한 가족은 사라진 아빠를 찾고 숨겨진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다 함께 출동한다.
<빅풋 주니어>의 속편 <빅풋 주니어2: 패밀리가 떴다>는 3D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선보인 앤웨이브픽처스의 신작이다. <새미의 어드벤쳐> 시리즈의 벤 스타센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중저예산 3D애니메이션의 패턴과 장단점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안정된 만듦새다. 슈퍼파워를 지닌 가족의 활약과 환경 보호에 대한 주제 등 볼거리와 교훈을 적절히 버무린
영화 '빅풋 주니어2: 패밀리가 떴다' 사라진 아빠를 찾아 떠나는 슈퍼히어로 가족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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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사라 힐랜드)는 진지한 관계가 부담스럽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익숙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에도 주저함이 없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저 저녁이나 한끼 먹고 헤어질 사이면 충분하다고 여길 뿐이다. 하지만 우연히 제이크(타일러 제임스 윌리엄스)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많아지자, 마라는 진지한 관계의 상대가 제이크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여긴다. 때마침 물밀 듯 쏟아지는 지인과 가족들의 결혼 소식에, 마라는 사랑의 결실이라고 불리는 결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제이크와 결혼해 함께 살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막연한 고민이 계속되던 차에 제이크의 가족을 만나고, 마라는 제이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마라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발랄한 분위기로 사랑과 관계를 조명한 <마라가 큰 결정을 해야 해>는 멜로 장르와 로드무비 성격을 모두 갖춘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 '마라가 큰 결정을 해야 해' 진지한 관계가 부담스러운 여자, 결혼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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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후쿠야마 마사하루)는 프랑스 언론사의 기자 고미네 요코(이시다 유리코)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이어지기 어렵다. 요코에게는 오래된 약혼자가 있고, 항상 투어를 다니는 사토시의 입장에서도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는 어렵다. 그러던 중 파리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요코의 동료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상처 입은 그녀를 사토시가 위로하며 둘은 친해지지만, 운명은 그들 편이 아니다. 마침내 도쿄에서 만나기로 한 날, 이번에는 사토시의 측근에게 사고가 생겨 약속은 완전히 어긋나게 된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베스트셀러 <마티네의 끝에서>를 원작으로 한 <가을의 마티네>는 40대의 멜로를 주축으로,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이시다 유리코 등 일본 톱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로맨스 드라마다. 주인공의 직업에서 짐작하듯 극의 전반에 클래식 기타가 흐르고, ‘도쿄, 파리, 뉴욕, 마드리드’ 등 화려한 로케이션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 '가을의 마티네' 후쿠야마 마사하루, 이시다 유리코 등 일본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로맨스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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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군인과 경호 전문 인력들로 이루어진 국제 민간 경호업체 ‘뱅가드’ . 신년맞이 가두 행진이 벌어지고 있는 런던 트라팔가 광장 주변에서 VIP가 납치당하자 뱅가드의 수장 탕환팅(성룡)은 급한 대로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요원을 파견해 사태를 수습한다. 그러나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범죄 조직은 아프리카에 있는 VIP의 딸을 납치하려하고, 그 미션에 투입된 젊은 요원 레위전위(양양)가 역으로 희생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에 탕환팅은 “뱅가드는 팀원을 버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지키러 직접 현장에 뛰어든다.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를 비롯해 성룡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당계례 감독의 신작이다. <뱅가드>는 두 사람의 아홉 번째 협업작으로, 그만큼 성룡의 시그니처인 코믹 액션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전성기가 지난 그의 액션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만회하려는 노력이 영화에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런던, 두바이, 잠비아를
영화 '뱅가드' 런던, 두바이 등 해외를 배경으로 한 성룡의 코믹 액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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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5년 호주 태즈메이니아, 아일랜드인 죄수 클레어(아이슬링 프란초시)는 아름다운 음색을 지녀 ‘나이팅게일’이라 불린다. 클레어의 목표는 영국군 호킨스 중위(샘 클라플린)로부터 추천장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되어 남편 에이든(마이클 쉬즈비), 아기와 함께 살아가는 것. 그러나 호킨스는 클레어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며 무참한 폭행과 강간을 일삼는다. 그러던 어느 날, 모종의 사건으로 호킨스의 대위 진급에 차질이 생기고 이에 화가 난 호킨스가 클레어 가족을 찾아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모든 것을 잃은 채 정신을 차린 클레어는 원주민 길잡이 빌리(베이컬리 거넴바르)의 도움을 받아, 호킨스의 뒤를 쫓으며 복수를 다짐한다.
장편 데뷔작 <바바둑>(2014)에서 남편을 잃은 뒤 아들을 홀로 키워온 어머니의 공포와 고통을 그려냈던 제니퍼 켄트 감독이 19세기 영국의 식민지 시절 호주를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영화 <나이팅게일>로 돌아왔다. 영화는 1.37:1의 아카데미 화면
영화 '나이팅게일' 영국군 장교에게 모든 것을 잃은 호주 여성의 처절한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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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히틀러가 유럽에서 세력을 넓혀갈 무렵, 사람들은 소비에트 경제의 기적에 관해 궁금해한다. 비슷한 시기, 히틀러와의 인터뷰로 시선을 끈 영국의 초보 기자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가 ‘스탈린 인터뷰’를 목표로 모스크바로 떠난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그가 느낀 분위기는 기이하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특파원인 월터 듀런티(피터 사스카드)는 밤문화에 빠져 하릴없이 지내고 있으며, 사회주의국가의 감시 시스템은 그의 손발을 묶어버린다. 그러던 중 동료 기자 에이다 브룩스(바네사 커비)가 준 힌트를 토대로 가레스는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거기서 스탈린이 주도한 ‘대기근’의 비극을 목격한다.
폴란드 영화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이미 여러 차례 유럽의 현대사에 대해 영화화한 적이 있다. 이번 영화 <미스터 존스>에서 그녀는 우크라이나에서만 무려 400만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낸 정치적 아사 사건 ‘홀로도모르’를 조명한다. 소재에서 느껴지듯 영화의 내러티
영화 '미스터 존스' 우크라이나에서 400만명이 사망한 사건 ‘홀로도모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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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은 DC 유니버스 ‘저스티스 리그’ 내에서 시간 여행자에 가까운 위치를 점한다.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을 나와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1편을 기점으로 몇 십년간 인간들 속에서 살아가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배트맨, 슈퍼맨, 아쿠아맨 모두 인간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지만 원더우먼은 신의 시간 속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연인을 그리워하며 인류를 보호한다. 1편의 시작점을 1차 세계대전으로 삼았던 순간부터 <원더우먼> 속편의 운명은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패티 젠킨스 감독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은 <원더 우먼 1984>는 원더우먼의 핵심 가치이자 진정한 슈퍼파워인 진실의 힘을 설파한다.
1984년, 다이애나(갤 가돗)는 정체를 숨긴 채 고고학자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간다. 간혹 원더우먼이 돼 도시 범죄를 소탕하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연인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를 향한 그리움으로 뚫린 구멍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는다. 어느 날
영화 '원더 우먼 1984' 긍정과 낙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슈퍼히어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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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라는 이름이 중요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상상마당 영화사업팀 안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믿고 함께해온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둔 12월 23일 늦은 저녁, ZOOM으로 모인 강유가람(<이태원>), 김경묵(<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김보람(<피의 연대기>), 박문칠(<마이 플레이스>), 이길보라(<반짝이는 박수소리>) 감독이 모두 한 마음으로 발언했다. 13년간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 자리잡아 독립예술영화의 자양분이 되어준 KT&G상상마당 영화사업팀의 철수는 상상마당과 판권 계약을 맺은 감독이자 오랜 관객으로서 이들을 결집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10월, KT&G 홍대 상상마당 시네마 폐관 및 영화사업팀 철수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18인의 감독들(우문기·이소현·강유가람·이길보라·연상호·이광국·김경묵·이유빈·서은영·김소연·이승문·라야·안주영·김보람·
KT&G상상마당 영화사업팀 지키기 위해 ZOOM으로 모인 강유가람·김경묵·김보람·박문칠·이길보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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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 1명만 남았다. 문화복합공간 KT&G상상마당에서 영화를 배급, 상영하던 KT&G상상마당 영화사업부 8명 중 1명만 남고, 5명은 권고사직으로 KT&G상상마당을 떠났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2명은 2021년 1월 1일부로 영화와 무관한 업무에 배치된다는 인사 발령을 받았다. 12년간 KT&G상상마당에서 일한 영화사업부 김신형 팀장에게는 1월 1일부터 지방 캠핑장으로 출근하라는 인사 조치가 내려졌다. 13년 일한 영사실장은 상상마당의 디자인 소품숍 디자인스퀘어로 발령났다. 김신형 팀장은 “대행사인 컴퍼니에스에스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발령 통보만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권고사직을 면한 1명은 배급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KT&G상상마당이 기존에 계약한 배급작의 판권 관리를 할 예정이다. KT&G는 영화사업부 인력을 대행사인 컴퍼니에스에스를 통해 간접고용하고 있다. KT&G가 영화사업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대행사가 남은 1명에
KT&G상상마당 영화사업부 8명 중 7명이 권고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