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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나리오를 본편보다 먼저 접하게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보는 것이 최적의 관람 환경이라고 믿지만, 영화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시사회에 앞서 시나리오를 보고 아이템을 기획하거나 인터뷰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극장에서 완성된 영화를 확인할 때마다 시나리오와의 간극을 생각해보곤 한다. 어떤 영화는 시나리오를 보며 상상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어떤 영화는 시나리오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충격과 감흥을 안겨준다. 후자와 같은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영화라는 종합예술의 속성에 감탄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감독과 스탭들은 마법 같은 솜씨로 영화의 무드와 톤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현장의 밖에 위치한 관찰자에게 영화의 제작 과정은 늘 놀랍고도 신묘한 우연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1268호의 주제는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겠다. 개봉 첫날 34
[장영엽 편집장] 영화의 뒤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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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는 시작부터 카오스다. 가수는 유키카. 본명은 데라모토 유키카로 13살 때부터 일본에서 모델, 성우 활동을 해온 일본인이다. 2016년 걸 그룹 리얼걸 프로젝트 활동, 2017년 JTBC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나인> 출연 등으로 경력을 쌓아가던 그가 지난해 처음 솔로로 발표한 싱글 <네온>은 본격적으로 ‘시티팝’을 표방한 노래였다. 70~80년대 일본 버블 시대가 낳은 가장 낭만적인 문화유산인 시티팝이 수십년의 세월을 거슬러 한국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고, 그 장르를 재현하는 일본 가수가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제목이 ‘서울여자’라니. 이 정도면 꽤 신선하고 멋진 카오스다. 앨범 《서울여자》는 발매 전 차례로 공개된 싱글 <네온> <좋아하고 있어요> <Yesterday>의 레트로 무드를 이어가는 동시에 ‘꿈을 안고 바다를 건너 서울에서 살아가는 유키카의 이야기’로 전체적인 틀을 잡았다. 인트로 <Fro
[Music] 밤의 네온사인을 닮은 - 유키카 《서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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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삼 감독은 방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약 6년간 방콕의 뜨거운 거리를 수없이 오갔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박준 작가의 책 <On the Road: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하 <On the Road>)을 읽고 카오산 로드에 매료됐다. 그를 닮은 <카오산 탱고>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위해 방콕을 찾은 영화감독 지망생 지하(홍완표)가 가방과 여권을 잃어버리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지하는 겨울이면 방콕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고, 봄이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하영(현리)의 짐을 들어주는 대신 돈을 벌면서 여행자 생활을 이어간다. “수많은 사람이 거쳐간 여행길에 잠시 무임승차해 <카오산 탱고>라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영화를 본 관객이 또 다른 여행을 써내려갈 것 같다”라는 김범삼 감독은 코로나19 시대에 스크린으로나마 관객을 여행자의 거리로 이끈다. 눅눅한 방콕의 공기가 떠오르는 장마철에 만난 김범삼 감독과의 대화를 전한
'카오산 탱고' 김범삼 감독 - 영화가 끝나면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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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먹하고 집요하다. 다르덴 형제와 소년은 익숙한 조합이지만,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는 다르덴의 어떤 인물보다 마음을 굳게 잠근 채 곁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진 아메드는 일상에서 가족과 선생님에게 말로 상처를 입히는 데 이어, 선생님에게 실제적인 상해를 입히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가 아직 아이 티를 벗지 못한 13살 미성년이라는 사실은 그의 행동을 더욱더 위태롭게 만든다. 실제의 차원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영화를 통해서야 비로소 마주 볼 수 있는 소년의 얼굴을 한 광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했나. 서면으로 진행된 다르덴 형제와의 인터뷰에서 손을 내밀 수도, 거둘 수도 없는 딜레마 속에 있는 관객을 힘껏 떠민 의중을 물었다.
-비전문 배우 주연의 영화로 돌아왔다. 배우의 경력에 따라 작업 방식에 차이를 두기도 하나.
=전문 배우들은 자신의 몸과 목소리를 조절할 줄 알고, 비전문 배우들은 각자 삶에서의 모습 그대로를 가져온다. 하지만 실제 촬영장에서 몇주에
'소년 아메드'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 광기는 인간 내면 깊숙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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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 다야마 가타이의 <이불>을 처음 읽었다. 꽤 외설적인 이 작품이 일본 사소설의 대표작임을 알고 조금 충격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사소설의 역능과 정치적 기획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사소설’은 자신의 ‘치명적인’ 경험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작가 스스로 낱낱이 밝힘으로써 자신에게 면죄부를 발급하는 ‘고백’의 교묘한 역능을 활용한다. 이는 개인의 내면을 해부 가능한, 재현의 매혹적인 대상으로 설정하게 된 근대 일본의 자연주의 및 낭만적 자아상과 관련된다. 사소설이 일본의 특수하고 정치적인 맥락을 지닌 역사적 장르임을 알게 된 후, 나는 단지 작가의 경험이 소설에 반영됐다는 이유로 한국 여성소설들을 비롯한 일부 소설들을‘사소설’이라고 호명하며 폄훼해온 부주의한 비평들에 깊은 의구심을 가졌다.
최근 부상한 개념인 ‘오토픽션’(autofiction)은 어떨까. ‘자서전’을 뜻하는 ‘autobiography’ 와 ‘소설, 허구’를 뜻하는 ‘fiction’ 의
내가 나오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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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1944년에 출간된 책 <픽션들>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보르헤스는 가상의 인물 피에르 메나르가 어떻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다시 썼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농담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피에르 메나르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일부분을 글자 그대로 똑같이 써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세르반테스의 텍스트와 피에르 메나르의 텍스트는 단 한자도 다르지 않고 똑같다. 하지만 소설 속 화자는 세르반테스보다 300년 후의 프랑스인 피에르 메나르에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외국어’인 동시에 ‘고어체’여서 같은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동일한 텍스트라도 그 텍스트를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피에르 메나르의 <돈키호테>는 무엇이든 다 가능
'트랜짓'이 현재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과거의 사건을 진행시키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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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더 이상 쫓아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정훈이 만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더 이상 쫓아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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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상 덕분에 할 말을 잃었다. 침묵을 강요할 수 없으니, 월별로 ‘말과 글 정량제’를 시행하면 좋겠다. 데이터처럼 정해진 양을 다 쓰면 더이상 떠들 수 없게 하는 거다. 이월은 허용하는 걸로다가.
연루의 정치학, 원인의 자리에서 사고하기
<부력>은 서구세계의 시선을 전제로 하는 영화다(편의상 서구세계로 표현하지만, 그 속에 제3세계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모든 국가를 포함하려 한다). 서구세계는 다양한 물류를 저렴하게 제공받기 원한다. 그 단순한 경제적 요구가 제3세계 노동현장을 폭력적으로 구조화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 <부력>은 서구세계에 대해 단 한마디 없이 제3세계 노동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우리는 ‘원인이 생략된 결과’를 마주한다. <부력>은 우리에게 생략된 그 원인의 자리에서 사태를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반면에 <DA 5 블러드>는 역사적 비극을 낳은 원인의 자리에서 흑인을 삭제하려 한다.
제3세계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부력'과 'DA 5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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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아직 코로나19로 시작된 록다운(봉쇄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욕 등 대도시 영화관들은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채 7월을 마무리했다. 매력적인 이야기와 아이맥스 촬영으로 충성도 높은 관객층을 보유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도 7월로 예정했던 개봉을 8월로 미뤘다. 미국 내 많은 주의 영화관들이 수용 가능한 관객수에 제한을 두고 운영 중인 반면, 로스앤젤레스의 영화관, 극장, 콘서트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언제 다시 정상 운영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끝이 보일 것 같았던 록다운이 길어지자 미국 영화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기다리기보다 현재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를 모색 중이다.
1997년 설립되어 영화를 관람하며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차별화된 컨셉으로 운영되던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 극장은 코로나19 시대 영화관 운영을 위해 가장 먼저 안전 수칙을 발표한 영화관 체인이다.
[LA] 방역 수칙 강화하고 재개한 영화관, 자동차극장에서 착안한 야외 공연 ‘콘서트 인 유어 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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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비슷한 영화를 지목당하는 드라마를 좋은 시선으로 보긴 어렵다. MBC 8부작 <십시일반> 이야기다. 저택에서 일어난 부유한 노인의 미심쩍은 죽음, 유언장과 상속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해관계를 서술하는 방식이 반년 전 개봉한 <나이브스 아웃>(2019)을 떠올리게한다는 지적이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개봉한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원작의 <비뚤어진 집>(2017)과도 닮았다. 하지만 미스터리 장르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변주된 설정을 두고 표절을 언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위 두 영화 사이에서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사망한 노인이 매일 쓰는 약물이 바뀌어 사고를 당하는 설정이 그렇고, 대가족이 식탁에서 우아한 언어로 서로를 헐뜯는 <비뚤어진 집>의 영국식 독설은 미국 배경 <나이브스 아웃>에서는 ‘똥이나 먹으라’라는 식의 난장판 대화로 다시 쓰인다. 계보를 그리고 인용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면서도 새롭게 놀라길 원
'십시일반', 현지화?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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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뒤흔든 갑작스러운 파동으로 러시아를 제외한 전세계 통신이 끊어진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동심원인 ‘생명의 원’을 벗어난 사람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 러시아군 올레그(알렉세이 차도프)와 유라(유리 보리소프)는 기이한 현상을 파헤치기 위해 생명의 원 바깥으로 진격한다. <블랙아웃: 인베이젼 어스>는 현대 러시아에서 유행 중인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SF영화다.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에게 그럴듯한 전사를 부여하고 외계인의 생김새를 직접 묘사한다. 러시아연방을 제외한 온 지구에 재난이 불어닥친 만큼 스케일이 대단히 크고 외계인과 맞서는 시가전은 전쟁영화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러닝타임 마지막 10분 전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새로운 미션이 주어지기 때문에 다소 장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블랙아웃: 인베이젼 어스' 러시아에서 유행 중인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SF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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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서커스를 유난히 좋아했던 오웬(존 크래신스키)은 서커스 운영자였던 삼촌 밥의 장례식장에 참석했다가 작은 박스를 손에 넣는다. 박스 안에는 비스킷이 가득 담겼는데, 먹으면 햄스터, 곰, 사자 등 비스킷 모양대로 변신하는 마법을 부리는 ‘애니멀 크래커’다. 또 다른 서커스를 운영하고 있는 큰삼촌 호레이쇼(이언 매켈런)는 애니멀 크래커만 손에 넣으면 자신의 공연이 풍성해질 것이라고 여겨 오웬을 쫓아오고, 오웬은 아내 조이와 함께 서커스를 재건하고 애니멀 크래커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애니멀 크래커>는 노래와 춤, 서커스 등 볼거리가 가득하고, 진정 좋아하는 일을 좇는 용기에 대한 교훈도 전하는 가족 애니메이션 영화다. 실제 부부 사이인 배우 존 크래신스키와 에밀리 블런트가 커플 목소리 연기를 맡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다.
'애니멀 크래커' 볼거리가 가득하고 교훈도 전하는 가족 애니메이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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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찬 감독의 신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납치된 딸을 구하러 가는 킬러 인남(황정민)과, 형의 복수를 위해 인남의 뒤를 쫓는 또 다른 킬러 레이(이정재)의 추격전을 담은 영화다. <추격자> <황해> 등의 각색 작업에 참여한 바 있는 홍원찬 감독은 이번 신작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빠른 템포의 추격전에 집중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촬영과 미장센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일본과 한국, 타이의 색감을 확연히 구분해 촬영했기 때문에 장소 변화에 따른 시각적 재미가 상당하다. 또한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해있는 그대로의 타격감을 전달하는 사실적인 액션을 구현해냈다. 아이를 구출한다는 서사 자체는 새롭지 않으나, 집요한 촬영과 독특한 미장센으로 완성도를 높인 하드보일드 액션영화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감독의 신작으로 촬영과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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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망생 카즈토(오사와 가즈토)는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절하는 증상으로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진다. 일자리마저 잃게 된 그는 5년 만에 만난 동생 히로키(고노 히로키)의 소개로 배우 에이전시‘스페셜액터스’에 합류한다. 스페셜액터스는 겉보기엔 평범한 배우 사무실이지만 의뢰인의 고민을 소속 배우들이 직접 짠 시나리오와 연기로 해결해주는 곳이다. 이를테면 신작 영화 시사회의 바람잡이 관객이나 장례식장 조문객을 연기하는 식이다. 어느 날, 사이비 종교 단체 ‘무스비루’에 빠진 언니 때문에 집안의 여관이 통째로 넘어갈 위기에 놓인 고등학생이 스페셜액터스를 찾아온다. 카즈토를 포함한 스페셜액터스의 배우들은 신참 신도로 위장 잠입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7)를 통해 일본에서의 흥행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가 새로운 코미디영화로 돌아왔다. 전작이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였다면, 신작은 ‘배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