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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주최한 화려한 동창회다. <택시 드라이버>(1976), <분노의 주먹>(1980), <코미디의 왕>(1983) 등에서 함께한 로버트 드니로, <좋은 친구들>(1991), <카지노>(1995) 등에서 중요한 신스틸러였던 조 페시,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1968), <비열한 거리>(1973) 등 초기작부터 함께한 하비 카이텔이 모여 과거 마틴 스코시즈가 만들었던 장르영화를 다시 만들었다.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할리우드의 전설이 됐던 알 파치노가 처음으로 마틴 스코시즈와 작업하고, 그외 뉴페이스들이 중요한 자리를 채운다.
●로버트 드니로
최근작 <인턴>(2015)에서는 노장의 관록을 보여주는 인상 좋은 할아버지를 연기했지만, 젊은 시절 스크린 속 로버트 드니로는 대체로 기분 나쁜 남자였다. 그 이미지는 마틴 스코시즈와의 작업에서 특히 두드러
[아이리시맨④] <아이리시맨>과 마틴 스코시즈의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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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자마자 대서사시라는 말이 어울릴 기나긴 스토리와 인물관계가 쏟아져 나오는 <아이리시맨>을 보면서 기시감이 드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전작을 떠올린다거나 혹은 레퍼런스로 활용됐을 고전영화 리스트를 즉각 작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2번 이상은 봐야 제대로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리시맨>을 보다가 길을 잃지 말라고 영화의 지도에 이정표가 될 몇 가지 키워드를 꼽아봤다. 여기 모아놓은 키워드가 결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영화 세계 전부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래도 방향과 목적이 같다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키워드다.
구원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을 쉽게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다.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을 일삼거나 혹은 망상증 환자가 주인공일지라도 자기파괴적인 결말로 내몰지 않는 이유는 그의 영화가 인간의 구원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류 도박꾼과 양아치 친구들의 뒷골목 일상을 극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아이리시맨③] 마틴 스코시즈 영화 세계를 둘러싼 몇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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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다.” <엠파이어>와의 인터뷰 그리고 지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마틴 스코시즈는 마블 영화를 비판했다. 스코시즈의 첫 발언 이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마틴이 친절해서 시네마가 아니라고 얘기했지 나라면 비열하다고 말했을 것”이라며 동조했다. <뉴욕타임스> 기고 이후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공식적으로 스코시즈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스코시즈의 말을 둘러싼 영화인들의 말을 모았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CCO(Chief Creative Officer)(팟캐스트 에 출연해서)
“나를 비롯해 마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시네마를 사랑한다.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사랑하고, 사람들로 가득 찬 극장에서 함께 영화 보는 경험을 사랑한다. 우리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시리즈의 가장 인기 있는 두 캐릭터(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진지하게 신학적 논
[아이리시맨②] 시네마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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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네마란 무엇인가. 마틴 스코시즈가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다”라며 이견을 제기했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그 이유가 궁금해졌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장문의 글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는 순간 마틴 스코시즈의 차기작 <아이리시맨>의 운명도 바뀌었다. <아이리시맨>은 그저 한편의 신작이 아니라 시네마의 형태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적어도 사람들은 <아이리시맨>을 보며 스코시즈가 언급한 시네마의 조건, “한 예술가의 독창적인 비전”을 떠올리며 비교하고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마치 거기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당연한 말이지만 정답 같은 건 없다. 그저 마틴 스코시즈의 신작이 있을 따름이다. 한편으론 그것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목격하는 시네마의 어떤 종착지라고 봐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 같다. 그냥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 바꿔 말해 마틴 스코시즈가 이제껏 쌓아온 영화적 경험치의 총합. 60,70년대 히치콕 영화에 열광하던
[아이리시맨①] 마틴 스코시즈의 현재이자 총합, <아이리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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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마블 슈퍼히어로영화와 그를 둘러싼 영화산업 전반을 따끔하게 지적해 ‘시네마’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그가 영화계 최전방의 플랫폼 넷플릭스와 손잡고 최후방의 위치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노장의 배우들과 함께 신작 <아이리시맨>을 만들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우리는 그의 영화를 극장 앞 티케팅이 아니라 모니터와 TV 앞 클릭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테니까. 11월 20일 일부 극장 선개봉,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아이리시맨>은 최근에 만들어진 그 어떤 영화들보다도 더 깊이 또 집요하게 ‘시네마’의 정의를 묻는 영화다. 할리우드의 영화학교 출신 1세대 감독이 수십년간 묵묵히 걸어온 ‘시네마’의 여정에서 <아이리시맨>은 과연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이번호에서는 웬만해선 한번에 파악하기도 어려운 방대한 인물관계와 미국 현대사 전반을 에두르는 이야기의 틈바구니에서 <아이리시맨>
[스페셜] 마틴 스코시즈 감독 신작 <아이리시맨>을 이야기하다 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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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이 연출하는 독립 단편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파크쇼츠’(SparkShorts)가 11월 12일 데뷔한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배급할 계획을 밝혔다. 2018년 시작된 스파크쇼츠는 애니메이터,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 스토리 아티스트 등 픽사 내부에서 선발된 감독이 직접 팀을 꾸려 약 6개월이라는 제한된 제작 기간 안에 주어진 예산으로 제작하는 단편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일컫는 이름이다. 지금까지 <스매시 앤드 그랩> <펄> <킷불> 등 3편은 픽사 스튜디오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으나, 11월을 시작으로 12월과 2020년 1월 차례로 관객과 만나게 될 <플로트> <윈드> <루프>는 스파크쇼츠 시리즈로 묶여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독점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10월 28일, 샌프란시스코의 픽사 스튜디오에서는 11월 12일 디즈니 플러스 론칭일에 온라인에서 공개되는 스파크쇼츠의
[LA] 픽사의 ‘스파크쇼츠’, 디즈니 플러스 통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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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유위강, 맥조휘 / 출연 양조위, 유덕화, 증지위 / 제작연도 2002년
“선배~ 사내(社內)보에 무간도 제작기를 좀 싣자고 연락이 왔는데요?”
“응? 무슨 무간도?” “아… 무간도 말고 북간도요.”
TV다큐멘터리 <북간도의 십자가>를 제작하던 지난해 가을쯤에 있었던 실제 대화다. 후배에게 핀잔을 준 후에 스스로도 궁금해 무간도와 북간도의 ‘도’가 한자로 같은지 검색하면서(참고로 전자는 道, 후자는 島), 26살 말년 병장 때 외출나와 극장에서 혼자 봤던 인생 영화 <무간도> 시리즈를 잠시 떠올리며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바쁜 다큐 후반작업으로 잊고 있었던 이 영화를 다큐 마감을 끝내고 오랜만에 찾아간 헬스장에서 우연히 또 접했다. 러닝머신 모니터에서 모 케이블 영화채널을 통해 <무간도>를 만나게 된 것이다. 어차피 수십번은 더 본 영화고, 시작한 지 10분쯤 지난 상태여서 채널을 돌리려 했지만 이내 몰입하고 말았다. 결국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 반태경 PD의 <무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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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진 JTBC 기자가 쓴 에세이. 1년간 해외연수의 기회를 얻어 런던으로 떠난 길, ‘좋은 것들을 모아 더 행복해지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목표는 그림을 가까이 접하며 하루하루 충만하게 보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런던을 여행하는 이라면 많은 미술관이야말로 런던을 런던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저자 조민진은 테이트모던미술관, 로열아카데미, 덜위치갤러리, 소더비 경매 같은 공간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당연히 그곳에서 조직되는 다양한 행사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테이트모던미술관이 2019년 여름 피에르 보나르 특별전을 앞두고 연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천천히 보기’ 이벤트다. 하나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한 30분 정도를 투자하라는 의도였다. 매슈 게일 테이트모던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조사를 인용했다. 관람객이 그림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균 28초에 불과하다는. 대부분 휴대폰으로 그림을 찍고 자
씨네21 추천도서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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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술계의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였다. 그 전시와 ‘비슷한’ 흥분을 원하는 이라면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이라는 부제처럼 1945년부터 1970년경에 이르는 동안 런던의 화가들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순간들을 짚어내는 이 책은 영국의 유명한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썼다. 마틴 게이퍼드는 이 책에서 다루는 루시안 프로이트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초상화 모델이 되기도 한 인물이다. 이 책의 도입부는 현대미술에 대한 숱한 책들처럼 경매장 풍경이다. 2013년 11월12일 저녁,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시안 프로이트에 관한 세개의 습작>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출품됐다. 1억4240만달러라는 낙찰액은 그 당시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그리고 2018년 11월15일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데이비드
씨네21 추천도서 <현대 미술의 이단자들: 호크니, 프로이트, 베이컨 그리고 런던의 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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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은 <뉴요커>가 온라인으로 발표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되었다. 작가 크리스틴 루페니언이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 조회수가 450만건을 넘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몇번이나 클릭해서 소설을 읽은 내가 보탠 조회수도 들어 있으리라. 비채에서 출간한 <캣퍼슨>은 <한밤에 달리는 사람> <성냥갑 증후군>을 비롯해 12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캣퍼슨>은 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마고가 로버트를 만난 것은 가을학기가 끝나가던 어느 수요일 밤이었다.” 예술영화 전용극장의 매점에서 일하는 마고는 극장에 온 손님인 로버트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말에 응하고 문자를 주고받다가 밖에서 만나게 된다. 늦은 시각 헤어지면서 로버트는 입술에 키스하는 대신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고, 마고는 자신이 그에게 끌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캣퍼슨>은 ‘망한 데이트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씨네21 추천도서 <캣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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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은 지유와 재키가 팀을 탈퇴한다는 회사의 발표를 인터넷 기사로 알게 되었다. 바로 그날 아침까지도 제로캐럿 다섯명은 공동생활을 하는 숙소에 함께 있었다. (…) 그저 조금 조용한 아침이었다. 이상하게 대화가 없는 아침이었다. 무슨 일이 곧 벌어질 것 같은 아침이었다. 다시 생각할수록 그랬다.”
“안녕하세요, 제로캐럿입니다.” 다 같이 인사한 뒤, 순서를 따라 계속 인사한다. “제로캐럿의 다인입니다”라는 식으로. 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아이돌그룹식 인사. <라스트 러브>의 주인공들도 그렇게 제시된다. 조우리 작가의 <라스트 러브>는 데뷔 5년이 되어 첫 단독 콘서트를 하고 계약해지로 그룹 해체를 경험한 제로캐럿 멤버들의 이야기다. 3년차이던 때 5명 중 2명이 탈퇴했고, 새로 멤버가 하나 들어왔고, 팬들은 싫어했고, 어쨌든 도합 5년이 지나자 소속사는 인기 많은 멤버만 남기기로 한다. 아이돌 관련 뉴스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어떤 패턴. <라스트
씨네21 추천도서 <라스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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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유르착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는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라는 부제처럼 언어와 예술, 유머, 대중문화, 뉴스, 정치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소비에트연방의 마지막 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제목만큼이나 도입부가 의미심장한데, “소비에트연방에서 무언가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게 사라질 거라는 생각은 고사하고요. 누구도 그걸 기대하지 않았어요. 어른이건 아이건 말이에요. 모든 게 영원할 거라는 완전한 인상이 있었죠.”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나,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중반 사이에 성년을 맞은 사람들은 ‘침체기의 아이들’이라고 명명되었는데, 이전 세대의 정체성이 혁명, 전쟁, 스탈린의 숙청 등의 사건으로 형성되었고 이후 세대의 정체성이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를 둘러싸고 형성되었다면, 소비에트 마지막 세대의 정체성은 브레즈네프 시기의 규범화되고 불변하며 만연한
씨네21 추천도서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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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릴 때마다 평균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나날이다. 바깥에서 시간 보내기보다는 실내에서 활동하기가 더 좋은 계절이 왔다. 이런 때 읽을 만한 책 5권을 모았다. 미술, 음악, 영화에 얽힌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모여 세계의 시간을 재구성한다. 장르도, 분량도, 국가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고루 골랐으니, 원하시는 대로 골라 읽으시기를.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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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의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합류, 의리로 똘똘 뭉쳐 10년 만에 탄생한 <좀비랜드: 더블 탭>. 여러 B급 코미디 좀비영화의 계보를 이어가며 1편에 버금가는 호평을 기록 중이다. 많은 부분을 답습해 진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이를 뒤엎고 더 화려해진 액션, 짙어진 유머로 돌아왔다. 확실히 21세기 등장한 수많은 좀비영화들 중 명작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듯하다.
처음에는 마니악한 컬트영화로 시작했지만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필두로 점점 팬층을 넓혀간 좀비 장르는 21세기에 들어서며 경쟁력 있는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좀비랜드>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회자될만한, 21세기 좀비 명작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러 작품들 중 의의가 있는 네 작품을 돌아봤다.
뛰는 좀비의 충격 <28일 후...>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는 엄밀히 따지자면 좀비영화라고 보기 힘
좀비영화 팬이라면! 돌아본 21세기 좀비영화 명작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