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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렌 아데 / 출연 산드라 휠러, 페테르 시모니슈에크 / 제작연도 2016년
나의 부모는 베이비붐세대(1955~63년대 태어난 세대)와 386세대(19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에 다니며 민주화에 앞장선 세대) 언저리에서 방황했던, 흔히 말하는 낀 세대였고 나 역시 IMF 구제금융 위기 즈로, 꼈다면 꼈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세대는 낀 세대인 것 같아~”라고 말하면 아빠는, “다들 그 나이 때는 자기들이 꼈다고 생각해~”라며 자조 섞인 말을 던지곤 했다. 부모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내가 벽이랑 이야기하고 있나, 내 말을 듣고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우리 셋은 가족이 해체된 이후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집에 온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새도 없이 전화기를 붙들고 일하기 바쁘다. 그런 딸을 뒤로하고 빈프리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는 이혼한 아
[내 인생의 영화] 정승오 감독의 <토니 에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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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영화협회(BFI)가 4월 론칭을 발표한 신규 시리즈 <Thirst: Female Desire on Screen>이 인기 팟캐스트 <Thirst Aid Kit>의 컨셉을 도용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제목 및 일부 내용이 <가디언>의 예전 칼럼니스트인 빔 아듄미와 미국 작가 니콜 퍼킨스가 2017년 10월 처음 선보인 팟캐스트 <Thirst Aid Kit>와 유사하다는 것이 주요 기소 이유다. <가디언>은 제목에서 동일하게 ‘목마름’(Thirst)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외에도,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의 욕망을 들여다보겠다는 제작 의도 자체가 꽤 유사하다며 두 작품의 작품 소개 문구도 공개했다.
<Thirst Aid Kit>는 ‘여성들이 갈증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을 깊이있게 파헤친다’고 한 반면, <Thirst: Female Desire on Scr
[런던]<Thirst: Female Desire on Screen>, 컨셉 도용 혐의로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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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가 바로 그것을 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믿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상상에도 벽이 쳐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럴 때 한발 앞으로 나와 판을 벌인다. 20대 페미니스트 7명이 모여 만든 여성 미디어그룹 ‘소그노’의 유튜브 콘텐츠 <뉴토피아>는 그렇게 탄생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은 없다. 대신 ‘지컨’, ‘하말넘많’, ‘하지’ 등 유튜브 구독자 10만명이 넘는 인기 크리에이터와 소그노 멤버 등 8명의 여성이 출연하고, 제작진 역시 전부 여성이다. 댄스 신고식, 제한된 돈으로 장보기, 상황극, 퀴즈와 야외 취침 등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통적 장치를 활용하는 이 예능은 페미니즘에 관해 ‘말’하지 않지만,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세계를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여성성에 기반을 둔 꾸밈노동을 수행하지 않는 출연자들이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놀고 웃고 떠든다.
이를테면 <뉴토피아&g
<뉴토피아>, 여성 콘텐츠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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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고, 오사카만국박람회를 앞둔 1969년, 재일동포 용길(김상호) 가족은 간사이공항 근처에 위치한 한인 집단 거주지에서 ‘용길이네 곱창집’이라는 이름의 곱창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태평양전쟁에서 왼팔을 잃은 용길은 전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 시즈카(마키 요코), 둘째 딸 리카(이노우에 마오), 지금의 아내 영순(이정은)이 데려온 셋째 딸 미카(사쿠라바 나나미) 그리고 영순 사이에서 낳은 아들 도키오를 부양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가족들은 각자의 사연과 고민을 안고 있다. 어린 시절 지뢰를 밟아 절름발이가 된 시즈카는 한국에서 건너 온 남자와 교제하기 시작한다. 리카는 남편인 데쓰오가 일을 구하려 하지 않아 속상해한다. 클럽 가수가 꿈인 미카는 클럽에서 함께 일하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다. 일본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 도키오는 집단 따돌림을 당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영순은 용길에게 도키오를 “조선학교로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지만 용길은 “
<용길이네 곱창집> 일본 고도 경제성장 이면에 자리한 재일조선인의 고단한 삶을 생생하게 펼쳐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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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였던 오아시스의 리엄 갤러거가 중년에 낸 솔로 앨범에서 감사와 용서의 주제를 이야기하기까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영화는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리더싱어였고, 브릿팝의 황제라 불리는 뮤지션 리엄 갤러거의 자기 성찰기를 았다. 종잡을 수 없는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성격,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사생활로 리엄 갤러거는 영국 언론에서 자주 논란을 일으키곤 했던 스타다. 미디어에 재현된 자신을 보는 것에 퍽 부정적일 것 같은 유명인이 직접 다큐멘터리 카메라 앞에 나서서 진솔한 인터뷰를 보여주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영화는 중년의 리엄 갤러거가 겪는 삶의 변화를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도, 내가 얼마나 엉망인지도 알아요”라는 도입부의 내레이션을 통해 인상적으로 제시한다. 40대 후반에 이른 갤러거는 전보다 한층 여유롭고 따뜻한 태도로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본다. 뮤지션으로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굳건하지만, 이와 공존하는 자신의 취약하고 불완전한 부분까지도 적극적으로 고백하
<리암 갤러거> 오아시스의 리엄 갤러거가 중년에 낸 솔로 앨범에서 감사와 용서의 주제를 이야기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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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프트 로펌에서 기업 법무 변호사로 일하는 롭 빌럿(마크 버팔로)은, 어느 날 갑자기 회사로 찾아온 농부에게서 듀폰사가 그의 마을에 대량의 화학물질을 살포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롭은 처음엔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으나 소 190마리의 죽음, 비정상적으로 망가진 그 사체들을 목도한 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조사를 거듭하면서 롭은 그동안 듀폰사가 살포해온 화학물질이 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PFOA)라는 이름의 독성 폐기물질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는 프라이팬, 아기 매트 등 PFOA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음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PFOA의 여파로 중증 질병을 앓는 환자들과 기형아 출산율이 점차 증가하자, 보다 못한 롭은 자기 커리어를 포함한 모든 것을 걸고 거대 기업 듀폰사와의 길고 긴 싸움을 시작한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다크 워터스>는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0여년간 진행된 실제 소송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관련 정보가 방
<다크 워터스>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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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비저블 맨> 내 몸이 투명해지다니!
[정훈이 만화] <인비저블 맨> 내 몸이 투명해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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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세계 영화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은 7만 개 이상의 극장이 휴관했으며 개봉 예정이던 자국 영화와 외화들도 개봉을 미뤘다. 1월24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월23일까지의 중국 내 극장 수입은 420만 달러(한화 약 49억 7070만 원, 이하 3월5일 환율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입인 17억 6000만 달러(한화 약 2조 829억 원)에 비해 수익이 무려 1/400 이상으로 감소했다.
국내 극장가는 2월 극장 관객수가 735만 8661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통계)으로 지난 10년간의 월 관객수 중 최저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도 2월 박스오피스 성적이 전년도 대비 70% 이상 줄었다. 일본 역시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수입이 전주 대비 약 15% 감소하며 극장가 불황의 조짐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3월2일 <할리우드 리포터>는 현 상황에 대해 “중국, 한국, 이탈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세계 영화 산업 휘청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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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의 이면을 되짚는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은 하나의 전쟁이 낳은 두개의 위령제를 지켜본다. 한국의 ‘전몰장병 합동 위령제’와 베트남 하미마을의 ‘학살 위령제’가 그것이다. 이때 이명과 같은 음향이 전자의 공기를 전달하고, 차분히 흐르는 음률이 후자의 분위기를 상상케한다. 음악이 취한 태도가 카메라의 시선에 응답하는 순간이다. 소리를 대비시켜 영화를 한층 섬세히 감각하게 도운 <기억의 전쟁> 이민휘 음악감독이 정한 컨셉은 “나서지 않는 음악”이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많은 경우 꺼내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기에 극영화를 대할 때와 달리 임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끌고 가기보다 뒤받쳐준다는 느낌으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화자의 말이 더 잘 들리도록” 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앰비언스가 주가 되도록” 사운드를 조성하는 것.“콩나물로 멜로디를 그리는 것에 익숙했는데, 음이 퍼지는 효과에 집중한 새로운 시도가 재밌었다.”
페달
<기억의 전쟁> 이민휘 음악감독 - 영화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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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유명한 여성으로 죽었다 자신의 상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상처가 자신의 힘과 똑같은 근원으로부터 왔음을/ 부인하면서.” 에이드리언 리치가 1974년 발표한 시 <힘>의 마지막 행이다. 이 시는 마리 퀴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또한 여성의 삶이 처한 문제를 뜻하는 것으로 읽힌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집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은 1974년부터 1977년까지 발표된 시를 묶은 것으로, 여성이라는 “생존자들”을 호명하는 작업이다. “나는 살면서 삶 이상을 원하며/ 굶주리는 다른 사람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나의 의지, 나의 사랑 속으로,/ 정신의 폭력주의자들의 십자 포화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딸과 자매들, 연인들의 뇌 속으로, 뚫고 들어온 헐벗음에/ 이름 지어 주고 싶다.”(<굶주림(오드리 로드에게)>) 아주 오랫동안,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는 페미니즘 그 자체로 이야기되고 있다.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은 특정 작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공통 언어를 향한 꿈>, 생존자 여성에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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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프랑스의 아카데미라 할 수 있는 제45회 세자르영화제에서 <언 오피서 앤드 어 스파이>(J’accuse)를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지탄받아온 그의 수상은 논란이 되고 있다. 로만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에서 13살 여아에 대한 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유죄를 인정했고, 미국을 떠나 40여년간 유럽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미투 운동 물결에 더불어 2018년 미국 아카데미협회에서 제명된 것과 달리 올해 세자르영화제에선 12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돼 프랑스영화 팬들을 비롯한 각종 단체가 반대 시위를 펼쳤다. 이에 시상식 위원회 전원이 사퇴하는 등 수상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던 폴란스키는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수상자로 호명되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배우 아델 에넬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자리를 떴다.
이번 세자르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포함해 각색상과 의상상을 받은 <언 오피서 앤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제45회 세자르영화제 감독상 수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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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록, 클래식, 테크노, 컨트리, 펑크 음악을 테마로 한 여섯개의 트롤 마을. 록 트롤인 퀸 바브는 그의 아버지 트래시를 도와 록 트롤을 절대 위치에 올려놓고자 한다. 주인공 파피(안나 켄드릭)와 브랜치(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퀸 바브에 맞서기 위해서 친구들을 불러모아 아직 밝혀지지 않은 트롤 마을을 찾아나선다. 드림웍스의 신작 <트롤: 월드 투어>에는 K팝 트롤인 베이비 번(아이린), 곰도리(슬기), 와니(웬디), 아리(조이), 김패티(예리)가 등장해 눈길을 끌 전망이다. 레드벨벳 멤버들이 목소리 출연했고, 대표곡인 <러시안 룰렛>을 부른다. 다섯명의 K팝 트롤은 레드벨벳 멤버의 이미지 컬러인 분홍색,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노란색 머리카락으로 표현됐다. 2016년에 개봉한 <트롤>의 속편으로, <슈렉2>(2004)와 <슈렉3>(2007), <가디언즈>(2012) 각본에 참여했고 <트롤>의 공동감독이었
[Coming Soon] <트롤: 월드 투어> 팝, 록, 클래식, 테크노, 컨트리, 펑크 음악을 테마로 한 여섯개의 트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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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엔 뭐가 어떻게 될지 정말로 모르겠어요. <씨네21>이 취재 좀 제대로 해주세요.” 지난해 연말 영화인들과 함께한 각종 송년 모임에서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뭐가 어떻게 될지’라는 표현에는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역대 최다 관객과 5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한 2019년 한국영화계는 찬란한 기록 이면에 양극화와 독과점이라는 문제를 남겼다. 영화를 상영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투자를 하기도 받기도 힘든 상황이 도래함에 따라 수많은 영화 제작자와 창작자들이 방송국, OTT 플랫폼과 손잡고 새로운 협업의 방식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과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김우택 회장, 장경익 대표가 제작에 참여한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선발 주자였다면, 2020년에는 매체를 넘나드는 협업의 방식이 더욱 다각화되고 본격적으로 드러나
[장영엽 편집장] 암중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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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진 아트나인·엣나인필름 대표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되었다
홍형숙 전 집행위원장의 후임으로, 임기는 2월 18일부터 3년이다.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전을 받았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3월 2일 홍상수 감독에게 “영예로운 감독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상영업계가 ‘영화산업구조개혁법제화 준비모임’의 보도자료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지난 2월 27일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영화산업을 극장과 그외로 구분해 극장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건전한 한국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합의점을 함께 찾아나갈 것”을 요청했다.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전 받았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