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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성성한 노인 거트만(크리스토퍼 플러머)은 얼마 전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지내고 있다. 거처하는 실버타운에는 거트만을 돌봐주는 간호사와 다정한 친구들이 있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그에게 현재의 기억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노쇠한 육체와 마찬가지로, 그의 기억력은 종종 아내의 죽음조차 잊을 정도로 쇠퇴한 상태다. 살아온 세월이 오롯이 육체에 새겨지는 동안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어딘가로 깊숙이 숨어버린 듯, 그는 계속 망각 속으로 침잠해간다. 그런 거트만을 옆에서 지켜보아온 친구 로젠바움(마틴 랜도)은 그의 기억을 되살려주기로 결심하고 긴 편지와 함께 거트만을 여행길로 안내한다.
소멸해가는 육체의 마지막 힘을 다해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는 동안, 거트만은 조금씩 더 힘겨운 시간 속으로 향한다. 한발 한발 내디뎌 그는 결국 그의 기억이 얼어붙어버린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곳은 아우슈비츠다. 그가 죽을힘을 다해 탈출한 곳, 그러나 결코 잊힐 수도 잊어서도 안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 살아남은 이의 기억을 통해 역사가 기술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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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설립된 ‘프리저베이션 홀’은 뉴올리언스를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보길 원하는, 살아 있는 기념품 같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그곳 재즈밴드의 리더인 벤 재프를 중심으로, 잼 세션 멤버들과 그의 쿠바 여행을 따라서 진행된다. 뉴올리언스 재즈는 쿠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벤의 아버지이자 홀의 창립자인 앨런 재프에게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쿠바에 가는 것’이었다. 50년 넘게 이어진 통상 금지령 탓에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숨졌다. 뉴올리언스 재즈의 뿌리에 대한 물음표라는 아버지의 유지에 이끌린 2주간의 여행이 그렇게 시작된다. 언어와 인종, 국가와 시간을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한 힘이 그 과정에서 드러난다. 마침내 일행이 뉴올리언스로 돌아오는 순간, 그간의 성과는 화합의 이미지가 된다. ‘모두를 잇는 다리’가 되는 재즈의 순수한 역량이 빛을 발한다.
뮤직비디오 편집자로 알려진 T. G. 헤링턴과 유명 사진작가 대니 클린치가 공동 연출한 다큐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 언어와 인종, 국가와 시간을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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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여 우리의 매일이 채워진다. 비슷한 일을 반복하며 일상을 유지하고, 또 이를 지속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흰쌀밥과 같은 존재로 남은, 또 누군가에게는 공기처럼 머물며 일상의 한 부분이 된 빵집이 있다. 식빵과 롤빵, 단 두 종류의 빵에만 집중하며 반죽을 빚고, 틀에 넣고, 굽기를 반복해 완성한 빵을 포장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 이런 루틴을 이어가면서 1942년부터 4대째 도쿄 아사쿠사를 지키고 있는 ‘펠리칸’이 바로 그곳이다. <펠리칸 베이커리>는 이토록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그래서 작위적이지 않은 빵집 ‘펠리칸’의 계절을 차분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가업을 물려받아 작은 일이라도 착실히 반복하고, 직원들이 즐거울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에 힘쓴다는 4대 점주 와나타베 리쿠의 원칙과 마음가짐, 40년 이상 이곳의 제빵사로 근무하며 빵 맛의 기반을 닦은 나기 히로유키의 철학,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솔직
<펠리칸 베이커리> 78년 세월 속 성실과 정직의 가치를 되뇌게 만드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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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빌 나이)의 큰아들 마이클은 어린 시절 동생 피터(샘 라일리)와 스크래블(알파벳 타일을 보드 위에 올려 단어를 만드는 게임)을 하다 집을 나간 뒤로, 연락이 끊겼다. 마이클의 실종 후 소원해진 앨런과 피터가 오랜만에 재회한다. 마이클일 가능성이 있는 신원불명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안치소로 향하게 된 것. 하지만 예상 못한 상황으로 시체 확인이 어려워지고, 앨런은 피터에게 근처 호텔에서의 일박을 제안한다. 세월이 흘러 피터 또한 아들을 둔 아버지의 입장이 되었음에도 앨런과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다.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내 수(앨리스로) 핑계도 대고, 온몸으로 어색함을 표현하지만 별다른 수가 없다. 앨런은 피터와의 서먹한 관계를 바로잡고 싶고, 마이클일 거라고 확신하는 온라인 스크래블 플레이어를 찾아 가족의 재결합을 원한다. ‘일정표, 불편한, 희망’이라는 세 챕터로 구성된 영화에서 스크래블 게임은 눈에 띄게 자주 등장한다. 가로세로 줄을 맞춤과 동시에 알파벳을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일정표, 불편한, 희망’이라는 세 챕터로 구성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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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정교사 케이트(매켄지 데이비스)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읜 플로라(브루클린 프린스)가 살고 있는 대저택에 도착한다. 소녀 한명만 돌볼 줄 알았던 케이트는 플로라의 오빠인 10대 소년 마일스(핀 울프하드)까지 떠안는다.
기숙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집으로 돌아온 마일스는 변성기를 겪고 있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며 성적 호기심을 언뜻언뜻 내비친다. 케이트는 당혹스러워하지만 오랫동안 플로라 가족을 돌본 가정부 그로스(바버라 마튼)는 혈통을 주장하며 오히려 아이들을 감싼다. 고립된 케이트는 앞서 가정교사로 일했던 제슬(조엘리 리처드슨)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대저택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더 터닝>은 밤이 되면 대저택의 창과 문이 삐걱대는 장르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다만 대저택에 엮인 비밀에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떨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저택의 구조물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공포스러운 상황을 조성하려 하지만 순간적인 놀라움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한다. &l
<더 터닝> 대저택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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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오(임백예)는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삼촌 밑에서 자랐다. 그에겐 친구 샨(오악경)과 아치(임휘항)가 친형제처럼 소중하다. 어느 날 적대관계에 있던 폭력 서클의 파오 패거리에게 아치를 구해주던 유하오는 모범생 페이유옌(왕정)을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페이유옌 역시 위기에 처한 유하오를 돕는과정에서 왠지 모를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입장 탓에 어른들은 둘을 갈라놓으려 하고, 앙심을 품은 파오 역시 두 사람을 방해한다.
<아웃사이더>는 2004년 방영된 동명의 인기 드라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웹소설 <작은 데이지>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질풍노도 시기의 10대들이 겪는 방황과 우정, 사랑을 그린 청춘물이다. 극화를 거치며 멜로 라인은 다소 줄어들고 남자들의 우정과 액션이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파벌에 속하지 않고 들개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던 유하오가 모범생 페이유옌과 얽히는 전개는 흔한 로맨스의 공식을 따르지만 그 과정 전반은 액션에
<아웃사이더> 질풍노도 시기의 10대들이 겪는 방황과 우정, 사랑을 그린 청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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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아내와 사별한 엽문(견자단)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학교 입학을 위해 추천서가 필요하지만 중화회관의 사부들, 특히 태극권의 고수 만종화(오월)는 엽문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엽문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만종화의 딸을 돕게 되고, 중국인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미국 이민국과 해병대 장교와의 충돌이 일자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한번 대결에 나선다.
2009년 <엽문> 1편을 시작으로 11년간 이어진 <엽문> 시리즈의 최종장이다. <엽문> 시리즈 통산 전세계 흥행 3억달러를 달성했는데, 해외에서 먼저 개봉한 4편은 1억7천만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시리즈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엽문>은 견자단에 의한, 견자단을 위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배우가 핵심인 시리즈다. <엽문4: 더 파이널>은, 견자단이 제목 그대로 이번 영화를 끝으로 정통 액션영화를 더이상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엽문4: 더 파이널> 엽문이 미국으로 건너가 이소룡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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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도 스틸먼(에이사 버터필드)은 여자친구 데비(소피 터너)에게 이별을 통보받는다. 상실감과 외로움은 타임머신 개발의 훌륭한 동력이 되고, 타임머신을 완성한 스틸먼은 관계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친구 에반(스카일러 기손도)과 함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부끄러운 순간들로 돌아가 실수를 바로잡는다. 천재 물리학도의 사랑과 이별 방정식은 순조롭게 풀리는 듯하지만 스틸먼이 도달하는 결론은 이별을 막았다고 사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전이 된 SF 어드벤처 <백 투 더 퓨처>에서부터 <사랑의 블랙홀>과 <어바웃 타임> 같은 로맨틱코미디까지, 시간을 조종할 수 있다는 상상은 언제나 매력적인 영화의 소재가 된다. 로맨틱코미디에서의 시간 이동은 과학적 이해나 논리적 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n번째 이별중> 역시 마찬가지. 주인공이 휴대폰으로 손쉽게 타임머신을 조종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n번째 이별중> 천재 물리학도의 사랑과 이별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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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정훈이 만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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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아스트라 칭송받는 지 감독(서상원)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실업자 신세가 된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은 여배우 소피(윤승아)의 집을 쓸고 닦으며 돈을 번다. 그때 흘러나오는 뚱땅거리는 묘한 리듬. 예스럽고 엉뚱한데 귀엽다. 찬실을 닮았다. 정중엽 음악감독은 1979년에 생산된 코르그 드럼머신 리듬55(Korg KR 55)를 이용해서 찬실을 위한 리듬을 만들었다. 찬실이가 영이(배유람)와 다정하게 도시락을 먹는 장면에서도 드럼머신 리듬을 썼다. “오프닝에서 지 감독이 죽을 때 쇼팽의 <장송행진곡>이 나왔다. 그 뒤에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미니멀한 음악을 써야겠다 싶었다. 드럼머신은 위트 있고 아날로그 질감이 느껴져서 찬실이와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오후, 정중엽 음악감독은 김초희 감독을 만나 미래의 입봉작이 될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1시간 남짓 만났던 두 사람은 4시간 넘게 여러 음악 링크를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정중엽 음악감독 - 영화를 위한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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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스탭 협동조합 ‘단단’이 출범했다
‘단단’은 지속 가능한 영화제 스탭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3월 26일 창립총회를 열고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넥스트에디션2020’ 프로젝트 선정작을 확정했다
‘전주넥스트에디션’은 해외 영화인을 위한 저예산 장편영화의 제작 지원 사업이다. 로이스 파티뇨, 시지 레데스마, 알란 세갈, 에릭 보들레르, 엘사 크렘저, 레빈 페터 감독이 선정됐으며, 이들 중 한명은 1억원 내외의 투자금을 받는다.
배우 심은경(사진)이 일본영화 <블루 아워>로 제34회 다카사키영화제에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심은경은 친구의 고향을 방문하게 된 자유로운 청춘을 연기했다. 공동 수상자는 <블루 아워>에 친구로 출연한 가호다.
배우 심은경(사진)이 일본영화 <블루 아워>로 제34회 다카사키 영화제에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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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씨네21>
롯데시네마와 <씨네21>이 공동으로 설문조사 이벤트를 실시한다.‘10대, 우리들의 영화 관람법’은 만 19살 이하 관객만 참여 가능하며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30명에게 <씨네21> 3개월 구독권을, 20명에게 영화관람권 2매를 각각 제공한다. 설문조사는 롯데시네마 홈페이지 이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집스튜디오
배우 김혜윤(사진)이 박이웅 감독의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고를 당한 후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혜영(김혜윤)에 관한 이야기다. 5월 크랭크인한다.
대한극장
대한극장이 리플레이 특별전2 ‘Emotion [감:정]’을 연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아무르> <우리도 사랑일까> <유스> <케빈에 대하여> <폭스캐처> 등 6편이 상영된다. 4월 3일부터 4월 14일까
배우 김혜윤(사진)이 박이웅 감독의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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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한파가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강타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유럽 및 미국 전역에 확산되면서 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은 극장 폐쇄를 결정하고 미국 메이저 극장 체인들은 연달아 좌석 축소 및 영업 중지에 들어갔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를 비롯한 미디어 기업은 위축된 시장을 활성화하고 외출을 삼가는 소비자들의 여가를 위해 각종 이벤트를 열고 있다. 먼저 디즈니+는 <겨울왕국2> 서비스를 예정된 일정보다 3개월 먼저 공개하고,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극장 개봉 없이 스트리밍으로 관객을 만나기로 결정했다. 유튜브는 <Stay Home #WithMe> 채널을 개설, 다양한 카테고리에 있는 인기 영상을 한데 모아 감상하며 집에 머물러 있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즐겁게 승화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아예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들에게 제공되던 40편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문라
스트리밍 업체 및 미디어 기업, 집에 머무는 소비자 위해 콘텐츠 다양화하고 각종 이벤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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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영화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담 대응 기구를 운영한다. 영진위는 그간 코로나19 피해지원방안으로 영화발전기금 납부 기한 연장, 연체 가산금 면제, 영화관 소독제 및 방역 지원 등을 긴급 시행해왔으나 사무행정 체계가 제작, 배급, 상영 지원 사업 실행 위주로 편제되어 있어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효율적인 지원과 기민한 대응을 위해 대응 창구 일원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영진위는 3월 24일부터 사무국 공정환경조성센터에 코로나19전담대응TF(이하 코로나대응TF)를 신설했다. 코로나대응TF에는 직원 4명(단장 1명, 팀원 3명)이 소속되어 관련 피해상황 파악 및 지원방안을 안내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작지만 소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TBS는 영진위와 함께 독립영화를 응원하기 위해 ‘TBS×KOFIC 방구석독립영화제’를 개최한다. 3월 28일부터 3주간 진행되는 방구석독립영화제
영진위와 영화업계, 코로나19 피해 최소화 위한 움직임 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