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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개막을 열흘 앞두고 전진수·문석·문성경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 세명은 무척 분주해 보였다. 라인업을 확보하고, 극장 상영만 신경 썼던 예년과달리 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장기상영 모두 준비해야 하는 까닭에 평소보다 업무가 복잡하고 더욱 꼼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당장 무관객 영화제로 치러야 하는 상황을 감독, 프로듀서 등 창작자들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일도 그들의 몫이다. 국내외 많은 영화제들이 어떻게 운영할지 혼란을 겪는 가운데, 세 프로그래머는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 안들 중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장기상영이라는 안을 선택했고, 그런 결정대로 영화제를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영화제 개막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전진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영화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진행되는 건 전주영화제가 처음이다. 프로그래머만큼이나 스탭들도 새로 치르는 방식을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다.
문석 그러다보니 업무가 반복되고 있다.
전진수·문석·문성경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 '안전이 우선,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하며 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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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영화제는 안방에서 개최된다. 전주영화제측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확산을 우려해 5월 28일부터 초청작을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온라인 상영이 끝나면 장기상영회를 열어 관객이 전주 극장가에서 안전하게 초청작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4월 30일 개최예정이었던 전주영화제는 개최 시기를 한달 뒤로 미루고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관객이 안전하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온라인 상영과 장기상영회를 고안했다. 칸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해외영화제들이 개최를 포기하는 가운데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전주영화제는 어떤 모습일까.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더라면 이미 봄날의 전주를 찾았을 관객과 영화계 관계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전주영화제 초청작을 온라인으로 언제, 어떻게 볼 수 있나.
A 영화제 개막일인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OTT 플랫폼 웨이브를 이용해 볼 수 있다. PC, 스마트폰, 스마트TV, OTT 셋톱박스 등 각자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상영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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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순화’하자는 주장이 계속 있다. 법률문장을 쉽게 고쳐 쓰자는 말도 있다. 판결문을 높임말로 쓰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나는 이런 흐름에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애당초 법률용어나 법률문장은 한글이라는 기호를 사용하고 한국어 문법을 일부 차용한 일종의 외국어나 코드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법률문장에는 국가의 사법권을 행사하고 법적 개념을 정립한다는 목적이 있다. 개념어가 최대한 하나의 뜻을 가져야 하고, 읽는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는 내가 ‘작가도 변호사도 글 쓰는 직업이니 비슷한 일이겠지’라는 착각으로 법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지점이기도 하다. 이게 분명 한글을 사용한 글이긴 한데, 내가 알던 그 글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오랫동안 번역가로 일해온 경력이 법률문장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자면 법률문장론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히는 것 중에 ‘
언어의 효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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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인 것과 자연스러운 것은 다르다. 사실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되려면 편집이 필요하다. 박석영의 영화들은 사실적이지만 자연스럽지 않다. 예를 들어 <재꽃>(2016)에서 사기를 당한 명호(박명훈)는 분노에 가득 차서 철기(김태희)를 잡겠다고 쇠지레(빠루)를 들고 다닌다. 그런데 명호는 계단에서 쇠지레의 무게와 길이 때문에 쇠지레를 놓치고 쇠지레는 계단을 굴러가고, 명호는 떨어진 쇠지레를 줍는다. 쇠지레를 놓치고 허둥거리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보이며, 관객이 명호가 지금 느끼는 분노의 감정에 몰입할 수 없게 한다. 연출되지 않은 배우의사실적인 연기를 통해 관객이 영화와 거리두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관객은 명호의 사실적인 행동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우며 인위적인가를 느끼게 된다.
<재꽃>에는 자연과 인위의 대립이 있으며, 이는 수직과 수평이미지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초원이나 강물과 같은 수평의이미지들 뒤로 풍경을 압도하는 송전탑이나 아파트와 같은 수직의 이미지가
'바람의 언덕', 박석영 감독의 전작 '스틸 플라워' '재꽃'과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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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분절된 신체와 놀이
<톰보이>를 보면서 루시아 푸엔소의 <XXY>(2007)를 떠올렸다. 주인공 알렉스는 거리에서 음악을 들으면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음악을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과 그 순간과 그때의 음악이 좋아서 한동안 그 장면에서 나오던 음악을 듣고 다녔다. <톰보이>와 셀린 시아마의 다른 영화에도 종종 인물과 내가 같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 이후 셀린 시아마 작품을 본다는 것은 그 이전과 다르다. 감독의 전작 <톰보이>(2011)는 9년 전이라면 10살 소녀가 자신 안에서 소년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으로 정리했을 법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일단 ‘정체성’ 이라는 단어부터 걸린다. 소년성과 소녀성은 또래 집단 내에서는 분명히 구분되지만, 로레(조 허란) 안에서는 그렇지 않다. 로레에게 소년성은 내재한 어떤 것을 부정할 필요없이 존재한다. 이미
'톰보이'와 셀린 시아마의 아이들이 허락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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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영화관도 잠시 쉼표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없는 인도를 상상한 적 없지만 그 낯선 현실과 마주한 요즘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극중 풍경이 현실이 되어가자(많은 인구가 밀집한 곳일수록 빈민가로 의료시설은 부족한데 인구이동은 잦아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 긴장된 분위기에 인도 정부도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지난 3월 중순부터 국경 봉쇄 등 록다운(봉쇄령)을 실시했다. 필수 분야에 한해 조금씩 사회 활동의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굵직한 기대작으로 한껏 고조되어가던 극장가도 문을 닫았다. <바기3>는 흥행(10억루피 클럽)의 문턱에서 걸음을 멈췄고, 로히트 셰티 감독, 악샤이 쿠마르 주연의 경찰 액션극 <수르 야반시>, 1983년 크리켓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란비르 싱, 디피카 파두콘 커플 주연의 <83>도 개봉이 연기되었다.
다만 희귀암 판정을 받고 의연하게 병마와 싸우던 명배우 이르판 칸이 별세했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
[델리] 인도 극장가도 코로나19 영향… 배우 이르판 칸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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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학생운동을 하다가 대기업에 입사해 재벌가 사위가 되고, 장인 대신 4년간 감옥에 갔던 한재현(유지태). 그는 대학 시절 첫사랑이었던 윤지수(이보영)를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 상대방측 부모로 만나게 된다. 기차역엔 눈이 펑펑 내리고 재현은 20년도 더 지나 나란히 선 지수를 향해 입을 뗀다. “설국이네요. 여긴….” 대한제국 황제가 정7품 애마에게 “왜 그래 맥시무스”라고 말하는 장면보다 천배쯤 버겁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번 입이 트인 재현은 학부모 입장으로 존대를 하다가 이내 20년 전 허물 없던 사이의 말투를 오가며 혼자 한참을 떠든다. 그가 말하는 동안 지수의 얼굴은 울음을 참느라 서서히 일그러진다. 할 말이 너무 많이 쌓이면 헛돌게 마련이고, 북받치는 감정에 말을 잃기도 한다. 당신들은 무슨 세월을 살았길래.
tvN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은 연희대 93학번 신입생 지수(전소니)와 91학번 운동권 재현(진영)이 사랑하던 93년부터 95년까지의 시간과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 그들이 살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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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얼굴. 배우 안은진에 대한 호기심은 분위기를 쉽게 종잡을 수 없는 매력적인 첫인상부터 시작됐다. <라이프> <타인은 지옥이다> <킹덤> 시리즈, <검사내전> 등 출연하는 TV드라마가 잇따라 호평받으며 입소문과 신뢰도를 쌓아나간 안은진은, 올봄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존재감을 한뼘 더 키웠다. 20대부터 착실히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지난 2년간 쉴 틈 없이 TV드라마의 이력을 늘려온 그는 이제 “영화, 어떻게 해야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반짝이는 열성을 내비친다. 비갠 뒤, 유난히 맑은 5월 중순에 만난 이 배우의 화창한 미래를 전한다.
-오늘 의상은 본인이 직접 코디했다고. 어딘가 드라마의 연장선상 같은, 의사 선생님 분위기가 난다.
=하하, 옷을 잘 못 입는다고 놀림을 받는 편이니까 오늘은 신경 좀 써봤다.
-극중 추민하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아미’인데 밀레니얼 세대 배우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안은진 - 서른살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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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스님들이 2019년 11월부터 90일간 극한의 천막 동안거를 시작한다. 사찰을 벗어난 노숙 수행을 계획했던 것이 비닐로 지은 무문관 천막 노숙 정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아홉 스님>은 그 수행의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천막 동안거 기간 스님들은 7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하고, 공양은 하루 한끼만 하며, 한벌의 옷으로 90일을 나야 하고, 양치 외에 삭발과 목욕은 할 수 없고, 천막을 벗어날 수 없으며, 묵언해야 한다. 그리고 규약을 어기면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된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는 물론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각오로 수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에서 숭고한 종교 수행의 실제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적 완성도와 별개로 스님들의 모습 자체가 감동이다.
'아홉 스님' 스님들의 모습에서 숭고한 종교 수행의 실제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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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로(이반 마르코스)는 6명의 가족과 함께 시골 생활을 접고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사를 온다. 말라사나가 32번가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가족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이상한 현상들을 마주하게 되고, 편안해야 할 공간이 서서히 끔찍한 곳으로 변해간다. <그집>은 1976년 스페인 마드리드 말라사나가 32번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특정 장소를 무대로 한 공포는 하나의 장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해진 패턴이 있는데 <그집> 역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좋은 의미에서는 안정적이고 나쁜 의미에서는 이미 익숙하다. 구성원 각자가 집에서 마주하는 공포는 그저 말초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인물의 결핍과 연관이 있다. 집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의 긴장감과 몰입감이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성실한 공포영화다.
'그집' 1976년 스페인 마드리드 말라사나가 32번지에서 일어난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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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런던. 한쪽에선 신체 사이즈로 여성의 몸을 평가하는 ‘미스월드’대회 준비가 한창이고, 또 다른 쪽에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미인대회에 반대하는 여성해방운동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샐리(키라 나이틀리)는 여성 컨퍼런스에서 만난 페미니스트 예술가 조(제시 버클리)와 함께 미스월드 반대 시위를 준비한다. 한편 미스월드 대회에 출전한 최초의 미스 그레나다 제니퍼(구구 바샤 로)는 성차별뿐 아니라 인종차별 문제 또한 지적받고 있는 이 대회의 흑인 참가자로서 자신만의 꿈을 꾼다. 50년 전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미스비헤이비어> 속 여성들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으로 봐도 무방하다. “우린 예쁘지도 않고 추하지도 않다. 단지 화가 났을 뿐이다”라는 멋진 구호와 달리 정작 영화는 주제를 향해 정직하게 직진하는 평범한 드라마에 머문다.
'미스비헤이비어' 50년 전 실화 바탕이지만 현재진행형으로 무방한 여성들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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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림스포츠 현장을 생중계하는 스트리머 펑(왕대륙)은 맨손으로 고층 빌딩을 오르던 중 꼭대기에서 떨어진다. 낙하산 덕에 목숨을 구한 그는 범죄조직이 불법적인 거래를 벌이는 비밀기지에 불시착하고 만다. 펑은 당황한 나머지 거래하러 온 조직원 행세를 하고, 국제첩보조직 팬텀의 보스 브루스(밀라 요보비치)가 범죄조직을 소탕하면서 가까스로 기지를 빠져나온다. 그러나 이미 조직의 정보망에 노출된 펑. 브루스는 이를 이용해 펑을 범죄조직의 테러를 막을 스파이로 점찍는다. 스파이에 대한 로망에 부푼 펑은 덥석 제안을 수락한 후 작전에 따라 부다페스트로 향하고, 다혈질의 홍콩 인터폴 먀오(장용용)가 그의 수상한 걸음을 뒤쫓는다.
<루키스>는 <뉴 폴리스 스토리> 각본을 쓰고 <파이어스톰>을 연출한 원금린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이다. 중화권 스타 왕대륙과 전사 캐릭터에 특화된 밀라 요보비치가 각각 초보와 베테랑 스파이를 연기해 신선한 조합을 선보이지만, 감독의
'루키스' <파이어스톰>을 연출한 원금린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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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어머니를 간호하며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청밍(동청밍)은 우연한 사고로 인생이 뒤바뀐다. 유성이 떨어지던 저녁, 짝사랑하는 린(진의함)을 구하려다 차에 치였는데 어쩐 일인지 초능력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친한 형 훼이(주아휘)까지 세 사람은 청밍의 능력을 신기해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기록한다. 하지만 청밍의 능력에는 큰 맹점이 있는데, 초능력을 사용할수록 그가 가진 기억이 하나둘씩 지워진다는 점이다. 초능력이 생겼지만, 여전히 집주인이 올린 월세를 내기엔 막막하고, 아픈 어머니의 병는 호전되지 않는다. 그런 청밍에게 훼이는 현금 수송차를 털자고 제안하고, 고민에 빠진 청밍은 결단을 내린다.
3D와 특수시각효과(VFX) 분야의 전문가이자 제작자로 <미스터 고>(2013),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적인걸3: 사대천왕>(2018) 등 여러 작업에 참여한 채수응 감독의 연출작이
'초능력소년사건' 짝사랑하는 그녀를 구하려다 어쩐 일인지 초능력을 얻게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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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목소리를 소유한 10살 소년 레미(말룸 파킨)는 프랑스 샤바농 마을에서 어머니와 유일한 친구 젖소 루세트와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를 다친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고 레미는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아내를 속이고 레미를 고아원에 보내기 위해 마을로 데리고 간다. 아버지의 본심을 알게 된 레미는 도망치다 거리의 악사 비탈리스(다니엘 오테유)를 만나고, 아버지는 그에게 돈을 받고 레미를 맡긴다. 비탈리스는 레미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멘토가 돼준다. 그러던 어느 날 레미는 친어머니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레미: 집 없는 아이>는 앙투안 블로시에르 감독이 1878년에 발행된 엑토르 말로의 아동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집 없는 아이>를 각색한 작품이다. 감독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되 서사 구조에 변화를 주어 이야기의 화자로 노인이 된 레미(자크 페랭)를 새롭게 등장시
'레미: 집 없는 아이' 엑토르 말로의 아동소설 <집 없는 아이>를 각색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