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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도는 역사물 <타나지: 디 언성 워리어>로 문을 열었다. 17세기 무굴제국에 맞선 힌두 마라타 동맹의 실존 인물 타나지 장군에 대한 영화다. 역사의 스포트라이트는 마라타의 리더 시바지에 집중되니, 그 수하의 장수 타나지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언성 히어로(Unsung Hero)다. 하지만 그는 신하가드 공성전에서 난공불락의 요새를 공략해냈고, 그 희생으로 마라타는 요새를 손에 넣었다. 영화에선 힌두 라지푸트지만 무굴 편에서 요새를 방어한 우다이반을 한때 타나지의 스승으로 그려 사제간의 결투라는 포인트를 부각한다. 시바지는 이를 알면서도 주위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타나지를 보내 승부의 주사위를 튕긴다.
<타나지: 디 언성 워리어>로 예열된 극장가는 홀리 축제 특수를 노리며 액션 대작을 꺼내들었다. 타이거 쉬로프의 <바기3>(<더 워리어:돌아온 전사>의 후속편)다. 내용은 단순하다. 위기에 처한 동생이 “브러더~”라고 외치면 그 앞
[델리] <타나지: 디 언성 워리어>로 예열된 인도 극장가, 코로나19 속 기대작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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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장을 위해 모인 네 자매가 막내이자 장남인 녀석을 끌고 오기 위해선 한 사람의 도움이 절실했다. 막내의 거처조차 모르는 누나들의 무차별 메시지 전송 끝에 연락이 닿은 단 한명, 녀석의 전 여자친구 윤화다. 송희준 배우가 연기한 <이장>의 윤화는 멀어진 가족을 한데 모은 후 유일한 이방인을 자처하며 그들의 여정에 동행한다. 비겁하게 도망친 애인에게 사과를 받고, 못다 한 이야기를 매듭짓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는 처음 보는 어른들 앞에서도 조곤조곤 할 말을 다 한다. 제 할 일을 해내기 위해 낯선 이들을 따라나선 윤화처럼, 새로운 캔버스를 찾던 신인 송희준이 스크린에 도착했다.
-미대를 다니던 중 모델이 되었고 단편영화를 찍었다. 원래 배우를 꿈꿨나.
=꿈을 정해놓고 모델이 하고 싶다, 배우가 하고 싶다, 생각한 적은 없다. 그림 그리는 작업이 그러하듯 나의 색을 꺼내놓을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모델 일을 시작했고 연기할 기회도 생겼다. 혼
<이장> 송희준 - 나의 색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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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관심이 늘었다는 기사와 외식업계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다가 넷플릭스를 켰다. <위기의 레스토랑>은 몰타, 캐나다의 휴양지 토버모리, 카리브해의 세인트루시아 등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망해가는 (중요) 레스토랑을 살리기 위해 요리, 경영, 디자인 전문가가 찾아가는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고든 램지의 <키친 나이트메어>의 ‘순한 맛’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금 한국 시청자라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겹쳐 보는 게 더 익숙할 수도 있다. 식당은 자신의 꿈이라면서 바빠서 자주 나와보지 못한다는 축구선수에겐 “사장님, 음식 장사는 장난이 아니에요~”라고, 가게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큰 나머지 메뉴를 끝없이 늘리는 셰프에겐 “사장님, 이대로는 장사 모대요”라고 엄격한 추임새를 넣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백종원보다 훨씬 상냥한 전문가들은 자기 고집에 치어 망
넷플릭스 <위기의 레스토랑>, 개선되는 모습의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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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 오빠, 우승. 아빠, 엄마, 오빠, 우승.” 갓 10살을 넘긴 어린 소녀가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자신의 평생을 예견한 듯 주문을 되뇐다. <퀸 오브 아이스>는 1928년 15살 나이로 동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된 소냐 헤니의 흥망성쇠를 담는다. 소냐(이네 마리 빌만)는 이후 3개의 금메달을 석권한 뒤 할리우드 황금기의 순풍을 타고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진입한다. 이십세기폭스사가 제안한 7분짜리 짧은 출연 계약을, 소냐가 주도해 4개의 주연영화 계약으로 바꾸는 장면은 셈에 밝고 자신감 넘치며, 자기표현이 풍부한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보여준다. <퀸 오브 아이스>의 가장 큰 매력은 소냐 헤니에 관한 캐릭터 해석법이다. 아이스쇼를 창조하고, 가족을 이끌고, 모든 욕구에 왕성한 에너제틱한 인물로서 소녀나 여성이 아닌 스포츠 스타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이후의 쇠락 과정은 나치 시절에 올림픽 무대에서 밝게 노래를 불렀던 아이콘이 겪어야 할 필연적
<퀸 오브 아이스> 동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된 소냐 헤니의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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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들과 머물 집도, 하룻밤 묵을 호텔 숙박비도 없는 주디(르네 젤위거)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역을 통해 스타로 지낸 왕년이 무색하게 “야망이 주는 건 두통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시 자녀들과 함께하기 위한 활로를 찾던 중 아직 자신을 찾는 곳이 있다는 얘기에 반신반의하며 런던으로 향한다. 돈을 모아 가족을 되찾겠다는 마음도 잠시, 홀로 남은 주디에게 자꾸만 아역 시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어떠한 자유도 허락되지 않던 그때를 한참 전에 빠져나온 주디지만, 고독과 불안은 늘 그를 따라다닌다. 약속된 공연 시간을 무시하고 방문을 걸어 잠글 만큼 시들어버린 주디는 그러나 막상 무대 앞에 나서면 조명을 한껏 흡수한다. 이 극단적 명암이 익숙한 듯, 관객을 향해 팔을 벌리고 노래를 시작한다.
르네 젤위거에게 제9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주디>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스타 주디 갈런드가 엔터테이너로 떠오르는 시점과 저물어가는 시점의 이야기를
<주디> 르네 젤위거에게 제9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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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워 보이는 플리머스섬, 세레니티호의 선장 딜(매튜 매커너헤이)의 정신은 온통 전설의 참치 낚시에 팔려 있다. 벌이가 녹록지 않아 낚싯바늘과 미끼를 외상 지는 신세임에도 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배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동료 듀크(자이먼 운수)와 참치를 낚으려 시도한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번번이 놓치고 만다. 어느 날 이혼한 전 부인 캐런(앤 해서웨이)이 찾아오고, 그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딜과 캐런의 아들 패트릭은 문을 걸어 잠근 방 안에서 밤낮없이 게임만 하고, 재혼한 남편 프랭크(제이슨 클라크)의 폭력이 심해져 버틸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캐런은 딜에게 모종의 거래를 제안한다. 자신들의 탈출구가 되어준다면 천만달러를 지불하겠다는 것. 단호하게 내치려는 딜이지만, 이들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여기에 낚시회사 직원이라 자신을 칭하는 낯선 이의 등장까지 겹치는데, 그가 쏟아낸 이야기에 딜의 혼란은 가중된다. 결국 캐런이 제안한 결전의 날이 밝아오고, 모든
<세레니티>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발상의 전환을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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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장인 르네(아델 에넬)는 남편과 인공수정을 통해 2세를 갖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던 르네에게, 감옥에서 갓 출소한 타라(제마 아터턴)가 찾아오고, 경찰이 들이닥쳐 르네의 본명이 카린으로 밝혀지면서 국면은 빠르게 전환된다. <그 누구도 아닌>은 비선형적인 플래시백을 통해 카린의 삶을 4개의 나이대로 나누어 되돌아보는 모자이크의 작업이다.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쳐 고아처럼 생활한 카린이, 자신에게 돈과 거처를 제공하는 나이 많은 남자들을 전전하는 나날들이 제시된다. 카린을 연기한 배우들- 아델 에넬, 아델 엑사르코풀로스, 솔렌 리곳, 베가 쿠지테크- 은 지금 프랑스영화계에서 가장 시네마틱한 초상들을 모아둔 것 같다. 특히 서사적으로 가장 격정적인 구간인 13살의 카린을 연기하는 신인 솔렌 리곳이 각인된다. 가부장적 남성성으로부터 탈출하려는 동시에 계속해서 얽매이고, 그 과정에서 방만한 로맨스를 탐닉하며 감정의 혼란을 겪는 어린
<그 누구도 아닌> 비선형적인 플래시백을 통해 카린의 삶을 4개의 나이대로 나누어 되돌아보는 모자이크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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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화가 모리(야마자키 쓰토무)는 아내 히데코(기키 기린)와 함께 자신의 정원을 꾸미며 소박하게 살고 있다. 30년째 정원 밖으로 나가지 않은 모리에겐 그의 정원이 곧 세계고 우주다. 풀벌레와 송사리, 풀과 수초와 나무, 햇빛과 바람과 연못이 그의 친구이며 가족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모리의 평온하고 고요한 공간에 작은 소음을 만들어내는 손님들이 한두명씩 찾아오기 시작한다. 유명 화가인 모리가 쓴 간판을 얻기 위해 먼 곳에서 달려온 여관 주인부터 모리의 정원에 빠삭한 사진작가 후지타(가세 료)와 그의 제자 가시마(요시무라 가이토), 그외의 인물들까지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남극의 쉐프> <딱따구리와 비> 등의 영화에서 다양한 풍경 속 일상의 순간을 잔잔하게 담아냈던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신작이다. 일본의 근대 화가인 구마가이 모리카즈의 말년을 극화했다. 인물이 정원 밖을 벗어나지 않는 설정이라 한정된 공간 안에서 진행되는데도, 영화는 생동감과 활력을
<모리의 정원> 30년째 정원 밖으로 나가지 않은 모리에겐 그의 정원이 곧 세계고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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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를 꿈꾸는 카페 알바생 소정(김소은)은 치매를 앓는 엄마(전미선)를 돌보느라 온전한 개인 생활을 누리기 쉽지 않다. 유달리 까칠한 성품과 다혈질의 소유자인 사장 승재(성훈)는 그런 소정이 마뜩잖은데, 소정은 번번이 혼나고 구박당하면서도 남몰래 승재에 대한 짝사랑을 품는다. 어느 늦은 밤, 가게에 홀로 남은 소정에게 묘령의 노인이 찾아와 사랑에 관한 조언을 들려줄 것이라며 책 한권을 남기고, 이를 계기로 소정은 마술적 예언에 휩싸이게 된다. 사랑에 관한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책을 아무렇게나 펼치면, 그 페이지에 담긴 내용이 곧 현실이 된다는 설정이다.
카페 오너와 알바생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묘사하는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하나부터 열까지, 순정만화의 접근법 그대로다. 배우 김소은과 성훈의 캐스팅은 결과적으로 영화의 목적에 딱 맞는 영리한 선택이 됐다. 달리 말하면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전반적으로 기시감을 떨치기 쉽지 않은 만듦새와 스토리의 결합으로 보이기
<사랑하고 있습니까> 카페 오너와 알바생의 티격태격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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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회사 우수사원 히데키(쓰마부키 사토시)는 겉과 속이 다른 남자다. 많은 사람들은 카나(구로키 하루)와 결혼해 딸 치사를 키우는 그를 가정적인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가 매일 쓴 육아 블로그는 여성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남성들에게는 질투의 대상이다. 주변 사람들은 히데키가 사교적이고 가정에 헌신적인 멋진 남자라고 생각하지만, 카나의 생각은 다르다. 어느 날, 히데키는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불안해한다. 전화 속 목소리는 그에게 “(어딘가로) 가자”고 말한다. 히데키는 논픽션 저널리스트인 노자키(오카다 준이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노자키로부터 그의 전 여자친구이자 영매사인 마코토(고마쓰 나나)를 소개받는다. 마코토는 그의 언니이자 역시 영매사인 코토코(마쓰 다카코)와 함께 히데키를 괴롭히는 존재를 쫓는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고백>(2010)을 연출하며 인간 욕망의 이면을 탐구해온 나카시마 데쓰야의 신작. 이야기는 히
<온다> 인간 욕망의 이면을 탐구해온 나카시마 데쓰야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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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대신 써주는 자동수기인형이라는 직업이 있다. 자동수기인형 바이올렛 에버가든(이시카와 유이)은 이자벨라의 가정교사를 맡아달란 부탁을 받는다. 동생을 지키는 대가로 귀족 가문에 들어온 이자벨라는 헤어진 동생을 그리워하다가 바이올렛에게 편지를 부탁한다. 한편 이자벨라의 동생 테일러는 언니의 편지를 받은 후 자신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우편배달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언니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바이올렛에게 대필을 부탁한다.
미려한 작화로 정평이 난 교토애니메이션의 <바이올렛 에버가든>의 첫번째 극장판이다. 제5회 교토애니메이션 대상 수상작인 라이트노벨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2017년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극장판은 외전 격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TV애니메이션의 경우 자동수기인형으로 불리는 대필가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여러 의뢰인과 만나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옴니버스 구성으로 각화의 완결성은 물론 바이올렛을
<바이올렛 에버가든: 영원과 자동 수기 인형> 미려한 작화로 정평이 난 교토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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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8일 제45회 세자르영화제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신작 <언 오피서 앤드 어 스파이>(J’accuse)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와 동시에 예술과 창작자의 윤리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로만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에서 아동 강간 혐의에 대한 범죄를 인정한 이후 무려 40여년간 유럽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도 로만 폴란스키는 꾸준히 영화를 찍었는데 이번에 프랑스 영화계가 그의 손을 잡아주며 문제를 촉발시킨 것이다. 프랑스 문화계는 작품은 그저 작품으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안팎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저항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만도 없다. 이건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과 창작자를 분리할 것인가’에 관한 고답적인 질문이 되어서도 안된다. 로만 폴란스키와 세자르의 선택이라는 명백한 상황을 목격한 이상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드러내야만 한다. <씨네21>에
[미투 시대 영화 계보학 ②] 로만 폴란스키 영화를 포기해야 한다. 박우성 평론가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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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8일 제45회 세자르영화제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신작 <언 오피서 앤드 어 스파이>(J’accuse)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와 동시에 예술과 창작자의 윤리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로만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에서 아동 강간 혐의에 대한 범죄를 인정한 이후 무려 40여년간 유럽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도 로만 폴란스키는 꾸준히 영화를 찍었는데 이번에 프랑스 영화계가 그의 손을 잡아주며 문제를 촉발시킨 것이다. 프랑스 문화계는 작품은 그저 작품으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안팎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저항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만도 없다. 이건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과 창작자를 분리할 것인가’에 관한 고답적인 질문이 되어서도 안된다. 로만 폴란스키와 세자르의 선택이라는 명백한 상황을 목격한 이상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드러내야만 한다. <씨네21>에
[미투 시대 영화 계보학 ①] 로만 폴란스키 영화 소비가 비윤리적이라 말할 수 없다. 듀나 평론가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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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아무리 복도 없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네
[정훈이 만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아무리 복도 없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