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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예정작들이 기약 없이 일정을 연기한 가운데 <반도>(감독 연상호·배급 NEW)와 <영웅>(감독 윤제균·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 여름 개봉을 확정하고 홍보·마케팅을 시작했다. <반도>는 2월 28일 일찌감치 여름 개봉 소식을 알리며 론칭 포스터를 공개했고, 3월 23일에는 본편 스틸 2장을, 4월 2일에는 1차 예고편을 릴리즈했다. <영웅>은 지난 3월 26일 여름 개봉 확정 소식을 전하며 1차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고,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년을 맞아 3월 26일부터 4월 5일까지 네이버와 음성검색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일일 두 자릿수로 감소했지만 유럽 및 미국 내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해외발 불안 요소가 커진 상황이라 이같은 결정은 “상황을 지켜보되 예정된 일을 한” 결과로 전해진다. 전성곤 CJ E&M 커뮤니케이션 2팀장은 “안중근 의사의 서거일에 맞춰 티저를 공개
코로나19 사태 속 <영웅> <반도> 여름 개봉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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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배급 영화사 삼순 / 감독 박석영 / 출연 정은경, 장선, 김태희, 김준배 / 개봉예정 4월 23일
박석영 감독은 <들꽃> <스틸 플라워> <재꽃>, 꽃 3부작을 통해 고단한 삶 속에서도 꿋꿋한 의지를 지닌 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람의 언덕>은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전보다 환하고 따뜻한 기운을 전하는 영화다. 딸을 잊고 새 출발을 했던 영분(정은경)은 고향 태백으로 돌아와 오래전 연락이 끊긴 딸 한희(장선)를 찾아간다.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한희는 어릴 적 헤어진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차마 자신이 엄마임을 고백하지 못하는 영분은 한희의 곁을 맴돌며, 엄마와 딸이 아닌 필라테스 학원의 회원과 선생님으로 서로를 알아간다. 연극무대에 오래 섰던 배우 정은경과 <소통과 거짓말>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장선이 투명한 얼굴과 깊고 단단한 마음을
[Coming Soon] <바람의 언덕>, 환하고 따뜻한 기운을 전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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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창간 25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자축의 시간을 갖기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나도 암담하다. 2019년 3월 마지막 주말 극장을 찾았던 183만 관객이라는 수치는 올해 3월 말 15만명대로 내려앉았고,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는 전국 직영점의 30%에 달하는 35개 극장의 문을 닫았다. 현장의 상황도 심각하기는 매한가지다. 촬영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부지기수고, 어렵게 촬영을 이어가는 스탭들도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객이 극장을 찾지않고, 영화 제작이 중단되며, 수많은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일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2020년 4월은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 가운데서도 가장 엄혹한 시절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의 폐허에서, 국내 유일의 영상 주간지로서 <씨네21>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창간 25주년 기념 특대호로 제작한 1250호는 이처럼 무거운 질문을 안고 기획됐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몸담아왔던 산업이 전
[장영엽 편집장] 영화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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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al of the Story>를 해석하면 “이야기의 교훈”이다. 제목처럼, 가수 본인의 경험에서 따온 거라고 한다. 대체 어떤 시간을 통과해야 했기에 이 곡을 쓴 건지 귀 기울여 들어본다. “변호사가 물어봤죠/ 이 사람 대체 어디서 만난 거냐고/ 나는 말했어요/ 어린 시절에는 때로 잘 맞지 않을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거 아니냐고.”그렇다. <Moral of the Story>는 이 곡을 부른 가수 애시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에게 이혼의 과정은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이걸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했다고 애시는 고백한다. 비단 노랫말 때문만은 아니다. 첫인상은 ‘예쁘다’이지만 곡 전반에 은근하게 날이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뭐랄까. 멜로디가 잘 들리는 와중에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자연스럽게 가사를 찾아보게 되는 곡이라고 할까. 애시의 말을 좀더 들어본다. “살아가고,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내가 실수했다는
[마감인간의 Music] 애시 살고, 사랑하고, 실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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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지옥은 인간의 욕망이 격렬하게 끓는 용광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고백>(2010), <갈증>(2014) 등 그의 전작은 냉탕과 열탕을 오가며 인간 욕망의 이면을 탐구하고, 또 들추어낸다.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원작 소설 <보기왕이 온다>가 그렇듯이, 그의 신작 <온다>는 히데키(쓰마부시 사토시)와 카나(구로키 하루) 그리고 노자키(오카다 준이치) 세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시점이 바뀔 때마다 그들의 본심이 드러나고, 그 민낯은 꽤 섬뜩하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과 서면으로 <온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메일이 아닌 손수 쓴 편지도 함께 싣는다.
-사와무라 이치 작가가 쓴 원작 소설 <보기왕이 온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등장인물들이 매우 다양했다. 현대적인 문제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물도 있는 반면,
<온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 - 문제적 인간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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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정씨가 제2회 ‘독립영화비평상’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독립영화비평상은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발간하는 비평 전문지 <독립영화>가 주관하는 비평상으로, 올해 처음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부문 수상자를 냈다. 강소정씨의 ‘홍상수의 카메라’는 사진과 카메라라는 소재를 통해 홍상수의 영화세계를 살피는 일종의 영상비평이다. <클레어의 카메라>를 중심으로 홍상수 감독의 14편의 영화에서 사진, 카메라, 카메라를 든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을 모아 시각적 유사성을 보여주고 그것의 의미를 읽어내는 작업물이다. 글로써 영화를 분석하는 문서비평이 지배적인 환경에서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이라는 새로운 비평매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강소정씨를 만나 그것의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영화비평 응모는 처음인가.
=글을 써서 응모해본 적도 없고,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도 처음이다.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이 생소한 사람도 많은데 쉽게 설명해준다면.
=문
강소정 제2회 ‘독립영화비평상’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부문 수상자 - 영화의 매체로 ‘자유롭게’ 비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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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덤>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즌3? 죽어도 상관없다. 물론 살고 싶다… 아니, 제발 살려달라!” 배우 전석호는 될 수 있다면 <킹덤>의 세계 안에서 오래 살고 싶다고 했다. 촬영장에 도착해 분장차에 들어가는 순간을 말할 땐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석호가 연기한 범팔은 무능한 탐관오리에서 외척 가문 중 의외의 생존자로 등극했고, 어쩌다 보니 환란을 직접 통과한 증인의 임무까지 지게 됐다. 범팔의 작은 담력만큼 소소한 성장은 이제 시즌3의 기대 요소 중 하나다. 데뷔 7년차, <킹덤> 시즌2와 방영 중인 드라마 <하이에나>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으로 부지런히 달리기 중인 배우 전석호를 만났다. 드라마 <미생>의 꼰대 상사로 눈도장을 찍은 뒤, 맡는 역할마다 사람 사는 냄새를 진하게 풍겨낸 성실하고 흔들림 없는 배우. 그의 말에 따르면 <미생>과 <킹덤>처럼 반짝이
[액터] 좋은 사람의 앙상블 - <킹덤> 시즌2 전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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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원수한테라도 생리대는 빌려준다”는 말을 보았다. 생리대 무상배포 정책으로 설왕설래가 있던 중, 여성 동지에게 생리대를 안 빌려주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맥락이었다.
저 문장을 보고 떠오른 일이 있다. 나는 고등학생 때 집단따돌림을 당했었다. 따돌림을 당하면 교실이라는 공간을 시선과 거리를 중심으로 재해석하게 된다. 간단한 예로, 나는 맨 뒷자리나 맨 앞자리를 절대적으로 선호했다. 맨 뒷자리는 뒷문으로 들어가 바로 자기 자리에 앉으면 되어 부담이 적다. 맨 앞자리는 뒤에서 누가 나에 대한 말을 해도 누구인지 알 수 없고, 잘 들리지 않으며, 정면의 선생님과 칠판만 보면 되어 시선 처리가 수월하다. 양쪽 다, 자기 얘기를 하니 내가 째려봤다느니 하는 뒷말을 들을 위험도 적다. 우리 반은 매달 자리를 바꿨는데, 나는 맨 앞줄이나 맨 뒷줄을 사수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생리대 얘기로 돌아가, 여학생 반에는 “생리대 있는 사람 나 하나만 빌려줘”라고 말하는 학생도 심심찮게
아무 사이도 아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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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브래들리 쿠퍼 / 출연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 제작연도 2018년
‘내가 더 예쁘지 않아서일까?’ 아나운서 시험에서 탈락할 때마다,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이러한 생각을 마음 한쪽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내 안의 열정, 응집된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한 가득인데 노력하고 꿈꾸어도 그 기회들은 내 옆구리를 숭숭 지나가는 듯 보였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더 완벽하게 예쁘지 않아서. 아나운서 지망생 시절이었다. 최종 단계에서 늘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나는 내 옆의 실력이 한참 부족해 보이는 수려한 외모의 지원자가 합격하는 것을 보며 지긋지긋한 외모지상주의를 원망하고 있었다. 한데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외모도 경쟁력이고 한눈에 매력적인 것도 그 사람의 장점이라는 것을. 어쩌면 뛰어난 외모 때문에 그가 갖고 있을 잠재력을 깎아내리는 또 다른 편견이었다는 것을.
여하튼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한동안 나는 더 예뻐지기 위해 나를 미워했다. 온갖 다이어트에 시달렸고,
[내 인생의 영화] 임현주 아나운서의 인생 영화 <스타 이즈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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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의 새로운 작품을 머잖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새 작품은 2012년에 출간된 중국 작가 진위청의 소설 <번화>(繁花)를 원작으로 한 영화 <블러섬>(Blossoms)과 드라마다. 왕가위 감독은 2013년에 이 소설을 처음 접한 뒤 곧바로 원작의 영화 및 드라마화권한을 획득했다. 영화의 경우 소설가인 진위청과 왕가위가 함께 각본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원작 소설은 1992년 개혁개방 이후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1960년대부터 개혁개방까지 상하이의 화려한 근대사를 살아온 세 청춘의 삶과 시대상을 밀도 있게 그리는 이야기다. 왕가위 감독은 먼저 30부작 오리지널 시리즈를 완성한 뒤 곧이어 영화로도 제작할 뜻을 밝혔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책임 프로듀서로 제작 전체를 총괄하며 영화는 직접 연출을 맡을 계획이다.
얼마 전 코로나19의 여파로 제작을 연기한다고 보도되었지만, 계획대로 19세기 상하이의 근대적 건축양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장가화원에
[베이징] 왕가위 감독, 신작 <블러섬> 상하이에서 촬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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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죽지 않는 이 여인은 누구일까. 총에 맞아도 죽지 않고 온몸에 칼이 찔려도 곧장 회복하는 레이시(오루니키 아델리이)는 시종 미스터리한 존재다. 다만 그녀는 잘 싸우고 잘 먹는다. 평소엔 오트밀과 홍차를 즐기지만 몸을 재생시키기 위해선 인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나 먹는 건 아니다. 웬만하면 건장한 신체를 가지고 악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을 골라 먹는다.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곧잘 구해주지만, 악행을 일삼는 사람들 앞에선 가차없다. 그녀에겐 정의감이나 외재화된 규율은 없는 것 같으나, 나름의 규칙은 있다. 레이시의 규칙에 편승해 정의감을 불사르는 인물은 형사 가드프리(피터 맥닐)다. 기존의 절차로는 도무지 해결이 날 것 같지 않은 사건에 골몰하는 그는 레이시와 의기투합해 흉악범죄를 종식시키려 한다.
싱거운 농담과 섬뜩한 범죄현장을 오가는 <쉬 네버 다이>는 재밌는 면모를 지닌 스릴러영화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암울한 분위기를 깨는 싱거운 상황들과 헐거운 서사 전개에
<쉬 네버 다이> 절대 죽지 않는 이 여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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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오>(1985), <지옥인간>(1986) 등을 연출하며 미국 컬트, 호러 영화계의 대부라 불렸던 스튜어트 고든 감독이 지난 3월24일, 만 7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가족들은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를 통해 “그가 복합장기부전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1947년생의 스튜어트 고든 감독은 전위적인 연극 연출가로 경력을 시작했다. 미국 매디슨시의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던 그는 1968년 <피터팬>을 각색한 사이키델릭 버전 정치 풍자극을 제작한다. 그러나 연극에서 외설적인 장면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풍기문란죄로 고소를 당하고, 대학을 중퇴하게 된다. 이후 아내인 캐롤린 퍼디 고든과 함께 시카고에서 연극 회사 ‘오가닉 시어터’를 설립해 연극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1974년에는 현대 미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작가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마멧의 <섹슈얼 퍼버시티 인 시카고>를 초연했으며, 19
컬트 호러 거장 스튜어트 고든 감독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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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대니얼 맥도널드)는 체중을 감량하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파라다이스 힐스에 오게 되었다. 파라다이스 힐스는 상류층 자녀들이 맞춤형 식단, 체력 훈련 등을 통해 사회의 미적 기준에 걸맞게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 “내가 여기에 두달 동안 있으면 다른 자매들처럼 미인대회의 여왕이 될 거라 생각하는 거지.” 그는 웃으며 덧붙인다. “물론 그럴 일은 없어. 난 지금 이대로도 괜찮으니까.” <파라다이스 힐스>는 화려한 외형만으론 진정한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영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클로에는 이러한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전달하는 인물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나 18살에 배우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로 건너온 대니얼 맥도널드는 통통한 외모로 인해 한정된 배역만을 제안받곤 했다. 그러나 맥도널드는 타인의 시선에 위축되지않고 대중 앞에 당당히 자신을 드러낸다. 맥도널드는 클로에의 자신감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는데, 어
<파라다이스 힐스> 대니얼 맥도널드 - 세상의 중심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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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용의자의 사진, 사건 위치, 신문기사 등을 스크랩해 잔뜩 붙여놓은 벽을 ‘형사의 정신 나간 벽’(Detective’s Crazy Wall)이라 부른다. 다수의 수사팀 구성원이 정보를 공유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개인공간에 마련했을 때는 사건 해결에 대한 집념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한국 드라마는 내부인간 정보공유나 사건 개요를 시청자에게 브리핑할 때 주로 경찰서 화이트보드(요즘은 투명보드)를 사용하는 편이라, 저 벽은 내면의 풍경을 전시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워낙 자주 등장하다보니 형사 방 인테리어의 필수요소쯤으로 넘기기도 하는데,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형사의 정신 나간 벽’이 요란한 벽지 이상의 역할을 한다. 19년 전 ‘성흔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인 동급생 최수정(김시은)의 죽음을 추적하는 한편, 아래층 중학생 소년 고은호(안지호)의 위기를 맞닥뜨린 차영진(김서형)의 집에도 사진과 메모를 가득 붙인 벽이 있다. 이따금 벽을 보고 생
<아무도 모른다>, 사건을 이해한다는 뜻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