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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연기됐던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마침내 막을 올렸다. 지난 5월 28일 오후 8시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전주영화제 개막식이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고자 개막식 전 과정은 전주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김승수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 이창동 감독, 정지영 감독 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장률 감독, 배우 장현성,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 등을 비롯해 전주시청 관계자, 심사위원, 경쟁작 감독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규모로 진행되었는데, 사회는 배우 김규리와 이승준이 맡았다.
뮤즈그레인의 공연이 끝난 뒤 등장한 이준동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세 가지 개최 방식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비공개 상영인데 심사위원, 영화 관계자들만 참석한 자리에서 경쟁작 중심의 작품들을 상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온라인 상영인데, 영화제에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비공개·온라인·장기 상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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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영화사 집, 퍼스펙티브픽쳐스 / 감독 조일형 / 출연 유아인, 박신혜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6월 말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세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멀쩡한 생존자들을 공격하고, 도시는 순식간에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문자와 전화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아파트에 고립된 준우(유아인)는 홀로 생존을 도모하다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준우와 유빈은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고립과 생존을 키워드로 하는 <#살아있다>는 좀비물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연상시키는 장르영화다. 유아인과 박신혜 두 배우의 만남도 소재와 장르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짧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유아인은 게이머이자 유튜버 준우를 연기하고, 박신혜는 차분한 태도로 치밀하게 생존 전략을 짜는 유빈을 연기한다. 할리우드 시나리오작가
[Coming soon] '#살아있다',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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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SF웹툰 <승리호>가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 플랫폼에서 공개됐다. 무료로 공개된 3편의 에피소드는 이틀 만에 39만뷰(카카오페이지)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웹툰 <승리호>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들로부터 ‘2020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 손꼽혔던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와 세계관과 캐릭터를 공유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동안 <신과 함께> <강철비>와 같이 인기 웹툰이 영화화되는 사례는 적지 않았어도 영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웹툰이 제작되는 사례는 드물었고, 그마저도 영화의 프리퀄이나 후일담을 다루는 선형적인 서사구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되 “40%는 재창조된 스토리” (웹툰 <승리호>의 홍작가)를 전개하겠다는 웹툰 <승리호>의 행보가 더욱 궁금했다.
카카오페이지에 무료로 공개된 세편의
[장영엽 편집장] IP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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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랍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순악 할머니의 삶을 그려내는 다큐멘터리다. 1928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기를 보내던 김순악이 일본군에 끌려간 뒤 해방이 되자마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군산, 여수를 떠돌고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라고 대한민국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애니메이션과 여성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재구성됐다. 사적 다큐멘터리 <마이 플레이스>(2013),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는 경북 성주군 주민들의 투쟁을 그린 <파란나비효과>, 10주년을 맞은 대구 지역 퀴어퍼레이드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퀴어 053>을 연출한 박문칠 감독은 이 영화가 “김순악 할머니를 포함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순악 할머니를 어떻게 알게 됐나.
=대구에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라는 단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드랍게’ 박문칠 감독 -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의 삶을 더 알아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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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잠깐 자야 될 것 같은데.” 이 한마디를 끝으로 갑작스레 오세가 잠자리에 든다. 함께 저녁을 먹던 친구가 의아해하자, 오세의 사정을 아는 동행자가 그가 긴 잠을 자야 하는 희귀병에 걸렸음을 알린다. 오세현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일시>는 하루 22시간을 자야 하는 오세의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다. 친구의 도움으로 15년 만에 세상에 나온 오세는 친구와 함께 자동차로 전국을 누비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무작정 달리는 오세의 시선에 담긴 풍경으로 시작하고, 질주하다 쓰러진 오세를 친구가 다시 차에 태우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렇게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연결하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도로 위를 끝없이 달리는 오세의 모습이 연상된다. 직접 주연을 맡은 오세현 감독과의 만남은, 마치 끝없는 길을 달려 우리 앞에 도착한 오세와 마주 선 느낌이었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막 끝마치고 왔다는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본인이 직접 주인공 ‘오세’로
'일시' 오세현 감독 - 영원한 잠의 시간으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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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Take Me Home)
한제이┃한국┃99분┃2020년┃한국경쟁┃온라인
동성 커플인 은수와 예원은 한집에서 생활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타인 앞에서 조심스러운 은수와 달리 예원은 적극적으로 은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은수는 걸을 수 없게 되고, 동승한 언니 은혜가 사망하면서 조카 수민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우여곡절 끝에 같이 살게 된 은수, 예원, 수민은 크고 작은 마찰 끝에 퍼즐처럼 서로의 빈자리를 단단히 채워주는 관계로 거듭난다. 세 사람은 바다로 여행을 가는 등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지금과 같은 행복을 유지하기를 바라지만, 국내 법 체계 내에서는 가족의 형태로 삶을 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다. 영화는 은수, 예원을 통해 관객이 동성 커플에 대한 현 사회의 제도적 한계를 목도하고, 변화의 필요성에 관해 자연스레 질문할 수 있도록 한다. 동성 커플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담쟁이&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④] 한제이 감독의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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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여성과 일곱 노래 >
(The Shepherdess and the Seven Songs)
푸시펜드라 싱┃인도┃99분┃2020년┃월드시네마-극영화┃온라인
아름다운 여성 라일라는 양처럼 순한 남편과 결혼한 후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 이주해 지루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복잡한 정치 사정으로 군경이 불쑥불쑥 산자락의 마을에 들이닥쳐 감시하는 일이 일상이 되고, 라일라는 군인 무스타크가 속삭이는 유혹의 말을 듣게 된다. 남편 탄비르가 무스타크의 욕정을 눈치채지 못하자, 라일라는 무스타크를 피하기위해 꾀를 낸다. 늦은 밤 무스타크와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도둑이 든 것 같다며 자고 있는 탄비르를 깨워 약속 장소에 데려가 두 남성이 대면하도록 만드는 것. 라일라는 남편이 그녀의 상황을 깨닫도록 덫을 놓아 무스타크와 심리게임을 벌이는데, 어느 순간 그녀 스스로도 무스타크와의 위험한 욕망에 매혹된다. <양치기 여성과 일곱 노래>는 결혼, 이주,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③] 푸시펜드라 싱 감독의 '양치기 여성과 일곱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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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포비아> (Videophobia)
미야자키 다이스케┃일본┃88분┃2019년┃월드시네마-극영화┃온라인
배우를 꿈꾸며 연기 학원에 다니는 젊은 여성 아이는 학원 친구들과 함께 클럽에 가고, 그곳에서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자신의 성관계 영상이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본 아이는 큰 충격을 받고 경찰서로 향한다. 도움을 청해보지만 촬영자를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익명의 다수가 비디오를 시청했을 거란 걱정이 아이를 엄습한다. <비디오포비아>는 디지털성범죄에 얽힌 문제들을 직시한다. 아이는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하진 않으나, 담담한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만으로도 그의 공포를 짐작할 수 있다. 영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전혀 다른 삶을 살지라도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통해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밤이 끝나는 위치>(2011), <야마토>(2016) 등을 연출한 미야자키 다이스케 감독의 신작이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②] 미야자키 다이스케 감독의 '비디오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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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랍게> (Comfort)
박문칠┃한국┃73분┃2020년┃코리안시네마┃온라인
‘옥’(玉)자는 양반이 쓰는 이름이라 순옥은 안된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맏딸의 귀한 이름을 순옥 대신 순악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일본 군인들은 순악 대신 사다코, 데루코, 요시코, 마쓰다케라고 불렀다. <보드랍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순악 할머니의 삶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1928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기를 보내던 김순악이 일본군에 끌려간 뒤 해방이 되자마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군산, 여수를 떠돌고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라고 대한민국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주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했다. 여성 활동가들의 목소리로 따라가는 김순악 할머니의 삶은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나 험난하고 억울했고, 그래서 보는 내내 울컥하게 된다. 카랑카랑 울리는 생전 할머니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그가 직접 그린 꽃그림은 여백이 많아 보드랍다.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①] 박문칠 감독의 '보드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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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정지된 시간 속에서 영화적 공간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퀘이 형제의 말을 전하며 문성경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특별전의 도슨트를 시작했다. 지난 5월 15일 오후 2시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전시를 미리 공개하는 프레스 투어가 열렸다. 섬세하게 제작된 퍼펫과 오브젝트들, 드로잉 속 숨겨진 상징과 요소들을 하나하나 관람하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퀘이 형제는 칸국제영화제로부터 초청받은 <악어의 거리>(1986)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줄리 테이머 감독의 영화 <프리다>(2002)에 삽입된 <죽음의 날>이며 이들의 열성팬임을 자부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큐멘터리 <퀘이>(2015)를 연출했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전은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온 퀘이 형제의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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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레이크>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텐션을 밀어붙이는 호러영화다. 그만큼 배우들의 노련하고 집중력 있는 연기가 필요한 현장이었다. 연기 경력 도합 56년차에 이르는 이세영과 박지영은 작품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행동하는 베테랑들이다. 배우들은 평소 모습을 떠나 장르 연기에 필요한 긴장감을 유지했다고 입을 모아 전한다. “많은 분들이 알고있는 것처럼 원래 (이)세영이가 밝은 기운 그 자체이지만, 작품을 위해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촬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서로 도왔다.”(박지영) “표현은 굉장히 쿨한데 늘 배려와 정이 가득한 선배님이시다. 이번 작품은 어느 정도 마음의 거리를 뒀지만, 같은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한 에너지를 받았다.”(이세영) 그 결과 “모든 배우가 자발적으로 고독함을 선택했던” (박지영) <호텔 레이크>는 배우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예민한 신경이 전해지는 공포물이 됐다. 작품을 준비하고 몸으로 직접 통과
'호텔 레이크' 이세영·박지영 -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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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터커의 진가를 알게 된 건 <HBO> 드라마 <뉴 포프> 덕분이었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TV시리즈 <영 포프>의 후속작인 <뉴 포프>의 타이틀 시퀀스에 소피 터커의 <Good Time Girl>이 쓰였는데 수녀들의 도발적인 춤에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노래를 듣는 순간, 그 불경스러운 멋이 날리는 강한 펀치에 머리가 띵해질 지경이었다. 소피 터커는 소피 홀리 웰드와 터커 핼펀으로 이루어진 혼성 일렉트로 팝 듀오다. 팝이라고 하기에는 90년대 하우스에 받은 영향이 크고, 노래가 들어간 트랙이 많지만 무대 위 그들에겐 DJ 부스가 필수다. 2016년에 발표한 데뷔 싱글 《Drinkee》와 2018년의 첫 정규앨범 《Treehouse》가 줄줄이 그래미어 워즈 후보에 올랐고 요즘 잘나가는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지금쯤 온갖 페스티벌에 나와 춤추는 관객의 심장박동수를 올리고 있어야 할 소피 터커에게도 2020년이 찾아왔고, 그리하여
[Music] 이동제한 시대의 하우스 파티 BGM - 소피 터커 Sofi Tuk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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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40주년 영화제 ‘시네광주 1980’ 개막작인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5·18 당시 광주의 상황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비밀리에 제작된 ‘광주 비디오’를 한데 모은 작품이다. <서산개척단>(2018)을 통해 박정희 정권 시절 납치돼 무임금으로 개척 사업에 동원된 피해자들을 조명했던 이조훈 감독이 직접 비디오 제작과 배포에 관여한 주역들을 만났다. 5월 19일 전세계 최초로 광주항쟁의 상황을 알린 <NHK> 기자, 독일 공영방송 의 도쿄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각종 뉴스 기록들을 재편집해 비디오로 제작한 뉴욕 한인들 등 기억해야 할 면면이 하나둘 교차되며 진실의 형상이 드러난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께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발포가 이뤄진 역사를 질문한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 상영 후 6월 11일 정식 극장 개봉할 예정이다.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이조훈 감독 - 밝혀야 할 진실은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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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봄날의 전주가 아니다. 무려 4개월 동안의 대장정이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5월 28일부터 9월 20일까지 심사상영과 온라인 상영(웨이브) 그리고 장기상영회(극장)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열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관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부 지침을 따르면서 관객과 창작자(감독, 제작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씨네21>은 올해 전주영화제 상영작을 미리 보았고, 그중에서 추천작 15편을 엄선했다. 온라인과 장기상영회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그리고 영화제 기간 동안 전주와 서울에서 차례로 진행될 전시회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를 미리 보기 위해 전주 팔복예술공장을 다녀왔다. <씨네21>은 이번 특집을 시작으로 영화제가 진행되는 4개월 동안 다양한 전주영화제 기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영화제와 함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그해 우리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15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