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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상>의 주인공 쿠르트(톰 실링)는 전후 독일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투영한 인물이다. 리히터는 사진을 캔버스에 그대로 모사한 뒤, 넓은 붓으로 다시 뭉개서 흐릿하게 만드는 기법인 ‘포토페인팅’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다큐멘터리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가 리히터의 2009년 추상 시리즈에 초점을 맞췄다면, 〈작가 미상>은 그가 1960년대에 제작한 포토페인팅에 주목한다. 그리고 나치 시대를 위시한 독일 격동기와 쿠르트의 개인사를 통해, 역사적 사건과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 그의 작품에 녹아들었는지 면밀히 살핀다.
영화는 포토페인팅의 기원을 말하기 위해 쿠르트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두려움에 찬 쿠르트가 자기 손으로 눈앞을 가릴 때마다, 엘리자베스 이모(자스키아 로젠달)는 그에게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했다. 그가 손을 내린 자리엔 언제나 흐릿한 대상만이 존재했다. 쿠르트는 이러한 유년기의 경험을 화폭에 옮겨 형태가 흐릿
<작가 미상>이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삶과 예술을 그려내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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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번셔 연대의 무모한 돌진을 중지시킨 스코필드(조지 매케이)가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의 형을 찾아 야전병원 막사에 당도하는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몰입을 압박하던 서스 펜스와는 분리된 감정이 영화 바깥에서 침투해 들어왔다 해도 좋겠다. 막사 저 멀리 희미하게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을 때부터 스코필드의 서성이는 걸음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내심 아니길 바라면서도 저 노골적인 수미쌍관의 장소가 스코필드의 여정이 마무리될 지점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코필드가 막사를 둘러보는 순간부터 기이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영화 내내 스코필드에게 밀착해 있던 비현실적인 카메라가 문득, 아니 거의 유일하게 스코필드에게서 잠시 떨어져 홀로 어디론가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스코필드가 환자들의 침대를 빙 둘러가는 사이 카메라는 부상자들로 가득 찬 침대 위를 지나 막사 중간을 관통하듯 직진한다.
스코필드의 동선과 분리된 카메라의 목적지는 당연히 저 멀
<1917>의 ‘영화적 체험’을 의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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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경쟁부문 본선 진출작을 발표했다
<갈매기> <더스트맨> 등 총 11편이 선정됐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11편 중 여성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6편”이라며 “영화계가 서서히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총평을 전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대책영화인연대회의가 영화산업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거듭 발표했다
3월 25일에 이어 4월 2일 영화계는 “지난 4월 1일 발표된 정부 대책이 실질적이지 않다”며 “영화 관련업을 특별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극장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며, 영화발전기금의 징수를 면제할 것, 영화발전기금을 영화업계 긴급지원자금으로 선집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할 것” 등을 요청했다.
CGV아트하우스가 4월 2일부터 8일까지 ‘명불허전 명작전’을 진행한다
<마스터> <아메리칸 허슬> <나이트 크롤러> <
CGV아트하우스가 4월2일부터 8일까지 ‘명불허전 명작전’을 진행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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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SM엔터테인먼트 발매작은 무엇인가. 호언장담까지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NCT 127의 네 번째 정규앨범 《NCT #127 Neo Zone–The 2nd Album》은 그것이 무엇이든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고도 남을 힘을 가진 앨범이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건 타이틀곡 <영웅(英雄; Kick It)>이었다. NCT 127를 대표하는 트랙 가운데 하나인 <Cherry Bomb>을 작업한 뎀 조인츠와 디즈, 유영진 등이 다시 호흡을 맞춘 이 곡은 여느 K팝이 그렇듯 한곡의 노래 안에 여러 얼굴을 가두고 있다. 비트를 말 그대로 ‘때려 박는’ 격렬한 메인 루프 사이사이 마시멜로처럼 끼워진 R&B 선율은 노래가 가진 박력에 튀어나가려는 이들의 귀를 몇번이고 제자리에 끌어다 앉힌다. 영화 <킬 빌>을 오마주한 세트에서 이연걸과 소림사가 절로 떠오르는 ‘영웅’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상징성, 유수의 재패니메이션을 통해 그려진 네오-도
[Music] 기분 좋은 예감 - NCT #127 <Neo Zone–The 2nd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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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스탭의 권익을 보호하는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영화제 스탭들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주고 영화제도 내실을 다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합의 이름을 ‘단단’이라고 지었다. 지난 2018년 청년유니온이 영화제 스탭들의 노동 현실을 고발하면서 스탭들의 노동환경과 권익보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스탭들의 근로환경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영화제 스탭 모집 공고에 지원하는 청년들이 눈에 띄게 준 것도 이러한 노동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지속 가능한 영화제가 되려면 스탭들도 응당 행복해야 할 것이다. 몇년간 논의돼오던 영화제 스탭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단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 김조광수 이사장과 박혜미 이사를 만나 물었다.
-지난 3월 26일 창립총회를 열었고 단단의 공식 출범을 준비 중이다.
=김조광수_ 나는 이사장을, 박혜미씨는 이사를 맡는다. 이사진
영화제스탭협동조합 ‘단단’ 김조광수 이사장·박혜미 이사 - 영화제 스탭들의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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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빵집 주인은 부부에게 따뜻한 롤빵을 건네고, 그들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눈다. 부부는 불과 며칠 전 아이를 잃었다. 아이의 생일 케이크는 완성되었지만 그걸 먹을 사람은 없다. 그들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눈다. 며칠간 허기져 있던 배를 채우고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마지막 장면이다. 따뜻한 롤빵이 먹고 싶다. 나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된 사람에게, 내가 느낀 환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분노와 슬픔과 지겨움을 들려주고 싶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상실을 털어놓고 싶다. 아니, 다른 이에게 따뜻한 롤빵을 건네고 싶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나누고 싶다. 당신이 받은 냉대와 조소를 가만히 듣고 싶다. 당신의 아픔 근처에 내가 서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밤새워 당신을 위로하고 싶다. 밤새워 같이 화를 내고 싶다.
세상의 모든 롤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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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할리우드가 직격탄을 맞았다. 촬영은 중단됐고, 개봉은 연기됐고, 영화관은 휴업 중이다. 무기한 개봉 연기 사태 속에서도 스튜디오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과감하게 디지털 개봉을 선택하는가 하면 다시 관객을 맞이할 최고의 타이밍을 골라잡았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가장 먼저 코로나19에 백기를 든 덕분에 11월 추수감사절 연휴를 개봉일로 선점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개봉예정작들은 줄줄이 2021년으로 미뤄졌다. 할리우드가 코로나19로 인해 겪는 피해는 당장의 휴업과 개봉 연기에 그치지 않고, 길게는 1년 뒤까지도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에서만 12만명으로 추산되는 산업 내 실직자 수다. 국제 극장 및 무대 고용인 연합(IATSE)에 따르면, 15만 가입자 중 12만명이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해고됐으며, 이들 대부분은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또는 계약직으로 보상급여나 휴직급여 등의 재정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
[LA]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할리우드,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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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코믹캐’ 최승권이 아닌 줄 알았다. 생애 처음으로 클럽에 간 승권의 표정과 몸짓은 분위기에 맞지 않아 웃겼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직접 만난 류경수는 그와 딴판이었다. 깊고 낮은 음성은 차분했고 연기에 대해 말할 땐 신중하고 느린 답변이 돌아왔다. 여러 독립·단편영화부터 시작해 장편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 출연한 영화만 18편이라고 하니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연기에만 매진한 세월이 느껴졌다.
-<이태원 클라쓰>가 종영했는데 최승권으로부터 빠져나왔나.
=이 드라마를 준비할 때 최승권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다. 승권이 주변 사람들을 많이 생각하고 위하는 건 나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그처럼 클럽을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웃음) 시간을 두고 일상을 보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역할과 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
-15살 때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와 연극을 보면 배우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류경수 - 오로지 한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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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살려고 하는 사람과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 코미디 TV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웹 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시켜서 한다!>)의 주인공 김민경과 트레이너 양치승이 바로 그런 관계다. 벌칙에 걸리는 바람에 (엄밀히 말하면 아령 대신 아령이 용접된 테이블을 한손으로 들어올려 벌칙을 파괴하긴 했지만) 근력 트레이닝을 받게 된 김민경은 “오늘은 그냥 운동하기 싫은 날씨~”라고 구시렁대며 ‘HELL스장’에 나오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가 알려주는 운동 꿀팁은 물 마시러 왔다 갔다 하며 쉬는 시간 늘리기, 트레이너가 시범 보여줄 때 영혼 없는 질문을 하며 시간 끌기다. 그러나 “열개만 더 해봐”, “진짜 마지막, 진짜 마지막!”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으로 그를 움직이는 양치승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톰과 제리 같은 두 사람의 티키타카와 함께 <시켜서 한다!>의 매력은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민경장사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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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길고양이>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여럿의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행복을 말한다. 아내와 사별 후 적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은퇴한 교장 선생님(이세이 오가타)은 자꾸만 집 안에 들어오는 불청객 길고양이 덕분에 조금씩 동네 주민들과 교류하게 된다. 늘 같은 빵을 사서 아내의 제단에 올리고, 소일거리로 사진을 찍거나 러시아 문학을 번역하는 담백한 일상은 명랑한 고양이 한 마리 덕분에 뜻밖의 사건·사고로 분주해진다. 이웃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재한다는 감각, 느슨하지만 안정적인 유대감, 소박한 삶의 가치를 비추는 정서가 돋보이는 드라마다. 동물 연기를 인위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컷을 분리해 다소 느슨하게 연결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가 오히려 관객을 안심시킨다. 기교 없이 담백한 카메라, 배우들의 연기가 어울려 마음을 유순하게 씻어내는 영화다.
<선생님과 길고양이> 길고양이 한 마리가 여럿의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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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프리실라 C. 샤이어)의 일상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자신보다 돈을 세배는 잘 버는 남편 토니(T. C. 스탤링스)와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하나뿐인 딸은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며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엘리자베스는 고객으로 만난 클라라(카렌 애버크롬비)로부터 기도에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삶에서 만나는 사탄과의 싸움을 하나씩 극복해간다. “전쟁은 모든 시대에 인간성의 일부로 존재해왔다”고 말하며 시작하는 영화가 기도실을 ‘War Room’ 이라 칭하는 것은 주제를 압축하는 직설적이고 간명한 장치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차별을 언급하며 주인공의 기도로 남편을 바꿔가고 가족 화해를 이루는 모습은 독실한 기독교인이 현 사회에 취해야 할 태도를 영화 나름대로 제시하는 듯하다.
<기도의 힘> 독실한 기독교인이 현 사회에 취해야 할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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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로터’라 불리는 좀비들로 가득 찬 지 5년, 조(소피 스켈턴)를 포함한 소수의 살아남은 자들은 피난민 캠프에서 생활한다. 조를 스토킹하던 맥스(조너선 스캐치)는 로터에게 물리고도 완전한 좀비로 변하지 않았는데, 혈액 내 항체가 평균의 수십배였기 때문이다. 조는 그를 연구해 백신을 만들어내려 한다. <시체들의 새벽: 컨테이젼>은 인간과 좀비의 중간자인 맥스 캐릭터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좀비영화다. 장르적 문법을 그대로 답습한 신들이 존재함에도 전략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조를 인식하는 맥스의 존재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좀비와의 전투 신을 강조하느라 백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두루뭉술하고 짧게 다뤄진 것이 아쉽다. 좀비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킬링타임 무비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시체들의 새벽: 컨테이젼> 인간과 좀비의 중간자인 맥스 캐릭터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좀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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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이고르(블라디미르 브도비첸코프)와 폴리나(옐레나 랴도바) 부부의 6살 된 아들 반야(세바스티안 부가에프)가 실종된다. 두 사람은 3년 가까이 반야를 찾아 헤맸음에도 결국 아이를 찾는 데 실패한다. 이후 두 사람은 한 고아원에서 자살사건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신원 불명의 아이와 마주친다. 이고르는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경계하는 아이가 탐탁지 않았지만, 폴리나는 이고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이끌린 듯 아이를 데려와 보살핀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반야의 모습을 닮아가지만 공격적인 태도는 사그라지지 않고, 폴리나는 그런 아이를 점점 무서워하며 이상증세를 보인다.
<오픈 더 도어>는 1928년에 발생한 와인빌 양계장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되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에 사로잡혀 진실을 외면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날카롭고 명료하게 경고하는 작품이다. 거울을 소재로 대상의 숨겨진 진실을 내보이는 과정, 그리고 좀비물에 퇴마 의식을 접합한
<오픈 더 도어> 상실감에 사로잡혀 진실을 외면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날카롭고 명료하게 경고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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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로(요한네스 홀로파이넨)는 드러머 윙퀴(안티 헤이키넨)를 포함한 3명의 동료들과 10여년간 지하 연주실에서 합주를 해왔다. 전주만 들어도 무슨 곡인지 다 알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고 헤비메탈 장르에 대한 애정도 깊지만, 연주실에서만 연주해온 터라 인지도가 전무하다. 마침 운 좋게 노르웨이 뮤직 페스티벌의 프로듀서와 마주친 네 사람은 그에게 자신들의 데모 테이프를 전달한다. 네 사람은 아직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음에도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고,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에게도 많은 축하를 받는다. 그러나 투로와 동료들은 프로듀서로부터 노래는 좋지만 이미 스케줄이 다 찬 상태라는 통보를 받고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낙심해 있던 것도 잠시, 네 사람은 일단 밴을 빌려 무작정 노르웨이의 페스티벌 현장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핀란드 메탈밴드>는 록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주저 없이 질주하는 이들의 에너지가 돋보인다. 네 사람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지녔는데, 속도위반 카
<핀란드 메탈밴드> 록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주저 없이 질주하는 이들의 에너지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