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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의 한희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았음에도 어떠한 원망 없이 엄마의 상처까지 보듬고 껴안고자 하는 속 깊은 딸이다. 서툰 엄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한희의 노력은, 오랜만에 재회한 두 모녀가 조금씩 거리감을 좁혀가는 원동력으로 기능한다. 매 작품 눈길을 사로잡는 배우를 선보이는 박석영 감독의 캐스팅 감각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장선은 <바람의 언덕>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의 연기력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게 매번 미안함이 남는다는 장선의 말에서 그가 연기한 한희의 자상함과 따뜻함이 배어나왔다.
-어떻게 <바람의 언덕>에 캐스팅되었나.
=2015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박석영 감독님을 뵀는데 그때 나중에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후 내가 참여한 연극 <모럴 패밀리>를 직접 보러 오셨고, 잘 봤다는 후기와 함께 배역을 제안해주셨다.
-필라테스 강사로 일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바람의 언덕' 장선 - 연기는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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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아동 재단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은 재단에 2천만달러를 후원하겠다는 미디어 그룹 대표 테레사(줄리언 무어)를 만나러 뉴욕으로 향한다. 이자벨은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테레사의 딸 결혼식에 초대받는데, 식장에서 뜻밖의 얼굴을 마주한 후 자신이 다른 이유로 이곳에 불려온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비밀과 거짓말로 서로를 괴롭히다가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이들에게 찾아온 선택의 순간을 조명한다. 실상보다 감정에 집중한 연출이 배우를 돋보이게 하나 인물의 내적갈등을 찬찬히 풀어가지 못해 아쉽기도. 수잔 비에르 감독, 매즈 미켈슨 주연의 <애프터 웨딩>(2006)을 젠더 크로스 캐스팅으로 리메이크했다.
'애프터 웨딩 인 뉴욕'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이들에게 찾아온 선택의 순간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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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갓진 섬마을. 고양이 타미와 다이키치 할아버지(다테카와 시노스케)도 둘이서 다정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다이키치는 먼저 세상을 뜬 아내가 남긴 미완의 레시피 노트를 발견하고, 도시에서 온 카페 주인 미치코(시바사키 고)의 도움을 받아 노트의 뒷장을 채워간다. <고양이와 할아버지>는 고양이와 요리로 몸과 마음을 배 불리는 힐링영화다. 거기에 노인문제에 대한 주제까지 한 스푼 더한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고양이가 등장한다. 고양이들이 나른하게 볕을 쬐고 나무를 오르는 풍경처럼 이야기의 전개와 무관하게 오롯이 고양이들을 비추는 장면이 많다. 이건 사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다. 귀여운 고양이는 천하무적이니까. 네코마키의 동명의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고양이와 요리로 몸과 마음을 배 불리는 힐링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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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최우제)는 현재(예지원)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하지만 현재는 장서의 동생 충서(이지후)와 사랑에 빠져 장서를 떠나고 만다. 이후 돌연 현재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충서는 의문사한 채 발견된다. 동생을 잃은 슬픔과 현재의 배신으로 수년간 괴로워하던 장서 앞에, 어느 날 갑자기 현재와 그의 아들 은우가 나타난다. <그녀의 비밀 정원>은 두 형제와 한 여자의 엇갈린 사랑,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집요하게 다룬 작품이다. 현재가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음에도 장서가 영화의 모든 정황을 대신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존재감이 다소 미미하다. 인물들의 대사는 은유로 가득하지만 한적하고 차분한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로드무비> <얼굴없는 미녀>를 연출한 김인식 감독의 신작이다.
'그녀의 비밀정원' 두 형제와 한 여자 의 엇갈린 사랑,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집요하게 다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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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미리암(레일라 벡티)은 복직을 앞두고 자신의 두 아이를 돌봐줄 보모를 구한다. 음악 프로듀서인 남편 폴(앙투안 라이나르츠)과 함께 보모 면접에 나선 미리암은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루이즈(카린 비아르)를 만나게 된다. 경력과 열정 모두를 갖춘 중년 여성 루이즈는 집안일과 육아를 훌륭히 해내며 미리암 부부를 만족시킨다. 아이들 또한 루이즈를 잘 따른다. 처음엔 육아법에서 작은 갈등이 있었지만, 점차 루이즈는 미리암의 가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미리암은 마음 놓고 자신의 직장 일에 집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리암은 아이의 몸에서 이빨 자국을 발견한다.
2016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레일라 슬리마니의 소설 <달콤한 노래>를 영화화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비극적 결말을 던진 후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되짚어보는 원작 소설과는 다소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돼 스트레스를 받던 미리암이 보모를 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스릴러로서의 외
'퍼펙트 내니' 공쿠르상을 수상한 레일라 슬리마니의 소설 <달콤한 노래>를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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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 강수연 박사(반민정)는 병동의 환자들을 세심하게 돌본다. 대형교회의 목사였으나 현재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쓸쓸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말기 대장암 환자 민두홍(이종국), 부모에게 깊은 상처를 입은 18살의 피부암 환자 서지인(이경민), 말기 간암 환자인 아버지 장철구(최용진)를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하고 선뜻 용서하지도 못하는 소년 장기현(안도규) 등 병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채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강 박사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거나 작은 소원을 들어주며 곁에서 힘이 되어준다. 어느 날은 지인과 함께 병원을 빠져나가 밤거리를 신나게 돌아다니기도 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의 애틋했던 시간도 잠시, 쓰러졌던 강 박사가 정신을 차려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 <특별시 사람들>(2009)을 연출했던 박철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호스피스 병동의 말기암 환자들과 의료진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큼‘죽음’이
'대전 블루스' 호스피스 병동의 말기암 환자들과 의료진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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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치이고 가족들에게는 무시당하는 중년 남성 이누야시키(기나시 노리타케)는 어느 날 밤 공원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자신을 향해 추락하는 것을 본다.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온 이누야시키는 자신의 몸이 기계로 변해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어가는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고, 병원에 들어가 환자들의 병을 치료해준다. 한편 이누야시키와 함께 공원에 있었던 고등학생 히로(사토 다케루) 또한 자신의 몸이 기계로 변한 뒤, 자신이 살상병기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가 새로운 가정에서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분노한 히로는 화목한 다른 가족을 몰살한다. 이 가족 몰살 사건의 범인이 히로라는 것이 밝혀지자, 언론은 히로의 어머니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히로의 어머니는 자살을 선택한다. 이성을 잃은 히로는 무차별 대량 살인을 시작하고, 이누야시키는 살인을 막기 위해 히로를 찾아간다.
<간츠>의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두 사람의 변화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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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윤식과 함께한 영분(정은경)은 그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다시 혼자가 된다. 영분은 새롭게 시작하고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고향 태백으로 돌아간다. 햇빛 모텔에서 청소 직원으로 일하며 새 삶을 이어가던 영분은 자신이 버린 딸 한희(장선)가 여전히 태백에 거주하고 있으며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한희는 태백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고 있다. 딸이 그리웠던 영분은 결국 한희의 필라테스 학원으로 찾아가는데 정작 한희는 그런 영분을 알아보지 못한다. 얼떨결에 영분은 한희의 권유로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한다. 수업이 진행되며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영분은 한희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기도 하고, 한희 몰래 밤늦게 필라테스 학원 홍보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기도 한다. 어느새 둘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속이야기를 내보일 수 있는 관계로까지 발전한다. 그러던 중 한희는 자신이 붙이지 않은 지역에까지 학원 홍보 전단지가 붙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단지를 수거하
'바람의 언덕'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후 딸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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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몽> 제작 경성촬영소 / 감독 양주남 / 상영시간 48분 / 제작연도 1936년
영화 <미몽>이 담고 있는 1930년대 중반의 식민도시 경성은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인식해온 일제강점기의 모습이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나라 잃은 울분과 슬픔 따위는 잊은 지 오래인 것처럼 보이고, 자동차와 기차 같은 서구 근대 문물이 만들어낸 속도감에 이미 익숙한 듯 행동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비싼 옷을 찾아 헤매는 ‘데파트’(백화점)로 시작해, 어른들의 욕망이 오가는 카페와 호텔 장면까지 보고 있자면, 소비문화를 탐닉하는 수준이 아니라 데카당한(퇴폐적인) 공기까지 감지된다. 영화는 사람들의(무)의식적 욕망을 포함해 당대의 사회문화를 기록하고 반영하는 매체라는 말을 고려한다면,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식민지의 풍경이 전혀 거짓된 묘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아가 가장 대중적인 동시에 가장 정치적인 매체라는 영화의 본질에 이르면, 이 영화의 층위는 좀더 복잡해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제국의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신파극 '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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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건즈 아킴보', 우승 상금이 십 만 달러?!
[정훈이 만화] '건즈 아킴보', 우승 상금이 십 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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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한데 모이기 힘든 배우들이 한 작품에서 만난다. 이들이 <관상>(2013) <더 킹>(2016)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에 출연하기로 알려지면서 <비상선언>은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영화계 안팎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이 작품은 워낙 철통 같은 보안 탓에 “항공 재난 영화” 정도로만 알려진 상태다. 평소 정치적, 사회적 감수성이 예민한 한재림 감독이 만든 재난영화라면 재난을 단순히 전시하진 않을 것 같다. <씨네21> 1252호에 실린 한재림 감독의 단독 인터뷰는 <비상선언>이 어떤 재난 영화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 몇 가지를 던져주었다. <비상선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씨네21> 1252호 씨네인터뷰 ‘항공재난영화가 온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힌트 1. 비행기 안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는 재난영화다.
인터뷰 내내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이병헌,전도연,김남길의 항공재난영화 '비상선언'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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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사파리>를 쓴 래퍼이자 활동가이자 작가인 대런 맥가비는 이 책을 마무리하던 즈음 2017년 6월 14일 런던 서쪽에 위치한 고층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사건을 접했다. 그는 그렌펠의 주민들이 꾸준히 화재위험을 경고했으며, 그들이 화재 후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대해 의문을 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렌펠의 모든 것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사실도. 빈곤의 풍경. 그는 “생각하고 말하고 글 쓰는 방식에서 나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내 어휘, 내가 평생토록 수집해온 말들을 전방위로 사용하려 한다”면서, 책 한권을 끝까지 읽을 수 없다고 자신을 설명하고 있다. “교과 과정이 내가 사는 동네나 내 경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가식적인 상층계급의 허튼소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챕터는 스코틀랜드의 유일한 여성 전용 교도소 콘턴베일이다. 맥가비가 빈곤계층 백인 남성으로 느껴왔던 사회의 무관심에 더해 여성이라는 차별을 한겹 더 경험했을 사람들이 있는 곳이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가난 사파리>, 폭력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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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 영분(정은경)은 어릴 때 두고 떠난 딸 한희(장선)가 운영하는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충동적으로 찾아간다. 그러곤 차마 자신을 엄마라고 밝히지 못하고 필라테스 회원권만 끊는다. 사정을 모르는 한희는 영분의 팔을 잡으며 같이 운동하자며 웃는다. 따라 웃는 영분에게 무언가 씁쓸함이 남는다. 엄마와 딸.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연결고리. <바람의 언덕>의 포스터는 영화의 시작처럼 한없이 밝게 웃는 딸과 미묘한 표정이 걸린 엄마가 서로 몸을 포갠 모습이다. 포스터에 “엄마와 딸의 인생이 만나는 <바람의 언덕>”이라는 카피를 쓴 최유리 아워스 실장은 “엄마와 딸 사이지만 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관객이 포스터를 봤을 때 엄마와 딸인지 모호할 수 있어서 쓴 카피”라고 설명했다.
10년차 영화 마케터 최유리 실장은 <바람의 언덕>이 어떻게 탄생을 준비하게 됐는지부터 시작해서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박석영 감독의 전작 <재꽃>으로
최유리 아워스 실장 - 영화에 홀린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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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적도 없는 형제자매가 수십명?
<올모스트 패밀리> 웨이브: 4월 17일
친구에게 나와 같은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일면식도 없는 형제자매가 수십명에 이른다면? 드라마 <올모스트 패밀리>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가정이 현실로 벌어졌을 때 생기는 일을 그린다. 노벨상 후보로 오를 만큼 인공수정의 권위자인 레온 베클리는 수많은 난임부부들에게 기적을 선물하고 가족을 만들어준 산부인과 의사다. 그를 도와 베클리 병원을 운영하는 딸 줄리아(브리타니 스노)는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레온 베클리가 자신의 정자를 인공수정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힌다. 어린 시절부터 줄리아의 친구로 함께 자란 변호사 이디(메갈린 에치쿤워크), 스타 체조선수였던 록시(에밀리 오스먼트), 베클린 클리닉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결과, 자신들에게도 레온 베클리의 피가 섞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는다.
<올모스트 패밀리>
[이주의 스트리밍] '올모스트 패밀리' '체인지 디바' '인어왕자: 너를 만지다' '타이거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