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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들은 왜 이렇게 영화랑 관련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느냐고 하는데, 영화랑 관련된 거 보고 싶으면 <씨네21>을 읽으세요!” (<씨네마운틴> 스페셜 2편 중 장항준 감독) 팟캐스트 방송 <씨네마운틴>은 제목 그대로 영화라는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토크를 시작하지만 계속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대부>의 원작 소설 작가 마리오 푸조가 태어난 1920년부터 시작하다가 용훈이의 셋째 형 용필이 형이라든지 차승재, 장원석, 강우석 등 충무로 영화인들에 대한 ‘썰’로 이야기가 급회전한다. 최근 <박하사탕> 회차를 녹음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모인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대표를 만났다. <씨네마운틴>처럼 가끔 샛길로 새기는 했지만, 끊임없이 웃음이 터지는 수다 속에 잔잔한 감동이 있던 시간을 전한다.
-먼저 컨텐츠랩 비보에 축하할 일이 있었다. 지금의 회사를 있게 한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이나 최근의 &l
[인터뷰] 화제의 팟캐스트 '씨네마운틴'의 장항준 감독, 송은이 컨텐츠랩 비보 대표를 만나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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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은 <매트릭스>의 해였다.
TV 속 연예인들은 너도나도 키아누 리브스 흉내를 내며 허리를 뒤로 꺾었고, 캐리 앤 모스처럼 학다리 자세로 허우적댔다. 광고부터 시트콤까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카메라 효과와 총알 따라 물결이 번지는 CG가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밤거리는 검정 가죽옷과 롱코트에 점령당한 상태였고.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해킹 전문가를 뉴스 시간에 불러다놓고는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나면 가상현실 속에서 벽을 타고 달리는 게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문답을 주고받는 모습을 본 것도 같다. 영화 속 명대사처럼, 정말이지 매트릭스는 어디에나 있었다.
상영 시간 내내 폼 잡는 대사와 상징물이 가득한 탓에 아는 체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매트릭스와 성경과 데카르트와 장자를 엮어가며 썰을 풀기 바빴다. 빨간 약과 파란 약 중에 무엇을 고르겠냐는 질문도 지겹도록 들어야 했고. 믿기지 않겠지만 매트릭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애정의 향연, 연대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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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끔찍했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최근 많이들 읽으셨을 것 같아 다르게 써보려고 노력해보았다. 이 정도의 경험에 끔찍이라는 단어를 갖다 써도 되나, 하고 자기 검열도 해보았다. 정초 첫 연재부터 칙칙한 얘기를 써도 되나, 하고 고민도 되었다. 아, 또 예술가들이 힘들다고 하는구먼, 하고 읽는 사람이 피로감을 느끼면 어쩌지 걱정도 되었다. 그렇게 저 한 문장에 한나절을 매달려 있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맞추다 보면 ‘아, 예, 저는 뭐 괜찮습니다, 파이팅’이라는 말밖에 못하겠다 싶어서 그냥 두기로 했다. 그래, 끔찍했다!
참 시간이 많은 12월이었다. 준비해야 할 공연도 없었고 일도 없었고 약속도 없었다. 그럼 좋은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대청소도 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충만한 마음은 시간이 많다고 자동으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넘쳐나는 시간 동안 조금 신기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건 내 머리속의 서랍이었다. 그 서랍 안
[오지은의 마음이 하는 일] 나와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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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 앤 뷰티풀> 개봉 당시, 어느 인터뷰에서 프랑수아 오종은 “성매매에 종사하고자 하는 많은 여성들의 판타즘을 건드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의 인터뷰어는 왜 하필 ‘욕망’과 연계되는지를 물었고, 이에 감독은 “섹스의 객체가 되는 것은 추정컨대 매우 분명한 무언가가 있는 경우다”라고 답했다. 한동안 나는 이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두 가지로 그의 대답을 이해했다. 먼저 감독이 설명하듯 인물을 움직이게 만드는 감정의 속성 중에는 분명 ‘수동성의 부류’라 언급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다만 영화가 극단적으로 특정한 상황에 몰두하기에 이해가 난해할 따름이다.
둘째로 섹슈얼리티 자체가 간접적인 목적으로서 이를테면 추상적 ‘자본의 영역’에 귀속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두 번째가 더 흔한 추론일 것이다. 하지만 <영앤 뷰티풀>의 캐릭터는 두 번째 추정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마린 백트가 연기하는 17살
프랑수아 오종의 '썸머 85'가 절망에 빠진 세계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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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부당하게 하청 업체에 파견된 정은(유다인)이 영화의 감정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영화다. 오정세가 연기하는 막내는 정은의 하청 업체 동료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은이 서서히 의지하게 되는 대상이다. 크게 감정을 드러내는 법 없이 묵묵히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막내의 모습은 오정세의 단단한 내공 덕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인상을 남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왜 신뢰할 수밖에 없는 배우인지를 증명한다.
-배우 오정세의 존재감이 만개하고 있다. 지난해엔 상도 많이 받았는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배우상도 수상했다.
=아직도 상을 받고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게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럼에도 2020년은 과분한 사랑을 받은 해였고, 그 사랑을 한꺼번에 다
[인터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오정세 - 잘해야지, 이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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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대신 박 대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정은(유다인)은 해고 통보에 가까운 발령으로 원청에서 하청 업체로 떠밀린 상황에서조차 이름보다 직함으로 더 자주 불린다. 정은 자신 또한 본연의 ‘나’를 잊고, 그 명칭을 지키는 일에 더 몰두한다. 이제 그를 그 자신으로 기억해주는 사람들은 곁에 없다. 하지만 그의 절실함을 알아본 동료 막내(오정세)의 도움으로, 정은은 또다시 자신을 밀어낼지 모르는 송전탑의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디뎌본다.
한명의 인간으로서 거절당하지 않고 내 자리를 만들기 위해. 큰 눈으로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가도 서늘한 목소리로 자신의 비밀을 말해줄 것 같은 배우 유다인은 “관객이 정은의 감정을, 정은을 연기하며 내가 느낀 감정을 다 이해할 것만 같다”라며 영화가 위로가 되길 원한다고 전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 일상 브이로그와 책 추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혼자
[인터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 - 배우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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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유다인과 오정세는 푸른 작업복을 입고 송전탑에 오른다. 고요한 송전탑 위 세계는 감전되어 죽고 추락해서 죽는, 두번의 죽음이 기다리는 위험천만한 세계다. 유다인이 연기하는 정은은 해고에 가까운 하청 업체 파견 근무를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려 애쓰는 인물이고, 오정세가 연기하는 막내는 정은의 하청 업체 동료로 퇴근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대리운전 일까지 소화하며 악착같이 생계를 꾸려가는 인물이다. 결코 반가운 환경에서 만난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진심을 알아채곤 서서히 서로의 안전을 걱정하게 된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유다인이 보여주는 단단한 의지의 시선과 오정세가 보여주는 무심한 듯 따뜻한 시선이 오래도록 가슴에 머무는 영화다. 촬영 현장에서 조용히 척척 호흡을 맞추던 유다인과 오정세의 두눈에서도 따스한 빛을 읽을 수 있었다.
[인터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오정세 - 단단하고 따뜻한 시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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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이크 숏이 인상적인 영화 두편이 올해와 지난해 초 우리 곁을 찾았다. 한편은 위기에 빠진 극장의 구원투수가 될 임무를 안고 달렸고, 다른 한편은 OTT 플랫폼의 품에 무난히 안겼다. 지켜지고, 지속되길 바라는 외침이 가득한 롱테이크 속에서 우리는 각자 무언가를 버틴다.
눈에 비친 희박한 공기
<그녀의 조각들>의 롱테이크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조각들’이라 명시된 제목을 배반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의 조각들>은 롱테이크를 주된 형식으로 가져가기보다는 특정 장면에 두드러지게 사용한다. ‘왜 롱테이크로 보여주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롱테이크 시퀀스는 마사(바네사 커비)의 출산이다. 출산 장면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다. 가정 출산을 결심한 마사가 느끼는 산통, 예정된 조산사 바바라와의 어그러진 약속, 그를 대신한 다른 조산사 에바(몰리 파커)의 등장, 병원에서의 분만을 권하는 남편 숀(샤이아 러버프), 침실에서 진행된 분만과
영화 '그녀의 조각들' 눈에 비친 희박한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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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슈퍼히어로가 탄생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경이로운 소문>은 초능력을 지닌 ‘카운터’들이 통쾌하게 악귀를 처단하는 히어로물이다. 카운터들은 악귀를 잡으면서도 직접 국숫집을 운영하고 김장을 하는 등 생활밀착형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형 히어로’라는 애칭을 얻었다. 기존 히어로물과 차별화된 매력을 가진 <경이로운 소문>은 지난 1월 10일,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각본을 쓰고 <미스터 주부퀴즈왕> <0.0MHz>,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 등을 연출한 유선동 감독은 “영상, 연극, 웹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것이 <경이로운 소문>을 작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한다.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두고 후반작업에 여념이 없는 유선동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뱀파이어 검사> 시즌2 이후 8
'경이로운 소문' 유선동 감독 - 링에 오르듯 엘리베이터 액션 신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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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리틀빅픽처스는 <미스터 주> <저 산 너머> <소리꾼> <이웃사촌> 등을 개봉하고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로 보내는 역사적인 선례를 남겼다. 다양성영화, 중소 규모의 영화에 주력하는 투자배급사의 사정이 얼마나 열악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가운데 권지원 리틀빅픽처스 대표는 “CGV아트하우스가 사업을 접는 등 독립예술영화의 투자배급을 진행할 수 있는 회사 자체가 줄어든” 시장의 판세가 끼칠 악영향을 함께 우려했다. 이처럼 암담한 상황에도 지난해에 <애비규환>, 올해 개봉이 예정된 <세자매> 등 관객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청량한 영화들을 꾸준히 선보이는 행보야말로 리틀빅픽처스의 저력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미스터 주> <저 산 너머> <소리꾼> <이웃사촌> <애비규환> 등 여러 작품을 극장 개봉했다. 실적은
권지원 리틀빅픽처스 대표 - 리틀빅만의 방향성은 지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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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하 메가박스)의 영화들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는 <자산어보> <킹메이커> <교섭> <대외비> <유체이탈자> <범죄도시2>로 라인업을 잘 꾸렸지만,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본부 본부장은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한국 영화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메가박스의 상황이나 실적을 정리한다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2월에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개봉을 일주일 미뤘는데 개봉주에 신천지발 확산이 시작돼 결국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다. 8월엔 <오케이 마담>을 개봉했는데 8·15 집회가 터졌다. <자산어보> <킹메이커> <유체이탈자> 같은 영화의 개봉을 미루면서 지난해엔 피해가 컸다. 최종 결과표를 받았을 땐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개봉일을 잘못 정했나? 열심히
이정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사업본부 본부장 - 극장 정상화 기다리며 새로운 파트너십을 늘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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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가 지난해 극장 개봉시킨 영화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우선 코로나19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던 2월 중순에 개봉한 장유정 감독의 <정직한 후보>는 15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7월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380만명 관객을 불러모았고, 현재 일본에서도 흥행 중이다. 나름대로 위기를 잘 헤쳐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NEW 영화사업부의 수장 김재민 대표는 그럼에도 2020년을 “잃어버린 1년”이라고 칭했다. “2021년은 2020년과 2022년 사이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는 해”가 될 것이란 설명과 함께 김재민 대표로부터 NEW 영화사업부의 조직 개편 소식까지 속속들이 들었다.
-<반도>가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원더 우먼 1984>를 제치고 외화 1위로 선방 중이다. 해외 시장에서 4800만달러(약 526억원)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는데, <반도>의 해외 흥행 요인은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자국 영화나 애니메이션
김재민 NEW 영화사업부·콘텐츠판다 대표 - 우리가 가진 작품들의 유통 영역을 더 넓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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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쇼박스는 첫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남산의 부장들>로 좋은 스타트를 끊었지만, <싱크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사흘> <휴가> <야차> 등이 개봉을 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으나 쇼박스의 미래를 위한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상윤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은 “지금의 혼란스런 상황이 가져온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얼굴이 될 수 있다”라며 회사가 변모할 방향을 전해줬다.
-지난해 쇼박스의 성적을 자평한다면.
=작품 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남산의 부장들>은 상당히 좋았고, <국제수사>는 좀 아쉽다. <이태원 클라쓰>는 쇼박스 첫 드라마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해 다른 후속작을 바로 내지 못했다.
-<남산의 부장들>과 <국제수사>가 넷플릭스에 서비스되고, 쿠
이상윤 쇼박스 투자제작본부 본부장 - “역량을 보여줄 틈새는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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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히트맨> <#살아있다> <강철비2: 정상회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개봉시켰고, 이중 세편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올해는 <모가디슈> <한산: 용의 출현> <인생은 아름다워> <해적: 도깨비 깃발> 같은 대작부터 <자백> <기적> <싱글 인 서울> <아이> 같은 영화들이 대기하고 있다. 영화는 늘었고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정경재 롯데컬처웍스 콘텐츠사업 부문장의 말에선 자사 콘텐츠에 대한 믿음이 느껴졌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들이 선전했다.
=2020년에 개봉 준비했던 작품이 7편이었다. 그중 텐트폴 영화 세편인 <모가디슈> <보스턴 1947> <인생은 아름다워>는 개봉을 연기했고 나머지 네편은 계획대로 개봉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강철비2: 정상회담>은 아쉽게 손익분
정경재 롯데컬처웍스 콘텐츠사업부문장 - 확장성 있는 IP를 우선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