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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이탈리아가 몸서리치고 있다. 3월 5일 이탈리아 전국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4일 뒤부터는 전국에 적색경보가 내려지면서 영화관을 비롯한 모든 상업 활동과 야외 활동이 중단됐다. 이탈리아 박스오피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이유다. 외출 통제령과 동시에 로마 시내 거리는 말 그대로 텅 비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길을 경호원도 없이 걸으며 기도했다. 한 노인은 외출 금지령으로 인해 2층 창문에서 줄을 내려 반려견을 산책시키기도 했다. 감옥에 있는 죄수들의 외부인 면담이 중단되면서 탈출을 시도한 죄수들이 붙잡혀 죽기도 했다. 연일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신문 부고란은 10페이지 이상 사망자 이름으로 빼곡 채워지고, 화장터는 만원이라 시신은 화장을 위해 대기 중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집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이탈리아인들에게 공동의 작업 또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은 예술인들의 소식으로 전달된다. 오후 6시에는 음악을 크게 틀거나 창문 밖
[로마] 이탈리아 영화인들, 생존과 자가격리 주제로 다양한 작업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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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지역사회에서 명망을 쌓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이 곁에 있는 삶. 완벽하다고 여겼던 세계가 완벽한 기만이었음을 알게 된 지선우(김희애)는 외도한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가슴에 의료용 가위를 꽂는다. 선우의 상상 속에서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보며 선우가 느끼는 환멸에 공감하는 한편, 완벽함의 기준에 의문이 생겼다. 비에 젖은 양말을 현관에서 벗기 귀찮아 거실에 발도장을 찍고 다니는 남자. 조리 중인 갈비찜을 꺼내 쩝쩝거리며 뜯어먹더니 식탁에 흘린 양념 국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손가락만 춥춥 빨아대는 태오가 외도하기 전엔 괜찮았단 말이야?
원작의 남편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에서 방영한 <닥터 포스터>를 같이 보았다. 무능하긴 매한가지. 저쪽은 그래도 가사 노동과 아들 양육에 참여한다. 집을 나가라고 트렁크를 싸놨더니 만취해 기어들어온 태오가 ‘꿀물’을 달라고 했던 장면이 원작에선 그냥 ‘물’이다. 느릿한 좀비도 이 땅에
<부부의 세계>, 거짓과 헌신으로 유지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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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직감적으로 잘해낼 수 있는 감각. 나는 이런 게 중요한 것 같다.” 심은우의 직감은 정확했다. 그가 선택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단 2화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연일 화제에 올랐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현서 역의 심은우는 단연 눈에 띈다. 현서는 선우(김희애)에게 바람피운 남편 내쫓으면 그만 아니냐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사랑해서 그렇다며 폭력을 일삼는 애인을 떨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런 현서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연기해내는 저 배우는 대체 누구일까. 호기심에 가득 찬 채로 만난 심은우는 생각보다 발랄하고, 예상보다 단단한 사람이었다.
-<부부의 세계> 방영 이후 반응이 뜨겁다. 이를 실감하고 있는가.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점점 생기고 있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실감나진 않는다. 다만 심은우 연관 검색어에 심은우 머리가 있어서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이 좋아하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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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 심은우 - 인물의 감정을 따라,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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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지내온 동생과 한집에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의 감독이자 동명의 책을 펴낸 작가. 영화에서 동생과 함께 노래한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를 앨범으로 발매했으며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에서 자신을 통과한 수많은 생각을 나눠온 크리에이터. 그런 장혜영 감독에게 지난해 10월부터 붙은 정치인이라는 새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카메라를 들고, 글을 쓰고, 가사를 읊으며 했던 이야기를 정치의 언어로, 더 분명한 결말을 향해 다시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21대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년 전부터 그래왔듯,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제도 보장 및 탈시설기본법 제정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영화인은 장혜영 감독이 유일하다. “<어른이 되면>의 감독 장혜영을 응원했던 팬들을 정치적 지지자로 바꿔내는 작업”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 영화의 언어를 정치의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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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선>은 선박의 블랙박스에만 있어야 할 데이터가 해상교통관제센터에서 발견된 점을 꼬집으며 세월호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영화다. 제작진은 스웨덴 군함선으로 위장한 유령선의 실제 좌표가 엉뚱하게도 중국 한복판에 있고,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를 조작해주는 전문인력들이 있다는 것을 추리하는 데 이른다.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쉽게 풀어내고자 한 시도가 엿보인다.
<유령선> 세월호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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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모토 다스쿠)와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의 관계는 어느 여름밤 나를 꼬집는 사치코의 따끔한 손길로 시작된다. 서로 적극적으로 구애하게 된 두 사람은 사치코가 나의 룸메이트 시즈오(소메타니 쇼타)와도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면서 삼각관계의 긴장을 갖기 시작한다. 괴로움은 흘려보낸채, 세계를 감각하기 바쁜 청춘의 긴 밤들이 밀도 있는 스케치로 그려지며, 필연적으로 다가온 여름의 끝자락도 섬세한 감정으로 마주한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세계를 감각하기 바쁜 청춘의 긴 밤들이 밀도 있는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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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민채은)는 엄마의 가출 후 더욱 심해진 아빠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도망친다. <설화>는 여성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한 여성의 절박한 변신을 그린다. 세상 밖으로 내몰린 여성이 남자들의 욕망과 대면하면서 바뀌어가는 과정을 스릴러의 틀을 빌려 묘사했다. 의도는 알겠지만 긴장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고 플래시백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밋밋하며 연출은 무디다.
<설화>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한 여성의 절박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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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인 레나(에브게니야 그로모바)와 지방 극단의 배우인 세르게이(알렉산드르 팔) 부부. 어느 날 레나는 세르게이에게 온 의미심장한 문자를 보고 남편이 극단 파트너와 외도 중이라 확신하고, 복수심에 불타 다른 남자들과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다. <피델리티>는 한 여성이 성적 금기를 깨부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는 배신감과 욕망이 복잡하게 얽힌 레나의 심경을 세밀히 탐구한다.
<피델리티> 한 여성이 성적 금기를 깨부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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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참전 용사였던 코슬로(조엘 킨나만)는 우발적인 범죄로 20년형을 받는다. FBI는 수감된 코슬로에게 비밀첩보원이 될 것을 제안하고 코슬로는 가족과 함께할 자유를 위해 이를 받아들인다. 코슬로는 FBI의 작전에 따라 마약 카르텔에 잠입해 정보를 캐낸다. 하지만 본거지 소탕을 앞두고 예정에 없던 경찰이 들이닥쳐 수년간 공들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상황이 꼬이자 마약 카르텔의 보스는 코슬로에게 책임을 물어 감옥의 마약 판매 루트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FBI 역시 또 다른 목적으로 감옥행을 압박한다.
<비밀정보원: 인 더 프리즌>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스리 세컨즈>를 원작으로 했다. 집필 과정에서 실제 범죄자의 체험담은 물론 교도소 내 마약 운반 실험 성공 사례를 녹여내 생생함을 더했다. <시카리오> <존 윅> 시리즈의 제작자가 참여한 이 영화는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경찰, FBI, 마약 카르텔
<비밀정보원: 인 더 프리즌>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경찰, FBI, 마약 카르텔 사이에 낀 첩보원의 위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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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살인범, 전과자 등이 게임 플레이어로 등장해 ‘죽거나 죽이거나’의 살인 게임을 벌이고, 그것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게임 스키즘. 실제로 누구 한명이 죽어야 끝나는 역겨운 살인 게임을 사람들은 환호하며 시청한다. 게임 회사에 다니는 평범하고 소심한 청년 마일즈(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스키즘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들을 향해 거친 악플을 남겼다가 아이피 주소가 털려 스키즘의 표적이 된다. 스키즘의 리더 릭터(네드 데네히)는 마일즈를 납치해 양손에 권총을 박아버린다. 졸지에 쌍권총잡이가 되어버린 마일즈는 스키즘의 게임 플레이어로 강제 소환되는데, 마일즈의 상대는 1 대 100도 거뜬한 킬링 머신 닉스(사마라 위빙)다. 설상가상 마일즈의 전 여자친구 노바(나타샤 류 보르디초)가 스키즘에 납치되면서 마일즈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영화의 기본 설정에 쉽게 동의된다면 <건즈 아킴보>는 자극적인 것에 죄책감 없이 열광하는 사람들을 화끈한 폭력으로 풍자하는 영화가 될 것
<건즈 아킴보> 자극적인 것에 죄책감 없이 열광하는 사람들을 화끈한 폭력으로 풍자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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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밤에는 노량진 고시원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준혁(김성철). 그는 SNS 계정을 통해 익명으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어느날 그의 계정으로 같은 고시원에 사는 여성이 고민 상담을 신청하지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준혁은 부탁을 거절한다. 얼마 뒤, 그 여성이 고시원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되고, 준혁은 그 자살에 자신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그때, 죽은 그 여성의 아이디로 준혁에게 메시지가 온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준혁은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친한 형 성민(이시언)과 함께 경찰에 찾아가 재조사를 요청하지만, 경찰은 이미 사건이 자살로 종결되었다며 그들의 요청을 거절한다. 그대로 넘어갈 수
없었던 준혁은 흥신소에 찾아가 조사를 의뢰한다. 흥신소 직원 누리(허가윤)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준혁은 죽은 여성에게 메시지를 보내온 계정이 수십명의 사람들에게 같은 메시지
<서치 아웃> 러시아에서 발생한 SNS 범죄 ‘Bluewhale’을 모티브로 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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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경마업계에 종사하는 페인가의 막내로 태어난 미셸 페인(테레사 팔머). 아기였을 때 엄마를 여읜 그는 9남매와 함께 어릴 때부터 말을 타며, 이미 기수 생활을 하는 언니와 오빠를 보면서 기수의 꿈을 키워간다. 기수였던 언니와 오빠들은 어릴 때부터 미셸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지만, 최고의 스승은 아버지 패디(샘 닐)다. 미셸은 결국 기수가 되지만, 처음부터 천재 기수는 아니었다. 끝없이 노력한 끝에 처음으로 지역 경기에서 우승한 날, 큰언니인 브리짓이 낙마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후 더 큰 무대에서 달리고 싶었던 미셸은 멜버른으로 가려 하지만 아버지 패디는 또다시 딸을 잃게 될 것이 두려워 자신의 밑에서 더 배워야 한다며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를 뒤로하고 미셸은 홀로 멜버른으로 떠나지만, 여자 신인 기수인 미셸에게는 말을 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처음으로 좋은 말을 탈 기회를 얻은 미셸이 1등으로 결승선에 들어온 뒤, 그는 바로 낙마하고 전신마비 상태가 된다
<라라걸> 멜버른컵 최초의 여성 우승자인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적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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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n번째 이별중>이별 통보를 막기 위해 현재 n번째 이별중인데…
[정훈이 만화] <n번째 이별중>이별 통보를 막기 위해 현재 n번째 이별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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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더릭 와이즈먼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뉴욕공공도서관(NYPL)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에는 리처드 도킨스를 필두로 수많은 지식인, 유명인이 등장하지만 모두가 이름 자막 없이 등장하고, 누구나 상황에 필요한 만큼의 분량을 받는다. 모두가 중요하다보니 3시간 26분이나 되는 이 다큐멘터리의 초반에는 도서관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용객으로 추정되는 이의 전화를 받는 장면이 있다. 수화기 너머에서 무슨 질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원은 “유니콘은 상상의 산물입니다. 실재하는 동물이 아니라고요”라고 한다. 아니 그걸 물어봐야 안단 말인가 싶은 동시에, 그런 질문을 해도 된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은 75년 전부터 뉴욕공공도서관에서 기록으로 보관해온 이용자의 질문지 중에서 가장 특이하고 재미있고 엉뚱한 106가지를 모은 책이다. 뉴욕공공도서관은 정보와 자료의 무료 이용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이곳을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답은 셀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