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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은 폐허에서도 매일같이 창고를 정리한다. 좀비 떼가 점령한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도 예외는 없다. <반도>의 631부대에서 성실히 루틴을 지키다가도 탈출 기회를 살피며 서 대위(구교환)를 따르는 김 이병(김규백)은 재난 상황에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이들이 있다면, 저자세를 유지한 채 그들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자리가 마련해준 일말의 인간성을 붙들고, 부러진 다리로 절뚝이는 김 이병을 연기한 배우 김규백은 3년 전부터 단역으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다 <반도>로 처음 관객에게 각인되었다. “많은 작품에서 주로 군인 아니면 포로였다”던 그는 영화를 보고 자신을 알아봐주는 관객이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 <반도> 촬영 마지막 날 연상호 감독과 찍은 사진을 올렸더라. 관객의 댓글에 하나하나 답글을 달았던데.
=관객이 나를 찾아보고, 댓글을 달아주는 게 신기하다. 들뜬 기
'반도' 김규백 - 과하지 않게 진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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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관능의 열기가 남아 있는 무덤 속으로 내려가고 싶다.” -앙드레 지드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트랜짓>을 보고 나서 덧붙이고픈 말은 많지 않다. 이 유연하고 매혹적인 영화 앞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오인과 매혹, 불안과 수치심, 우정과 연대, 고독과 외면, 갑작스러운 죽음과 지속되는 삶, 떠나는 것과 기다리는 것, 무엇보다도 파국적인 사랑에의 열망…. 어쩌면 그 모든 감정과 선택에 대해. 이토록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운용하는 영화의 리듬을 잊기 어렵다. <트랜짓>은 불투명한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다루면서도(영화 속 게오르그(프란츠 로고브슈키)가 읽는 바이델의 원고에 적힌 표현을 빌리면 “모두가 모호하고 끔찍한 일에 연루돼 있”는데도), 놀랍도록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가 전해주는 아름다움에 견줄 만한 동시대 영화의 다른 사례를 선뜻 떠올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의 유연한 아름다움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 밝혀내는 것 또한 까
'트랜짓', 얼굴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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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를 넷플릭스가 배급한다
<아폴로 10 1/2: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는 드론 애니메이션, 라이브 액션, CG를 혼합한 독특한 우주 애니메이션으로, 올해 51주년을 맞은 1969년 아폴로 달 탐사를 배경으로 한다. 잭 블랙, 재커리 레비, 글렌 파월 등이 출연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 전세계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7월 17일에서 8월 12일로 개봉일이 연기된 데 이어 <테넷>이 또 한번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개봉 잠정 연기를 발표한 워너브러더스는 미국보다 해외 시장에 먼저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허안화 감독, 배우 틸다 스윈턴이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명예황금사자상을 수상한다
틸다 스윈턴은 1991년 <에드워드 2세>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커리어 도약을 알
허안화 감독, 배우 틸다 스윈턴이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명예황금사자상을 수상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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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스튜디오
배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이 영화 <소울메이트>(가제, 감독 민용근)에 캐스팅됐다.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원작으로, 8월 촬영을 시작한다.
백그림 프로젝트MP
아이린과 신승호가 <더블패티>(감독 백승환)에 출연한다. KT가 투자·극장 배급하는 <더블패티>는 꽃미남 씨름선수(신승호)와 앵커 지망생(아이린), 두 청춘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창간호> <첫잔처럼> 등을 연출한 백승환 감독의 신작이다.
노회찬 재단, 명필름, 영화사 풀
고 노회찬 의원을 다룬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을 제작한다. 제목의 6411은 노 의원의 명연설인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에서 따왔다. <미스터 컴퍼니> <제주노트>를 연출한 민환기 감독이 연출을 맡고, 3주기를 맞는 내년 완성이 목표다.
아이린과 신승호가 '더블패티'(감독 백승환)에 출연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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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 프로젝트가 일반인 투자를 시작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크라우디’에서 진행하며 7월 22일부터 사전 등록이 시작되고 8월 10일부터 투자가 진행된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서비스 업체들이 음악저작권사용료 협의를 위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공동으로 협의를 요청했다
OTT 서비스 업체들이 결성한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는 지난 7월 21일 공문을 통해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저작권 보호 및 원활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음악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최대 이익을 실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2일,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돌비 시네마’가 국내 최초로 공식 개관했다
돌비 시네마는 영상 기술 ‘돌비 비전’과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 된 프리미엄 영화관이다. 코엑스점은 총 378석 규모이며, 오는 9월 메가박스 안성스타필드점에 돌비 시네마 2호점을 개관할 예정이다.
영화 '승리호' 프로젝트가 일반인 투자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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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팬데믹 상황에서 혐오를 멈추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회원들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혐오 범죄와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월 21일(현지시각) SAG-AFTRA는 온라인 토론회를 열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코로나19에 관한 누명과 외국인 혐오, 괴롭힘에 맞서야 한다”고 요구하는 공공서비스를 발표했다. 가브리엘 카터리스 SAG-AFTRA 사장은 “불행하게도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힘을 합치는 대신 몇몇 사람들이 희생양을 찾고 있다. 우리는 기피와 인종 프로파일링, 언어폭력, 심지어 신체적 폭행까지 포함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혐오 범죄가 놀라울 만큼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아무리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일지라도 인종차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같은 미국인이며 함께 이 일에 참여한다. 증오와 범죄 행위를 경험하거나 목격할 경우 해당 지역 사법기관에 신고하길 바란다”고 말
SAG-AFTRA, 아시아계 미국인 향한 혐오 범죄 강력 비판… 타임스 업, 애정 신 관련 조항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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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에서 기묘한 자료를 제시한 바 있다. 190억원대 제작비가 들어간 <반도> 손익분기점은 통상적 계산법으로 524만 관객이 된다. <반도>는 현재 총 185개국에 선판매된 데다, VOD 예상 수입도 전작 <부산행> 성과에 비춰 무시 못할 수준일 테니, 이를 감안해 손익분기점을250만명으로 제시한 것이다. 어이없는 계산법이다. 해외 선판매 수익을 포함시키는 것까진 그렇다쳐도, 아직 벌어들이지도 않은 VOD‘예상’ 수입까지 더해 손익분기를 산출하는 건 초유의 일이다.(-<스포츠월드> 7월 22일자 ‘기묘한 <반도>식 손익분기점’ 중)
NEW가 손익분기점을 250만명으로 산출한 과정부터 살펴보면 총제작비는 190억원으로, 순제작비 160억원과 홍보마케팅비용 3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이 경우 극장 매출을 기준으로 한 손익분기점은 약 540만명이다. 총제작비 190억원에서 해외 매출과 VOD 수입을 합친 약 100억원을 차감한
[김성훈의 뉴스타래] 손익분기점 집계 방식도 극장 매출 중심에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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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가 극장을 잠식한 상반기였다. 지난 7월 21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전체 극장 관객수는 총 3241만명으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극장 매출액 또한 2738억원으로, 2005년 이후 최저액이다. 이는 전체 관객수 1억932만명, 극장 매출액 930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상반기 최고 기록을 달성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약 7천만명, 6천억원이 감소한 수치다. 전체 흥행 순위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았다. 6월 24일 개봉한 <#살아있다>가 119만 관객을 모으며 8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제외하면, 전체 흥행작 상위 10위권 영화는 모두 2019년 12월에서 2020년 2월 중순 사이에 개봉한 작품이다. 2020년 1월 22일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2019년 12월19일 개봉한 <백두산>이 각각 1, 2, 3위를
영진위,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 극장 관객수와 매출액 2005년 이후 최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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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오누필름 / 감독 윤단비 / 출연 양흥주, 박현영, 최정운, 박승준, 김상동 / 배급 그린나래미디어 / 개봉 8월 20일
10대 소녀 옥주(최정운)와 어린 남동생 동주(박승준)는 집안 사정으로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 댁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게된다. 두 아이를 돌봐주겠다며 가끔씩 들르는 옥주의 이모까지 다섯 식구가 함께하는 이번 여름은, 옥주가 자신의 상처를 보듬는 동시에 또 다른 작별을 마주하게 되는 각별한 순간들로 하나둘 채워진다. <남매의 여름밤>은 윤단비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데뷔작으로 옥주를 비롯한 다섯 가족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남매를 연기한 최정운, 박승준 두 배우의 사려 깊은 호흡이 영화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이끌어간다. 지난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밝은미래상을,무주산골영화제에서 뉴비전상을 수상했으며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 선택상,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이미 유수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은 바 있는
[Coming soon]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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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읽다 보니 6개월 만에 이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나 싶을 정도로 지난 상반기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3241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관객수가 무려 7690만명 감소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최저에 해당하는 수치다. 관객수가 급감하며 개봉을 미루는 상업영화들이 늘어났고,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 등의 재개봉작들이 3, 4, 5월의 극장가를 견인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과 더불어 한국 극장가에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을 없애는 데 기여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사라졌으며, <닥터 두리틀>(4위)과 <1917>(10위)을 제외한 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10위권의 거의 모든 작품이 한국영화로 채워졌다. 극장 개봉에서 넷플릭스 공개로
[장영엽 편집장] 상반기를 결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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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음악이 삽입되면서 한국에서 인기가 급상승한 미국 밴드 크루앙빈. 2018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내한했으며 이듬해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단독공연을 매진시켰다. 이제 한국에서도 20, 30대를 중심으로 팝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밴드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크루앙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많다. 파보면 파볼수록 흥미로운 정보들로 넘쳐나는데 말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밴드 이름인크루앙빈(실제로는 ‘크룽빈’이라고 발음한다)은 비행기를 뜻하는 태국어 ‘เครื่องบิน’ 에서 나왔다. 드러머인 도널드 디제이 존슨과 기타리스트인 마크 스피어가 텍사스 휴스턴의 한 교회 가스펠 밴드에서 만난 게 팀의 시작이다. 베이시스트인 로라 리가 합류하며 크루앙빈이 완성됐다. 크루앙빈의 매력은 음악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의상에서 진짜 멋이 폭발한다. 로라 리는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그레이스 존스와 같은 위대한 뮤지션들의 무대
[Music] 청각의 멜팅 팟 - 크루앙빈<Morde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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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지만 독특한, 자유분방함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필자다. 오진우 당선자는 <씨네21> 영화평론상에 세 번째 응모지만 늘 처음 도전하는 심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면 영화의 스펙트럼을 크리스토퍼 놀란에서 오즈 야스지로까지로 설정하지 않나. 그렇게 분류하자면 나는 놀란에서 출발해서 오즈로 가는 중인 사람이다. 지금은 빔 벤더스의 <도쿄가>쯤 온 것 같다.”
-올해 심사위원들은 안정감보다는 모험심에 손을 들어주었다.
=<씨네21> 영화평론상에 응모한 건 2017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두번의 응모 후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 이론과에 지원했다. 내겐 입학시험이 이 일을 계속 해도 좋을지 아닐지에 대한 시험이었다. 다행히 합격하여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어릴 적엔 <씨네21> 기자가 되고 싶었고, 평론가는 뭔가 넘을
[제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수상자 오진우, "아무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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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청춘이 클럽에 있다. 이들은 힙합 공연도 보고, 테킬라를 샷잔으로 들이켜며 흥을 돋운다. 사치코가 먼저 플로어를 차지하고 뒤이어 ‘나’와 시즈오도 합류한다. 이들은 DJ 부스 앞에서 파란 조명을 받으며 하나가 된다. 푸르스름한 새벽이 되고 이들은 클럽 밖으로 나와 흩어져 걷는다. 땀과 피곤함에 전 이들은 전차에 몸을 싣는다. 사치코와 시즈오는 의자에 앉고 ‘나’는 이들을 바라보며 서 있다. 서서 졸고 있는 나의 얼굴 위로 햇빛이 비치고 ‘나’는 잠에서 깬다. 그는 시즈오에 기대서 졸고 있는 사치코를 바라본다. 클러빙 시퀀스 다음으로 영화는 방 안에 앉아 있는 ‘나’와 사치코의 모습을 몽타주한다. 섹스한 후, ‘나’는 담배를 피우고 사치코는 옷을 챙겨 입고 있다. 사치코는 거실로 나가려다 엎드려 있는 ‘나’의 위로 자신을 포갠다. 그러곤 그녀는 그에게 시즈오에 관해 묻는다. 이때부터 사치코의 마음속에 시즈오가 본격적으로 페이드인한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제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수상자 오진우 작품비평 - 사랑이라는 이름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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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주노초파남보. 가시광선의 끝자락에 ‘보라’색이 있다. 이 색의 바깥에서 출발한 보이지 않는 빛이 혜진을 감싼다. 그녀는 이를 피하고자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 위에 바른다. 차단제를 덧바른다 해도 태양은 계속 그녀 위에 있다. 이것이 <얼굴들>에 쌓인 첫 번째 레이어(layer)다. 이 영화의 제목에도 보이지 않는 레이어가 존재한다. <Possible Faces>. 그것은 가능성이며 영화가 묻고자 하는 질문과 연결된다. “<얼굴들>에서 얼굴(들)을 볼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얼굴(들)은 무엇인가?”
<얼굴들>은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고 느슨하게 몽타주한다. 영화엔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중심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타임 라인만 나열될 뿐이다. 독립영화의 팬 혹은 시네필이 아니라면 어쩌면 당황스러울 영화가 이 영화다. 왜냐하면 <얼굴들>은 서사보다 개념을 택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서사가 약화된 자리에서 자연스
[제25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 수상자 오진우 이론비평 - 이강현의 얼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