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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에서 굿즈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으로 관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는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마다 컨셉무비숍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를 운영한다. 5월 30일에는 창간 25주년을 맞은 <씨네21> 특집이 열렸다. 이날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펼쳐진 시네마 스토어에는 프로파간다의 수많은 굿즈를 비롯해 <씨네21> 과월호는 물론 <씨네21>에서 내놓았던 공중전화카드, 배지, 문구세트 등 추억의 굿즈들도 마련되었다. 과월호는 모두 5천원 균일가에 판매되었다.
무려 오픈 5시간 전인 오전 6시50분부터 기다렸다는 익명의 1번 손님이 <화양연화>로 한국을 찾은 양조위와 장만옥이 표지를 장식한 과월호를, 오전 8시부터 기다렸다는 최지원씨가 한석규 배우 표지가 실린 과월호를 구입했듯, 인기를 끈 잡지는 단연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의 것들이다. 최지웅 프로파간다 실장은 “1990년대 잡지를 굿즈처럼
컨셉 무비숍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에서 만난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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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곡 <Candy>의 전주를 듣는 순간 느꼈다. ‘이 앨범을 좋아하게 되겠구나.’ 투명하게 오르내리는 신스음 사이를 헤치고 나온 나른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존중해 그 appetite/ 날 선택하길 잠시 기다렸지/ 특별한 내가 될게/ 손이 가 손이 가게.’ 엑소의 메인보컬 백현의 두 번째 솔로작 《Delight-The 2nd Mini Album》(이하 《Delight》)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개의 명확한 목표 아래 능숙하고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는 믿음직한 앨범이다. 하나는 세련된 R&B 팝만 모아 담을 것, 또 다른 하나는 어디까지나 달콤할 것. 지난해 발매된 솔로 데뷔작 《City Lights》를 통해 R&B 장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표했던 그는 《Delight》에서도 역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퓨처, 어반, 얼터너티브 R&B들을 종류별로 골라 욕심껏 눌러담았다. 귓가에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R&B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그냥 지나
[Music] 요즘 리스너들을 위해 준비된 맞춤 사탕 바구니, 백현의 두 번째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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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파리 유학 후 프랑스인 남편과 헤어지고 한국을 방문한 미라(김호정)는 젊음을 함께했던 영화감독 영은(김지영), 연극연출가 성우(김영민)를 만나 재회의 시간을 보낸다. 부유하는 대화가 자주 향하는 곳은 2년 전 생을 달리한 후배 배우 해란(류아벨)과의 기억. 불쑥 틈입하는 과거의 편린에 시달리는 미라 앞에 해란과 똑 닮은 젊은 배우까지 나타나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파리에서 보냈던 사랑의 시간, 그리고 20년 전의 청춘을 유영하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인 <프랑스여자>는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이하 <청포도 사탕>) <설행_눈길을 걷다>를 만든 김희정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다. 고요한 표피 아래서 벌어지는 정신의 동요를 담아내는 그의 영화는 이번에도 굴절된 기억의 창을 통해 예술가, 여성, 연인, 친구로서 살아온 누군가의 내면 풍경을 엿본다.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은 사람의 고독과 노스탤지어가 작품 전반의 정서를 이룬다
'프랑스여자' 김희정 감독 - 여성 예술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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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보리>는 김진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밑거름이 된 작품이다.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를 둔 자녀)로서 ‘수어로 공존하는 사회’ 행사에 참석했던 그는 연사로 나온 현영옥 농인 수어 통역사가 “어렸을 때 소리를 잃는 게 소원이었고 그 소원이 이루어져서 농인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는 감독은 청력을 잃은 척 연기하는 소녀, 보리(김아송)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 보리는 청각장애를 가진 아빠, 엄마,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살며 어떤 외로움을 느낀다. “우리 가족이 1년 중 유일하게 다 함께 외출할 때가 단오장이었고, 영화에서처럼 장을 둘러보고 폭죽놀이도 보고 무언극 관노가면극도 봤다. 길을 잃거나 경찰서에서 자장면을 먹는 에피소드도 전부 실제 있었던 일이다.” 때문에 김진유 감독이 성장한 강원도 강릉이 촬영지가 되는 건 필연적이었다.
-‘장애’를 다루는 태도에 고민이 많았
'나는보리' 김진유 감독 - 있는 그대로의 농인을 보여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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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허물 없이 결백한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결백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불가능해 보인다. 영화 <결백>은 그 냉정한 시험대 위에 주인공 정인(신혜선)을 올려 보낸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남동생을 우선하는 어머니에게 실망해 고향 마을에서 야반도주했던 장녀가 유능한 변호사가 되어 돌아온다. 우연히 뉴스 화면에서 살인 용의자로 몰린 엄마의 모습을 목격한 탓이다. 치매로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화자(배종옥)의 무죄를 밝히고 싶은 정인은 그러나 사건을 추적해갈수록 원치 않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정의와 비밀 사이에서, 그리고 결백 앞에서 그는 이제 자신만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 오랜 시간 충무로 현장을 경험한 박상현 감독이 만든 첫 장편영화 <결백>은 혈연관계의 애증과 고착, 사적 복수라는 끈끈한 감정들에 기반해 법정 스릴러의 장르적 묘미를 추구하는 안정적인 솜씨를 보여준다.
-<결백>은 모녀의 드라마를 중심에 놓고 사법적 정의와 사적 복수에 대한 묵직한
'결백' 박상현 감독 - 엄마라는 존재에 현미경을 대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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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당(당직 세번)을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되기까지 겨울이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겠나.” 친한 친구 이야기를 하듯 배우 신현빈은 장겨울의 속내를 헤아렸다. 일반외과 교수 13명, 레지던트는 장겨울 한명. 그런 겨울을 두고 율제병원 동료들은 ‘진정한 갑’이라 부른다. 겉보기와 달리 한명뿐인 레지던트의 삶이 얼마나 고된지, 버티는 과정에서 장겨울이 어떻게 무뎌져왔는지, 신현빈은 프레임 밖의 시간들까지 모두 엮어 장겨울이라는 그림을 완성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미란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겨울. 판이하게 다른 두 인물이 남긴 강력한 인상은, 맡은 인물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 모든 것을 체화하려는 배우 신현빈의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세 작품을 선보일 정도로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중요한 변곡점”이라 정의한다. 잠시 숨고르기 중인 배우 신현빈을 만나 그가 걸어온 10년의 시간에 관해 물었다.
-장겨울
[액트리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현빈 - 자기답게,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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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동료들과 함께 펴낸 책 <원본 없는 판타지>의 본래 제목은 ‘불투명한 아카이브’였다.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한국 근현대 문화사를 새롭게 조명한 이 책은 공식 역사에서 비가시화·주변화된 장면들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미완의’ 혹은 ‘존재하지 않는’ 아카이브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애초의 제목을 단념한 것은 ‘불투명한 아카이브’라는 말이 ‘역전 앞’ ‘넓은 광장’ 같은 잉여적 표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자료의 누락과 해석의 공백으로 인한 가변성과 불완전성, 혼종성과 불투명성은 아카이브의 근본적인 성격 아닌가?
프랑스의 역사학자 아를레트 파르주는 먼지 쌓인 18세기 형사사건 기록을 뒤질 때 마주치는 곤경을 묘사한다. 이를테면 이름, 나이, 주소 등을 묻는 경찰의 무미건조한 질문에, ‘무지렁이’ 하층민들은 결코 간단히 답하는 법이 없다.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쓸 줄은 모르는 사람, 인쇄체 글자만 읽을 수 있는 사람, 이름을 쓸 줄 몰라 십자가 표시로 서명
불투명한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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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걷는 소년>의 기본 공간 배경은 제주도지만, 주인공인 김수(곽민규)를 중심에 놓고 좀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크게 세개의 장소, 그러니까 인력사무소, 서핑클럽, 김수의 집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저 너머에 이상향처럼 엄마가 살고 있는 중국, 하이난이 (엽서처럼) 있다. 거친 단순화를 용서한다면 공간적 배경으로만 놓고 볼 때 <파도를 걷는 소년>은 김수가 이 세 장소를 번갈아 헤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이주노동자 2세인 김수의 세계엔 원래 두개의 장소밖에 없었다. 엄마가 하이난으로 떠난 후, (혹은 그전부터) 김수는 인력사무소에서 일을 받아 외국인들을 불법이주시키고 취업을 알선해주며 수수료를 받아왔다. 그러다 (자세한 이유는 영화 속에서 설명되진 않지만) 어떤 폭력사건에 휘말렸고, 얼마 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또 다른 장소인 그의 집은 미루어보건대 엄마와 함께 살던 곳인데, 엄마가 떠나간 후 간신히 잠만 자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아마도 그는 바로 이
'파도를 걷는 소년'을 보고 남은 의구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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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가야 할 때가 있다, 라는 자명한 사실을 깨닫곤 한다. <사냥의 시간>을 만든 윤성현 감독의 마음도 그렇지 않았을까?
피상성의 시대에 남은 허망한 욕망
<사냥의 시간>의 준석(이제훈)과 그 친구들은 대만으로의 탈주를 꿈꾼다. 공교롭게도, <사냥의 시간>의 관람 이전과 이후에 본 영화 속 인물도 비슷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연희(전도연)는 신분을 감춘 채 일본으로의 밀항을 모색하고, 드라마 <인간수업>의 배규리(박주현)는 한국 반대편에 있는 호주로 탈출할 돈을 구하기 위해 부모를 협박한다. 그들이 여기가 아닌 저기 어딘가를 꿈꾸는 것은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사냥의 시간>의 대사를 빌려 이야기하자면, ‘지금, 여기’가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영화의 인물들은 빈 가방을 돈으로 가득 채운 채 각자의 열차에 올
'사냥의 시간' '인간수업'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인물의 선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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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중단된 할리우드는 어떻게 긴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을까? <버라이어티>는 지난 5월 21일 코로나19 이후 할리우드의 영화와 TV 제작 재개를 위해 만들어진 촬영장 안전 수칙 제안 백서를 입수해 일부를 소개했다. 30페이지 분량의 이 백서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직능단체인 감독조합(DGA), 배우조합(SAG-AFTRA), 스탭연맹(IATSE)과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 대표 등 5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지난 4월부터 논의해 작성했으며, 아직 이해관계자들의 승인을 모두 받지는 못했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규칙은 정부가 정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기는 했으나, 이를 참고로 최소 안전 기준의 초안이 만들어질 예정이라 백서의 내용에 큰 관심이 쏠렸다.
<버라이어티>가 엿본 백서의 내용은 이렇다. 사운드 스테이지를 포함한 모든 현장에 코로나19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상주시킬 것, 모든 제작진과 출연진은 촬영
[LA] 50인의 TF팀이 고안한 코로나19 이후 촬영장 안전 수칙 백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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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말한단다. 어째서 강요할까?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널리 나누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하는 걸까? 서열에 민감해 자신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 수그러드는 욕망은 답이 되지 못한다. MBC 드라마 <꼰대인턴>은 라면회사 ‘옹골’의 부장 이만식(김응수)의 아침 출근길을 통해 꼰대의 발언이 작동하는 심리적 맥락을 덧붙인다. 지하철에서 졸고 있던 청년을 호통쳐 일으켜 세웠던 만식은 청년이 몇 걸음 걷지 못하고 기절하자 “네가 이러면 내가 뭐가 돼”냐고 책망하고 큰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확신을 구하려 ‘요즘 것들’을 탓하는 상사가 있는 회사. 누군가에겐 지옥일 테다.
‘엔젤’ 혹은 ‘요정’으로 불리는 또 다른 상사가 있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말을 지겹게 들었던 그는 자신이 상사가 되면 반드시 근무시간에 회식을 하리라 결심하고 실천한다
'꼰대인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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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씨네21> 표지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배우 배종옥이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결백>이 개봉하면 꼭 배우 홍경을 인터뷰하라고. 선배 배우가 먼저 실력 있는 신인이라고 콕 집은만큼 기대하며 영화를 봤는데, 미리 찾아본 얼굴은 간데없었다. 큰 키에 해사한 표정을 한 배우 홍경은 등을 굽혀 엄마를 찾는 시골 청년 정수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정수는 똑똑한 누나 정인(신혜선)이 박차고 나간 고향 집에서 일찍이 늙어버린 엄마 화자(배종옥)와 함께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인물로, 10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자폐성 장애인. 자신의 기분에서부터 영단어 ‘새드’와 ‘티어스’를 연상해 툭툭 그 스펠링을 뱉다 아무렇지 않게 결정적 증언을 쏟아내는 그는 영화 속 인물들과 관객을 내내 긴장시킨다. “여성 인물들이 중심이 되는 서사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는 배우 홍경은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며 첫 도전을 되새겼다.
-<결백>을 촬영하는 동안 밤마다 박상
'결백' 홍경 - 초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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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역사의 용광로다. <백년의 기억>은 일제강점기부터 최근의 남북정상회담까지 100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외국인의 눈으로 펼쳐낸 다큐멘터리다. 6·25전쟁, 북한의 전쟁 재건, 박정희의 쿠데타, 김대중과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들을 단군, 주체, 통일, 지태, 금강, 계백 등 북한 태권도의 품새를 키워드로 재구성했다. 이동섭 북한 국가 기록영상 감독, 자성남 전 유엔 주재 북한 대사, 리종혁 최고인민회의 장군 등 쉽게 접하기 힘든 북한 고위 공작자들이 한반도의 주요 사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말하는 장면들은 사료로서 귀중한 가치를 띠는 동시에 흥미진진하다. <프론티어와의 전쟁>(2003)을 시작으로 <한반도, 통일은 불가능?>(2013) 등을 작업하고 한반도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의 신작이다.
'백년의 기억' 한국에서 100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외국인의 눈으로 펼쳐낸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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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성공한 노래 덕분에 지금까지 스타로 명맥을 유지하는 가수 그레이스(트레시 엘리스 로스)가 있다. 3년째 그의 막내 매니저로 일하며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매기(다코타 존슨)에겐 음악 프로듀서로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다. 영화는 새로운 앨범을 갈망하는 그레이스와 프로듀서로 데뷔할 기회가 간절한 매기의 기분 좋은 의기투합과 시스터후드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매기와 같은 초년생이 부딪치는 한계나 젊지 않고 여성이며 흑인인 그레이스가 부딪치는 벽을 간과하진 않지만 이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은 주저한다. 때문에 음악산업과 쇼 비즈니스에 대한 보다 날카로운 시선이 틈입할 수 있는 순간들이 나이브하게 봉합되는 점은 아쉽다. 다크차일드, 코린 베일리 래 등이 음악에 참여하고, 그레이스를 연기한 트레시 엘리스 로스가 주요 O.S.T를 직접 불렀다.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10년 전 성공한 노래 덕분에 명맥을 유지하는 가수와 매니저의 의기투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