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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으로 던져진 철제 관에 갇힌 채, 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익사했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여자. <올드 가드>에서 베트남 배우 베로니카 응오가 연기한 꾸인은 영생의 공포와 광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극강의 치유 능력을 지닌 불멸자 그룹에서 앤디(샤를리즈 테론)와 함께 가장 오래된 멤버인 그는 짧았던 행복의 기억을 대변하는 동시에 중세 마녀사냥의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상기시킨다. 어두컴컴한 물속에서 앤디를 부르짖으며 미쳐간 전사는 결국 <올드 가드>의 속편이 나온다면 그 재등장과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존재다. 샤를리즈 테론, 키키 레인과 비교하면 출연 분량은 적지만 세 여성의 삼각축을 굳건히 지지하는 베로니카 응오의 존재감으로 인해 그 기대는 더욱 믿음직스럽게 자리 잡는다.
노르웨이 국적을 취득한 베로니카 응오의 베트남 이름은 응오 타인 번. 10살에 이민을 간 후 20살에 미인대회 출전을 위해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와 배우, 가수, 모델
'올드 가드' 베로니카 응오 -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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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북한 김일성 주석궁과 <검사외전>의 교도소를 만든 박일현 미술감독이 새롭게 도전한 영화적 공간은 비행기다. 이는 미영(엄정화) 가족이 하와이행 비행기 안에서 겪는 소동을 다룬 코믹 액션영화 <오케이 마담>의 주요 무대다. 항공학과 실습실을 둘러보았으나 부족하다고 판단한 박일현 미술감독은 보잉777의 부품을 사와 실제 비행기와 똑같은 세트를 제작했다. 복고와 빈티지를 키워드 삼아 ‘에어 하와이’의 로고를 디자인하고, 승무원 캐릭터에게 빨간 유니폼을 입혔다.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복고적”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90년대의 느낌이 났으면 했고 영화미술적으로는 경쾌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한다. 미영 가족은 그의 말대로 마치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절처럼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느낌 속에서 하와이 여행을 떠난다”. 영화 배경의 70~80%가 비행기 내부라면 나머지는 미영이 살아가는 아파트다. “시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생활하는 그 나이대 서민의
'오케이 마담' 박일현 미술감독 - 현실과 낭만의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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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이 함께 진행 중인 히든픽처스의 8월 선정작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히든픽처스는 독립예술영화와 관객의 소통의 장을 넓히고자 숨은 명작들을 발굴하고 관객에게 알리는 독립예술영화 온라인 유통지원 사업이다. 8월의 히든픽처스는 시대를 조망하고 힘겨운 일상을 위로해줄 개성 만점의 영화 11편(장편 1편, 단편 10편)으로 꾸려졌다. 8월 히든픽처스는 7월 30일(목)~8월 28일(금)까지 LG U+tv 히든픽처스 특집관과 U+모바일tv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장마와 무더위로 지쳤다면 이제 영화 속으로 휴가를 떠나보자. 영화를 향한 모험, 영화를 통한 휴양은 계속된다.
[장편]
<우리 손자 베스트> 감독 김수현 출연 동방우, 구교환, 김상현 제작연도 2016년
시대의 단면을 예리하게 담아낸 영화는 간혹 예언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수현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우리 손자 베스트>는 2016년 한국 사회 밑바닥에 쌓여가던 문제들
[8월의 히든픽처스] 영화로 떠나는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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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서비스 9개월 만에 가입자 6050만명을 돌파했다
2024년까지 6천만~9천만 가입자 달성이라는 당초 목표를 코로나19로 인해 4년 앞당겨 이뤄냈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월트 디즈니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42% 감소한 117억 7009만달러를 기록, 2001년 이후 19년 만에 적자를 냈다.
조던 필이 설립한 몽키포 프로덕션이 <싱크홀>을 제작한다
레이나 크로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가족 드라마 <싱크홀>은 10개의 스튜디오가 경쟁한 끝에 유니버설이 배급을 맡는다. <싱크홀>은 젊은 가족이 이사온 집 마당에서 무엇이든 고치는 신비한 구멍을 발견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뮬란>이 북미 극장 개봉을 포기했다
유역비가 주연을 맡은 실사영화 <뮬란>은 9월 4일부터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와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 디즈니+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공개된다. 한국을 포함해 디즈니+가 서비스되
'뮬란'이 북미 극장 개봉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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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스튜디오
배우 이병헌·박서준·박보영이 엄태화 감독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가제) 출연을 확정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국아파트 생존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카카오M
드라마 제작사인 바람픽쳐스를 인수했다.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을 비롯해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 <의형제>의 장민석 작가 등과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명필름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영화 39편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8월 26일까지 콘텐츠웨이브, 카카오페이지, 예스24 등 총 5개 플랫폼에서 <접속> <후아유> 등의 대표작이 서비스된다.
배우 이병헌·박서준·박보영이 엄태화 감독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 출연을 확정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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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8월 3일부터 자사의 IPTV 올레tv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올레tv 고객 중 넷플릭스 콘텐츠 이용을 원하는 사람은 기존 요금제에서 추가 결제해야 한다. 기존에 따로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던 고객이라면 올레tv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바로 IPTV로 시청할 수 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여성 영화인 지원 프로젝트: 코로나 시대, 서로를 보다’ 최종 상영작 50편을 선정했다
여성영화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여성 영화인들의 활동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코로나 시대, 서로를 보다’라는 주제로 1분 이하의 영상 공모전을 실시했다. 선정작 50편은 오는 9월 10일에 열리는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묶어 상영된다.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제17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가 열린다
상영작은 EBS 1TV와 VOD 서비스 ‘디박스’(D-BOX)를 통해 상영된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네마프)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제17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가 열린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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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달여간 진행했던 영화관 입장료 할인권 지원사업이 inside CGV와 롯데시네마에 대부분의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시행한 영화관 입장료 할인권 지원사업 78억4천만원(132만8천장) 중 61억9천만원(103만7천장)이 사용되었지만, 이중 73.1%(75만7천장)가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사용됐다.(-유정주 의원실 보도 자료 ‘영진위 영화관 할인권 지원사업 80억원은 대기업 지원사업?’ 중)
유정주 의원실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영진위는 사전 할당을 통해 CGV에 38억 4천만원(49.0%)을, 롯데시네마에 22억6천만원(28.9%)을 각각 지원했다. 반면 중소영화관(비계열영화관) 16곳에는 4만1천장(3.1%),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18곳에는 2만장(1.5%)을 할당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기업 멀티플렉스가 총 78억 4천만원 중에서 75억5천만원을 할당받았다고 했다. 유정주 의원은 “배급사들이 극장을 계열사로 보유한 영화업
[김성훈의 뉴스타래] 영화관 입장료 할인권 지원사업이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준 것이라고 단순히 결론을 내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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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임>(1980), <미드나잇 익스프레스>(1978)로 오스카상 후보에 두번이나 오른 카멜레온” 앨런 파커 감독이 지난 7월 31일(현지시각) 런던에서 76살로 세상을 떠났다. 아카데미측이 트위터를 통해 남긴 추모의 글처럼 앨런 파커는 뮤지컬부터 사회비판적인 영화까지 장르와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뛰어난 감각과 통찰력을 선보인 “위대한 영화감독”(배우 존 쿠색)이었다. “위대한 이야기꾼이자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아는”(영화평론가 피터 브래드쇼) 앨런 파커의 죽음에 영화계는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함께 제작했던 데이비드 퍼트넘은 “언제나 그의 재능에 감탄했다”며 고인을 그리워했고, <에비타>(1996)의 음악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뮤지컬을 스크린에 제대로 옮길 줄 알았던 몇 안되는 감독”이라며 그를 추모했다.
1944년 런던 이즐링턴에서 태어난 앨런 파커는 광고 카피라이터로 경력을 시작한 뒤 1
앨런 파커 감독, 7월 31일 향년 76살로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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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왓챠의 영화 콘텐츠가 당분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8월5일 영화수입배급사협회(이하 수배협)가 왓챠·웨이브·티빙 등 국내 OTT 서비스에 영화 콘텐츠 제공을 중단키로 발표했다. 7월 17일 열린 공청회를 통해 협의한 수배협은 “IPTV 등의 TVOD(단건구매) 방식으로 건당 3천원이 결제된다면, 국내 OTT의 SVOD(월정액제) 서비스는 편당 100원 이하의 저작권료가 발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핵심은 저작권료 배분 방식이다. 월정액제를 통해 모든 영상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국내 OTT는 지금까지 전체 콘텐츠의 시청 수에서 작품별 비율을 따져 저작권료를 정산했다. 수배협은 이같은 방식이 러닝타임이 짧고 여러 회차 관람이 유도되는 TV 예능, 드라마 시리즈에 비해 “영화 콘텐츠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배분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한국영화산업결산에 따르면 OTT 서비스 매출이 전년 대비 32.7% 증가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특히 TVOD 매출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왓챠·웨이브 등 국내 OTT 플랫폼에 콘텐츠 서비스 중단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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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드워드 양 / 출연 무건인, 이립군, 금사걸 / 수입·배급 에이썸 픽쳐스 / 개봉 9월 예정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 에드워드 양 감독의 1986년작 <공포분자>가 국내 최초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타이페이 스토리>에 이어 <공포분자>까지 수입되면서 한국에서도 에드워드 양의 ‘타이베이 삼부작’이 모두 개봉하게 됐다. 1980년대 대만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감을 그려낸 에드워드 양 감독은 <공포분자>에서 세 그룹의 인물들을 경유해 일상에 스며든 폭력성을 들춰낸다. 불행한 결혼 생활에 빠진 소설가, 경찰에게 총상을 입은 소녀를 찍게 된 사진사, 젊은 건달과 매춘부 등 제각기 다른 생활양식을 지닌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절묘하게 중첩되는 구성이다. 세속적인 성공과 사랑, 물질주의와 인간성은 공존할 수 없음을 비련한 태도로 바라보는 <공포분자>는 에드워드 양의 작품 중 냉정한
[Coming soon] '공포분자'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 에드워드 양 감독의 1986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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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나리오를 본편보다 먼저 접하게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보는 것이 최적의 관람 환경이라고 믿지만, 영화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시사회에 앞서 시나리오를 보고 아이템을 기획하거나 인터뷰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극장에서 완성된 영화를 확인할 때마다 시나리오와의 간극을 생각해보곤 한다. 어떤 영화는 시나리오를 보며 상상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어떤 영화는 시나리오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충격과 감흥을 안겨준다. 후자와 같은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영화라는 종합예술의 속성에 감탄하게 된다.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감독과 스탭들은 마법 같은 솜씨로 영화의 무드와 톤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현장의 밖에 위치한 관찰자에게 영화의 제작 과정은 늘 놀랍고도 신묘한 우연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1268호의 주제는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겠다. 개봉 첫날 34
[장영엽 편집장] 영화의 뒤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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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는 시작부터 카오스다. 가수는 유키카. 본명은 데라모토 유키카로 13살 때부터 일본에서 모델, 성우 활동을 해온 일본인이다. 2016년 걸 그룹 리얼걸 프로젝트 활동, 2017년 JTBC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나인> 출연 등으로 경력을 쌓아가던 그가 지난해 처음 솔로로 발표한 싱글 <네온>은 본격적으로 ‘시티팝’을 표방한 노래였다. 70~80년대 일본 버블 시대가 낳은 가장 낭만적인 문화유산인 시티팝이 수십년의 세월을 거슬러 한국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고, 그 장르를 재현하는 일본 가수가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제목이 ‘서울여자’라니. 이 정도면 꽤 신선하고 멋진 카오스다. 앨범 《서울여자》는 발매 전 차례로 공개된 싱글 <네온> <좋아하고 있어요> <Yesterday>의 레트로 무드를 이어가는 동시에 ‘꿈을 안고 바다를 건너 서울에서 살아가는 유키카의 이야기’로 전체적인 틀을 잡았다. 인트로 <Fro
[Music] 밤의 네온사인을 닮은 - 유키카 《서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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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삼 감독은 방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약 6년간 방콕의 뜨거운 거리를 수없이 오갔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박준 작가의 책 <On the Road: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이하 <On the Road>)을 읽고 카오산 로드에 매료됐다. 그를 닮은 <카오산 탱고>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위해 방콕을 찾은 영화감독 지망생 지하(홍완표)가 가방과 여권을 잃어버리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지하는 겨울이면 방콕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고, 봄이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하영(현리)의 짐을 들어주는 대신 돈을 벌면서 여행자 생활을 이어간다. “수많은 사람이 거쳐간 여행길에 잠시 무임승차해 <카오산 탱고>라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영화를 본 관객이 또 다른 여행을 써내려갈 것 같다”라는 김범삼 감독은 코로나19 시대에 스크린으로나마 관객을 여행자의 거리로 이끈다. 눅눅한 방콕의 공기가 떠오르는 장마철에 만난 김범삼 감독과의 대화를 전한
'카오산 탱고' 김범삼 감독 - 영화가 끝나면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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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먹하고 집요하다. 다르덴 형제와 소년은 익숙한 조합이지만,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는 다르덴의 어떤 인물보다 마음을 굳게 잠근 채 곁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진 아메드는 일상에서 가족과 선생님에게 말로 상처를 입히는 데 이어, 선생님에게 실제적인 상해를 입히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가 아직 아이 티를 벗지 못한 13살 미성년이라는 사실은 그의 행동을 더욱더 위태롭게 만든다. 실제의 차원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영화를 통해서야 비로소 마주 볼 수 있는 소년의 얼굴을 한 광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했나. 서면으로 진행된 다르덴 형제와의 인터뷰에서 손을 내밀 수도, 거둘 수도 없는 딜레마 속에 있는 관객을 힘껏 떠민 의중을 물었다.
-비전문 배우 주연의 영화로 돌아왔다. 배우의 경력에 따라 작업 방식에 차이를 두기도 하나.
=전문 배우들은 자신의 몸과 목소리를 조절할 줄 알고, 비전문 배우들은 각자 삶에서의 모습 그대로를 가져온다. 하지만 실제 촬영장에서 몇주에
'소년 아메드'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 광기는 인간 내면 깊숙이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