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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밀리(캐서린 뉴턴)는 학교를 가기 위해 잠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학교에서 존재감이 제로다. 1년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풀이 더 죽은 영향도 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술에 취해 밀리를 마중 나가지 못한다. 싸늘하게 바람이 불고, 벤치에 앉아 있는 밀리 앞에 살인마(빈스 본)가 등장한다. 살인마는 단검으로 밀리의 어깨를 찌른다. 하지만 살인마도 같은 부위에 피가 난다. 그렇게 살인마는 달아나고 다음날이 된다. 정확하게 13일의 금요일, 이들은 몸이 뒤바뀐 채 잠에서 깨어난다.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 다시 몸을 바꿀 수 있을까.
<프리키 데스데이>는 고등학생 밀리의 몸이 사이코 살인마와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호러테이닝 무비로 호러와 코미디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고어한 측면을 드러내면서 장르영화의 특성을 부각하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할로윈> <샤이닝> 등 수많은 호러영화 속
'프리키 데스데이' 고등학생 밀리의 몸이 사이코 살인마와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호러테이닝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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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구역에 침잠해 있던 두 세계가 충돌한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피어난 균열의 시작과 끝을 따라가는 영화 <에듀케이션>의 두 주인공 성희(문혜인)와 현목(김준형)은 중증 장애인인 현목의 엄마(송영숙)로 인해 처음 서로를 마주한다. 사회복지학 전공을 살려 장애인 활동 지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성희의 새로운 일터로 현목 모자의 집이 배정되기 때문.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두고 스페인으로 떠나고픈 성희는 대강 일하며 스페인어 공부나 하려고 했지만 엄마를 책임져온 고등학생 현목은 성희가 예상치 못했던 요구들을 늘어놓는다. 성희는 당황할지언정 물러서지 않고, 현목은 무시할 수만은 없는 뻔뻔함으로 관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다.
김덕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인 <에듀케이션>은 여기보다 어딘가에, 지금보다 미래에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으며 그늘을 견디는 두 청년의 초상을 서서히 겹치며 관객의 마음에 그림자를 남긴
'에듀케이션' 김덕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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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국립무용단 무용수들 사이에서 메라비(레반 겔바키아니)와 그의 마리(아나 자바히슈빌리)가 춤추고 있다. 민속춤을 추는 메라비의 모습은 경쾌하고 즐거워 보인다. 단장이 그런 그에게 “꼿꼿하고 힘 있게 춤춰”라고 조언한다. 단장에 따르면 조지아 춤은 람바다가 아니다. 따라서 위엄 있어 보이고 용기 있게 느껴져야 한다. 그의 설교가 마무리될 무렵, 문을 열고 새로운 무용수가 나타난다. 이라클리(바치 발리시빌리)는 성추문 사건으로 쫓겨난 어느 무용수의 대역으로 이곳을 찾았다. 얼핏 보아도 이라클리는 메라비와 상반되는 분위기를 지녔다. 섬세하기보다는 남성적이고, 유연하기보다는 자신 있어 보인다. 한눈에 메라비는 그가 자신의 라이벌이 될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이후 다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커다란 욕망으로 변한다.
신인배우 레반 겔바키아니의 얼굴을 따라 진행되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의 내러티브는 다소 상투적인 성장 드라마의 톤을 따른다. 치기 어린 젊은 댄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조지아 최초의 LGBT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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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없는 남자> The Man Without a Past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 제작연도 2002년 / 상영시간 97분
도시 강변의 버려진 땅에 흙을 일궈 감자 몇알을 심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이름과 살아온 과거까지 모두 잃었다. 시간이 흘러 감자가 꽃을 피우고, 그사이 그도 임시 거처와 직업을 마련한다. 또 이웃을 얻고 어느 여인의 사랑도 얻는다. 그는 수확한 감자 여덟개 중 세개는 겨울을 위해 비축하고 두개는 씨감자로 사용하며 나머지 세개는 연인과 먹을 예정이다. 이웃이 찾아와 하나만 달라고 하자, 남는 게 없다 하면서도 반쪽을 잘라준다.
이 소박한 성취, 소박한 계획, 소박한 나눔이 어쩌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담담하지만 쓸쓸한 시선으로, 희망보다는 절망의 감정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어온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에서 그 어느 영화에서보다 적극적으로 연대와 희망을 이
[김호영의 네오클래식]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과거가 없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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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간지 씨네21 1282호 표지를 장식한 주인공은 <서복>의 배우 공유, 박보검이다. 이번호의 표지 촬영은 지난 7월 박보검이 입대하기 전에 진행됐는데, 이 때문에 개봉을 맞은 두 배우의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됐다.
영생의 비밀을 지닌 복제 인간 서복(박보검)과 시한부 선고를 받은 채 서복의 곁을 지키는 전직 요원 기헌(공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서복>은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 즉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을 안전하게 옮기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 기헌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서복과의 뜻하지 않은 동행에서 두 사람은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생긴다. 인류의 구원이자 재앙이 될 수 있는 서복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들의 아귀다툼 속에서 기헌과 서복이 관객에게 어떤 어울림과 감동을 전해줄지 눈에 선하다
[단독] '서복' 박보검, 입대 전 마지막 인터뷰..."공유 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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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서 나를 발견한다는 것, 혹은 타인의 사연에서 나의 내러티브를 읽어낸다는 것. 간단해 보이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은 그 행위에 관해 생각했다.
팔 없는 포옹
박지완 감독의 <내가 죽던 날>의 중심 서사는 단 한줄로 요약된다. 형사인 현수(김혜수)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실종자 세진(노정의)에게 감응한다. 세진에 대한 현수의 감정이 서사의 핵심이며, 이것이 설득력 있게 제시될 거라 기대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현수의 호소력 짙은 말이 감정을 설득하는 주된 요소다. 현수는 세진에게 감응하는 이유를 분명한 어조로 설명한다. 현수는 세진에게서 자신을 본다. 반면 영화에는 현수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다른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 관객 쪽에서도 납득할 수 있도록 현수의 시점을 시각적으로 적절히 보충하기 마련이나, 이같은 이미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현수는 CCTV 속 세진의 얼굴에서 자신과 너무도 닮아 있는 표정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진과 현수가 실제로 비슷
'내가 죽던 날'이 누아르를 쓰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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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이웃사촌' 도청과 감시에 있어서 완벽한 요원이죠
[정훈이 만화] '이웃사촌' 도청과 감시에 있어서 완벽한 요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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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작가의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는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자고 말한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들과 함께 책을 읽어온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를 독서교실의 고객으로 응대하는 데 진심이고, 그 진심의 일환으로 어린이 고객들의 속내를 섣불리 짐작하는 대신 그들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존중이고 대화다. “책은 내가 어린이보다 많이 읽었을 텐데, 어떻게 된 게 매번 어린이한테 배운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라는 ‘타자’를 대하는 법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머리는 어른끼리가 아니라 어린이와 어른이 맞대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누구나’ ‘한때’ 어린이였다는 사실에 있다. 어떤 어른은 자신이 애정으로 돌봄받지 못한 데 대해 세상 모든 어린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고, 어떤 어른은 여전히 자기 안의 어린이를 이해받고자 애를 쓰는 듯 보인다. 또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어린이라는 세계>, 가장 외로운 어린이를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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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어린 살인자와 소심한 소녀의 몸이 뒤바뀐다. 무고한 희생자를 낳은 살인자(빈스 본)의 출몰에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지만, 코미디는 그렇게 시작된다. 힘으로 제압하던 살인자는 연약한 소녀 밀리(캐서린 뉴턴)의 몸으로 살인이 어려워지자 머리를 쓰고, 살인자의 건장한 몸을 얻게 된 소녀는 자신감을 얻는다. <13일의 금요일>과 <프리키 프라이데이>를 클래식하고 흥미롭게 하이브리드한 공포영화 <프리키 데스데이>(11월 25일 한국개봉)를 연출하고 각본을 쓴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당신이 호러영화 감독이자 작가이며 호러 장르 팬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사실은 감독의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런데 <프리키 프라이데이>의 팬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웃음) <프리키 프라이데이>와 관련한 기억이 있다면 이야기해줄 수 있나.
=(웃음) 오리지널 <프리키 프라이데
'프리키 데스데이'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 인터뷰, 냉소적인 공포영화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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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로 겨울 영화 없는 연말을 맞게 됐다. 11월 19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되면서 서울 극장가는 좌석간 거리두기를 시행한다. 지인간 좌석은 붙이되 다른 일행간 좌석은 한칸씩 띄어 운영해야 한다. 붙어 앉을 수 있는 좌석 수는 최대 3개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에서는 좌석의 약 70%까지만 티켓 발권이 가능하다. 2단계가 되면 50%로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12월에 신작을 개봉할 예정이었던 배급사들은 개봉일을 재점검하고 나섰다. 우선 CJ엔터테인먼트는 12월에 공유, 박보검 주연의 SF영화 <서복>을 개봉할 계획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영화 <영웅>도 올해 개봉하려고 했는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최국희 감독의 뮤지컬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겨울 영화로 내세웠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류승완 감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제외하고 12월 신작 개봉 무더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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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소년, 사랑 그리고 1985년.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 <썸머 85>는 낭만과 폭력 모두에 취약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10대 시절엔 절대 반역할 수 없었던 어떤 감정들에 온몸을 내맡긴다. 또래들의 열렬한 파트너 찾기 속에서 소외된 16살 소년 알렉스(펠릭스 르페브르)는 혼자 보트를 타다 갑작스런 폭풍우에 휘말리고, 연상의 소년 다비드(벤자민 부아쟁)를 만난다. 다분히 구원자처럼 나타난 다비드와 그에게 온 여름을 바치기로 결심한 알렉스의 나날은 찬란하다.
이미 어디선가 여러 번 보고 들은 청춘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인 듯한데도, 프랑수아 오종의 생생한 퀴어 드라마이자 슬픈 첫사랑의 추억은 결코 둔감하게 다가오는 법이 없다. 상처와 함께 작가적 열정을 계발해나가는 주인공의 여정이 생생히 담긴 수작으로, 후반부의 몇몇 장면들이 특히 날카롭다. 올해 칸과 부산을 거쳐 연말 극장가에 잃어버렸던 여름 휴양지의 향기를 되찾게 해줄 작품이다. 에이든 체임
[Coming soon] '썸머 85' 프랑수아 오종의 생생한 퀴어 드라마이자 슬픈 첫사랑의 추억을 담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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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특집은 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맹크>다. 이 작품에 ‘미로’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가 당황하게 될 독자들을 위해서다. 1930, 40년대를 배경으로 당대 할리우드의 천재 작가이자 기인이었던 허먼 J. 맹키위츠의 <시민 케인> 각본 집필 과정을 조명하는 <맹크>는 대담하게도 <시민 케인>이라는 영화사의 걸작과 1930년대 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에서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한 관객이라면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맥락에 대한 최소한의 사전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거침없이 대사를 쏟아붓는 초반부에 관람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독자 여러분에게 <맹크>에의 도전을 제안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진입 장벽을 넘어선 이들에게- 실은 영화를 즐기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없는 장벽이다- <맹크
[장영엽 편집장] 올해의 미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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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솟은 승모근에 씨익 웃는 얼굴로 “…프…로…틴…”을 외치는 거대한 ‘근육 괴물’. 주먹 하나로도 쉽게 벽을 부수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 식인도 서슴지 않는, 가히 세계관 최고의 빌런이다. 근육 괴물을 비롯한 <스위트홈>의 괴물들은 본디 전부 인간이었으나 ‘괴물화’ 현상으로 인해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기괴한 생물체로 변했다. 아파트에 고립된 주인공 현수와 인물들은 이 괴물들과 싸우며 생존을 도모한다. <스위트홈>은 전작 <후레자식>에 이어 김칸비·황영찬 작가가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한 스릴러 웹툰이다. 전작의 흥행으로 팬들은 <스위트홈> 첫화부터 “돌아오셨다, 레드 카펫 깔아드리자”며 작가들의 귀환을 반겼고 <스위트홈>은 누적 조회수 5억뷰, 평점 9.97로 네이버 금요 웹툰의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11월 3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꼽은 ‘2020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작
[스페셜④] 웹툰 '스위트홈' 작가, 넷플릭스에 "OO를 원작과 다르게 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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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툰 < 스위트홈 >(김칸비 각본, 황영찬 작화)과 < 미스터 션샤인 >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의 만남이다.
12월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 스위트홈 >이 주연배우 4인의 스틸컷과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 스위트홈 >은 낡은 아파트 ‘그린홈'의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괴물로 변하는 급작스러운 재난 상황 속에서 함께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 드라마의 원작인 웹툰 < 스위트홈 >은 내재된 욕망으로 인해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장르적인 소재로 서스펜스를 선사해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배우 송강이 연기하는 은둔형 외톨이 현수는 기이한 재난 상황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인물. 이진욱은 조폭으로 오해 받는 전직 형사 편상욱 역을 맡았다. 여러 작품 속에서 액션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던 이시영은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소방관 서이경 역을 맡아 남다른 판단력과 재빠른 전투기술을 앞세운 카리스마 넘치는 활약을 보여줄 예
송강, 이진욱, 이시영, 이도현 주연, 이응복 감독의 웹툰 원작 <스위트홈> 충격적인 비주얼 첫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