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님들의 발길이 뜸한 중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문(윤제문)은 엉뚱한 손님 소담(박소담)의 제안을 받고 소담과 함께 즉흥적으로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난다. 후쿠오카는 제문과 친한 대학 동아리 선배였으나 삼각관계에 놓여 연락을 끊고 지낸 해효(권해효)가 작은술집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도시다. 제문과 소담, 여행자 두 사람은 해효의 술집을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고, 제문과 해효는 28년간 쌓아둔 서로의 감정을 조금씩 풀어나간다. 어느 새 세 사람은 동행이 되어 후쿠오카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그동안의 세월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후쿠오카>는 소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남녀간의 일화를 다룬 영화다. 애초에 여행을 제안한 사람은 소담이지만, 이동을 통해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는 고전적 의미에서 여행이란 행위의 주인공은 절교한 선배를 찾아가는 제문이다. 제문과 해효는 28년 전 갑자기 사라진 대학 동아리 친구이자 두 사람의 연애 상대였던 순희에 대한 기억을 두고
'후쿠오카' 재중동포 출신 장률 감독의 열두 번째 작품
-
<강철비> 1, 2편의 여러 공통점 중 눈에 띄는 하나는 남측 주인공 부인의 첫 등장 장면이다. 말할 것 없이 인물의 첫 등장은 캐릭터 소개 기능을 갖는데, 보조 인물의 그것은 주인공의 캐릭터 구축을 다지는 역할도 맡는다. 1편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자녀들과 패스트푸드를 사먹다 대선 결과 관련 통화로 자리를 비운 사이 이혼한 아내(김지호)가 등장해 아이들을 혼낸다. “뭐야, 햄버거 먹니?” 2편에서는 늦은 밤 스낵을 집어먹으며 문서를 살펴보는 대통령(정우성) 뒤에서 부인(염정아)이 나타나 핀잔을 준다. “그 과자는 어디서 났대요?” 그러고는 황태채를 구워 대령한다. ‘먹는 것 가지고 잔소리하는 아내들’의 일관된 등장. 이 장면들을 거치며 1편의 남편은 ‘직장에서 중차대한 일을 수행하면서 가정에선 별 권한이 없는 한국 중년 남성’의 자리에 선다. 2편의 남편은 ‘밤 늦도록 국가 중대사를 놓고 고뇌하는 서민적 감성의 지도자’ 이미지를 단시간에 쌓아올린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어떻게 타자를 소비하는가
-
<주온: 저주의 집>은 여러 의미로 보기 힘든 작품이었다. 그 징그러운 인상에 대해 숙고해보았다.
죽어도 죽지 않는 것들
왜 다시 저주받은 집이 돌아와야 하는가. 미야케 쇼가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주온: 저주의 집>(이하 <저주의 집>)은 역한 공기로 가득하다. 3시간 남짓 되는 시간으로 완결된 이 시리즈가 집요하게 보여주는 것은 저주의 연쇄 작용이라기보다는 학대와 폭력, 끝내는 죽음으로 귀결되는 잔혹한 장면들이다. 화면에는 수많은 살인과 시체가 단조롭게 늘어선다. 이렇게까지 보여주어야 할까, 라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로 영상이 제시하는 폭력의 강도는 장르영화 특유의 관습을 고려하더라도 과도하게 다가온다. 그런 불쾌한 느낌이 드는 건 단순히 잔혹한 표현의 수위 때문만은 아니다. <저주의 집>은 노골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을 전시한다. 이 드라마에서 폭력에 노출되는 대상은 주로 여성과 미성년자, 심지어 어린아이와 신생아들
'주온: 저주의 집'이 그려낸 미래 없는 지옥도에 대하여
-
며칠 전 <마녀 배달부 키키>를 다시 봤다.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보았다. 다른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다. 이 영화를 처음 본 날로부터 수십년이 흘렀고, 그사이에 몇번이나 반복해서 봤지만, 그래서 다음에 어떤 장면이 나올지 거의 외우다시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설레고 조마조마했다.
어린 시절, 나는 나이를 먹으면 영화 한편을 다 보는 일이 힘들어진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책 한권을 한번에 다 읽는 일, 영화 한편을 다 보는 일, 드라마 한 시즌을 쉬지 않고 보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원고지 10매를 빠르게 채우는 일을 내가 ‘어렵다’고 생각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물론… 이걸 특별히 불안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시,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저 이전만큼 몰입하지 못할 뿐이지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는 일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소녀는 매번 하늘로 날아오르지
-
-
시인 이근화의 산문집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는 읽기와 삶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그의 시 <창백한 푸른 점>의 “날 좀 사랑해줄래/ 드문드문 어두운 것도 같지만/ 크게 웃었다가 긴 침묵에 쌓이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먼저 아침을 맞이할게/ 널 위해 긴 문장을 썼다가 지웠지만/ 지구의 아들딸들을 위해/ 오늘은 시금치를 삶을게” 같은 언어의 살뜰함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혹은 아직 이근화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유혹적인 책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쓴 글을 묶었다는데, 여러 작가들의 글을 읽어가는 구성이다. 필연적으로, 책과 읽는 행위에 대한 이근화식 주석이 된다. 이근화가 한나 아렌트를 인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정치적 인간으로서 이해관계가 연관된 세계에 대해 논할 때 ‘협상 테이블에 사랑을 가져온다면, 직설적으로 말해 나는 그런 행동은 치명적인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비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종의 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삶을 구제하는 대단함
-
[정훈이 만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 네 아빠 행방불명이다. 삼일째...
[정훈이 만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 네 아빠 행방불명이다. 삼일째...
-
인남(황정민)이 납치된 딸 유민(박소이)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인물. 타이에 사는 중국인이자 한국어 실력을 갖춘 덕에 한국인 가정의 보모로 일하면서 아이를 빼돌리는 린린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를 보고 난 뒤, 유민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도 불안해하는 린린의 눈빛과 중국인 억양이 묻어나는 말투가 기억에 남았고, 그를 연기한 배우 심영은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졌다. 하얀 얼굴에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난 배우 심영은은 상업영화도 무대인사도 모두 <다만악>이 처음이라고 활기차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억양과 분장 등 묻고 싶은 게 많아 기술적인 질문을 던지자, 한참 대답하던 그는 린린을 두고 “타이가 배경이라 등장하는 외국인 정도가 아니고 타이에서 인남의 시작점을 열어주는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연극 무대에서 오랜 내공을 쌓아온 배우답다.
-타이에 살면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심영은 - 내공 있는 디테일
-
두리번거리며 할아버지 댁으로 들어오는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 남매는 여름방학 동안 지내야 하는 이 생소한 곳을 꼼꼼히 살핀다.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이라 느끼는 남매의 감정이 잘 보이면 좋겠다”는 윤단비 감독의 요청에 따라, 김기현 촬영감독은 카메라를 고정한 뒤 멀리서 두 배우를 촬영했다. 거리를 둬야 남매의 생경한 감정이 잘 드러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매의 여름밤>은 갑작스레 함께 여름을 보내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족간의 드라마를 잘 담아내기 위해 김기현 촬영감독은 텍스트보다 배우에 집중했다. “인물들의 제스처나 대사 사이의 간격 등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고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영화라고 봤다.” 또한 공간도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인물들과 집이 ‘만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항상 집 안에 카메라를 두고 대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는 배우들을 촬영했다. 영화 후반부엔 이 집에 할아버지의 숨결이 남아 있다는 걸
'남매의 여름밤' 김기현 촬영감독 - 공간도 하나의 캐릭터처럼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11번째 영화 <테넷>은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을 선사하는 놀란의 작품 세계를 집약하는 영화다. 개봉을 며칠 앞둔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시놉시스 한 줄조차 공개되지 않은 탓에 영화와 관련해 여러 추측이 오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언론에 흘러나온 제작진의 인터뷰와 사진 자료 등에 기반한 정보를 종합하면, <테넷>은 굉장히 복잡한 구조의 영화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덩케르크>나 <인터스텔라>가 그랬듯, 복잡한 이야기 구조 변화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고 보려면 몇 가지 사전 정보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씨네21 1269호에 실린 기획기사 ‘<테넷> 제작자 에마 토머스가 말하는 로케이션부터 극장 개봉까지. 주연배우 존 데이비드 워싱턴 인터뷰’와 국내 출간 예정인 ‘<테넷> 메이킹 필름북 - 크리스토퍼 놀란이 펼치는 양자역학 냉전의 뒷이야기(문학수첩 출간)’에 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테넷>을 위한 스포 없는 가이드
-
<미세스 아메리카> 왓챠: 공개 중
변호사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 완벽해 보이는 가정을 이룬 필리스 슐래플리(케이트 블란쳇)가 딱 하나 성취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워싱턴 정계 어디에도 그녀의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에 합격했으나 여성은 입학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진학하지 못한 필리스는 남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서기 역할이나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하지만 그는 진보와 보수 진영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성평등 헌법수정안(ERA)이 자신을 정계로 진출하게 해줄 유일한 수단임을 직감하고 치밀하게 준비한다. 필리스는 ‘필리스 슐래플리 리포트’를 발행하며 성평등 헌법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 자신들이 누리던 혜택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부들을 종용한다. 필리스는 보수 성향의 주부들과 주 의회 의사당에서 직접 만든 빵과 잼을 나눠주며 의원들을 설득하고, 결국 성평등 헌법수정안의 비준 승인을 좌절시킨다. 성평등 헌법수정안 부결 이후 필리스 슐래플
[이주의 스트리밍] '미세스 아메리카' '루시퍼' 시즌5 파트1 '스프링타이드' '하이 스코어'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이 9월 25일 공개된다. 배우 정유미가 욕망의 잔여물이 빚어내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기한다. 이경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동명의 원작 소설을 쓴 정세랑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대한극장
대한극장이 8월 21일부터 9월 1일까지‘이준익 감독전’을 개최한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사도> <소원> <동주> <박열>이 상영될 예정이며 이준익 감독의 무대인사 일정도 마련돼 있다.
KT 시즌
씨네드라마 <학교기담>이 8월 27일 KT의 OTT플랫폼 Seezn을 통해 공개된다. <학교기담>은 고향인 시골 고등학교에 갓 부임한 교생 유이(한승연)가 20년 전 같은 고등학교에 부임한 뒤 숨진 아버지의 사건을 파헤치는 공포드라마다. <학교기담>은 9월 3일부터 KT의 IPTV인 올레tv에서, 9월 1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이 9월 25일 공개된다 外
-
<테넷>이 8월 22일부터 23일까지 유료시사회를 강행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테넷> 측은 19일 예정됐던 언론시사회를 취소하고 프리미어 상영이라는 이름으로 유료 시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봉일인 26일보다 영화를 먼저 상영하는 변칙 개봉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CGV아트하우스에서 ‘에드워드 양 감독 특별전’을 진행한다
오는 9월 3일부터 시작되며 <광음적고사> <타이페이 스토리> <공포분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하나 그리고 둘> 등 총 5편을 상영한다.
<남매의 여름밤>이 해외 영화제에 추가 초청됐다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일본의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헝가리 한국영화제, 스위스 취리히영화제, 미국 내슈빌영화제, 폴란드 뉴호라이즌국제영화제 등 총 6곳이다. <남매의 여름밤>은 지난해
'남매의 여름밤'이 해외 영화제에 추가 초청됐다 外
-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고 이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사적·공적 집합·모임·행사를 금지해 언론시사회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테넷>측은 이번 주말인 22일, 23일 진행되는 상영은 ‘유료 시사회’가 아닌 ‘프리미어 상영’이기 때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금지하는 행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스포츠조선> “‘유료 시사회 아닌 프리미어 상영’ … <테넷>, 영진위 권고에도 주말 상영 강행” 중)
또다시 변칙 개봉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테넷>이 8월 26일 개봉을 앞둔 주말(8월 22~23일)에 유료 시사를 연다. <테넷>은 8월 20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예매 관객수 4만8천여명(예매율 56.4%,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기록할 만큼 기세가 등등하다. “현재 극장에 걸린 영화들에 피해를 주는 결정”이라
[김성훈의 뉴스타래] 또다시 변칙 개봉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
중국 극장가가 셧다운에 신음하는 해외 극장가 중 나 홀로 순항 중이다. 4K, 3D 재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이 지난 주말 3일 동안(8월 14~16일) 1만6천개 스크린에서 136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로써 워너브러더스의 첫 <해리 포터> 시리즈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해외 박스오피스 수익 1억달러를 돌파, 발표 19년 만에 빌리언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에 이어 <해리 포터> 시리즈로서는 두 번째 해외 수익 1억달러 기록이다. 약 6개월의 봉쇄 이후 지난 7월 20일에 재개관한 중국 극장가는 입장 관객수를 극장 정원의 30%로 제한하고, 러닝타임이 2시간 이상인 영화는 상영을 제한하는 방침도 내걸었다. 그러나 <인터스텔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재개봉하고 중국 당국이 <테넷>의 극장 개봉도 허가하면서 러닝타임 제한은 사실상 무효
할리우드영화 재개봉 흥행에 이어 자국 전쟁영화 '팔백'도 흥행 청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