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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병뚜껑을 땄는데 하와이 여행에 당첨됐다! 영영 남의 일처럼 느껴지던, 나에게만큼은 허락되지 않을 것 같았던 행운이 미영(엄정화) 가족에게 일어나며 영화 <오케이 마담>은 시작한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을 중심으로 일상에 판타스틱한 사건을 불러들이는 영화는 곧이어 미영 안에 잠자던 다른 본능을 일깨운다. 코미디에 액션을 버무린 <오케이 마담>의 판타지는 허풍스러운 상황도 당당한 표정으로 설득해내는 엄정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인물의 어떤 의외성도 납득하게 만든다. 그 단단함은 엄정화가 30년간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단련한 근육으로부터 온 것일 테다. <결혼은, 미친짓이다>(2002), <싱글즈>(2003), <관능의 법칙>(2013)을 통과하며 자기 욕망에 솔직한 현대 여성의 화신처럼 스크린에 현현해 온 엄정화는 여자들에게 친해지고 싶고, 동경하게 되는 동성 친구의 이미지로 줄곧 존재해왔다. <해운대&g
'오케이 마담' 엄정화 - 언제나 정답은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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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뮤직: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이하 <셰이프 오브 뮤직>)는 음악감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삶과 음악 세계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다큐 제작 당시 데스플라는 조지 클루니 감독의 <모뉴먼츠 맨>을 위한 음악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데스플라의 열정적인 모습을 1시간여의 러닝타임 동안 엿볼 수 있다. 2007년부터 거장 음악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시리즈로 만들고 있는 파스칼 쾨노 감독은 2014년 <셰이프 오브 뮤직>을 완성하면서 데스플라를 새로운 거장 리스트에 올렸다. 뒤늦게 한국 관객을 찾은 다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정보를 정리해 소개한다.
플루트 부는 소년
1961년 프랑스인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스플라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플루트와 트럼펫을 수준급으로 연주하고 작곡을 배웠다. 비록 음악만큼은 아니지만 영화를
'셰이프 오브 뮤직: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흥미로운 감상을 위한 5개의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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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침체되었던 이탈리아영화계의 안색이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통행금지령이 풀리고 영화관들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관객은 집 안에서의 자발적 감금에 종지부를 찍고 거리로 나오고 있으며, 팝콘과 함께 영화를 보며 행복감과 위안을 찾기도 한다. 작은 것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코로나19가 나누어준 고마운 선물 아닐까? 딘노첸초 형제들이 감독, 각본 작업을 한 영화 <파볼라체>는 코로나19 시대에 개봉해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이탈리아 관객에게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로마 변두리에 자리한 스피나체 빌라의 마당 풀장에서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기고 어른들은 이웃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평범한 여름날을 보낸다. 카메라는 로마 시내에 입성하지 못한 열등감과 자기연민에 빠진 채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믿는 빌라 사람들과 그들보다 가난해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을 좇는다. 이웃의 아내를 탐
[로마] 딘노첸초 형제 감독·각본 맡은 영화 '파볼라체'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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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루한 장마에 납량특집 콘텐츠가 보고 싶다면 유튜브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에 찾아가 ‘도를 아십니까’ 롤플레이 영상을 클릭하자. 1분 안에 강남역 어딘가에서 사이비 종교 포교인에게 꼼짝없이 붙들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상한 머리띠와 안경, 상냥한 듯 기계적인 정체불명의 말투, 광기 어린 미소와 눈빛을 장착한 강유미는 영상에서 눈 뗄 수 없는 연기를 펼친다. 설문조사를 빌미로 말을 건 다음 ‘마음공부’와 ‘조상님의 은덕’을 들먹이더니 어떻게든 자기 말에 동의하게 만드는 기술은 점점 심장을 조여온다. “혹시 평소에 금방 피곤해지지 않아-요? 아니에-요? 자고 일어나도 금방 다시 또 눕고 싶고 그런 기분 없어요? (응시) 그런 적 한번도 없어-요? 살면서 한번도 없었다고요-? 그쵸, 있죠?” 음료수라도 ‘베풀어’ 달라는 그를 따라가 이것저것 갈취당하고 나면 어느새 조상님 제사상 앞에 서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살고 싶으시면 제사를 지내셔야 해요. 그렇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 유투브의 강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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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un’s line “Nobody cares about us anyway” is a message that runs through the entire story in Homeless. After losing their entire fortune to a scam, Hangyul and Goun wander from a jjimjilbang (bathhouse) to another with their baby Woorim. The two young parents work hard, making deliveries and posting flyers, but their income cannot even cover the hospital bills for Woorim. In the shadowy corners of the world outside people’s gazes, their lives gradually crumble around them. Filmmaker LIM Seunghy
[2020 JIFF Daily] LIM Seunghyeun, director of Homeless: Compassion for the people outside of our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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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college he went to? Everyone and their mother could have gotten in as long as they paid their tuition!" Obok, the mother of the new bride-to-be, badmouths her future son-in-law in front of her family before meeting his family at the restaurant. But when her future in-laws arrive, she praises him, saying “He seems like an honest and devoted young man.” She is a woman who is loud and hot-tempered with her family, but in front of others she’s compelled to say only good things. Gull begins wit
[2020 JIFF Daily] KIM Mijo, director of Gull-Sexual abuse survivors are like lonely gu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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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ought she were an unknown but experienced actor making her first on-screen debut. Mom’s Song(Korean title: Wind, Clear Away the Fog) tells the story of Dongmin (played by SHIN Jungwoong), who receives a phone call in the middle of the night and heads out to pick up his drunk mother Hyejeong (played by KIM Hyejeong and NOH Yoonjung). Surprisingly, one of the actors who plays Hyejeong is, in fact, director SHIN Dongmin’s real mother, KIM Hyejeong. It is unnecessary to attach a huge significanc
[2020 JIFF Daily] SHIN Dongmin, director of Mom’s Song- "I don’t believe that changing the actors for the role of mother harms th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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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대족장 실바나스가 “호드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외치는 순간 바보 취급 받은 것 같았다. 그간의 플레이를 배신하는 그 한마디에 이 게임에 대한 애정을 접었다. 최근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유의미했지만 불편했다. 영화 <반도>에 관한 혹평 속에서 또 한번 기시감에 사로잡힌 후 평자로서의 나와 대중으로서의 나, 그 간극을 좁혀보려 이 글을 쓴다.
오독과 오만 사이
너를 이해한다, 는 말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는 함부로 입에 올리기 두렵다. 스스로의 마음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감히 타인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이해해”라는 단어에 담긴 온기와 선의를 넉넉히 짐작함에도 직접 그 말을 들으면 도리어 마음이 차게 식어버리는 기분이다. 내가 가까스로 받아들이고 건넬 수 있는 건 너를 이해하기 위해 애써보겠다는 다짐 정도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와 '반도', 창작의 태도와 실종된 형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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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막 끝낸 서호(왕대륙)와 장정양(위대훈)은 ‘죽기 전에 연애를 하고 싶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 고원(팽욱창)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백방으로 그의 여자친구가 될 사람을 수소문해보지만 과정이 영 순탄치 않다. 전우생 감독의 신작 <작은 소망>은 한국영화 <위대한 소원>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나의 소녀시대>에 출연한 왕대륙이 주연을 맡았고, 그를 비롯한 위대훈, 팽욱창 등 세 주연배우의 활기찬 에너지가 눈에 띈다. 그러나 주인공의 소원 성취를 위한 도구와 우정의 증표로 여성을 소비하는 전개가 관객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쉽게 연애를 하는” 여성에게 고원과의 연애를 제안하는 서호와 장정양, 상대 여성이 강력히 거절하는 모습을 희화화한 장면들도 눈살을 찌푸리게한다.
'작은 소망' 한국영화 <위대한 소원>을 리메이크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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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마을 골목대장 엘라는 단짝친구 헨리와 함께 마을 축제에서 선보일 마술 공연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서 인기 소년 조니가 이사를 온다. 놀라운 친화력으로 헨리와 친해진 조니는 헨리에게 자전거 공연을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헨리와 조니가 빠른 속도로 친해지자 엘라는 묘한 질투심에 마음이 상한다. <엘라 벨라 빙고: 친구 찾기 대작전>은 친구 사이에 일어날 법한 복잡미묘한 상황들을 그리지만 영유아의 눈높이에 맞춘 이 영화에서 갈등은 얕고 우정은 오래간다. 이야기의 뼈대는 세 친구의 우정 쟁탈기가 중심이지만 자신에게 솔직하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아이들의 맑은 마음이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통해 소박하고 귀엽게 펼쳐져 내내 밝고 화사하다. 볼거리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법한 관계에 대한 고민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기본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이다.
'엘라 벨라 빙고: 친구 찾기 대작전' 세 친구의 우정 쟁탈기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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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에 우주로 보내진 강아지 버디(민승우)는 50년이 지난 현재 글렌필드에 불시착한다. 유기동물을 잡으려는 경찰에게 쫓기게 된 버디는 자신을 ‘터보캣’이라 소개하는 고양이 펠릭스(권창욱)에게 도움을 받는다. 동물에 적대적인 마을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디와 펠릭스, 동물 저항 단체‘가드’의 멤버들은 힘을 합친다. <슈퍼펫>은 동물 버전의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초능력으로 서로는 물론 인간과도 상호작용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돋보인다. 특히 배트맨을 롤모델로 삼은듯한 외양으로 시크한 언행을 일삼는 ‘터보캣’ 펠릭스가 주로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는 후반부에 뜻밖의 빌런을 내세우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듯 보이나, 자연스럽게 처음의 테마로 돌아와 훈훈한 결말을 맺는다.
'슈퍼펫' 동물 버전의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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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전문가 모 다이아몬드(리암 헴스워스)는 절친 스컹크(에머리 코언)의 부탁으로 조직에서 세탁을 맡은 돈을 유용해 마약 거래를 시도한다. 하지만 거래는 돈을 노린 부패경찰의 함정이었고 쫓기는 과정에서 모는 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돈을 빼앗긴 경찰의 추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모의 연인 롤라(다이앤 게레로)가 총격으로 사망한다. <킬러맨>은 추격과 복수를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범죄 액션 영화다. 최소한의 동기를 제공한 영화는 사정없이 내달리며 액션을 전시한다. 베테랑 제작진이 모인 만큼 기본은 하지만 생각보다 헐겁고, 전개는 의외로 소박하며, 반전도 싱거운 편이다. 목표와 색깔은 분명한데 완성도가 아쉬운, 양산형 액션물이다.
'킬러맨' 추격과 복수를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범죄 액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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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일에서 성공한 사람의 모습은 어떨까.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음악감독은 부지런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소통한다. 영화 <셰이프 오브 뮤직: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음악감독 데스플라의 삶과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다큐다. 카메라는 그가 자크 오디아르, 웨스 앤더슨,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서 여러 감독들과 소통하면서 일하는 모습을 담았다. 감독과 이견이 있을 때 부드럽게 대처하는 데스플라의 소통 능력을 보면 삶의 자세까지 배울 수 있다. 데스플라 자신이 말하는 유년 시절과 영화음악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유명 영화감독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데스플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걸 보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셰이프 오브 뮤직: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음악감독 데스플라의 삶과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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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독재자 장제스 치하에 있던 대만에선 좌익 사상을 담은 서적들을 모두 금지했고 이를 읽거나 소지한 경우 엄벌에 처했다. 학교에서 몰래 금서를 읽으며 자유를 꿈꾸던 팡루이신(왕정)과 웨이중팅(증경화)도 이내 학교 교관들에게 들켜 감옥으로 끌려간다. 고문을 당하던 웨이중팅은 꿈속에서 자꾸만 학교로 되돌아가는 꿈을 꾼다. 동명의 게임이 원작인 <반교: 디텐션>은 정치적 공포를 이미지화한 방식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영화에서 더 구체적으로 묘사된 ‘거대한 귀신’과 ‘팡루이신의 그림자’는, 영화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게임 이미지를 충실히 영상화한 장면들은 관객에게 영화를 관람하는 동시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2019년 금마장영화제에서 5관왕을, 2020년 타이베이영화제에서 6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반교: 디텐션' 동명의 게임이 원작인 1960년대 배경 대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