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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해진(고윤)은 카카오톡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후 연인과 함께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던 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인 그리스 스코펠로스섬에 도착한 해진은 아예 1년 동안 그곳에 정착해 ‘이별식당’이란 이름의 레스토랑을 연다. 요리를 통해 이별을 앞둔 연인들을 위로하던 어느 날, 그리스의 톱 가수였지만 정치인과의 스캔들로 고향으로 돌아온 소녀 일레나(에이프릴안)가 손님으로 찾아온다. 크고 작은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며 함께 지내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점차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각자 다른 아픔을 경험했기에 선뜻 다시 마음의 문을 열기 쉽지 않다. <이별식당>은 그리스의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뮤지컬이다. <맘마미아!>의 촬영지인 그리스 스코펠로스섬에서 올로케이션을 진행,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광고 속 이미지처럼 화사한 장면들은 현실의 아픔보다는 낯선 곳이 주는 신선함과 여행의 여유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음
'이별식당' 그리스의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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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볼 수 없는 뱀파이어 왕 마가 칸은 소원을 이뤄준다는 마법 다이아몬드를 마침내 손에 넣고, 보름달이 뜬 후 다이아몬드가 효력을 발휘할 때만을 기다린다. 굶주림에 지친 소년 팀은 마가 칸 왕이 백성들에게 제대로 음식을 나눠주지 않자 홧김에 다이아몬드를 훔쳐 달아난다. 한편 최고의 해적 선장 세이버투스는 꼬마 해적 핑키가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핑키가 가리키는 대로 마가 칸 왕의 섬으로 향한다. 핑키를 구하기 위해 남자 분장을 하고 배에 오른 베로니카는 해적 단원으로서 소임을 다하며 핑키를 빼낼 기회를 호시탐탐 엿본다. <캐리비안 해적과 마법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를 손에 쥔 팀의 소원을 통해 우리가 좇아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영화는 권선징악 서사의 흐름대로 평온하게 흘러간다. 여기에 재미를 더하는 것은 캐릭터의 완성도. 인물별 개성도 확실하고 섬세한 CG로 영화를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의상과 같은 작은 요소에도 디테
'캐리비안 해적과 마법 다이아몬드'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적절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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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갈등 없는 밴드는 없다. ‘하루레오’도 영원할 것 같았지만 해체하기로 했다. 하루(가도와키 무기)와 레오(고마쓰 나나)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만나 친구가 됐고, 매니저 시마(나리타 료)로부터 제안을 받아 밴드까지 결성하게 됐다. 그들은 메이저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의기투합했지만, 현실은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와 그로 인해 생긴 시기 등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키면서 제 갈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그들이 발표한 음악이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때쯤, 세 사람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전국 투어 콘서트를 떠난다.
<굿바이, 입술>은 청춘 남녀 세 사람이 이별하는 과정을 그려낸 음악영화이자 성장담이다. 전국 투어 콘서트를 다니면서 벌어지는 일과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과거를 교차로 오가면서 펼쳐낸다. 서로에게 처음 친밀감을 느꼈던 순간, 깊어진 우정, 서로의 재능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로 인해 생긴 갈등과 권태기 등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세심하게
'굿바이, 입술' 청춘 남녀 세 사람이 이별하는 과정을 그려낸 음악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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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호러, 스릴러, SF 등을 과감하게 뒤섞어 혼종 장르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고스트 오브 워>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보았을 때 비로소 맨얼굴을 드러내는 영화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달은 1944년의 프랑스. 나치에 점령당했던 어느 외딴 저택에 미군 5명이 교대병으로 도착한다. 안온함도 잠시, 버려진 일기장을 통해 나치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주인 가족의 이야기가 드러나고, 미군들은 곧 초자연적 현상으로 고통받는다.
자욱한 안개 속 곳곳에 거미줄이 쳐진 저택, 저주가 깃든 가족사진과 강령술의 흔적 등 전통적인 오컬트 장르의 무대 위로 밀리터리물이 결합된 모양새다. 그러나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중반까지의 호러 서사는 <고스트 오브 워>의 프롤로그일 뿐이다. 유령과의 사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후반부에선 어느새 오컬트 장르를 패러디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수위가 감지되고, 스토리의 앞뒤가 교묘하게 뒤틀리거나 인물의 시점이 뒤섞이는 등 내러티브
'고스트 오브 워' <나비효과>를 만든 에릭 브레스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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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데미 무어)은 남편 마크(딜런 맥더모트)가 가족 계좌를 사용해 부당한 사업적 이익을 취하는 바람에 범죄에 연루된다. 그는 얼떨결에 마크를 교도소에 보내고, 사회봉사 100시간을 선고받는다. 이를 채우기 위해 시각장애인센터를 찾은 수잔에게 배정된 파트너는 소설가이자 교수인빌(알렉 볼드윈).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좋아하는 책과 학생들의과제를 소리 내어 읽어줄 봉사자를 필요로 한다. 첫 만남에서부터 티격태격하며 오해를 쌓던 빌과 수잔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지고, 각자의 상처를 터놓는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현실을 감내하면서 포기해버린 세계로 다시 발을 들일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한다.
데미 무어와 알렉 볼드윈이 브라이언 깁슨 감독의 <주어러> 이후 20여 년 만에 재회한 영화 <사랑이 눈뜰 때>는 예상 가능한 로맨스를 선보인다. 꿈과 사랑, 가족과 건강을 잃은 중년 남녀가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가 뼈대인데, 영화가 이들의 감정이 왜 깊어지는지
'사랑이 눈뜰 때' 꿈과 사랑, 가족과 건강을 잃은 중년 남녀가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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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부부인 수연(이지연)과 세혁(김영재). 둘 사이엔 많은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 오랫동안 2세를 가지는 데 성공하지 못한 둘에겐, 이제 관계의 변화를 가져다줄 선택지마저도 고갈된 상태다. 부상으로 무용수의 꿈을 접게 된 수연은 세혁의 직장 때문에 따라 내려온 부산에도 크게 정을 붙이지 못한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장애인 교육센터에서 무용 치료 봉사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휠체어를 탄 준희(하준)를 만난다. 준희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 수연은 준희와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그러던 어느 날 센터로부터 자선 공연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 준희와의 공연을 준비한다.
김민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리메인>은 남은 것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무언가 하나씩 마비된 상태의 사람들인데, 영화는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보다는 새 삶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한다. 멜로드라마처럼 진행되지만, 인
'리메인' 남은 것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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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의 발길이 뜸한 중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문(윤제문)은 엉뚱한 손님 소담(박소담)의 제안을 받고 소담과 함께 즉흥적으로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난다. 후쿠오카는 제문과 친한 대학 동아리 선배였으나 삼각관계에 놓여 연락을 끊고 지낸 해효(권해효)가 작은술집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도시다. 제문과 소담, 여행자 두 사람은 해효의 술집을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고, 제문과 해효는 28년간 쌓아둔 서로의 감정을 조금씩 풀어나간다. 어느 새 세 사람은 동행이 되어 후쿠오카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그동안의 세월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후쿠오카>는 소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남녀간의 일화를 다룬 영화다. 애초에 여행을 제안한 사람은 소담이지만, 이동을 통해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는 고전적 의미에서 여행이란 행위의 주인공은 절교한 선배를 찾아가는 제문이다. 제문과 해효는 28년 전 갑자기 사라진 대학 동아리 친구이자 두 사람의 연애 상대였던 순희에 대한 기억을 두고
'후쿠오카' 재중동포 출신 장률 감독의 열두 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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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1, 2편의 여러 공통점 중 눈에 띄는 하나는 남측 주인공 부인의 첫 등장 장면이다. 말할 것 없이 인물의 첫 등장은 캐릭터 소개 기능을 갖는데, 보조 인물의 그것은 주인공의 캐릭터 구축을 다지는 역할도 맡는다. 1편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자녀들과 패스트푸드를 사먹다 대선 결과 관련 통화로 자리를 비운 사이 이혼한 아내(김지호)가 등장해 아이들을 혼낸다. “뭐야, 햄버거 먹니?” 2편에서는 늦은 밤 스낵을 집어먹으며 문서를 살펴보는 대통령(정우성) 뒤에서 부인(염정아)이 나타나 핀잔을 준다. “그 과자는 어디서 났대요?” 그러고는 황태채를 구워 대령한다. ‘먹는 것 가지고 잔소리하는 아내들’의 일관된 등장. 이 장면들을 거치며 1편의 남편은 ‘직장에서 중차대한 일을 수행하면서 가정에선 별 권한이 없는 한국 중년 남성’의 자리에 선다. 2편의 남편은 ‘밤 늦도록 국가 중대사를 놓고 고뇌하는 서민적 감성의 지도자’ 이미지를 단시간에 쌓아올린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어떻게 타자를 소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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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 저주의 집>은 여러 의미로 보기 힘든 작품이었다. 그 징그러운 인상에 대해 숙고해보았다.
죽어도 죽지 않는 것들
왜 다시 저주받은 집이 돌아와야 하는가. 미야케 쇼가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주온: 저주의 집>(이하 <저주의 집>)은 역한 공기로 가득하다. 3시간 남짓 되는 시간으로 완결된 이 시리즈가 집요하게 보여주는 것은 저주의 연쇄 작용이라기보다는 학대와 폭력, 끝내는 죽음으로 귀결되는 잔혹한 장면들이다. 화면에는 수많은 살인과 시체가 단조롭게 늘어선다. 이렇게까지 보여주어야 할까, 라고 반문하고 싶을 정도로 영상이 제시하는 폭력의 강도는 장르영화 특유의 관습을 고려하더라도 과도하게 다가온다. 그런 불쾌한 느낌이 드는 건 단순히 잔혹한 표현의 수위 때문만은 아니다. <저주의 집>은 노골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을 전시한다. 이 드라마에서 폭력에 노출되는 대상은 주로 여성과 미성년자, 심지어 어린아이와 신생아들
'주온: 저주의 집'이 그려낸 미래 없는 지옥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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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마녀 배달부 키키>를 다시 봤다.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보았다. 다른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다. 이 영화를 처음 본 날로부터 수십년이 흘렀고, 그사이에 몇번이나 반복해서 봤지만, 그래서 다음에 어떤 장면이 나올지 거의 외우다시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설레고 조마조마했다.
어린 시절, 나는 나이를 먹으면 영화 한편을 다 보는 일이 힘들어진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책 한권을 한번에 다 읽는 일, 영화 한편을 다 보는 일, 드라마 한 시즌을 쉬지 않고 보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원고지 10매를 빠르게 채우는 일을 내가 ‘어렵다’고 생각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물론… 이걸 특별히 불안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시,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그저 이전만큼 몰입하지 못할 뿐이지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는 일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소녀는 매번 하늘로 날아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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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근화의 산문집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는 읽기와 삶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그의 시 <창백한 푸른 점>의 “날 좀 사랑해줄래/ 드문드문 어두운 것도 같지만/ 크게 웃었다가 긴 침묵에 쌓이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먼저 아침을 맞이할게/ 널 위해 긴 문장을 썼다가 지웠지만/ 지구의 아들딸들을 위해/ 오늘은 시금치를 삶을게” 같은 언어의 살뜰함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혹은 아직 이근화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유혹적인 책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쓴 글을 묶었다는데, 여러 작가들의 글을 읽어가는 구성이다. 필연적으로, 책과 읽는 행위에 대한 이근화식 주석이 된다. 이근화가 한나 아렌트를 인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정치적 인간으로서 이해관계가 연관된 세계에 대해 논할 때 ‘협상 테이블에 사랑을 가져온다면, 직설적으로 말해 나는 그런 행동은 치명적인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비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종의 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삶을 구제하는 대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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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 네 아빠 행방불명이다. 삼일째...
[정훈이 만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 네 아빠 행방불명이다. 삼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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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남(황정민)이 납치된 딸 유민(박소이)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인물. 타이에 사는 중국인이자 한국어 실력을 갖춘 덕에 한국인 가정의 보모로 일하면서 아이를 빼돌리는 린린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를 보고 난 뒤, 유민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도 불안해하는 린린의 눈빛과 중국인 억양이 묻어나는 말투가 기억에 남았고, 그를 연기한 배우 심영은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졌다. 하얀 얼굴에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으로 나타난 배우 심영은은 상업영화도 무대인사도 모두 <다만악>이 처음이라고 활기차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억양과 분장 등 묻고 싶은 게 많아 기술적인 질문을 던지자, 한참 대답하던 그는 린린을 두고 “타이가 배경이라 등장하는 외국인 정도가 아니고 타이에서 인남의 시작점을 열어주는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연극 무대에서 오랜 내공을 쌓아온 배우답다.
-타이에 살면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심영은 - 내공 있는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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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거리며 할아버지 댁으로 들어오는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 남매는 여름방학 동안 지내야 하는 이 생소한 곳을 꼼꼼히 살핀다.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이라 느끼는 남매의 감정이 잘 보이면 좋겠다”는 윤단비 감독의 요청에 따라, 김기현 촬영감독은 카메라를 고정한 뒤 멀리서 두 배우를 촬영했다. 거리를 둬야 남매의 생경한 감정이 잘 드러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매의 여름밤>은 갑작스레 함께 여름을 보내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족간의 드라마를 잘 담아내기 위해 김기현 촬영감독은 텍스트보다 배우에 집중했다. “인물들의 제스처나 대사 사이의 간격 등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고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영화라고 봤다.” 또한 공간도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인물들과 집이 ‘만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항상 집 안에 카메라를 두고 대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는 배우들을 촬영했다. 영화 후반부엔 이 집에 할아버지의 숨결이 남아 있다는 걸
'남매의 여름밤' 김기현 촬영감독 - 공간도 하나의 캐릭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