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비상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지난 8월 19일 정부가 수도권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20일, 서울시는 30일까지 10인 이상의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3단계를 적용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또한 실내에 50인 이상이 모이는 행사 진행을 제한한 가운데, 영화 개봉은 물론 시사회, 제작보고회, 기자간담회가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8월 19일 개봉예정이었던 <국제수사>는 추후 계획을 알리지 않은 채 개봉을 잠정 연기했고, <카일라스 가는 길>은 개봉을 8월 27일에서 9월 3일로 미뤘다. 위 두편을 포함해 8월 셋쨋주에서 넷쨋주 사이 언론·배급 시사를 예고한 바 있는 <테넷> <기기괴괴 성형수> <아웃포스트> <후쿠오카> <고스트 오브 워> <나를 구하지 마세요> 등이 시사회와 기자간담회를 취소했으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극장가 비상
-
제작 영화제작전원사 / 감독 홍상수 / 출연 김민희,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 배급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 해외 배급 화인컷 / 개봉 9월 17일
결혼 이후로 남편과 단 한번도 떨어져본 적 없는 감희(김민희)는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집에 홀로 남겨진다. 이윽고 감희는 세명의 친구들을 만나러 집 밖으로 나선다. 감희는 영지(이은미)와 함께 살고 있는 영순(서영화)의 집을 찾아가고, 이어 수영(송선미)의 집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마지막으로 감희는 극장에서 우진(김새벽)과 마주한다. 두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번의 우연한 만남. 홍상수 감독의 신작 <도망친 여자>는 사소하게 오가는 대화 속에 켜켜이 담긴 감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도록 한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배우가 합을 맞춘 7번째 작품이며 감희의 친구로 등장하는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배우와의 호흡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제58회 뉴욕영화제에서 장편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제70회 베를
[Coming soon] '도망친 여자'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배우가 합을 맞춘 7번째 작품
-
[장영엽 편집장] 존재만으로 고마운
[장영엽 편집장] 존재만으로 고마운
-
상실은 영감의 원천이다. 3집 《Lianne La Havas》로 돌아온 리앤 라 하바스 역시 사람을 만나고 이별한 5년 동안의 이야기로 노래를 지었다. 2012년과 2015년, 각각 발매한 앨범들이 큰 성공을 거두자 본 이베어, 얼리샤 키스, 콜드플레이 등 톱 아티스트들이 리앤 라 하바스에게 연락을 했다. 그 음악가 중에는 프린스도 있었다. 프린스가 런던을 방문했을 때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2016년 친구이자 멘토였던 프린스를 잃은 리앤 라 하바스는 그가 남긴 말을 새기며 음악 작업을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이즈음 LA에서 살던 남자친구와의 이별도 경험하는데, 같은 분야에 종사하던 남자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잃어가던 음악가로서의 자존감도 이별 후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음악적 영감으로 승화시킨다. 그리하여 리앤 라 하바스는 3집 앨범 《Lianne La Havas》에서 비로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이전 작들보다 덜 화려해진 편곡은 리앤 라 하바스의 숨결에까지 귀를 기울
[Music] 이별해서 다행이다 - 리앤 라 하바스 《Lianne La Havas》
-
-
행랑아범(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추리닝’ 영배(영화 <거북이 달린다>) 등 배우 신정근이 그간 보여준 인물들은 액션보다는 리액션이 주요 임무였다. 주연배우를 살리고, 작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관객에게 눈도장 찍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그가 연기한 장기석 북한 잠수함 부함장은 조선사(유연석) 북한 국방위원장이 퇴장한 영화의 중반부부터 배우 정우성이 연기한 한경재 대통령과 서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인상깊다. 장기석은 오랫동안 북한 핵잠수함을 책임진 전문가이지만 당에 올바른 소리를 했다가 좌천당한 비운의 캐릭터다. 자신의 이름과 계급을 잘못말한 최고 권력자에게 “장지석이 아니라 장기석입네다. 중장이 아니라 중좌입니다. 장군님이 철칙 시켜주셨습네다”라고 고칠 만큼 기개를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과묵하고 올곧은 인물이 보여주는의외의 진심이 서사에 힘찬 동력을 불어넣는데, 이것은 “무뚝
[액터] '강철비2: 정상회담' 신정근 - 과묵한 공격수
-
나는 K팝 콘텐츠를 즐겨 보는 편이다. 즐겁고자 보는 것이니 늘 즐겁기만 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K팝 콘텐츠를 소비하는것은 때로 불편하고, 죄책감을 자극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례한 중년 남자만큼 싫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콘텐츠가 세 가지 있다.
첫째는 애교(aegyo)다. 애교 콘텐츠란 아이돌에게 아기 혹은 어린이 흉내를 내도록 하는 것으로, “띠드버거(치즈버거)”,“기싱꿍꼬또(귀신 꿈 꿨어)”, “귀요미송” 따위가 있다. 아기 흉내라고는 했지만 진짜 영유아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은 아니다. 귀여운 매력을 보이는 것과도 다르다. “애교 하나 해봐”라는 말이 요구하는 것은 정형화된 동작이다. 10대 후반부터 성인에 이르는 연예인들이 발음을 뭉개고 볼에 공기를 빵빵하게 채우거나 입술을 내밀며 한껏 과장된 표정을 짓는 등의 이상한 표현을 한다. 나는 이 애교 콘텐츠가 매우 불편하다. 애교 콘텐츠의 정형적 요소가 부정확한 발음, 사지를 가누는 법을 배울 때의
K콘텐츠와 인권의 문제
-
16살이 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15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15년을 준비하는 16번째 여름, 그 중심에 올해 새로 제천에 둥지를 튼 맹수진 프로그래머가 있다. 그간 여러 영화제를 거치며 경험을 쌓아온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도 관객을 만족시킬 알찬 준비를 마쳤다.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8월 13일(목)부터 17일(월)까지 개막작을 비롯한 상영작을 공식 온라인 상영관인 웨이브에서 상영한다. 그 밖의 이벤트와 음악 프로그램은 네이버 V LIVE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람 가능하다. 맹수진 프로그래머에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물었다.
-전주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EBS국제다큐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를 거쳐 올해부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프로그래머를 맡았다.
=뒤돌아보니 많기도 하다. (웃음) 공채에 응모해서 올해 3월부터 시작했다. 경력이 오래되면 기술
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맹수진 프로그래머 - '세계 최고의 음악영화제'를 꿈꾼다
-
서울의 삶을 정리하고 거제도로 내려온 승희(김유라)는 우연히 할머니 집의 창고에서 발견한 낚싯대를 들고 바다로 향한다. 승희는 낚시터에서 만난 거제 청년과 함께 거제의 새로운 모습을 경험하고, 잊고 있던 추억을 상기한다. 생의 기로에서 한 걸음 물러나 거제의 풍경을 자신의 품에 담은 승희는 그렇게 눅진한 여름의 시간을 견디고 다음 걸음을 내디딜 채비를 한다.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보며 영화감독을 꿈꾼 오정석 감독은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여름날>을 완성했다.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여름날>은 제24회 인디포럼 폐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상영 이후 관객의 호평이 이어졌다. 비가 잠시 멈춘 습한 여름날, 오정석 감독을 만나 그가 담아낸 승희의 여름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의 배경이 거제도여야만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래 구상했던 시나리오가 제작지원을 못 받게 되면서 다른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다. 대학원
'여름날' 오정석 감독 - 정체된 시간을 견뎌 스스로 길을 찾기를
-
‘당신은 잊은 것입니까, 아니면 기억해내기가 두려운 것입니까?’ 동명의 게임을 영화화한 <반교: 디텐션>은, 웨이중팅(증경화)과 팡루이신(왕정)을 통해 계엄령 시기의 대만을 그대로 재현한 공포영화다. 장 선생님(부맹백)과 학교에서 몰래 금서를 읽던 이들은 결국 감옥으로 끌려가고, 잔혹한 고문을 받던 웨이중팅은 폐쇄된 학교에 갇히는 악몽을 반복해서 꾼다. 연출을 맡은 존 쉬 감독은 대만 관객이 영화를 통해 묻어둔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기를, 그것이 트라우마 치료의 첫 단계가 되길 바란다고 전한다. 그의 바람에 관객은 뜨겁게 화답했고, <반교: 디텐션>은 지난해 금마장영화제에서 5관왕을, 2020년 타이베이영화제에서 6관왕을 영예를 안았다. 코미디, 풍자 위주의 작품을 주로 제작해온 존 쉬 감독의 발걸음이 어떻게 <반교: 디텐션>으로 향하게 됐는지, 감독과 서면으로 나눈 대화를 전한다
-원작 게임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10살 무렵부터 게임을 좋
'반교: 디텐션' 존 쉬 감독 - 대만 역사에 기반한, 대담한 공포영화
-
3월 개봉예정이었던 독일 극장가의 화제작 <운디네>가 코로나19 사태로 7월 초에 개봉했다. 올해 2월 말 열렸던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운디네>는 베를린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상을 받았고, 배우 파울라 베어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내로라하는 작가주의 감독이다. 90년대 중반 독일영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젊은 감독들의 영화적 흐름을 일컫는 베를린파의 대표주자이기도 한 그는 사실 베를린영화제의 단골 초대 손님이다. 그의 작품 <옐라>(2007), <바바라>(2012), <트랜짓>(2018)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고, 그중 <바바라>는 은곰상(감독상)과 저널리스트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운디네’는 유럽 설화에 나오는 물의 정령이다. 독일 낭만주의 작가 프리드리히 데 라 모테푸케는 19세기 초 설화를 바탕으
[베를린]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운디네' 개봉
-
<공공의 적>(2002) 이래 드라마 속에 검은 우의를 걸친 연쇄살인범이 수없이 등장했다. tvN <악의 꽃>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캐릭터 도현수(이준기)도 우의를 입었다. 아버지가 저지른 연쇄살인의 공범 혐의로 수배 중인 그는 자신을 알아본 기자 김무진(서현우)을 지하실에 감금한다. 비가 퍼붓던 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의를 입은 채 그는 사지가 묶인 김무진의 입에 김밥을 하나씩 떼어 넣어준다. “입맛에 맞을 거야. 너희 집 근처까지 가서 사왔거든.”
무슨 사이코패스가 김밥을 사다 먹이나! 김무진의 위장에 김밥을 남겨 경찰 부검에 대비하려 했다는데 말은 무시무시해도 도현수의 실제 수고는 산 사람과 협상하는 쪽에 쓰인다. 서스펜스에 엮어내는 괴이한 유머는 유정희 작가의 장기. 도현수는 김무진이 포털사이트 지식인에 올렸던 질문, 자기 과거가 드러나면 기자직에 영향이 있을지 묻던 내용을 본인 입으로 읽게 한다. 36살 남성의 목소리로 낭독하는 글의 시작은 이렇다
'악의 꽃', 어떤 사이코패스 리포트
-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치즈와 구더기>를 잇는 <밤의 역사>는 미시사 저작물을 꾸준히 발표해온 카를로 긴츠부르그의 책으로, 유럽 전 지역에 퍼져 있던 민간신앙의 양상을 분석하고 그 민속적 기원을 들여다본다. 카를로 긴츠부르그의 다른 책들처럼 오랫동안 붙들고 끝나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재미있는 <밤의 역사>는 코로나19의 세계에서 읽으며 더 눈길을 끄는 부분들이 있다. 재앙의 시대, 14세기 나병 환자와 관련한 음모론이 나도는 풍경을 보면 특히 그렇다. 나병, 흑사병은 타자를 배척하는 음모론으로 쉽게 진행되곤 했는데, 십자가 모독, 식인 행위, 동물로의 변신, 난교 파티, 주술 비행을 비한 ‘악마의 잔치’라는 음모 이미지는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된다. <밤의 역사>에서는 인간이 공동체에 포함시키지 않은 인간을 벌해 공동체를 보호하겠다는 신념에 가득 찬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 결과 끔찍하게 죽음을 맞는 무수한 여자들
씨네21 추천도서 <밤의 역사>
-
사건에 관련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차례로 전달하며 마지막 순간에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하는 방법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소설 <고백>은 여러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쌓아가며 마지막 반전까지 독자들을 집중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조각들>은 한 소녀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시골 마을에 사는 여자애가 대량의 도넛에 둘러싸여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퍼진다. 누구는 죽은 사람이 모델 같은 미소녀라고 하고, 누구는 학교에서 제일 뚱뚱한 학생이라고 한다. 미용외과 다치바나 뷰티클리닉의 원장 히사노는 비만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아 오랜만에 만나는 옛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로 시작된 이야기는 초등학교 동창의 딸이 죽었다는 화제로 이어진다. 히사노는 옛 동창의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주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말은 제각각이고, 저마다 가
씨네21 추천도서 <조각들>
-
“오년에 한번 있는 가족 모임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이민자들인 거예요. 오지 못한 가족들에 비하면 말이죠. 살던 나라에서 다시 청소부, 택시기사, 가정부로 돌아간다 해도 할머니의 식탁에 앉아 있는 이 순간에는 성공한 인생입니다. 자화자찬이 끝나자 비밀들이 불려나왔습니다.” <레오니>의 화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필리핀 마닐라까지 서른 일곱 시간을 비행해 떠나는 레오니다. 오년에 한번, 증조할머니가 소집하는 가족 모임을 위해 부모님과 쌍둥이인 뻬드로까지 네 가족이 여행을 떠났다. 어딘가의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친척들은 모처럼 집을 찾아 으스대기도 하고, 근심을 늘어놓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레오니는 이미 성인이 된 지 오래고, 이날 밤의 기억을 수없이 되새김질하며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에디 혹은 애슐리>는 기상이변으로 시작해 노화도, 죽음도, 성장도 없는 세계에 인류가 갑자기 들어선 뒤의 상황을 그린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이 가능해지고 젠더는
씨네21 추천도서 <에디 혹은 애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