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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플랜드>는 낙태는 유죄라는 흔들림 없는 태도와 교조적 색채가 분명한 영화다. 가족계획연맹이라 불리는 미국 최대의 낙태클리닉에서 8년간 상담사로 일하고 최연소 소장 자리에 오른 주인공 애비(애슐리 브래처)는 자신의 낙태 경험에 기반해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영화는 그런 애비가 처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가 초음파 영상을 통해 낙태 장면을 보게 되면서 충격에 빠지는 것으로 문을 연다. 메시지를 전개하는 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명료함과 선명함이 장점이라면 장점인 영화다.
그러나 <언플랜드>의 방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뱃속의 아이가 움직이며 수술 기구를 피한다는 주장과 이런 영상을 통해 낙태에 찬성하던 여성도 결국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은 관련 단체와 교육 기관을 통해 이미 많은 여성들에게 불필요한 트라우마를 주입한 아이디어다. 여성에게 죄책감 혹은 공포를 심거나 시혜적인 연민을 베푸는 듯한 두 장년 백인 남성감독의 시선에는 공백이 많다. 특히 기구에 빨려들어
영화 '언플랜드' 낙태 기구에 빨려들어가는 태아... 이런 장면,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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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낯선 남성의 헤드셋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때, 그에게 함께 듣자고 제안할 확률은? 높지 않다. 세상은 넓고 음악 장르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함께 듣게 된 노래마저 여주인공 조니(앰버 루바스)가 사랑해 마지않는 포크송이다. 앨리엇(조 퍼디)과 조니의 인연은 이처럼 두 사람의 음악적 취향과 공명하며 막 시작되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급선회해 출발지인 LA에 착륙하고, 관객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9·11 테러가 발생한 바로 그날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공항은 혼란 그 자체고, 공중전화도 불통이다.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할 때이지만 믿고 기댈 사람이 없는 상황 속에서, 앨리엇은 조니를 따라 그의 친척 할머니 집에 간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뉴욕에 가야 하는 사정이 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밴드 공연 연주자인 앨리엇은 공연을 위해, 조니는 결혼식 참석차 LA에 왔다가 본래 주거지인 뉴욕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두 사람은 할머니의 캠핑카를 직접
영화 '리플레이' 9.11 테러가 발생한 그날, 뉴욕으로 향하던 남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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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컨페션> <굿나잇 앤 굿럭> <킹메이커> <서버비콘> 등을 연출하며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도 탄탄하게 쌓고 있는 조지 클루니가 연출, 제작, 출연을 겸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2049년의 지구.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으로 지구는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구 바깥에서 바라본 지구도 더 이상 푸른별이 아닌 상황. 과학자 오거스틴(조지 클루니)은 북극의 바르보 천문대에 홀로 남아 하루하루를 보낸다. 한편 우주에선 통신 전문가 설리(펠리시티 존스)와 사령관 고든(데이비드 오옐로워)을 비롯해 5명의 에테르호 대원들이 탐사 임무를 마치고 지구 귀환을 준비 중이다. 탐사선 에테르호의 존재를 알게 된 오거스틴은 거친 눈보라를 뚫고서라도 통신 상태가 좋은 기상 관측소에 도착해 에테르 대원들에게 지구의 상황을 알리려 한다.
영화가 기획되고 제작된 건 코로나19 이전이지만, <미드나이트 스
조지 클루니의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우리는 모두 떨어져 있어도 연결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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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풋풋함 혹은 설렘과는 정반대에 있는 인물들이 도쿄의 밤거리를 누빈다. 먼저 권투 선수 레오(구보타 마사타카)가 있다. 장래가 촉망되는 복서인 그는 의문의 케이오 패를 당한 후 방문한 병원으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어릴 때부터 가족도 없이 홀로 살아가던 레오가 뜻밖의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중년의 남성으로부터 쫓기고 있는 모니카(고니시 사쿠라코)가 그런 레오에게 달려와 도움을 청한다. 레오는 펀치 한방으로 남자를 제압하는데, 남자가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엉겁결에 도망치게 된다.
사연은 이렇다. 이 모든 것은 야쿠자 조직원 카세(소메타니 쇼타)의 계획으로부터 시작됐다. 조직의 앞날이 밝지 않음을 예감한 카세는 부패 경찰 오토모(오모리 나오)와 함께 조직의 뒷돈을 빼돌리기 위해 모니카를 이용하려고 한다. 조직에서 공급하는 마약을 가로챈 뒤약에 중독되어 있는 모니카가 벌인 일처럼 꾸미려는 것이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예상치 못한 레오의 등장은 이
영화 '퍼스트 러브' 선혈 낭자한 액션 속 '심쿵'의 정서를 간직한 미이케 다카시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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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원인 불명의 재앙으로 종말을 맞은 지구
[정훈이 만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원인 불명의 재앙으로 종말을 맞은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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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이 개봉을 연기했다
지난 10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오는 12월 25일 예정되어 있었던 <소울>의 개봉을 내년 1월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12월 10일부터 예술인 고용보험제가 시행돼 구직급여와 출산전후급여를 지급한다
실직한 예술인이 이직일 전 24개월 중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고 적극적으로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 120~270일간 구직급여를 받는다. 또한 임신한 예술인이 출산일 전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고 출산일 전후로 노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출산전후급여를 90일간 받을 수 있다.
2020 여성영화인축제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은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제작자상’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은경 더 램프 대표, ‘감독상’은 <69세> 임선애 감독, ‘각본상’은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2020 여성영화인축제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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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하고 78명의 임원을 승진시키는 내용의 2021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임원은 지난해보다 2배 늘었고 역대 최대인 8명의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뉴스1> 12월 10일자 “CJ그룹 대표이사 9명 ‘세대교체’… 이재현 회장 ‘포스트코로나 대비’ 포석” 중)
CJ그룹이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주요 계열사 14개 가운데 약 60%인 8곳의 수장이 바뀔 만큼 예년에 비해 대표이사들의 인사이동이 많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속한 CJ ENM과 CJ CGV도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됐다. 일단 허민회 CJ ENM대표는 CJ CGV 대표로 이동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극장이 위축되고 OTT플랫폼이 급성장하는 등 급변하는 콘텐츠 산업 환경 속에서 영화 부문은
[김성훈의 뉴스타래] CJ그룹이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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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차인표>는 배우 차인표가 극중 차인표를 연기하는 코미디영화다. 차인표는 한때 대스타였다. 왕년의 인기는 대중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전성기 시절의 영예를 되찾고 싶은 그는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과 함께 연기 4대 천왕에 꼽히고 싶어 한다. 극중 차인표의 고군분투를 함께하는 매니저 김아람 역할은 배우 조달환이 연기한다.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가 장점인 조달환과 항상 힘이 들어가 있는 듯한 차인표의 코미디 호흡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실제 차인표는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진지하지만 느끼한 표정으로 색소폰을 불며 등장한 이후 <그대 그리고 나> <왕초> 등에 출연하며 1990년대 드라마를 접수했다. <짱> <목포는 항구다> <크로싱>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지난해 <옹알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차인표>는 <극한직업>
[Coming soon] '차인표' 배우 차인표가 극중 차인표를 연기하는 코미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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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왔음을 실감하는 한주였다. 즐겨 찾던 가게가 문을 닫았고, 안전문자의 문구와 동선으로 존재하던 확진자 정보에 지인들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취재 일정을 이어가는 <씨네21> 기자들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과 평안을 잃지 않는 연말을 보내시길 바란다.
지난호에 이어 준비한 두 번째 연말 결산 특집 기사에서는 올 한해의 주요 사건과 변화들을 키워드별로 정리해보았다. 시시각각 사건, 사고가 잇따랐던 2020년은 최전방에서 영화계 이슈를 접하는 매체의 입장에서도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던 한해였는데, 1년 동안 한국 영화산업이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번호 결산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서 영화가 먼저 개봉하고 배급의 마지막 단계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화가 공개
[장영엽 편집장] 2020년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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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스파이더맨이 한 편의 영화에 모두 모일 수 있을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큰 그림'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2>의 옥토퍼스로 출연했던 배우 알프레드 몰리나가 MCU의 새영화 <스파이더맨 3>(가제)에 옥토퍼스 역할로 다시 캐스팅됐다. 이 소식을 전하는 대부분의 매체가 "역대 스파이더맨들이 (한 영화에) 모두 등장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토비 맥과이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앤드류 가필드,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톰 홀랜드까지, 역대 스파이더맨 출연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MCU 페이즈 3기의 엔딩을 장식했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J.K. 시몬스가 출연하면서 수많은 스파이더맨 팬들에게 여지를 남긴 것. 그 이유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에서 신문사
'스파이더맨 3' 토비 맥과이어X앤드류 가필드X톰 홀랜드, 역대급 스파이더맨 콜라보 성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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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아 테일러조이
<퀸스 갬빗> <뉴 뮤턴트> <엠마>
외계에서 날아와 지구에 불시착한 존재가 우리 안에 몰래 섞여 지내고 있다면, 왠지 애니아 테일러조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에겐 예쁘다, 잘생겼다와 같은 이분법을 넘어서는 남다른 개성이 있다. 종종 테일러조이의 얼굴을 보고 있다 보면 저 배우는 어떤 작품에서든 주인공을 맡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마저 드는데(실제로 데뷔작 <더 위치>에서부터 그는 주연이었다.-편집자), 등장하는 모든 프레임에서 시선을 가져간다. 마녀 재판의 중심에 섰던 <더 위치>, 해리성 다중인격장애 환자에게 납치당했던 <23 아이덴티티>로 경력을 시작했던 그는 인디영화계의 ‘스크림 퀸’ 같은 따분한 수식어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6년 동안 21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떤 상자 속에 갇혀 있기를 거부하던 그의 매력이 만개한 것은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그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 2020년의 활약 돋보인 배우 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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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아내로 뿌리내리려는 순간 육체와 정신에 찾아온 고통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자. 그도 관객도 발병의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할 때, 헤일리 베넷은 유난히 강조된 흰 피부 아래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얼마간 억누르는 연기를 선보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환자의 곡절을 짐작하게 했다. 자주 붉어지던 두뺨이 마치 인내의 역치를 시험하는 리트머스지 같았다고나 할까. 그 볼이 아릿해 잊기 힘들었다. 올해 공개된 출연작 <스왈로우>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모두 그랬다. 이중 앞선 두 작품에서 베넷은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여인에게 찾아온 임계점을 인상적으로 표현해냈다.
영화 시작 30분 만에 죽음을 맞아야 했던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베넷에게 너무 짧은 무대였다. 대신 이식증에 걸린 임신부 헌터 역을 맡은 <스왈로우>에서 그는 압력을 버티다 못해 잔잔히 폭주하는 주인공으로서 화면을 장악했다
[2020년의 얼굴들] 남선우 기자의 PICK <스왈로우>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헤일리 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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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그가 택하는 모든 작품이 의외였다. <해리 포터>의 모범생 세드릭 디고리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을 거치며 금발의 하이틴 스타로 자리 잡을 찰나, 자본을 좇는 투자자 에릭 페커 역으로(<코스모폴리스>) 방향을 틀더니 <라이프> <잃어버린 도시 Z> <하이라이프> 등 하나의 키워드로 묶기 어려운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트와일라잇>에서 불거진 연기력 논란이 잠잠해지며 완벽한 로맨스영화 주인공으로서의 온기도 사그라들었다. 그 대신, 로버트 패틴슨의 얼굴엔 불안과 광기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 광기는 <굿타임>을 지나 <라이트하우스>에 이르러 완연히 무르익었다. <라이트하우스>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토머스(윌럼 더포)와 단둘이 외딴섬의 등대를 관리하는 에프라임을 연기했다. 윌럼 더포가 초반부터 욕망을 표출하는 데 반해 로버트 패틴슨은 중반 이후에야
[2020년의 얼굴들] 조현나 기자의 PICK <라이트하우스> <테넷> 로버트 패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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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곁에는 자주 죽음과 슬픔이, 유령적 기운이 따른다. 스크린 속을 유유히 방황하는,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배우는 조용한 자태로 관객을 향해 최면을 거는 데 능하다. 베를린 출신의 1995년생 배우 파울라 베어에겐 초연함과 결연함, 성숙함과 순진무구함이 돌연 교차하는 미스터리가 깃들어 있다. 그 모호하고 초월적인 아우라는 올해 한국에 개봉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두 영화 <트랜짓>과 <운디네>에서 실연의 그림자를 입었다. 파울라 베어는 <트랜짓>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망명지를 헤매다 자꾸만 다른 남자를 오인하고, <운디네>에선 오랜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뒤 급작스런 새 사랑과 충돌한다. 이들 영화에서 겹겹의 비밀과 거짓말, 신화적 운명을 통과하는 파울라 베어는 관객을 영화의 휘장 너머로 데려가 어느새 현실의 규칙에 둔감해지도록 만드는 존재다. 이 신비한 작용을 일으키는 피사체에 대한 묘사가 자칫 뛰어난 배우를
[2020년의 얼굴들] 김소미 기자의 PICK <트랜짓> <운디네> 파울라 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