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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물이 그물망처럼 얽혀 서로의 욕망을 견제하고 각자의 생존을 갈구하는 <스위트홈>에서, 은혁은 중립적인 내레이션을 맡았다. 피할 수 없는 멸망이 다가왔을 때 인간은 또 다른 진화, 즉 괴물화를 받아들일지 혹은 인간다움을 지킬지 덤덤하게 묻는 이도현의 목소리는 그린 홈 1층에 있는 생존자 집단의 리더로서 “모여 있는 게 생존 가능성이 높다”라며 주민들을 냉철하게 설득하는 캐릭터로도 이어진다.
원작 웹툰의 팬이었던 이도현은 “젊은 배우 누구나 현수(송강)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현수 캐릭터를 열심히 분석한 뒤 오디션에 갔지만, 감독의 눈에 띈 모습은 10분 남짓 준비하고 새롭게 읽은 대본이었다. 이응복 감독은 “이도현이 첫 마디를 뱉자마자 은혁 역에 캐스팅했다”라며 차갑지만 현실적인 캐릭터와 배우의 교집합에 주목했다.
-원작과 캐릭터 설정이 달라졌다. 웹툰의 은혁은 서글서글한 면도 있고 무엇보다 ‘오타쿠’ 설정이 강하지 않았나. 드라마의
[인터뷰] '스위트홈' 이도현 - 진짜 연기를 알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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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로 ‘만찢남’의 계보를 이었던 송강은 뒤이어 <스위트홈>까지 찍으며 넷플릭스의 남자로 떠올랐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와 <스위트홈>의 현수 사이엔 태평양만큼의 거리감이 있지만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인 송강은 이질감 없이 사뿐히 극과 극의 캐릭터에 안착한다. 내면의 욕망에 사로잡혀 사람들이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스위트홈>의 세계에서 송강은 괴물화가 진행 중인 고등학생 현수를 연기한다. 송강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선 <스위트홈>을 찍으며 했던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송강과 나눈 긴 이야기를 최대한 살려 전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이 공개된 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도 많이 늘었다. 인기를 실감하나.
=잘 모르겠다. 체감하는 변화는 SNS 팔로워 수 정도? 팔로워 수가 늘면서 ‘아, <좋아하면 울리는>이 잘
[인터뷰] '스위트홈' 송강 - "이젠 넷플릭스 로고만 봐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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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12월 18일 공개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이응복 감독이 연출을 맡은 10부작 드라마 <스위트홈>은 사람들이 서서히 괴물로 변해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 장르물이다. 김칸비·황영찬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웹툰 속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철거 직전의 아파트 그린홈으로 소환되었다.
주인공인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는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로맨스물에 최적화된 비주얼을 뽐냈던 송강이 맡았고, 이성적 판단으로 생존 전략을 세워 그린홈 주민들을 이끄는 은혁은 <18 어게인>의 루키 이도현이 연기한다. 은혁의 동생이자 매사에 삐딱한 발레 소녀 은유는 <마녀> <좋아하면 울리는>에 출연했던 고민시가, 베이스 기타 대신 야구방망이를 들고 괴물과 맞서는 지수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눈도장을 찍은
[인터뷰] '스위트홈' 송강·이도현·고민시·박규영 - 우리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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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산다는 감각을 가장 생생히 느끼게 하는 곳을 꼽아보라면 용산 아닐까. 남산을 끼고 둘러선 이 지역은 동네의 줄기인 산의 모양이 용과 같다 하여 이름도 용산(龍山)이 되었다. 흔히 서울의 얼굴 하면 종로를 떠올리지만, 궁과 광장으로 대표되는 그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도시인의 일상이 이곳 용산에는 남산의 능선을 따라 촘촘히 박혀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역 뒤 ‘푸른 언덕 마을’ 청파동은 서울살이의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다. 식민지 시대의 적산 가옥과 낡은 한옥 그리고 다세대주택이 좁다란 골목을 따라 공존하는 동네. 용산의 많은 곳이 유흥가로 개발된 것과 달리 청파동은 서민의 주거지로 여전한 모습을 갖고 있다.
《청파소나타》는 청파동에 사는 뮤지션 정밀아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서울에서의 삶을 노래로 빚어낸 음반이다. 세밀한 관찰과 관조하는 시선을 오가며 담아낸 서울의 모습은 소리만으로도 상당히 회화적이다. 청파동의 거리 소음으로 시작하는 첫 트랙을 따라 자연스럽
[Music] 청파동살이, 들어볼래요? - 정밀아 《청파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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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이 12월 20일(현지 시간), 영화 <미나리>로 LA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10년 <마더>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김혜자, 2011년 <시>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윤정희, 2020년 <기생충>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에 이어, 윤여정은 LA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한 네번째 한국인 배우가 됐다.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온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윤여정과 함께 스티븐 연, 한예리, 앨런 김 등이 출연하며 연출은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에 노미네이트됐던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맡았다. <미나리>는 지난 1월 개최된 2020년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으며, 11월 열린 덴버영화제에서는 관객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을 수상하기도
윤여정, LA 비평가 협회상 여우조연상 수상...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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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펜상은 한국추리문학상의 최우수 단편 부문 상이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황금펜상 수상작을 모은 이번 책은 한국 추리문학의 현주소를 알 수 있게 해준다. 2020년 수상작인 황세연의 <흉가>가 가장 먼저 소개된 뒤, 2007년 작품부터 수상한 해 순으로 수록되었다. 황세연, 조동신, 공민철 작가는 두번 수상했다.
이 책에 실린 추리 단편의 매력은 짧은 분량 안에서 반전을 맛보게 해주는 작품들이라는 데 있다. 있을 법한 사건들, 특히 사회면에서 본 뉴스를 연상시키는 이야기들이 뜻밖의 결말을 맞는 순간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박하익의 <무는 남자>(2010)는 단편집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의 시작이 된 첫 번째 이야기다. 이후 JTBC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여학생들의 팔목을 깨물어 ‘무는 남자’로 알려진 사람과 맞닥뜨리면서 시작된다. 고등학생들이 생활 속 사건을 푸는 내용인가 싶을 무렵 드라마 <SKY
씨네21 추천도서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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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내 부모의 삶을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존재하는 걸까. 독립 후 일을 시작하면서 아버지와는 20년 넘게 절연 상태였던 하루키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뒤늦은 화해를 하고 그의 죽음 후 아버지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가 위인전을 써야 할 만큼 역사적 인물이라서가 아니다. 한 평범한 남자가 역시 평범한 아들을 낳고 살아간 기록, 삶이란 그저 우연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루키는 쓴다. “나는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중략) 우리는 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을 유일무이한 사실로 간주하며 살아 있을 뿐이 아닐까.”(93쪽)
그 우연이란 이런 것들이다. 하루키의 할아버지인 무라카미 벤시키는 교토의 주지승이었고, 둘째 아들인 지아키도 계승 후보였으나 장남이 절을 이어받았고 지금은 하루키의 사촌이 승계했다. 만약 하루키의 아버지가 절을
씨네21 추천도서 <고양이를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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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안주연 지음 / 창비 펴냄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고선규 지음 / 창비 펴냄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전치 2주 정도만 다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그것이 우울증이었는지, 번아웃이었는지, 둘 다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번아웃인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이 찾아오는 일은 드물지 않은 모양이다. 창비의 ‘내 마음 돌보기’ 시리즈로 출간된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의 도입부를 보면 그렇다. 번아웃은 직업 또는 학업, 작업하는 일과 관련해 굉장한 소진과 냉소, 효능감 저하 등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일이 많고 피로한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상황 개선의 희망이 없고, 통제감을 느낄 수 없으며,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한다고 느낄 때 번아웃이 온다. 두뇌 번아웃과 감정 번아웃 두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과도한 시뮬레이션이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번아웃의 근본 원인은
씨네21 추천도서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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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이다. 2020년 드라마 속 주인공이 마스크를 챙겨 외출하는 장면을 보는 것마냥 시의적절하게 코로나19 시대의 업무 노하우가 담겨 있어 동시대적 감각으로 읽게 된다. 각기 직업이 다르지만 모두 프리랜서이거나 창작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12명의 에세이에는 코로나19와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집순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김영글 미술작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만 있는 것이 괴롭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신기하다며, “자질이 빼어난 집순이에게, 코로나19 시대가 던져준 비대면의 삶은 그리 어려운 숙제가 아니”라고 성향을 고백하기도 한다. 사실 기술의 발달로 효율성이 높은 비대면 회의, 재택근무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미래 예측은 진작부터 있었다. 게다가 언제 은퇴당할지 모르는 직장에 목매기보다는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게 중시되는 시대다.
이 책의 필자들은 사무실이라는 공간에서 9to6라는 특정 시간에 일하지 않으며, 자
씨네21 추천도서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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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가지 단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에는 뜻 모를 소리가 종종 등장한다. 제목이 <울음소리>인 단편에서는, 상권 좋은 대형 아파트 단지 어딘가에서 어느 여자의 서글픈 울음소리가 자꾸 들려온다. 너무 애통해서 듣는 이도 흐느끼게 할 읊조림을 곱씹던 ‘나’는 과거 학교에서 온갖 괴롭힘을 받았으나 한번도 받아치지 못하고 참기만 하던 유년 시절의 착한 친구를 떠올린다. <서울 퍼즐-잠수교의 포효하는 남자>에는 관광객으로 가득한 분수대에 불쑥 나타나 팔을 위로 뻗은 채 포효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나’는 그 괴상한 소리 덩어리를 들으며 오지로 떠나 소수민족의 언어를 채집하던 동생을 생각한다.
2020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단편 <소유의 문법>에도 자폐성 발달장애를 앓아 느닷없이 몇분이고 고함치기를 하다 쓰러지는 아이가 등장한다. 울음과 고함을 터트리는 일상의 이질적 존재를 우리는 곁에 두기도 하고, 혹은 우리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인생이
씨네21 추천도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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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수녀원에 가게 된 가난한 소녀가 전세계를 주름잡는 디자이너가 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거듭된 출산과 육아로 건강을 해쳐 죽은 어머니 앞에서 ‘돈이 자유’임을 뼈아프게 깨달았다는 사연도. 외진 시골 출신의 샤넬은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다. 노래와 춤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재빨리 의상 디자인으로 방향을 틀었고, 부유한 상류층 애인들과 어울리며 러시아에서 망명한 예술문화계 인사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승마복, 요트 선원의 옷 등 전통적인 남성 분야의 의상이 샤넬의 손을 거쳐 여성의 의상에 도입되었고, 1920년대 ‘신여성’ 출현과 맞물려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렇게 샤넬은 스스로 브랜드가 되었다.
‘샤넬 넘버5’라는 향수의 이름처럼. 초창기 샤넬의 성공담에는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이야기적 쾌감이 있다. 유명 인사가 된 샤넬이 기댈 곳 없었던 불우한 유년 시절에 대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삭
씨네21 추천도서 <코코 샤넬: 세기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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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송년회와 연말을 결산하는 떠들썩한 행사들 대신 차분하게 한해를 돌아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 이 시기를 함께할 좋은 친구는 아마도 책이 아닐까. 책을 펴면 때로 다른 시간으로, 아주 먼 장소로 바로 떠날 수 있다. 부디 안전하고 건강하게, 책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연말을 보내시기를.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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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바틀비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필사를 하고 나면 그걸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는데도, 당신은 여기 직원이니 잠시 나를 대신해 우체국에 다녀와달라는데도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그는 오로지 사무실 한켠에 은신한 채 오로지 필사 업무만을 하다가, 결국은 그 업무마저도 중단하고, 변호사와 바틀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물론 그 새로운 국면 속에서도 바틀비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뭘 어쩌라는 건가? 허먼 멜빌의 <바틀비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은 생각한다. 아니, 다 안 하고 싶다고 말할 거면 회사를 왜 다닌단 말인가? 하지만 바틀비는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우리의 이런 믿음을 건드림으로써, 우리가 합의하고 있는 사회적 약속이 말 그대로 ‘사회적 약속’임을, 즉 우리가 임의적으로 정한 규칙이고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우리의 기반을 뒤흔드는 일이기에 그는 불온한 인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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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국의 최장수 드라마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의 60주년 기념 주간(12월 7~11일) 행사도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네이션 스트리트>는 <BBC>의 <이스트엔더스>와 함께 ‘텔레비전 역사상 가장 오래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수식어로 종종 소개되는 연속극이다. 현재까지 1만여회가 넘는 에피소드가 방영되고 있는 만큼 극중 57명이 출산을 했고 146명이 사망했으며 131회의 결혼식이 진행됐다는 놀라운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10주년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로 오랜 드라마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는데, 50주년을 기념하며 실시간으로 방송된 지난 2010년 12월 9일 에피소드에서는 전차가 고가도로에서 추락하는 액션 장면이 담겨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ITV>가 지난 3월 말 코로나19로 전국적인 봉쇄령이 내려진 직후 방영 횟수를 주 6회에서 3회로 줄이겠다고
[런던] 60년째 방영 중인 영국 최장수 드라마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