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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혜성 ‘클라크’가 지구를 향한다. 당초 아름다운 구경거리 정도로 예측됐던 혜성이 지구와 인류에 멸종에 가까운 피해를 입힐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 정부는 따로 선정한 필수 인력만 비밀 벙커에 대피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필수 인력에 선정된 존(제라드 버틀러)은 아내 앨리슨(모레나 바카린)과 아들을 데리고 군 비행장으로 향하는데, 아들의 지병을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하는 과정에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존은 비밀 벙커가 있는 곳이 그린란드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가족을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들을 찾아 나서지만, 그를 맞이하는 건 모든 시스템과 인간성이 무너져버린 세상이다.
<엔젤 해즈 폴른>(2019)에서 무언가가 무너진 세상을 그려냈던 릭 로먼워 감독은 신작 <그린랜드>에서 다시 한번 제라드 버틀러를 혼란스러운 세계에 빠뜨린다. 전작에 비해 스케일도 커졌고 주인공이 지켜야 할 것도 많아졌다. 영화는 재난영화에 기대하는 스펙터클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상
<그린랜드> '엔젤 해즈 폴른' 릭 로먼워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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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레이첼(캐런 피스토리우스)은 잠에서 늦게 깬다. 아침부터 여러 가지 집안일들이 그녀를 괴롭힌다. 여기에 아들 카일(가브리엘 베이트먼)은 학교에 지각하면 안된다며 보챈다. 레이첼은 아들을 데리고 출근길에 나서지만 도로는 꽉 막혀 있다. 설상가상으로 앞차는 신호가 바뀌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는 앞차에 세게 경적을 울리고 지나간다. 그 차에 타고 있던 정체 모를 한 남자(러셀 크로)는 레이첼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무시한다. 이에 분노가 폭발한 남자는 보복 운전을 시작한다. <언힌지드>는 보복 운전을 소재로 한 스릴러영화다. 영화는 한 남자의 분노로 파국으로 맞이하게 된 레이첼의 하루를 그린다. 여기서 ‘분노’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하나는 강렬하다는 것이다. 영화는 분노한 남자를 연기한 러셀 크로의 육중한 몸짓을 최대한 활용하여 폭발적인 파괴의 미학을 선보인다. 다른 하나는 분노의 일상성이다. 영화 초반부에 CCTV나 뉴스 영상을 발췌하
'언힌지드' 보복 운전을 소재로 한 스릴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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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에게 ‘한국 가수 중 최초’라는 수식어를 자꾸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영화에서 RM이 말한 것처럼, 여러 대륙을 누비며 월드 투어를 하는 그들은 어딜 가든 비슷한 사이즈의 콘서트가 가능한 독보적인 스타다.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BTS의 공연 실황을 담은 네 번째 다큐멘터리로, 2019년 4월부터 10월까지 전세계 아미들을 열광케 했던 스타디움 투어 <LOVE YOURSELF: SPEAK YOURSELF>의 무대 뒷모습을 담았다. 연예인으로서 가장 화려한 시기를 담았음에도 오프닝신으로는 멤버들이 맥주와 소주, 치킨과 온갖 야식을 늘어놓고 격식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선택한 영화는 앞선 작품보다 훨씬 진솔한 목소리를 담을 것을 예고한다. 멤버들이 활동명과 본명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은 과연 이들이 연예인과 본연의 자아를 어떻게 구분하며 살고 있는가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다. 그들이 사적 시간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을 비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 BTS의 공연 실황을 담은 네 번째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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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살인 충동에 휩싸이게 되고 누구든 닥치는 대로 해친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는 드론 무리인데 정체가 무엇인지, 누가 조종하는지는 알 수 없다. 바이러스로 정부 청사와 언론사가 즐비한 광화문 일대는 폐허가 됐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장한 채 드론과 총격전을 벌인다. 총을 잘 쓰는 테오(테오)와 해킹 실력을 가진 종섭(종섭), 감염되고도 살아남은 소울(소울), 염력을 쓰는 지웅(지웅), 순간이동 능력을 지닌 기호(기호), 엄청난 회복력의 인탁(인탁)은 각각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해인과 개그맨 유재석은 이들을 오가며 힌트를 주는 미지의 조력자로 등장하며, 테오, 종섭, 소울과 같은 시간대에서 공존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따라 이들을 한 장소로 이끄는 ‘한’은 정진영이 연기한다. 배우 김설현은 탁월한 궁술을 갖춘, 이름과 호칭이 모두 누나인 ‘송누나’를 맡았다.
비범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들은 FNC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 FNC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아이돌그룹이 주인공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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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식객’ 임지호 셰프가 길을 떠난다. “세상에 쓰지 못할 거 하나도 없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야생의 식재료를 통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창의적인 음식을 만들어왔고, 그런 특징이 그를 국내외로 주목받게 만들었다. <밥정>은 임지호 셰프의 방랑을 따라간다. 그의 방랑은 그러나 어떤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건 식재료를 찾아 바닷마을과 깊은 산속을 떠돌던 그가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어르신들에게 반드시 직접 요리한 식사 한끼를 대접하고야 말기 때문이다. 임지호 셰프에게 친어머니와 양어머니에 관한 애틋한 사연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가 방랑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헤아려볼 수 있게 될 때쯤, 임 셰프는 지리산에 살고 있는 88살 김순규 할머니를 만난다. 그리고 할머니를 자신의 세 번째 어머니로 모시기 시작한다.
<밥정>은 지상파 방송에서 <인간극장>을 포함한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온 박혜령 감독의
'밥정'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온 박혜령 감독의 첫 영화 연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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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인천. 사채업자로 살아가는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시장에서 우연히 고객인 명자(김윤진)를 마주친다. 이들은 명자에게 빌린 돈을 갚으라고 재촉한다. 돈을 갚을 수 없다는 명자 앞에서 두석은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데려간다. 명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딸의 입양을 두석과 종배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부잣집으로 간 줄 알았던 승이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두석과 종배는 승이를 다시 집에 데려오고 이들은 본격적으로 한집에서 같이 살기 시작한다.
<담보>는 3명의 인물이 악연으로 만나 점차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감동 드라마를 담았다. 영화는 담보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그친다. 영화 스토리 역시 예상 가능하게 전개된다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성동일과 김희원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다. 성동일과 김희원은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보여준 케미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가져와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담보' 3명의 인물이 악연으로 만나 점차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감동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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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카레이서로 이름을 떨치던 장 루이(장 루이 트랭티냥)는 현재 치매 증세로 요양원에 머물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기억력 탓에 주위의 걱정을 사지만, 그가 지속적으로 떠올리는 유일한 인물이 있다. 50년 전 우연히 만나 사랑했던 안느(아누크 에메)를 그는 잊지 못한다. 아들 앙트완(앙투안 사이어)이 그런 아버지를 위해 그녀를 찾아 나선다. 마침내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노부인을 찾아내고, 그렇게 과거의 연인들은 재회한다. 하지만 장루이는 눈앞에 앉은 그녀가 과거의 그녀임을 깨닫지 못한다. 비슷한 몸짓과 똑같은 눈빛을 가졌지만, 그의 기억 속 인물과 지금 눈앞의 그녀는 다른 사람이다.
영화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의 주인공은 1966년에 개봉한 영화 <남과 여>의 주인공들과 동일하다. 장 루이 트랭티냥과 아누크 에메가 같은 역할을 맡고, 과거 영화에서 아들과 딸로 출연했던 앙투안 사이어와 수어드 아미두가 나이 든 자식 역할로 다시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1986년에 개봉한 '남과 여'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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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를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 꽤 고민하겠지만, 결국은 <에이리언> 시리즈를 고를 것 같다. 아니, 고를 것이다. 나는 이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감독들의 각기 다른 개성이 묻어나는 4편까지의 이야기도 좋아하고, <프로메테우스> 이후 다시 시작된 ‘리들리 스콧’ 의 새 시리즈도 좋아한다. 조금 더 고백하자면, 나는 리들리 스콧이 이 세계관을 계속 만들고 있는 사실이 너무 신난다.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개봉했을 때 잔뜩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갔고, 마음껏 열광했다. 비명을 질렀다. 나는 이 세계관이 계속되면 좋겠고, 그래서 지금도 혹시나 다음 편이 언제쯤 나올지 종종 찾아보며 기다리는 중이다. 그때는 부디, 마음 놓고 극장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한편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 <에이리언>을 고를 것이다. <에이리언>은 지금까지 몇번을 반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조용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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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제작 대한영화주식회사 / 감독 유현목 / 상영시간 107분 / 제작연도 1961년
<오발탄>은 1960년 4월 혁명 직후 제작에 들어갔다. 김성춘 조명기사와 김학성 촬영기사 그리고 유현목 감독이 의기투합한 공동 제작이었고, 스탭과 배우들 역시 앞뒤 재지 않고 무보수로 참여했다.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자 자본이 아닌 영화인이 중심이 되어 그동안 만들지 못했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로 모인 것이었다. 이때 일간지 기사들은 이러한 제작 경향을 동인제 제작이라 부르며 관심을 표했다. 영화의 원작은 1959년 10월 <현대문학>에 발표한 이범선의 동명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은 유현목은 생전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로 만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절박감”을 품었고, 4·19로 정권이 몰락하자마자 제작에 착수한다. 각색은 당시 능력 있는 조감독으로 인정받던 이종기가 맡았다.
자본 논리가 우선인 상업영화 제작 현장을 떠올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모더니즘적 성찰과 장르적 실천 사이 '오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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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 냅을 읽을 때면 늘 신기하다. 나와 이렇게 (안 좋은 의미에서) 비슷한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신기해하리라는 생각을 하면 아득한 연결감에 즐겁기도 하고 감탄하게도 된다. 동시에 생각한다. 나는 캐럴라인 냅과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서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알기 때문에’ 연락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그래서 친구가 아닌 사람들보다 머나먼 사이로 지냈을테지. <명랑한 은둔자>는 캐럴라인 냅의 에세이다.
하지만 또한 많은 것들이 다르다. “나는 중상층 가정에서 자랐고, 사립 중등학교를 다녔고, 아이비리그 대학을 다녔다. 예뻤고, 인기가 좋았고, 성적이 올 에이였고, 학업 우수상을 많이 탔다.” 하지만 캐럴라인 냅은 자신에게 생기는 모든 좋은 일들이 모두 외부적 요인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우연이거나 행운이거나. “내 마음속에서 나는 흠이 있는 사람이었다.” 캐럴라인 냅은 평균보다 훨씬 뛰어난 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명랑한 은둔자>, 벗어나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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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절제한 비행(卑行)으로 발목이 부러진 혼혈소녀 슈안은 어머니의 아파트에 감금된다. 속절없는 억류에 따분해진 그는 무작위로 번호를 골라 장난 전화를 건다. “당신의 남편에게 문제가 있어요.” 슈안이 꾸민 스토리는 소설가 주울분에게 도달한다. 그러나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슈안이 알려준 주소지에서 울분을 맞이하는 사람은 낯선 청년이다. 이 청년은 울분을 자극하여 식어버린 창작의 열정을 부활시킨다.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전화, 성명불상의 청년은 영화의 초입에 등장했다가 울분의 백일몽으로 처리되었던 상황과 기이하게 연결된다. 그 꿈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경찰차, 도박장에서의 총격전, 사이렌 소리에 이끌린 사진가에 관한 이미지로 구성 되었다. 울분은 매너리즘에 빠진 결혼 생활과 일상에 침투한 파편적인 사건을 조합하여 소설의 스토리를 만든다. 소설의
제목은 ‘결혼실록’. 나른해진 부부 관계를 자극하는 한통의 장난 전화가 파문을 일으켜 비극적 결말로 치달아가는, 일본 추리소설풍의 이야기다. 인과
'공포분자'의 공포분자들과 종결될 수 없는 해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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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나선 감희(김민희)는 잠시 골목에 멈춰 서서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걸어왔던 건물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 장면에서 아무도 없는 극장 내부로 들어서면 그녀가 바로 직전에 보고 들었던 흑백영화의 한 장면과 음악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기묘하게도 이번엔 흑백이 아니라 컬러의 형태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카메라는 영화를 보는 감희의 눈빛으로부터 천천히 움직여 파도가 이는 바다의 풍경이 가득 채워진 스크린을 들여다본다. 이것이 <도망친 여자>의 마지막 두 장면이다.
홍상수 영화의 결말에서 골목을 향해 걸어가는 인물들의 걸음을 포착하거나, 극장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는 인물의 눈짓을 담아내는 것은 그다지 낯선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감희는 그런 익숙한 몸짓들 사이를 생경하게 오가며 어느 쪽으로도 결정되지 않는 낯선 행동을 취한다. 감희는 영화를 보러 돌아온 걸까, 아니면 극장 바깥으로부터 도망친 걸까. 그녀가 보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과 다르다… '도망친 여자'가 멈추는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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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검객' 딸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심검사
[정훈이 만화] '검객' 딸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심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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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대상이 늘 시체다. 근면한 청소부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은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고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도통 말을 하지 않는 태인은 ‘소리도 없이’, 잡담도 없이 일만 하고, 업무 전 반드시 기도를 하는 창복은 신앙심이 남다르다. 피가 묻을세라 헤어캡을 쓰고 노란 우비를 입고 분홍 고무장갑을 낀 채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하던 두 사람은 어느 날 계획에 없던 유괴범 신세가 되기에 이른다. 11살 소녀 초희(문승아)를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한 단골 조직원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채로 발견됐기 때문. 창복의 말처럼 “세상 떠나신 분들만 모시”던 두 사람이 업무를 잠시 바꿨다가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유아인은 대사도 없이 태인을 표현해내기 위해 삭발을 감행하고 체중을 15kg이나 늘렸으며, 유재명은 그런 태인과 대비를 이루며 말을 더 많이 내뱉는다. <소리도 없이>는 홍의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Coming soon]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