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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미소를 운영하는 석구(김대명)는 8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30대다. 마을 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친근함을 표현하는 석구에게 주민들 역시 살가운 온기를 전한다. 어느 날, 14살 은지(전채은)가 마을에 나타난다. 서울에서부터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낯선 마을의 청소년 쉼터에 입소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아빠를 찾기 위함이다. 쉼터의 소장 김 선생(송윤아)을 비롯해 복지사들에게도 좀처럼 곁을 주지 않던 은지는 마을축제에서 용기를 낸 석구에게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이후 은지의 아빠 찾기 여정에 석구가 동행하며 두 사람의 우정은 깊어간다. 그러나 이런 순간도 잠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스토리는 완전히 전복되고, 석구와 은지를 둘러싼 김 선생과 노신부(김의성)의 갈등은 증폭된다.
<돌멩이>의 두드러지는 성취는 배우들이 그리는 연기 합에 있다. 배우 송윤아와 김의성의 무게감이 영화의 한축을 담당하는 데다 데뷔작임에도 안정된 호흡을 선보인 배우 전채은 또한 돋보인다
'돌멩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상영작으로, 김정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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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별을 마주한 네 여자가 있다. 캐미(헤더 그레이엄)는 이혼한 전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학교를 자퇴한 딸 애스터(소피 넬리스)는 매사에 불만을 쏟아낸다. 레이첼(조디 발포어)은 죽은 남편이 담보 대출금을 6개월 동안 갚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이며 가구가 전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그에게 형편이 나은 캐미가 먼저 손을 내밀어 같이 살 것을 제안하고, 레이첼의 딸 털룰라(애비게일 프니오프스키)는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인 캐미와 함께하는 것을 반긴다. 그러나 애스터는 이러한 엄마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은 각자의 이유로 죄책감과 분노를 심연에 숨기고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레이첼은 캐미의 이혼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지만 외도는 아니었다며 합리화하고, 캐미는 레이첼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다. 애스터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남자친구가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한 남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별을 마주한 네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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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의 원작인 민가 <목란가>는 중국에서 십수 세기 전부터 구전됐다. 1998년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뮬란>은 오랜 사랑을 받은 이야기를 실사 영화화한 작품이다. 변방의 이민족들은 마녀 시아니앙(공리)의 설득에 넘어가 반란을 꾀하고, 이에 황제는 가구당 남자 한명씩 군으로 징집령을 내린다. 몸이 불편한 늙은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입대한 뮬란(유역비)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훈련에 몰두하지만, 교전 중 정체가 들통나면서 군에서 쫓겨난다. 돌아갈 곳 없이 사막을 떠돌다 지쳐 쓰러진 뮬란은 더이상 자신을 감추지 않기로 마음먹고 군으로 돌아간다.
<뮬란>은 기존 애니메이션 작품과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며 뮤지컬과 코미디를 배제했다. 애니메이션에서 곤경에 처한 뮬란을 돕고 관객에게도 웃음을 선사하던 용 무슈는 신비로운 봉황으로 대체돼 뮬란이 길을 잃을 때마다 도움을 준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전세
'뮬란' 오랜 사랑을 받은 이야기를 실사 영화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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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셈플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시애틀의 저택에서 성공한 남편, 똑똑한 딸과 함께 사는 버나뎃(케이트 블란쳇)은 행복하지않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탓에 사회에의 위협으로 취급받는다. 딸이 제안한 가족 남극 여행을 덜컥 수락하면서 그녀의 스트레스와 불안은 점점 더 커진다. 사건은 그녀 몰래 남편이 정신과 상담을 의뢰하면서 폭발한다. 20년 전 그녀의 화려했던 과거를 남편조차 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버나뎃은 또 한번 돌출행동을 시도한다.
<어디갔어, 버나뎃>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2011년 작품 <버니>와 대구를 이룬다. 이웃으로부터 괴짜 취급을 받는 버나뎃과 주변 사람들 대다수가 사랑하는 버니는 얼핏 보기에 정반대의 존재다. 잠재적 사고뭉치인 두 인물은 하나의 사건을 통해 숨겨왔던 자신의 어떤 얼굴과 마주한다. 보통 사람들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것과 달리 그들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따른다. 특이하고 괴
'어디갔어, 버나뎃' 마리아 셈플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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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기화>에서 부자(父子)의 로드무비를 그렸던 문정윤 감독이 또 다른 길 위로 떠난다. 이번에는 길의 폭이 더욱 넓어져 삶과 죽음의 여정에 오른 스승과 제자가 주인공이다. 큰스님을 모시는 행자의 부름을 듣고 흩어져 지내던 네 승려가 산속 암자를 찾는다. 급격하게 변해버린 스승의 모습에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맏상좌인 혜진(김명곤)은 떠나보냈던 먼 기억들과 하나씩 마주친다.
감독 특유의 넉넉한 유머가 자리한 <구르는 수레바퀴>는 종교를 두고 진득한 농담을 건네는 와중에 수많은 불가의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인연과 삶의 길을 동시에 아우르는 어렵지 않은 설법 같은 이야기이다. 스승은 네 제자에게 공히 ‘혜’(慧)라는 이름을 붙였다. 깨달음(覺) 대신 지혜를 썼음은 답보다 도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일까? 냉소가 도시의 신화가 된 시대에 산사를 감돌아 든 질문은 두텁기 그지없다. “너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이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멈추지 않고
'구르는 수레바퀴' 감독 특유의 넉넉한 유머가 자리한 종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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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뛰어났던 한국영화와 대만 뉴웨이브의 접점을 모색해보는 특집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벌새>의 김보라 감독에게 도움을 청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레퍼런스로 꼽기도 했던 김보라 감독은 이번엔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지난 대만 여행을 추억하는 답신을 전해주었다. 2005년 8월 내한한 허우샤오시엔이 마스터클래스에서 펼친 이야기의 한 대목을 짚어낸 그는, 영화와 관객 사이에 일어나는 "공동의 체험"에 대해 곰곰히 더듬어나간다.
“열네살, 카오슝에 살던 때다. 점심을 먹고 나면 걸어서 높은 관리들이 사는 관저로 갔다. 높은 담을 넘어 망고나무 위로 올라가 열매를 훔쳤다. 우선 배불리 먹고 나서, 열매를 주머니에 넣기 시작했다. 담 위에서 먹으면서 사람들이 오지는 않는지 뒷길로 누가 다니지는 않는지 신경이 쓰였다. 망고를 먹긴 먹는데, 이제 바람이 불 것이고 매미가 울 것인데 그 소리는 과연 들릴까. 그런 신경을 쓴다는 게 하나의 영화가 아닐
<벌새> 김보라 감독의 ‘대만 뉴웨이브’ 영화에 부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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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이정현)는 남편 만길(김성오)과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만길은 일이면 일, 집안일이면 집안일, 거기다 다정함과 센스까지 갖춘 말 그대로 완벽한 남편이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도 잠시, 우연히 만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희는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의 도움으로 만길의 뒷조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는데, 다름 아닌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었으며, 소희를 죽이려한다는 것이었다. 닥터 장을 필두로 소희의 고등학교 동창 세라(서영희)와 양선(이미도)까지 합심해 만길의 공격으로부터 소희를 지켜내고자 하는데, 예상치 않은 사건들이 자꾸만 터진다. 소희와 만길은 속내를 감춘 채 서로를 죽이려 하고, 도저히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2004년 <시실리 2km>로 데뷔하여 <차우>(2009), <점쟁이들>(2012)과 같은 특색 있는 코미디 호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코미디 호러 영화를 연출해온 신정원 감독의 8년만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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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실력과 착한 성품을 지닌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은 팬과 동료 모두의 인정을 받는 스타다. 반면 이영의 오랜 친구이자 같은 다이빙 선수인 수진(이유영)은 슬럼프를 겪고 있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둔 시기, 계속된 성적 부진으로 은퇴를 마음먹은 수진을 막기 위해 이영은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팀 출전을 제안한다. 김 코치(이규형)를 포함한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영은 오직 수진의 재기를 위해 개인 다이빙 연습 시간을 쪼개 수진과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을 연습한다. 수진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영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얼마 후 수진의 실력이 몰라볼 만큼 좋아져 모두가 놀라고, 그와 관련된 이런저런 소문이 퍼져나가 이영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이영과 수진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식을 잃었던 이영이 정신을 차려보니 그날의 기억은 전부 사라졌고, 함께 사고를 당한 수진은 실종
'디바' 조슬예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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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뮬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서 주인공이 남장을 하고 군대에 가는 얘기죠
[정훈이 만화] '뮬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서 주인공이 남장을 하고 군대에 가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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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수상작이 발표됐다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지난 9월 16일 폐막식과 함께 부분별 수상작 16편을 발표했다. 국제경쟁, 한국경쟁 부문을 합친 장편영화 경쟁 부문인 발견 섹션에는 리아 히에탈라, 한나 레이니카이넨 감독의 <엔제나, 엠버!>가 대상을 차지했다. 개인의 젠더를 규정하려 드는 사회의 시선을 거부하는 17살 엠버와 세바스티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발견 섹션의 감독상은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의 저우 쑨 감독이 수상했으며, 심사위원상은 헤더 영 감독의 <속삭임>에게 돌아갔다.
아시아단편경쟁 부분에서는 백지은 감독의 <결혼은 끝났다>가 최우수상과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김승희 감독의 <호랑이의 소>(심사위원특별언급), 전규리 감독의 <다신, 태어나, 다시>(우수상), 김도연 감독의 <술래>(BNP파리바 아시아단편 우수상)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외에도 <목격자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수상작이 발표됐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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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제작 김기영프로덕션 / 감독 김기영 / 상영시간 108분 / 제작연도 1960년
1960년 4월 혁명은 한국의 정치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에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1961년 5월 군사 쿠데타로 민주주의 시민혁명의 의미가 순식간에 퇴색되기까지 약 1년간, 한국영화계는 자유로운 영화 창작에 대한 희망과 이러한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불안이 복잡하게 교차했다. 이러한 시대적 공기가 이전의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작품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1960년 초반 일간지 기사에 의하면, 영화인들은 자본이 아닌 그들이 직접 주체가 된 동인제 프로덕션을 결성하고 한국영화의 전환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1961년을 기점으로 훗날 한국영화사의 대표작으로 기록되는 작품들이 일거에 등장했다. 1960년 12월에 개봉한 <표류도>(감독 권영순, 1960)부터 <마부>(감독 강대진, 1961), <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작가주의 인장과 장르적 경제성을 동시에 성취한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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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개막을 앞두고 있던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원래 일정에서 2주 연기된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부산영화제측은 지난 9월 11일 임시총회에서 결정된 이번 영화제의 구체적인 사항들을 14일 온라인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개최 여부를 두고 한달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 면서 개최 연기가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밝혔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개폐막식은 물론 무대인사, 오픈토크를 비롯한 일체의 야외행사를 취소하고 오롯이 영화 상영에만 집중한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비프포럼은 모두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상영관을 영화의전당 5개관에 한정함에 따라 상영 영화도 68개국 192편으로 대폭 축소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평균 300편의 영화를 2~3회가량 상영했던 예년과 달리 각 영화를 1회만 상영하며 온라인, 모바일 예매만 진행한다. 영화인, 기자들의 배지 발급도 하지 않는다. 남동철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10월 21일 개막, 상영관은 영화의전당 5개관으로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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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더 램프 / 감독 이종필 / 출연 고아성, 이솜, 박혜수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10월
고졸 여성 세명이 뭉쳤다. 1990년대 중반, 생산관리3부 이자영(고아성), 마케팅부 정유나(이솜), 회계부 심보람(박혜수) 등 삼진그룹 고졸 사원 세명은 대리로 진급하기 위해 회사 영어토익 강좌를 함께 듣는다. 토익 600점을 넘으면 고졸 사원이라도 대리로 진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세 사람은 회사가 저지른 부정을 알게 되고, 부정과 관련된 의혹을 파헤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능력은 있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들과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한 고졸 여성들이 연대해 부조리에 당당하게 맞서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삶의 용기를 얻는 이야기다. 여성에게 그것도 고졸에게 사회적 벽이 훨씬 높았던 1990년대. 여성들이 그들을 가로막는 벽에 맞선다는 설정이 통쾌하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 등 세 젊은 배우의 당당한 눈빛은 현실의 벽
[Coming soon]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졸 여성 세명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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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세요?” 대신 “어디 안 가시죠?”라 묻는 명절 인사를 난생처음으로 주고받는 요즘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귀향과 여행 등의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방역 당국의 당부가 있었던 만큼,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명절을 보내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시류가 이러하다보니 창간 기념호, 송년호, 신년호와 더불어 <씨네21> 기자들이 가장 많은 인터뷰이들을 만나고 가장 많은 공력을 쏟아붓는 추석 합본 특대호를 기획하며 고민이 깊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역설적이지만 흩어지는 것”(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특대호의 재미를 잃지 않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 합본호 취재의 중요한 조력자는 디지털 기기라 할 만하다. 최근 극장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때 자주 사용되는 ‘줌’ 화상채팅은 저 멀리 요르단에서 신작 <교섭>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입국을
[장영엽 편집장] 연결하며 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