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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에도 영화의 섬, 베니스에서의 영화 축제는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이하 베니스영화제)는 9월 2일 예년과 동일하게 10일 간 영화 축제의 장을 열고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치렀다. 코로나19로 인해 초청작 수는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했고, 레드카펫 위 영화인들은 마스크를 낀 채였지만 현대영화들의 최전선을 분명하게 살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여성 영화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여성감독들의 경쟁작 진출이 크게 늘었으며,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중국계 여성감독 클로이 자오의 <유목민의 땅>에 돌아갔다. 홍콩 여성 영화인 허안화 감독과 배우 틸다 스윈턴이 공로상인 명예황금사자상을 받았으며, 심사위원장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맡았다. 베니스영화제는 철저한 방역 속에서 지난 9월 12일 안전하게 막을 내렸다. 영화제에 대한 소식과 함께 비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베니스의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결산 - 비경쟁부문 초청작 '낙원의 밤'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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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재 검사 지금 살아 있어요?” 배우 이준혁을 만나자마자 묻고 싶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양측 전부 날을 세운 상황에서, 사건의 키를 쥔 서동재 검사의 행방이 몇회째 묘연하기 때문이다. 그가 미움받던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1을 상기해보면 ‘우리 동재’라며 모두가 서동재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이 순간이 무척이나 생경하게 다가온다. 시즌2에 들어서며 배우 이준혁은 더 능글맞고 민첩해진 서동재의 ‘뻔뻔함’에 집중했다.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후, 이곳저곳을 살피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서동재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지검 서동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배우 이준혁이 가장 공을 들인 시즌2 첫 등장 신의 첫 대사 이후, 그의 간절함과 뻔뻔함은 결국 뒤돌아서 있던 시청자까지 돌려세웠다. ‘우리 동재’에게 모두의 이목이 쏠린 지금, 배우 이준혁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 <비밀의 숲2> 본방 사수는 하고 있나? 모
[액터] <비밀의 숲2> 이준혁을 만나다, '더 능글맞게, 더 뻔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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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찾아온 텐텐마을의 보물을 찾기 위해 엉덩이 모양의 얼굴을 한 엉덩이 탐정(김은아)과 그의 조수 브라운(소연)이 무당벌레 유적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푼다. 개성 있는 그림체와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웃음을 주는 것은 물론 퀴즈, 미로, 숨은그림찾기 등의 재밋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제작사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인기 시리즈 <엉덩이 탐정>의 두 번째 극장판.
'극장판 엉덩이 탐정: 텐텐마을의 수수께끼' 일본 제작사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인기 시리즈 <엉덩이 탐정>의 두 번째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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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과 전설이 대결을 벌인다. 포켓몬 극장판 최초의 3D애니메이션으로, 1998년에 개봉한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을 리메이크했다. 인류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뮤츠와 전설의 포켓몬 뮤가 대결을 벌이는 스토리는 원작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대신 비주얼에 특히 신경을 썼다. 포켓몬 시리즈 첫 3D인지라 연출이 다소 어색하고 낯선 감이 있지만 ‘원점이자 최고봉’ 뮤츠의 등장이 가져다주는 위엄만큼은 살아 있다.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EVOLUTION' 포켓몬 극장판 최초의 3D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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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로 특유의 다채로운 색감과 풍만한 양감의 작품들은 많은 관객에게 익숙할 것이다. <보테로>는 보테로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동료 예술가들과 비평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관객이 그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풍부한 색채와 유쾌함이란 작업적 특징뿐만 아니라 과장된 인체 비례를 통해 기존의 규칙들을 풍자하고, 사회의 불평등과 탄압에 예술로서 대응해온 행보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보테로' 관객이 보테로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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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울적한 날엔>은 한유원 감독의 <나는 사람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다>, 강동완 감독의 <이무기여도 괜찮아>, 김남석 감독의 <마음 울적한 날엔> 등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다. 세편 모두 현실의 벽에 부딪혀 목표가 좌절됐거나 꿈꾸던 것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20대를 보여준다. 특정 메시지나 위로를 전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오늘과 내일을 묵묵히 살아내는 주인공들의 삶의 태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점이 인상 깊다.
'마음 울적한 날엔'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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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목소리만 등장하는 주인공이 이토록 강렬한 적이 있었나. 1988년 컬렉션을 시작해 2008년에 20주년 기념쇼를 마지막으로 깜짝 은퇴를 선언한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 평생 대중에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그가 차분하고 단정한 언어로 자신의 궤적을 회고한다. 보이스 내레이션과 함께 고요한 작업실의 면면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예술가의 혁신과 고독, 1970~80년대 패션쇼의 전성기를 탐미적으로 담아냈다.
'마르지엘라'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의 궤적을 회고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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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말리>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케빈 맥도널드 감독이 2003년에 만든 영화 <터칭 더 보이드>는 20대 초반의 두 친구 조 심슨(브렌던 매키)과 사이먼 예이츠(니콜라스 에런)의 시울라 그란데 서벽 등반 과정을 좇는다. 영화는 조 심슨의 수기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를 토대로 절체절명의 상황을 재연한 영상과 실제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자연의 위력과 이를 극복해나가는 인간 의지의 숭고함이 전해진다.
'터칭 더 보이드' 시울라 그란데 서벽 등반 과정을 좇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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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듯, 사람도 죽으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중국 속담은 오래 객지에서 일한 라오자오(자오번산)와 류에게 아득하게만 들렸을지 모른다. 류에게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낙엽귀근>은 라오자오가 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체를 업고 고향으로 향하는 로드무비다. 그 여정에는 유머와 페이소스, 죽음이 동행하기에 건질 수 있는 삶의 희망이 생동한다. 제5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
'낙엽귀근' 라오자오가 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체를 업고 고향으로 향하는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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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뒤편에 온 걸 환영한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힌두 쿠시 사막에 설치된 키팅 전초기지에 파병된 군인들은 이같은 인사말을 듣는다. 탈레반을 막기 위해 설치된 기지는 역설적으로 탈레반이 내려다보기에 좋은 곳에 있다. <아웃포스트>는 산세를 타고 내려와서 돈을 요구하는 아프간 주민, 언제 격전을 벌일지 알 수 없는 탈레반, 선거를 앞두고 전초기지를 철수하길 주저하는 본토 사이에 낀 미군 청년들을 조명하는 수작이다
'아웃포스트' 아프간 주민, 탈레반, 철수하길 주저하는 본토 사이에 낀 미국 청년들을 조명하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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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부터 이어져오는 별의 탄생을 읊은 노래가 있다. 우주에서 날아온 별의 씨앗을 품은 바다의 아이들이 바다에서 새로운 별을 탄생시킨다는 전설. 이 우주적인 이벤트를 아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탄생제라고 부른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는 포구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외로운 소녀 루카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수족관에서 반짝이는 고래를 본 기억이 유일한 위안이던 루카에게 어느 날 신비로운 소년 소라와 우미 형제가 나타난다. 듀공과 함께 자랐다는 형제는 루카를 바다로 초대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바다와 소통하는 바다 할머니 데데, 탄생제의 비밀을 알고자 하는 과학자들, 해양 개발의 주도권을 쥐려는 권력자들이 끼어들며 축제의 열기가 달아오른다. 동명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해수의 아이>는 몽환적인 아름다움으로 채색된 애니메이션이다. 바다의 신비, 생명 탄생의 의미 등을 묘사한 화려한 작화와 연출은 그 자체로 바다의 경이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해수의 아이' 몽환적인 아름다움으로 채색된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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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들고 태율(장혁)의 눈동자를 살피던 승려는 그가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눈동자는 이미 푸른빛이다. 딸 태옥(김현수)은 아비의 건강이 염려돼 약을 사려고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구하지 못한다. 부녀는 저잣거리에 갔다가 청나라인들이 노예로 끌고 간 조선인들을 되파는 모습을 목격하는데, 청나라의 공여 요구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사대부들은 가난한 집 딸들을 수양딸로 삼으며 상황을 빠져 나갈 궁리만 할 뿐, 조정에 진정한 선비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는 상황.태옥은 아버지의 눈을 낫게 할 약재를 사기 위해 이목요 이판 대감(최진호)의 수양딸을 자처하고, 이판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청 황제의 조카 구루타이(조 타슬림)는 태옥까지 해하려고 한다. 딸을 구하기 위해 태율은 숨겨왔던 검술을 쓴다. <검객>은 과거 유행한 무협영화의 문법을 따른 작품으로, 센 상대와 맞붙고 싶어 하는 강호들의 이야기다. 청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조선과
'검객' 과거 유행한 무협영화의 문법을 따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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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겐(셰랍 도르지)은 학교 교사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에 흥미가 없다. 유일한 식구인 할머니는 그런 그를 나무란다. 그는 고향인 부탄을 떠나 호주로 가려 한다. 아쉽게도 유겐에겐 남은 계약 기간이 있다. 이를 채우기 위해 그는 부탄에서 가장 외딴곳인 ‘루나나’라는 산간지역의 학교로 전근을 간다.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 그에게 이곳은 낯선 장소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호의와 학생들의 열의가 그를 어루만지면서 유겐은 이곳에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교실 안의 야크>는 한 벽지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된 선생 유겐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관객은 유겐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영화는 아름다운 설산과 푸르른 대자연의 풍광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새소리, 바람 소리, 모닥불 소리 등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살려내며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영화는 오래도록 기억될 여행처럼 관객에게 남
'교실 안의 야크' 한 벽지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된 선생 유겐의 여정을 담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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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무대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태일(홍이삭)은 유명 기획사의 대표를 소개받는다. 그녀는 빤한 사랑 노래처럼 쉬운 게 좋다고 했다. 곡 작업이 풀리지 않던 차에 문득 떠오른 시골의 음악학원. 함께 음악을 하다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원(장하은)과 재회하고, 중학생들로 구성된 밴드 ‘더 디스트로이어’와 만나면서 활력이 살아난다. <다시 만난 날들>은 마냥 말랑말랑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르영화는 아니다. 대사에 쓰인 스피릿이 넘쳐서 인디에 대한 찬가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영화의 바탕을 제공한 뮤지컬 <러브 트릴로지: 청춘>의 시작은 무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대의 핵심 멤버인 홍이삭이 주연을 맡고 심찬양이 각본을 썼으니 영화의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태일은 어두운 방에서 혼자 작곡을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 지원과 교감을 나누고, 어린 친구들과 음악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뮤지션이 꾸는 각각의 꿈들이 서로 대화를 하듯이 부드럽게 이어
'다시 만난 날들' 뮤지션이 꾸는 각각의 꿈들이 서로 대화를 하듯이 부드럽게 이어놓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