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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명은 경찰 현수(김혜수)다. 그는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의 모함으로 추문에 시달렸으며, 업무 중 일으킨 사고로 징계위원회에 불려갈 예정이다. 다른 한명은 고등학생 세진(노정의)이다. 세진은 아버지가 연루된 범죄 사건의 증인이라는 명목하에 섬마을에 고립되어 있다.
어느 날, 세진이 유서 한 장을 남긴 채 절벽에서 사라지고, 이후 복직을 앞둔 현수가 윗선의 지시로 세진의 실종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자살로 종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수는 차근차근 세진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나가기 시작한다. 절벽 위 세진의 운동화를 시작으로 CCTV 영상과 유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세진의 사연에 접근해간다. 섬마을 주민들의 목격담을 조사하던 현수는 세진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순천댁(이정은)으로부터 세진에 관한 몇 가지 단서를 얻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비밀을 풀어나가던 현수는 그 과정에서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세진을 마주하며 복잡한
'내가 죽던 날'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박지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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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도굴' 유물 탐사 도굴팀이 선릉을 도굴하기로 했다
[정훈이 만화] '도굴' 유물 탐사 도굴팀이 선릉을 도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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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코너리가 출연한 장편영화 목록은 무려 60편이 넘는다. 주연작 중 흥행에 성공하고 대표 이미지 구축에도 영향을 준 5편을 골라 소개한다.
01
<007 살인번호>(1962)
영국 비밀요원인 제임스 본드가 자메이카에서 벌어진 동료의 죽음에 관련된 비밀을 밝히는, 시리즈의 첫 편이다. 본드의 상대역은 ‘노박사’로 그는 ‘스펙터’라는 조직에 연관되어 있고 섬에서 위험한 핵연구를 진행한다. 초기 007 시리즈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후 등장하는 ‘특수 무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부 평론가들은 숀 코너리에 비해 다소 부족한 로저 무어의 매력 탓으로, 1980년대 이후의 시리즈에서 특수한 장비들이 많이 투입되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02
<장미의 이름>(1986)
14세기 이탈리아 수도원을 배경으로, 움베르토 에코가 지은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주인공을 ‘셜록 홈스’ 분위기로 묘사하는데, 장 자크 아노
아름다웠던 숀 코너리를 기억하라, [숀 코너리 추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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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출신의 영화배우 숀 코너리가 10월 31일 토요일, 90살로 세상을 떠났다. <젠틀맨 리그>(2003)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이후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들에 따르면 노화로 생긴 질병 탓에 한동안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에 비극의 그림자는 비치지 않는다. 따스한 바하마의 저택에서 가족과 친지들에 둘러싸인 채 비교적 평안하게 잠든 상태로 세상과 이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평소 스크린에서 보여주던 변화무쌍한 모험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지만 특유의 우아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떠오르는 작별이다.
‘원 앤드 온리’ 제임스 본드
배우 숀 코너리의 일생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어린 시절의 일화들이다. 건설장비를 운전하던 아버지와 청소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려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17살 때에는 학업을 포기하고 해군에 입대했고, 건강 문제로 제대한 후에도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그중 니스칠을 하거
벽돌공에서 본드가 되기까지. 굿바이,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 추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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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대기업의 페놀 유출 사건에 맞선 말단 여직원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개봉 13일째인 3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3일까지 총관객수는 101만명.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개봉작 중 100만 관객을 넘어선 건 개봉 11일째를 돌파한 성동일·하지원 주연 영화 <담보>와 이 영화뿐이다.(- <중앙일보> 11월 4일자 ‘100만 돌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감독 “여성들 신나는 활약상 보고 싶었죠”’ 중)
<담보>에 이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건 고무적이다. <담보>가 추석 연휴 때 코로나19가 잠깐 회복한 상황에서 관객이 몰렸다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하루 10만명이 채 들지 않는 시장에서 힘겹게 거둔 성적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관계자는 “꿀꿀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영화의 분위기가 밝고 경쾌하고 파
[김성훈의 뉴스타래] '담보'에 이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건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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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4일,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에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영우 프로그래머, 허남웅 평론가, 배우 권해효·류현경, 민병훈 감독 등이 참석했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는 1433편의 역대 최대 공모작이 접수됐으며 이중 108편의 상영작이 선정됐다. 여성창작자 비율은 출품작 중 45.9%, 신진감독 장편 데뷔작 비율은 51.43%로 여성감독과 신예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또한 “장·단편 경쟁을 부문별로 시상하는 것이 예년과의 가장 큰 차이”라며 “코로나19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침은 예매가 시작되는 2주 후, 당시 상황과 정부 방침을 참고해 정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와 함께하는 ‘독립영화 매칭 프로젝트: 넥스트링크’와 독립영화 창작자의 작업에 관해 논하는 ‘창작자의 작업실’을 신규 사업으로 소개했다. 예심을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 열려, 민병훈 감독의 '기적' 개막작으로 총 108편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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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김종관 감독이 리메이크해 선보인다. 2004년 국내 개봉 당시 강렬하게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원작 영화는 다리가 불편해 할머니의 유모차를 타고 종종 세상 구경을 하는 조제와 대학생 츠네오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작품이다. 배우 이케와키 지즈루와 쓰마부키 사토시는 여전히 그 시절 조제와 츠네오로 기억되곤 하는데, 이 사랑 이야기의 한국 버전에선 한지민과 남주혁이 두 캐릭터를 연기한다.
한지민은 처음 경험하는 사랑의 감정에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조제를, 남주혁은 솔직한 감정으로 조제에게 다가가는 영석 캐릭터를 맡았다. 두 배우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한번 호흡을 맞춘 적 있다.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 장편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 배우들의 매력을 이끌어내는 데 강점이 있는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만큼, 두 배우가 보여줄 섬세하고 아릿한 사랑 이
[Coming soon] '조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김종관 감독이 리메이크해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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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중순, 중국이 북미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을 점유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아시아 영화시장 조사기관인 아티산 게이트웨이에 따르면 10월 18일 기준 중국 내 영화티켓 판매수익은 19억8800만달러(약 2조2663억원)로 북미의 19억3700만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이 시장 규모로 미국을 앞선 건 처음이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가 팬데믹 도중에 일어났다는 점은 단순한 순위 변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씨네21> 1277호 통신원 리포트에서 한희주 베이징 통신원이 자세하게 전한 대로 최근 중국 영화산업의 회복세는 무서울 정도다. 현재 중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블록버스터영화들을 극장에서 연달아 개봉하고 극장 영업을 재개한 지 4개월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2조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는 나라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과 여타 국가들이 산업을 정상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2인자에 머물던 중국이 팬데믹을 계기로
[장영엽 편집장] 중국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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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우리가 나고 자란 공간 위에 차곡차곡 쌓인 기억이다. 홍콩의 정신은 도서관에 꽂힌 역사서 안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 홍콩 위에 발 디디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 깃들어 있다.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1950년부터 2020년까지 홍콩의 다양한 이야기를 시대별로 7편의 단편에 담아낸 옴니버스영화다. 한평생 영화에 헌신해온 감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홍콩을 기억하고 애정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개인의 기억이자 홍콩의 역사이며 과거인 동시에 현재다. 홍콩의 전설적인 감독 7명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주도한 사람이 있으니, 다름 아닌 두기봉이다. 프로듀서와 감독을 맡은 두기봉에게 <칠중주: 홍콩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매번 대답할 때마다 ‘내’가 아닌 ‘우리’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진심이 맺혀 있다.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원화평, 임영동, 서극 그리고 당신까지 7명의 감독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시작된
[부산은 영화와 함께⑤] “당신의 인생에서 기회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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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가 연출한 첫 번째 시대극. 구로사와 영화 중에서도 눈에 띄게 엔터테인먼트적인 영화. 일본의 과거사를 외면하지 않고 응시하는 목소리. 좋은 영화가 으레 그러하듯 <스파이의 아내>는 여러 층위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결이 두터운 영화다. 그만큼 누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여러 해석과 감상이 이어질 수 있다. 10월26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는 주로 제국주의 시대 일본의 어두운 면을 다룬 성찰적인 면모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반복되는 질문에도 성실하고 신중하게 답변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거장의 단단한 심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논쟁적인 소재, 오락적인 일면에 눈길이 먼저 가지만 일본 고전영화를 향한 존경과 애정으로 담금질한 정제된 장면들이야말로 이 영화의 정수라 할 만하다. 여기 <스파이의 아내>를 향한 단서들을 전한다.
-<스파이의 아내>는 당신의 첫 번째 시대극이다.
=영화의 배경인 1940년의 일본은 위
[부산은 영화와 함께④] “사회 안에 머물면서도 강인한 여성 부각시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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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영화와 연결되다 1>에서 이어집니다.
입을 쉽게 떼지 못하는 건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내 안이 텅텅 비어 꺼낼 것이 없을 때, 다른 하나는 반대로 너무 가득 들어차 있을 때다. 담아낸 것들을 욕심껏 쏟아내기엔 내가 가진 말주머니의 입구가 너무 좁아 어떻게 운을 떼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그럴 땐 책장 근처를 서성이며 아무 상관없는 책을 뒤적거려본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하얀 종이를 펼쳐놓고 멍하니 시간만 흘려보내다 문득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꺼내들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사람들.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이곳에 살았다.” 인류의 역사와 기억, 그 모든 순간을 담아내는 저 위대한 문장은 결국 창백하고 푸른 점 하나로 수렴된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하려 애쓰지 않기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담백한 진리
[부산은 영화와 함께②] 영화와 연결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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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쉽게 떼지 못하는 건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내 안이 텅텅 비어 꺼낼 것이 없을 때, 다른 하나는 반대로 너무 가득 들어차 있을 때다. 담아낸 것들을 욕심껏 쏟아내기엔 내가 가진 말주머니의 입구가 너무 좁아 어떻게 운을 떼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그럴 땐 책장 근처를 서성이며 아무 상관없는 책을 뒤적거려본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하얀 종이를 펼쳐놓고 멍하니 시간만 흘려보내다 문득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꺼내들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사람들.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이곳에 살았다.” 인류의 역사와 기억, 그 모든 순간을 담아내는 저 위대한 문장은 결국 창백하고 푸른 점 하나로 수렴된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하려 애쓰지 않기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담백한 진리의 문장. 올해 부산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는 내려놓은 것에서부터 시작
[부산은 영화와 함께①] 영화와 연결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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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Always BIFF. 올해만큼 영화제의 슬로건이 정직하고 절실하게 와닿은 적이 없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변수와 풍파 속에 치러졌다.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한 끝에 끝내 오프라인 영화제를 선택했고 그걸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발행했던 <씨네21 BIFF daily>도 그중 하나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모든 행보가 새로운 시작이자 첫 경험이었다. 때문에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부산영화제의 면면을 이 짧은 지면에 담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부산을 찾은 관객수가 더욱 적은 만큼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씨네21>에서는 개별 작품에 대한 소개보다는 영화제 전반의 분위기와 상황을 중심으로 올해 부산영화제가 남긴 의미들을 정리해보았다. 직접 부산에서 보고 들으며 취재한 송경원 기자의 영화제 탐방기가 희미하게나마 이정표가
'부산은 영화와 함께' 머릿말 읽기 ①~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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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태인(유아인)을 바라보던 영화가 블랙아웃된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잠깐 떠올랐다가 태인과 등장인물들의 한때 행복했던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에필로그로 이어진다. ‘블랙아웃-에필로그’ 방식은 여러 영화들이 영화를 마무리하며 활용하는 익숙한 방식이다. 그러나 <소리도 없이>에서만큼은 이 방식이 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영화의 중반쯤 등장하는 즉석카메라로부터 비롯된다. 초희(문승아)의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창복(유재명)은 즉석카메라를 준비해온다. 그런데 창복과 태인이 카메라 작동법을 알지 못하자 초희가 직접 나서서 즉석카메라의 작동 원리를 알려준다. “원래 처음엔 까매요. 좀 있으면 사진 보이거든요.”
<소리도 없이>의 엔딩 방식은 즉석카메라의 원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홍의정 감독이 태인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을 찍었더니, 잠깐 까매졌다, 한때의 행복했던 추억이 현상(現像)된다. 그러나 이 추억이 행복한 것
'소리도 없이'가 유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적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