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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이 세상을 떠났다. 2007년 KBS 공채 22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개그 콘서트>의 간판스타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던 그는 자신을 둘러싼 방송 환경의 변화로 출연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코미디 무대보다 아이돌 관련 행사 무대에 더 자주 서게 된 이후에도 늘 밝고 씩씩한 모습이었다.
카메라 앞의 예능인이라면 웃는 얼굴인 게 당연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지선은 정말로 언제나 괜찮아 보였다. 아니, 그는 항상 괜찮다고 말했다. “하하하하하하!”라는 웃음이 그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알 수 없었던 걸까. 11월 7일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헤아릴 수 없어 가늠하지 못했던 당신의 아픔에 뒤늦은 안부 대신 안녕을 보냅니다”라는 작별 인사를 그에게 건넸다.
사람들을 웃기는 일을 사랑했던 박지선은 자신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캐릭터를 여러 차례 연기하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면서도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박지선 부고를 접하고' - 안녕,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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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정의는 스무살이 됐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동생 말순이 손을 잡고 홍길동을 쫓아다니던 동이가 어느덧 이만큼 자랐다. 독립영화 <소녀의 세계>와 <히치하이크>에서 보여줬던 풋풋한 미소와 예리한 눈빛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역배우 경력 10년. 신인 아닌 신인 노정의가 10대의 마지막 영화로 <내가 죽던 날>을 만났다. 김혜수, 이정은과 함께 주연을 맡은 <내가 죽던 날>은 자살로 추정되는 세진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노정의가 연기하는 세진은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돼 외딴 섬에서 생활하며 경찰의 보호를 받는 10대 소녀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애틋한 세진과 달리 현실의 노정의는 연기가 마냥 좋은 싱그러운 스무살이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롱 패딩을 입고 나타나 “며칠 전에 과 패딩을 받았다”며 웃던 노정의는 “연기력과 인성, 모두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내가
'내가 죽던 날' 노정의 - 10대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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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파는 시끄럽게 일어나세요.” 주경과 수호가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 댓글 창에는 어김없이 ‘수호파’의 환호가 이어졌다. <여신강림>의 주경과 서준, 수호의 삼각관계로 독자들이 ‘수호파’와 ‘서준파’로 나눠 인물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여신강림>에 대한 독자들의 애정이 깊다는 방증이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여신강림>은 외모에 대한 고민으로 메이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꿈을 꾸게 된 주경의 성장과 변화를 다룬 작품이다. 10대의 외모에 대한 관심과 진로 고민, 좋아하는 상대와의 미묘한 감정선 등을 묘사해 1020 독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여신강림>은 연재 3화 만에 화요 웹툰 1위를 탈환하고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선 라인웹툰 인기순위 2위(지난해 11월 기준), 대만 라인웹툰에서는 압도적인 차이로 현재 인기순위 1위에 올랐다. 네이버웹툰에서만 120만명이 관심 웹툰으로 설정했
[스페셜①] 웹툰 '여신강림' 야옹이 작가 - 이상형과 비슷한 캐릭터 응원하며 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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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웹콘텐츠의 시대다. 웹툰과 웹소설로 대표되는 웹콘텐츠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로 옮겨지며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플랫폼의 웹콘텐츠 IP를 기반으로 원천 콘텐츠의 발굴부터 타 매체로의 확장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연재된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며느라기>의 방영을 앞두고 <씨네21>에서 웹콘텐츠 시장의 흐름과 현황을 정리해보았다.
웹툰, 웹소설의 부상과 더불어 전성기를 맞은 K-스토리텔링의 현주소를 점검해보고 웹콘텐츠가 영상 매체, 영상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에 맞춰 김칸비, 황영찬 작가의 <스위트홈>, 해화 작가의 <사내맞선>, 박경란 작가의 <이미테이션>, 야옹이 작가의 <여신강림>, 박새날 작가의 <템빨>까지 웹소설 및 웹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
[스페셜] 한국 웹툰과 웹소설은 미디어와 국경을 어떻게 뛰어넘는가 ①~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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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지금의 중국 드라마와 영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 BEST10 ①>에서 이어집니다.
최근 중국 영상 콘텐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작품 10편을 엄선했다. 영화와 드라마, OTT 오리지널 시리즈 등 다양한 포맷에서 성취를 거뒀으며, 절반 이상이 올해 공개된 작품들이다. 10편 모두 국내에 서비스되는 작품으로, 각 플랫폼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편하게 볼 수 있으니 안심하고 즐길 것.
<내 남자친구는 착쁜놈> 半个喜剧
감독 주신, 유로 / 출연 임소석, 우위한, 류신 / 영화 111분 / 스마트시네마
솔직 당당한 은행원 모모(임소석)는 출신, 재력, 연애 스타일까지 판이한 두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바로 베이징의 금수저 바람둥이 정둬둬(류신)와 그에게 얹혀사는 동베이 출신 숙맥 쑨퉁(우위한).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앞둔 정둬둬와 연애 한번 해본 적 없는 쑨퉁 사이에서, 모모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선택을 내
지금의 중국 드라마와 영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 BEST10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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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영상 콘텐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작품 10편을 엄선했다. 영화와 드라마, OTT 오리지널 시리즈 등 다양한 포맷에서 성취를 거뒀으며, 절반 이상이 올해 공개된 작품들이다. 10편 모두 국내에 서비스되는 작품으로, 각 플랫폼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편하게 볼 수 있으니 안심하고 즐길 것.
<은비적각락> 隱秘的角落
감독 신솽 / 출연 룽쯔산, 스펑위안, 왕성디, 친하오, 왕징춘 / 12부작 시리즈 / 아이치이
드라마가 시작한 지 2분도 되지 않아 노부부가 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추락사한다. 그런데 가해자가 카메라를 든 사위이고, 방금 떨어진 노부부가 장인과 장모라면 어떤가. 올해 6월 중국 OTT 아이치이로 공개돼 큰 화제를 모은 범죄 스릴러 웹드라마 <은비적각락>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사건에는 목격자도 있다. 중학생 조양(룽쯔산), 그의 친구 엄량(스펑위안), 그리고 엄량의 여동생 보보(왕성디)는 산에 오
지금의 중국 드라마와 영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작품 BEST10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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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년 전까지 엎치락뒤치락했던 북미 극장가와 중국 극장가의 치열한 경쟁을 당분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세계 극장가가 꽁꽁 얼어붙은 올해, 중국 극장가만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7월 20일 셧다운이 풀린 뒤로 10월 말까지 무려 120억위안(약 2조329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폭발력은 놀랍기만 하다.
<씨네21>은 중국 영화산업이 재빨리 회복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비결을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대륙에서 OTT 산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세대교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현상을 짚었다. 올해 중국에서 화제가 됐던 시리즈와 영화 10편을 추천한다. 모두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니 중국 콘텐츠의 성장과 변화를 두눈으로 확인해보시라. 얼마 전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렸던 2020 아시아콘텐츠어워즈에서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과 신인남자배우상(배우 룽쯔산)을 받으며 2관왕에 오른 <은비적각락>의
중국영화계는 어떻게 팬데믹에 우세를 점하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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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기억될 2020년. 지난 11월 6일 강릉국제영화제(이하 강릉영화제)는 세계 각국의 영화제 수장 17인을 온오프라인으로 초청해 코로나19 시대 영화제의 의미와 당면과제에 대해 짚었다. 이날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1부에서는 해외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생각하는 뉴노멀 시대의 영화제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이 영상으로 발표되었다. 피어스 핸들링 전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토론토영화제) 조직위원장, 마르틴 테루안느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 마에다 슈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새뮤얼 하미에르 뉴욕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사브리나 바라체티 우디네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 윌프레드 웡 홍콩국제영화제(이하 홍콩영화제) 조직위원장, 조안 고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카를로 카트리안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예술감독, 키릴 라즐로고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펠리페 알주르 카르타헤나콜롬비아국제영화제(이하 카르타헤나콜롬비아영화제) 예술감독,
전세계 각국의 영화제 수장 17인이 패널로 참여한 강릉국제영화제 포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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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4일부터 5월 30일까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봉쇄령)을 이탈리아 역사는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가브리엘레 살바토레스의 <밖은 봄이 왔다>는 이 기간 동안 이탈리아 사람들의 격리 경험을 수집해 만든 영화다. 살바토레스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 일반인들이 촬영한 영상을 수집·활용해 한편의 드라마틱한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영화는 10월 15일부터 10일 동안 오프라인으로 열린 제15회 로마국제영화제의 스페셜 이벤트에서 상영되었고, 살바토레스 감독은 자가격리 중이어서 레드 카펫을 밟지는 못했다.
<밖은 봄이 왔다>는 “마스크가 없는데도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사람들, 사람들간 접촉이 상실되는 데서 오는 외로움, 기저질환이 있는 엄마를 데리고 병원에 간 딸과 엄마의 이별 인사, 텅 빈 연극 무대와 영화관, 사막 같은 황량한 거리, 휠체어에 갇힌 장애인, 불면증 환자, 죽는 순간도 알 수 없이 사라지는 노인들”
[로마] 가브리엘레 살바토레스의 '밖은 봄이 왔다'가 보여주는 코로나19 팬데믹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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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대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어떤 모습일까. 화려한 명성과 부를 누리는 인플루언서의 삶을 꿈꾸는 아리엘(벨라 손)은 막 감옥에서 출소한 남자 친구 딘(제이크 맨리)과 우연히 범죄 현장을 SNS 라이브에 담게 된다. 쉽고 빠른 유명세에 중독된 젊은 남녀는 곧 그들 자신도 도망자 신세가 되어간다. 쾌감에 비례해 파국의 그림자 또한 빠르게 인물들을 덮쳐오는 모습이 긴장감을 낳는다. 아메리칸 뉴시네마를 현대적으로 변용해 2020년대의 시의적절한 주제를 장르적으로 풀어낸 지점이 흥미롭다.
'인퍼머스' SNS 시대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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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상주에 있는 아시아 최초의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이곳에는 한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크로아티아 국적의 수도사 11명이 살고 있다. “샘이 넘치는 곳으로 가는 길은 건조하고 메마르다”는 카르투시오회 회헌에 따라 수도사들은 독방에 머무르며 고요하게 기도를 이어간다.
함께 모여 식사를 준비할 때마저도 침묵을 깨서는 안되는데,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한국어 공부 시간뿐이다. “매일매일 그 비밀 안의 더 깊은 데로 가고 싶어요.” 외국인 수도사가 한국어로 더듬더듬 문장을 완성시켜 나가는 장면에서는, 정갈하고 아름다운 수행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2019년 12월에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3부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2019년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봉쇄수도원의 풍경을 담았다. 작품의 결 또한 청빈하고 맑은 수도원의 삶과 닮았다.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 8개월간 봉쇄수도원의 풍경을 담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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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이우영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네 가족 이야기를 그린다. 초등학교 3학년 국정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재미와 의미를 다 잡은 애니메이션을 이번엔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추억의 검정고무신>에는 <오덕이의 탄생 사연> <기영이의 운동화> <땡구조상의 전설> <극장구경> <벼룩전쟁> <착한가족> <팔씨름왕> 이상 7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벼룩과 빈대 잡는 이야기, 일등 상금인 황소 한 마리를 목표로 팔씨름 대회에 나가는 기영이 아빠 이야기 등 지금은 사라진 풍경을 웃으며 즐길 수 있다. 추억의 TV만화 <아기공룡 둘리> <날아라 슈퍼보드> <옛날 옛적에> 등을 만든 송정율 감독의 작품이다.
'추억의 검정고무신' <아기공룡 둘리> <날아라 슈퍼보드> <옛날 옛적에> 등을 만든 송정율 감독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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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유아인·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로 제작된 바 있는 시나리오가 할리우드 버전으로 탄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도시 자체가 전대미문의 통제 불능 사태에 빠진다. 애인보다는 자유로운 만남을 추구하며 혼자 아파트에서 사는 에이든(타일러 포시)은 이 팬데믹 사태에서 운 좋게 살아남지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외로움에 잠식되어간다.
본격적인 좀비영화라기보다 소통이 사라진 현시대 청춘의 초상을 은유한 것에 가까웠던 <#살아있다>처럼, 에이든 역시 자신을 알아줬으면 하는 욕망과 희망을 버린 체념 사이의 양가적 감정에 빠진다. 다만 좀비 단역들의 연기나 한정된 공간에서 오는 서스펜스 등 전반적인 만듦새는 앞서 개봉한 한국판이 훨씬 우위를 보인다.
'얼론' 영화 <#살아있다>로 제작된 바 있는 시나리오가 할리우드 버전으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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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잃고 급작스런 무대공포증을 앓는 노년의 피아니스트 헨리(패트릭 스튜어트)에게 젊음과 지성의 절정기를 누리는 음악평론가 헬렌(케이티 홈스)이 찾아온다. 드물게 정신적 교류에 성공한 예술가와 비평가의 지적, 로맨스적 긴장을 담아내는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는, 슈만과 클라라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남성 예술가-여성 뮤즈의 전형적 구도로부터 새로움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뉴욕과 스위스를 오가는 풍광 스케치와 27곡에 이르는 풍성한 클래식 사운드트랙, 패트릭 스튜어트의 완숙한 연기 등이 조화를 이뤄 시청각적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만족감을 안기는 영화다. 존재의 성찰과 예술적 치유를 논하는 거창한 테마와 달리 주제를 향한 예리한 시선의 부재가 아쉽다.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 정신적 교류에 성공한 예술가와 비평가의 지적, 로맨스적 긴장을 담아내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