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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오후 8시, 어둠이 내리고 영화의전당 야외 스크린에 불이 켜진다.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소울>의 아시아 프리미어 상영 관람을 위해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의 얼굴은 기대와 뿌듯함으로 상기되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부산영화제 예매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작품이 <소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오픈 시네마가 야외상영관 600석의 관객을 받는 데 반해 <소울>은 보안상의 이유로 278석만 열렸다. 영화의전당 주변까지 삼엄한 보안 검색이 이뤄지는 가운데 드디어 <소울>의 상영이 시작됐다.
영화 상영에 앞서 감독을 맡은 피트 닥터가 <소울>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짧게 설명을 보탰다. 사춘기 소녀인 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전작 <인사이드 아웃>처럼 <소울> 역시 지극히 사적인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한다. “올해 23살인 아들이 태어났을 무렵 떠올린
디즈니 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소울' 아시아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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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대표적인 이벤트 뉴욕영화제가 지난 9월 17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열렸다. 58회를 맞은 올해 영화제에선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 이하 BLM) 운동과 관련된 작품이 대거 소개됐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처음 개최된 대규모 영화제인 제58회 뉴욕영화제가 BLM 운동을 전면으로 다룬 것은 BLM이 미국영화계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욕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부터 10월 현재까지 극장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고, 그 때문에 올해 뉴욕영화제는 본래 행사장이던 링컨센터에서 열리지 못하고 버추얼 시네마와 드라이브 인 시어터(자동차극장)로 운영 방식을 변경했다.
개막작으로 상영된 스티브 매퀸 감독의 <러버스 록>은 1970, 80년대 영국 흑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TV 미니시리즈 <스몰 액스>중 한 에피소드다. 영국에서는 <BBC&
[뉴욕] 흑인 인권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세 이룬 제58회 뉴욕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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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무리수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카카오TV에서 제작한다 해도,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말 대신 카카오톡(이하 톡)으로만 대화하는 예능이라니 너무 지독한… 컨셉 아니냔 말이다. 하지만 결국 형식을 완성하는 건 사람이라는 진리를 확인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첫 번째 초대 손님 배우 박보영이 톡으로 어린 조카 동영상을 공유하자 “워낙 동안이어서 셀카인 줄”이라고 능청스러운 농담을 던져 상대의 긴장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김이나 작사가는 ‘토크’는 물론 톡에도 뛰어난 진행자다.
프로필 사진, 플레이리스트, 사진첩의 ‘짤방’은 물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 즉시 대화 소재로 가져올 수 있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대화는 현대인의 내면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인터뷰 기사라면 ‘(웃음)’으로 표시되었을 순간 ‘ㅋㅋㅋ’ 연타를 치면서 웃는 인터뷰이의 모습을 동시에 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어릴 때부터 연기자로 활동한 박은빈이 ‘사적인 것과 사적이지
카카오TV '톡이나 할까?', 톡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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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은 98년,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에 휩싸이게 된다.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까지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혔던 스캔들의 위력은 비단 클린턴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조시 크리그먼과 엘리스 스타인버그가 연출한 <앤서니 위너: 선거 이야기>는 연이은 스캔들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 한 정치인의 캠페인 과정을 좇아가는 다큐멘터리다.
민주당 소속 7선 하원 의원으로 승승장구하던 앤서니 위너는 2011년, 트위터로 속옷 차림의 사진 등을 여성들에게 보낸 것이 밝혀지며 궁지에 몰린다. 처음엔 해킹을 당했다고 주장하던 그는 사건이 커지자 거짓말을 인정하고 의원직을 사퇴한다. 그리고 2013년, 위너는 재기를 노리며 뉴욕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해 선거 캠프의 직원들과 합심해보지만 또다시 비슷한 스캔들이 터지고 만다. 이젠 실수라는 변명도,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도 통하지 않는다. 영화는 치명적 스캔들의 주인공이
트럼프를 ‘왕좌’에 앉힌 그 인물의 비법 #스캔들 '미국 대선의 이면을 파헤치는 영화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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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토머스 프랭크의 책 제목이 던졌던 질문을 다음과 같이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다. 왜 사회적 약자들은 정작 자신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가. 도전하는 이들이 기존 판에 일으키는 균열은 언제나 다큐멘터리의 매력적인 소재였다. <레프리젠트: 출마하는 여성들>은 세 여성의 선거 도전기를 담는다.
디트로이트의 한 흑인은 30년간 흑인이 시장일 때는 아무 진전이 없다가 백인이 시장이 된 지금 비로소 진전이 생겼다고 말한다. 디트로이트 시장에 출마한 마이야 존스는 22살밖에 안됐으니 “귀엽다”라는 무례한 말을 듣고, 심지어 디트로이트가 진짜 주거지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황당한 순간도 맞는다. 디트로이트는 민주당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흑인과 여성에게 정작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모순이 자리하는 곳이다.
공화당 하원 의원 후보로 출마한 한국계 미국인 줄리 조가 사는 일리노이주 에번스턴 시카고 교외 지역은 민주당 우세 지역이
세상을 바꿀 #체인지메이커 '미국 대선의 이면을 파헤치는 영화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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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미국 대선, 공화당의 후보는 연임을 기대하는 현직 대통령 조지 H. W. 부시였다. 이에 맞서 민주당에선 젊은 주지사 빌 클린턴이 급부상한다. 인기를 얻는 것도 잠시, 제니퍼 플라워스의 불륜 폭로, 베트남전 병역 기피 문제 등 여러 스캔들이 터지며 그에게 위기가 닥친다. 선거 캠프에도 비상이 걸린다. 크리스 헤지더스와 D. A. 페네베이커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워 룸>은 1992년 빌 클린턴 선거 캠프의 풍경을 그린다.
별도의 내레이션이나 인터뷰 없이 전개되는 다이렉트 시네마 스타일로 만들어져 생생한 현장감으로 선거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몰입하며 보게 된다. 선거의 주인공이 빌 클린턴이었다면, 다큐의 주인공은 핵심 참모 제임스 카빌이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선거 슬로건을 고안해낸 것으로도 유명한 카빌은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날카로운 기지를 발휘한다. 클린턴이 연설을 하거나 TV토론에 나설 때, 카빌
캠페인 전략가 #킹메이커 들의 활약, '미국 대선의 이면을 파헤치는 영화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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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세계를 가능케 한 인터넷이 오히려 선거를 왜곡하는 무기가 됐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은 우리가 온라인 활동을 하며 남긴 디지털 흔적을 모으면 매년 1조달러 규모의 산업이 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페이스북을 통해 드러나는 위치 정보, 좋아요, 신용카드 결제 정보까지 구입한 이들 중에는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 관계자들도 있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전 직원 브리트니 카이저를 비롯한 내부 고발자들과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에 따르면 데이터에 의해 설득 가능자로 분류된 이들은 그들의 어떤 행위를 유도하는 맞춤형 메시지를 받게 된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에 폭주하던 “부정직한 힐러리를 물리치자!”와 같은 문구가 그 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은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브렉시트 국민투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페이스북을 이용해 증오와 공포의 정치를 이용하는 시대에 공교롭게도 권위주의 정권이 점점 더
가짜뉴스, 시스템, 투표방식 #고발 하는, '미국 대선의 이면을 파헤치는 영화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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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부터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시작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국가이지만, “사람은 모두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독립선언문의 정신이 선거를 통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시스템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각종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정치판이지만, 그 안에는 변화를 이끄는 ‘체인지 메이커’들과 묵묵히 뒤에서 일하는 ‘킹메이커’의 헌신이 있다. 집에서도 만날 수 있는 미국 선거영화를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다큐멘터리에 꾸준히 투자해왔던 넷플릭스에는 미국의 선거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좋은 콘텐츠가 많다. 이들 다큐멘터리는 불법 데이터 수집부터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부당하고 기형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기득권 정치인을 수호하는 시스템의 부조리를 강력하게 꼬집는다. 10월 19일부터 30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Democracy at Work: 미국 선거 특
미국 대선의 이면을 파헤치는 #고발 #킹메이커 #체인지메이커 #스캔들 영화 살펴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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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이하 <아신전>)으로 돌아온다. 최근 촬영에 돌입한 <아신전>을 이끌어갈 주인공 아신(전지현)은 지난 3월 공개된 <킹덤> 시즌2 엔딩에서 갑작스레 등장하며 화제가 된 캐릭터다. 아신은 생사초의 비밀을 찾아 북방으로 향했던 이창(주지훈) 일행이 마주쳤던 의문의 인물로, 등장과 동시에 시즌2가 마무리되며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새로 공개될 <아신전>에서는 북방 여진족 부락의 후계자인 아신의 전사(前史)와 생사초의 기원이 담길 예정이다. 또한 시즌2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어영대장 민치록(박병은)이 재등장해 아신과 얽힌 관계가 그려진다.
<아신전>은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김은희 작가가 각본을 집필했으며, 시즌1 연출과 시즌2 총괄제작을 맡았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제작은 바람픽쳐스, BA엔터테인먼트, 스튜
전지현을 주인공으로 한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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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 35.7%를 찍었던 <내일은 미스터트롯>. ‘트롯맨’들의 열풍은 여전히 뜨겁다. <미스터트롯: 더 무비>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인기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톱6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이며,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 콘서트’ 서울 공연 장면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영화를 채운다.
생애 첫 대규모 콘서트를 앞둔 심정, 여름 MT에서의 편안한 모습 등 무대 위아래에서의 모습이 고루 담겼다. 임영웅은 지난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는 영화 속 안내자로서 내레이션을 맡았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아니었다면, 콘서트 무대 자체의 스펙터클이 지금보다 더 두드러질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스터트롯: 더 무비'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톱6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가 주인공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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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앙상블엔 대개 연습이 필요하다. 무수한 리허설에 익숙한 연극인들이 정작 자기 삶의 초연 무대에서 허둥지둥대는 모습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성혜의 나라>(2018)로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던 정형석 감독이 이번엔 자신의 본거지인 공연계로 눈을 돌렸다.
나이듦 앞에서 부쩍 위축된 극단 연출자 영로(김승수)는 오랜 파트너였던 조연출 세영(서윤아)의 구애를 부담스러워하고, 유산을 계기로 소원해진 만식(이천희), 혜영(김정화) 부부는 예전으로 돌아갈 기회를 찾지 못한다. 새로운 만남에 방어적인 민우(유민규)와 그의 팬 주영(최배영)의 사랑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다. 정형석 감독의 연출은 자극적인 전개 없이 일상적 정서에 충실하며, 불신과 불안 앞에 망설이는 세 연인의 속내로 관객을 편안히 이끈다.
'앙상블' <성혜의 나라>(2018)로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던 정형석 감독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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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인 료스케(마시마 히데카즈)는 친구가 사는 홋카이도에서 다음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장소를 이동하던 중 차가 멈춰 서고, 도움을 요청하러 들른 집에서 고교 시절의 첫사랑 하루카(사나다 마스미)와 재회한다. 23년 만에 마주한 두 사람은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만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는 하루카는 료스케와의 만남을 망설인다.
<마음에 부는 바람>은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 사계절 시리즈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신작이다. 우연한 만남, 시한부 인생, 첫사랑과의 재회 등 소재 면에서 감독 전작들의 기시감이 들지만 인물들의 감성을 애틋하게 그리는 감독의 장기가 적절히 발휘된 작품이다. 그 밖에도 스코틀랜드의 오로라나 홋카이도의 푸른 연못 등 아름다운 풍광이 눈을 즐겁게 한다.
'마음에 부는 바람'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 사계절 시리즈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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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톱>에서 3개월의 인턴 생활을 끝내고 백수가 된 로리(노에미 오파렐). 글보다 글쓴이의 영향력을 중시하는 편집장 때문에 작가가 꿈인 로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늘릴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로리와 로리의 룸메이트 엘리(모우니아 자흐잠)는 술집에서 우연히 인스타그램 스타 클라라(줄리엣 고셀린)를 만난다. 뷰티 정보는 물론 펜트하우스에서의 화려한 일상을 공개하며 소녀들의 워너비로 살아가는 클라라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클라라와의 작은 인연을 시작으로 그녀의 친구가 된 로리는 서서히 팔로워 수를 늘려가며 인플루언서가 되고,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엘리는 SNS에 영혼을 파는 자신의 친구가 점점 못마땅하다.
<페뷸러스>는 직업도, 성격도, 생각도, 외모도 서로 다른 세 친구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이들을 결속하기도 하고 떼어놓기도 하는 건 인스타그램이며, 그 과정에서 이들이 경유하는 것은 페미니즘이다. 로리는 페미니스트로서
'페뷸러스' 1세대 유튜버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의 첫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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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사. 여기 빗자루질을 하는 한 스님이 있다. 그는 위장 잠입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다. 그의 목표는 황영사 9층 석탑 속 금동불상. 강동구가 금동불상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암시장에 퍼진다. 급기야 진 회장(송영창)도 이 소문을 듣는다. 그는 강동구와의 거래를 윤 실장(신혜선)에게 맡긴다. 윤 실장은 진 회장이 운영하는 스카이호텔 카지노로 강동구를 부른다. 그녀가 제시한 거래액은 2억원어치의 카지노 칩. 강동구는 룰렛 게임에 받은 칩을 올인하고 잃는다. 윤 실장은 그의 무모함에 끌린다. 하지만 강동구의 행동은 의도적이었다. 판돈을 묻고 더블로 간 셈이었다. 미끼를 문 윤 실장은 두 번째 거래를 강동구에게 제시한다. 그것은 중국 지안에 위치한 고구려 고분벽화를 가져오라는 것. 이 작업에 고분벽화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가 투입된다.
강동구는 도굴 과정에서 겪은 위기의 배후에 진회장이 있음을 직감한다. 강동구는 이제 역으로 진 회장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그 장소는 서울
'도굴' 한국에서 그간 다뤄진 적이 없었던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오락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