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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등장하는 한국영화는 수두룩하지만, 경찰 자체에 집중한 작품은 머리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 <경관의 피>(가제)는 경찰이란 직업을 가진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그린 영화다. 3대에 걸친 경찰관 집안의 이야기가 집대성된 동명의 일본 소설과 달리 이 영화는 원작의 손자 가즈야에 해당하는 젊은 경장 민재(최우식) 그리고 그와 팀을 이루는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에 집중해 현대 한국의 경찰을 탐구한다.
이규만 감독은 <리턴> <아이들...> 등 어떤 사건을 겪은 후 인생의 큰 축이 바뀌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뤄왔고, <리턴> 때부터 그와 인연을 맺은 리양필름의 이한승 대표에게 연출을 제안받았다. “운명의 수레바퀴에 의해 만나는 사람들이 극적으로 부딪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버리는 비극성이 있다. 과거에 뿌려진 씨앗이 결국 나중에 열매를 맺는 통시적인 역할을 한다는 게 매력적이다. 그래서 <경관의 피> 시나리오에도
'경관의 피'(가제) 이규만 감독 - 현대 한국 경찰의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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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더 세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가 교도소 범죄극 <프리즌>(2016)으로 데뷔했을 때, 모두들 숨겨둔 의외의 취향부터 묻고 시작했다. 나현 감독은 <야차>(가제)로 그 인상을 한번 더 확실히 새겨넣는다. 그는 <프리즌> 때의 즐거움을 되새기며 이번엔 “더 세게, 더 크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현재 90% 정도 후반작업이 마무리된 <야차>는 중국 선양을 주 무대로 삼는 정통 첩보 액션물이다. 좌천된 검사 지훈(박해수)이 해외 비밀 공작을 전담하는 블랙팀으로 파견되어 무시무시한 성격으로 악명 높은 팀의 수장 강인(설경구)을 만난다. 영화는 단 며칠의 시간에 집중하며 동북아 정세를 뒤흔드는 스파이 활동의 중심으로 뛰어든다. 나현 감독은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인 동시에 부처를 보좌하는 수호신이기도 한”설화 속 존재 야차를 극중 배우 설경구의 코드네임으로 붙이면서 인물이 가진 강렬
'야차'(가제) 나현 감독 - 아시아 첩보 액션의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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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이 <명량>(2013) 이후 8년 만에 또 다른 이순신 장군 이야기로 컴백한다.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가진 <명량>(1761만명)은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상대했던 이순신 장군의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다뤘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명량해전보다 시기적으로 5년 앞선 1592년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최민식이 연기했던 이순신은 박해일이 연기하고, 변요한이 적장으로 출연한다. <명량>에 이어 <한산>과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까지 ‘이순신 3부작’을 준비 중인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꽤 예전부터 이순신 3부작을 구상했었다고.
=이순신 장군을 그린다면 이순신의 해전을 다루고 싶었다. 삼도수군통제사, 지금으로 치면 해군참모총장의 자리에 있던 사람이니 이순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해전에서 그가 어떻게 활약했고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 젊은 전략가 이순신과 거북선의 극적인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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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이 맡긴 것이 무엇이든 안전하고 신속하게 배달하는 드라이버가 있다. 설사 그것이 범죄자일지라도 말이다. <그림자 살인>(2009), <봉이 김선달>(2016)을 연출한 박대민 감독의 신작 <특송>은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맡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드라이버 은하의 은밀한 직장 생활을 다룬다. 끝내주는 운전 실력을 겸비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직선적인 재미를 주는 여성 액션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박대민 감독이 늦깎이로 면허를 따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전에 만든 영화들은 코미디와 추리를 섞는 등 다양한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에는 이야기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액션의 쾌감이나 배우의 멋스러움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는 박 감독의 말처럼 <특송>은 시작부터 끝까지 온갖 장애물을 뚫고 배달을 완수하려는 드라이버 은하의 속도감 넘치는 활약을 보여줄 예정이다.
의뢰받은 일은 배송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반드시
'특송' 박대민 감독 - 보랏빛 그녀의 특급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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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 이 셋을 손에 넣은 뒤 저주의 주술 ‘방법’(謗法)을 쓰면 누구든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 막강한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소진(정지소)이 사회부 기자 진희(엄지원)와 힘을 합쳐 악의 무리에 맞서는 12부작 드라마 <방법>의 다음 대결이 영화에서 펼쳐진다.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김용완 감독이 연출하는 <방법> 유니버스 두 번째 이야기이자 첫번째 영화 <방법: 재차의>(가제)는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재차의’를 그 중심에 둔다.
정의에서 얼핏 좀비를 떠올리게 되는데, 김용완 감독에 따르면 재차의는 좀비와 시각적으로나 능력적으로 여러 가지 차이점을 가진다고. “좀비와 다른 재차의만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그 비주얼과 움직임에 공을 많이 들였다. 드라마가 한국적 오컬트를 보여주려 했다면 영화에서는 보다 확장된, 동아시아적 이미지를 구현해보고 싶었다.” 이를 위해 드라마 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 <곡성&
'방법: 재차의'(가제) 김용완 감독 - 살아난 시체를 방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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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전작 <더 킹>(2016)과 거의 정반대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더 킹>이 평범한 인간에서 권력자가 되기까지 한 인물의 일대기를 거리를 두고 그린 정치 풍자극이었다면, <비상선언>은 재난 상황을 맞닥뜨린 비행기 승객의 감정을 가능한 한 유사하게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영화다.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톱 배우들의 캐스팅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더없는 호재다. 우주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한재림 감독은 “그저께(2020년 12월 28일) 새벽 4시까지 가편집본은 다 끝냈다. 애초 의도대로 정리가 된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 킹>은 많은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한 반면, <비상선언>은 비행기와 지상으로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 극과 극을 체험하는 기분이겠다. 어느 쪽이 적성에 더 맞던가.
=프로덕션 운영은 <비상선언>이 훨씬 더 편했다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 재난 상황 속 인간의 진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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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의 귀환. <혜화, 동>(2010)의 민용근 감독이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슬픈 우정 이야기를 리메이크해 <소울메이트>로 탄생시켰다. 유년 시절을 함께한 88년생 두 여성,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관계의 굴곡을 그리는 드라마다. 둘만의 안온한 세계는 10대 후반 무렵에 하은이 동급생 진우(변우석)와 첫사랑을 시작하면서 미세한 균열을 겪는다. 자유분방한 미소는 도시로 떠나 모험적인 삶을 좇고, 하은은 고향에 남아 안정된 생활을 꾸리면서 둘은 그렇게 점차 멀어진다. 지방과 대도시의 물리적 거리감이 부각되는 중국 원작의 설정은 <소울메이트>에서 제주 섬을 배경으로 새롭게 구현됐다.
<혜화, 동> 이후 지난 10년간, 민용근 감독은 옴니버스 인권영화인 <어떤 시선>(2012)을 비롯해 단편영화를 여럿 만드는 한편, 책을 쓰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소울메이트' 민용근 감독 - “조용하고 힘이 센 여성들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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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액션을 강화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은 전편의 코믹 요소를 살리면서도 모험과 액션에 더욱 힘을 실었다. <해적>은 몰락한 고려 황실의 보물이 숨겨진 ‘번개섬’을 찾아가는 조선의 해적단이 주인공인 영화다. 2014년 866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흥행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으로, 전작과 KBS 사극 <추노>를 쓴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집필했다. 메가폰은 <탐정: 더 비기닝> <쩨쩨한 로맨스>의 김정훈 감독이 잡았다.
바다에서 살아온 여성 해적단주와 뭍에서 온 남성 도적단주가 바다에서 만나 힘을 합친다는 전작의 설정은 그대로다. 주인공 해랑(한효주)은 ‘바다의 물결’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다. 중검과 단검을 귀신같이 휘두르는 해랑은, 전작에서 길고 잘 휘어지는 연검을 썼던 여월(손예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효주 외에 다
'해적: 도깨비 깃발' 김정훈 감독 - 경쾌하고 빠르게 바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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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여러 할리우드 기대작들의 개봉이 2021년으로 미뤄졌다. 그중에는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되는 속편 영화들도 대거 포진됐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이미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작품들이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많은 속편 영화들 중 1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되는 2편, 오랜 세월을 딛고 제작되는 작품 등 키워드를 나누어 2021년 개봉 예정인 속편 기대작들을 모아봤다. 리부트, 프리퀄, 스핀오프 등과 <블랙 위도우> 같은 첫 솔로무비는 제외했다.
1편의 명성 이을 수 있을까?
<콰이어트 플레이스 2> 4월23일 북미 개봉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 8월21일 북미 개봉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는 1편의 흥행에 힘입어 2편으로 관객을 찾아오는 작품들이다. '소리'를 통해 인간들을 공격하는 외계 괴물을 소재로 '팝콘을 씹을 수 없는 영화'라고 입
이 라인업, 실화? 믿고 보는 2021년 할리우드 속편 기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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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이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많은 열성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뮤지컬 <영웅>을 영화로, 그것도 뮤지컬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또 고생길을 자처하나 싶었다. 쓰나미(<해운대>), 1950~80년대 한국 현대사(<국제시장>) 등 매작품 난이도가 높은 시각특수효과(VFX)와 씨름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그가 한국에서 거의 시도된 적 없는 뮤지컬 장르에 도전한 건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것도 <라라랜드>나 <레미제라블> 같은 할리우드 뮤지컬 명작처럼 라이브 녹음을 선택했다니.
그러나 여러모로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임에도 그가 뮤지컬영화에 뛰어든 건 “안중근 열사의 호연지기에 매료”돼서다. 윤제균 감독은 “전작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다룬 영화라면 <영웅>은 어머니를 그려낸 이야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라며 “안중근과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의 관계를 주
'영웅' 윤제균 감독 -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 모자 관계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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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극장가는 여전히 암흑 속에 있다. 정초부터 역대 최저 하루 관객수가 경신됐다. 지난 1월 5일 하루 동안 극장을 찾은 총관객수가 1만4518명을 기록하며 종전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4월 7일의 1만5429명의 기록을 넘어섰다. 위기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한국영화 촬영 현장은 새해부터 소처럼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씨네21>은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15편을 엄선해 소개한다. 다만,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 정지연 감독의 <앵커>, 조은지 감독의 <입술은 안돼요>(가제) 등 지난해 소개한 작품들은 제외했다.
올해는 스타감독들이 일제히 귀환한다. 김용화 감독은 설경구와 도경수,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우주를 배경으로 한 <더 문>을 준비 중이고,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열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2021 Ready, Action!]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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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지면에 담지 못했던 내용을 탈탈 털어 독자들에게 공유하는 ‘비하인드 씨네리’ 두 번째 배우는 <씨네21> 1289호 커버를 장식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기억 읽는 카운터, 배우 김세정이다. 엘리베이터 액션 신 비하인드부터 함께 연기한 동료들에 대한 ‘폭풍 칭찬’까지,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전한다.
1. 보기와 달리 향희(옥자연)에게 하이힐로 맞는 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가장 먼저 찍은 액션 신은 지청신(이홍내)에게 철중(성지루)이 죽는 장면이었다. 야외다 보니 외부 환경이 큰 변수가 됐다. 기울어진 땅에서 발차기를 하려니 잘 안 되고 생각지도 못한 데서 근육통이 오고. 그래서 액션하기 전에 10분이라도 꼭 스트레칭을 하고 지형을 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이를 잘 접목시킨 게 두 번째로 찍은 엘리베이터 액션 신이다. 그 때가 선배님들 만난 지 한달 정도 됐을 때였고, (옥자연) 언니와는 처음으로 연
[비하인드 씨네리] ‘경이로운 소문’ 김세정에겐 계획이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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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2021년 9월에 열리는 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는다. 1월 15일, 베니스국제영화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영화제측은 베니스영화제 알베르토 바베라 예술감독이 봉준호 감독을 올해 위원장으로 추천했고 베니스 비엔날레 이사회가 오늘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알렸다.
봉준호 감독은 공식 성명을 통해서 “오랜 역사를 지닌 베니스영화제라는, 이 아름다운 영화적 전통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다. 심사위원장으로서 그리고 그보다는 영원한 시네필로서 나는 베니스가 선택한 모든 위대한 영화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진정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차 있다.”고 위촉 소감을 밝혔다.
알베르토 바베라 베니스영화제 예술감독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이 이 소식을 듣고 “열렬히 동의했다”고 전하면서 “이 위대한 한국의 영화감독은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진실되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내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우리는
봉준호 감독,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위촉... 한국 감독으로는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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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퍼스 배우는 <싱글맨>을 통해 이미 퀴어 커플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 바 있다. <슈퍼노바>는 어떻게 달랐나.
콜린 퍼스 <싱글맨>은 50대 초반에 찍었고, <슈퍼노바>는 50대 말에 찍었다. 내 삶은 어느 순간 정말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성공에 취해 불행과 슬픔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은 적도 많다. 그러나 불행과 슬픔은 언제든 소환될 수 있는 것 같다. <싱글맨>과 <슈퍼노바> 모두 어떤 감정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 상태의 인간을 그리고 있다. <싱글맨>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 느끼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조지(콜린 퍼스)가 모든 걸 내려놨을 때 삶이 그를 다시 부른다. <슈퍼노바>의 샘 역시 터스커의 병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샘과 터스커의 미래는 일순간에 폭발한 것처럼 보인다.
-극중 캐릭터와 같이 먼 미래에 치매에 걸리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
스탠리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인터뷰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함께한다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