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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한국영화계에 전에 없던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CJ CGV는 지난 10월 19일, 상영관의 3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3년 내에 110개 전국 직영점 중 35~40개가량을 줄인다는 목표 아래 단계적으로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10월 26일부터 우선적으로 영업 중단이 예정된 극장은 대학로, 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등촌, 연수역, 홍성, 대구아카데미, 광주금남로 등 총 7개 지점이다.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정상 진행되며, 그 밖의 대관 행사들은 다른 관으로 이동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KT&G상상마당 시네마가 사라질 예정이라며 SNS상에 #상상마당시네마를지켜주세요라는 해시태그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으나, KT&G측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극장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이 재개됐다. 오는 10월 28일부
CJ CGV 상영관 30% 감축 예정… 새로운 OTT 플랫폼 출범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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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안티고네가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오이디푸스의 딸인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의 희곡에서 왕명을 어기고 조국의 배신자로 몰린 오빠의 장례를 치르다 자신 또한 궁지에 몰린다.
소피 데라스페 감독은 이민자 사회에 가해지는 폭력에 맞서는 노력으로 현대판 <안티고네>를 계획했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을 배경으로 어느 모슬렘 가족을 그리는 <안티고네>에서 주인공은 억울하게 수감될 위기에 처한 오빠를 대신해 감옥에 들어가기로 한다. 가난한 난민 가족이 테러범의 자리에 놓이고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동안 경찰과 사법 제도는 비정하기만 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SNS로 언론의 관심을 얻고 또래 집단의 호응을 얻어내는 안티고네의 모습이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에 쾌감을 불어넣는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1997년생 배우 나에마 리치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차세대 배우의 출현을 확신케 한다.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캐나다 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Coming soon] '안티고네'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캐나다 장편영화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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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내게 소중했던 그 이야기를 들려줘. 그 옛날 내가 즐겨 들었던 그 노래를 불러줘.’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영국 작곡가 토머스 헤인즈 베일리가 작곡한 <그 옛날에>(Long, Long Ago)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다. 애틋했던 과거의 순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노래하는 이 곡은 홍콩과 홍콩영화의 역사를 반추하는 옴니버스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최적의 선택이다.
두기봉 감독이 제작하고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원화평, 두기봉, 임영동, 서극 감독이 연출한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195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70여년의 세월을 경유하며 홍콩의 역사와 공간, 문화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홍콩영화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함께했던 감독들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공간을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곳에는 물구나무서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희극학원
[장영엽 편집장] 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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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여성, 영화사>에 관한 본격적인 비평이기보다는 다양한 영화 클립으로 채워진 아카이브 영화 관람기 혹은 비평을 위한 사전 작업의 흔적에 가깝다.
클로즈업과 목소리의 영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중 단연 눈길을 끈 건 마크 커즌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여성, 영화사>(2019)이다. 장장 840분에 달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여성감독의 영화를 재료 삼아 40여개의 주제를 탐구한 로드무비다. ‘영화사’라는 제목과 840분이라는 방대한 분량은 장 뤽 고다르의 <영화사(들)>(1997)를 연상시킨다. 영화사를 쓰는 동시에 해체하는 고다르의 작품은 마치 영화를 관람하는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날 법한 기억과 망각의 투쟁을 상연하는 것처럼 보였다. 불규칙하게 명멸하는 고다르식 영화사와 달리 커즌스는 명확한 규칙성을 지닌 채 개별 영화를 공들여 소개하는 쪽에 가깝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영화들이 관객에게 일단 기억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여성, 영화사' 조각난 영화를 체험하는 일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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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스, 양들의 비명은 멈췄나?” 나는 오랫동안 이 질문을 기억했다. FBI 교육생인 ‘클라리스 스털링’은 상사인 ‘크로포드’에게 명령 하나를 받는다.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와 인터뷰를 하고 오라는 것. 사람의 가죽을 벗기는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에 대한 정신감정과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희생자는 계속 등장하는데,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기에 한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살인마의 마음은 누구보다 살인마가 잘 아니까. 야심찬 교육생 클라리스는 명령대로 한니발 렉터에게 접근하고, 그와 점점 가까워지며 사건의 진상에도 접근한다. 이것이 바로 유명하고도 유명한 영화 <양들의 침묵>의 스토리.
나는 이 영화의 장면 대부분을 좋아한다. 고딕성의 지하감옥 같은 한니발 렉터의 독방, 버려진 무덤 같은 버팔로 빌의 지하실, 꿀을 먹고 통통하게 자란 나방의 누에고치, 날개를 펄럭이며 밝은 곳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들, 한니발 렉터의 수집품들. 그리고 ‘작품들’. 무엇보다 이 모든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얼어붙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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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 제작 화성영화주식회사 / 감독 강대진 / 상영시간 97분 / 제작연도 1961년
1961년은 한국영화의 이정표가 된 해라고 할 수 있다. 훗날 한국영화사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성춘향>(감독 신상옥), <마부>(감독 강대진), <오발탄>(감독 유현목), <삼등과장>(감독 이봉래), <노다지>(감독 정창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 <현해탄은 알고 있다>(감독 김기영), <서울의 지붕 밑>(감독 이형표) 같은 영화들이 연이어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들은 한국영화라는 길을 찾는 과정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후시녹음을 기반으로 한 흑백영화였지만 제작환경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줬고, 오랜 모색 끝에 서구영화의 여러 요소들을 한국영화의 것으로 소화해낸 작품들이었다. 특히 그 영향의 대상은 전후 한국영화의 정신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한국인의 삶에 관한 세련된 성찰 '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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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이제 우리 시대의 대통령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다. 일탈과 반항의 아이콘, 멜로드라마의 주역, 누아르 속 정념의 존재들을 거쳐 그는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강철비2>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북미 정상의 협상 타결에 사명을 다하는 대통령 한경재는, 배우 정우성에 대한 호감과 신뢰에 뿌리내리고 있다. 연륜에 걸맞은 카리스마가 누구에게나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아닐 터, 첫 장편영화 연출작인 <보호자>의 후반작업에 한창인 정우성을 만나 그 비결을 묻고 싶었다. 대통령이라는 직업에의 탐구, 인물의 외로움에 접근하는 태도,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첨예한 국제 정세를 풀이하는 소신과 성실함까지. 구름이 낮게 깔린 장마철의 하늘 아래서 생각을 꼭꼭 눌러담아낸 정우성의 말들은 쉽사리 증발되지 않을 듯하다.
-<강철비>에서 비밀 지령을 받은 북한군이었다가 <강철비2>에선 한국의 대통령이 됐다. 양우석 감독은 일전에 <
'강철비2: 정상회담' 배우 정우성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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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는 <변호인> <강철비>에 이어 양우석 감독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영화다. <강철비>와는 전혀 다른 장르적 재미를 구축한 이번 영화는 자칭 ‘밀리터리 덕후’인 양우석 감독이 ‘밀덕’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국제정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잠수함전 연출에 대한 이유 있는 자신감을 보여준 양우석 감독과 영화 안팎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변호인>과 <강철비>를 연이어 만든 양우석 감독은 기존의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으로 규정하기 힘든 사람이라 말하기도 한다. 한국이 핵보유국이 되는 <강철비>의 결말이 단지 영화적 주장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일 텐데.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뻔했다. 이후 드라마틱하게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사건은 내 20대를 사로잡은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감독…‘밀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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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를 보고 나면 왜 이 작품이 <강철비>(2017)의 2편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타당한 의문이다.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와 <강철비2>는 일반적인 형태의 시리즈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통의 시리즈물은 캐릭터와 스토리혹은 세계관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단적인 예로 ‘007 시리즈’는 배우가 바뀌어도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는 변함없다. 1편의 주인공이 2편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법은 없지만 시리즈물의 가교는 대체로 캐릭터다.
<강철비> 시리즈는 그렇지 않다. <강철비>의 주인공은 북한의 엄철우(정우성)와 남한의 곽철우(곽도원)였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북한1호를 데리고 남한에 내려온 특수요원 엄철우는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만나 북핵 위기 상황을 함께 돌파한다. 그런데 <강철비2>에는 엄철우도 곽철우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정우성과 곽도원은 출연해 1편과는
이주현 기자의 <강철비2: 정상회담> 리뷰 - 개별적인 듯 통합된 '강철비' 세계의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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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역사적 회동을 갖기 이전에, 양우석 감독은 일찌감치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의 시나리오를 써두었다. 현실보다 한발 앞서 세 정상을 영화에 불러 모은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2017)에 이어 다시 한번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을 제시한다. 우선 <강철비2>가 <강철비>의 후속편으로서 전편과 공유하는 것은 무엇이고 정치 풍자극이자 잠수함 액션영화로서 발산하는 매력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양우석 감독과는 영화가 미처 다 담지 못한 한반도 주변의 국제 정세와 영화 곳곳에 숨겨진 상징과 은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2013)과 <강철비>를 통해 이야기꾼으로서의 장기를 뽐낸 바 있는데, 무엇보다도 두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영화다. <강철비2> 역시 배우들간의 호흡, 캐릭터들의
'강철비2: 정상회담'…유려한 정치 풍자극이자 한국형 잠수함 액션영화의 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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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이다. 코로나19도 ‘JK표 신파 최루탄’을 막을 수 없었다. JK필름이 제작한 영화 <담보>(감독 강대규, 배급 CJ엔터테인먼트)가 9월 29일 개봉해 추석 연휴 닷새 동안 75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했고, 10월 13일 오후 현재 126만여명을 불러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극장가가 한껏 움츠러든 상황에서 그 어렵다던 손익분기점 돌파를 코앞에 둔, 흔치 않은 상업영화다.
이 영화를 제작한 길영민 JK필름 대표도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개봉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운에 맡기는 심정”이었다니, 얼떨떨하기는 마찬가지다. 윤제균 감독과 함께 오랫동안 JK필름을 이끌어오며 <해운대>(2009), <하모니>(2009), <퀵>(2011), <국제시장>(2014), <히말라야>(2015) 등 많은 흥행작을 제작해온 그에겐 “합리적이고 부지런한 제작자”라는 평가가 충무로 안팎에서 자
'담보' 제작한 길영민 JK필름 대표, "전통적인 극장 산업은 변화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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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회의실에서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2018년 창립대회를 열고 2019년 정부지원 공식재단으로 선정된 4.16재단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로와 안전사회에 대한 염원을 실현시키고자 2018년부터 시나리오 공모전을 시작했다. 2020년 공모전은 행정안전부의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으로 진행됐으며 <씨네21>이 함께 후원했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문화콘텐츠 공모전은 장편극영화 부문과 장편다큐멘터리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됐고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30여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올해는 장편다큐멘터리 부문에 따로 당선작을 두지 않고 장편극영화 부문에서 1편의 대상을 뽑았다.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상훈 감독의 <아내의 비밀>은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가족이 유머러스한 해프닝을 거쳐 긍정적으로 변화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심사를 맡은 심재명 4.16재단 이사는 “아내의 비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수상자 인터뷰 - 비극을 잊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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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 다른 장르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감상의 단위가 매우 세밀하다는 데에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음악을 들을 때 그 곡이 가진 고유의 선율과 리듬, 가사, 편성 등을 토대로 좋고 나쁨을 순식간에 판단한다. 그러나 클래식은 이 모든 요소가 몇 백년 전에 결정된 그대로, 변동 하나 없이 거듭 소비되는 장르다. 정해진 음표를 어떤 속도와 음량으로 연주하는지, 어느 부분을 상대적으로 부각하는지, 이 모든 작용이 종합되어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질감은 어떤지 등에 자세히 귀 기울이는 것이 클래식 음악 감상의 요체다.
때문에 클래식을 클래식으로 만드는 건 연주자이다. 그들은 각자 가진 기술, 감성, 해석으로 듣고 또 들어온 음악을 새롭게 창조한다. 연주자들에게 선택되어 그 연주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한 작곡가의 음악은 생명을 연장한다. 연주자들 역시 작곡가가 곡을 쓸 때부터 심어놓은 음악적 맥락을 기본적으로 따라가기에, 해석의 차이라는 게 존재하긴 해도 겉으로
[Music] 취향의 바흐 찾기 - 랑랑 《Bach: Goldberg Vari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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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상영 금지 조치가 내려진 비운의 ‘5·18 영화’는 김태영 감독의 마음속에 오랜 빚으로 남았다. 빼앗긴 필름을 가슴에 품은 채, 그는 역사와 판타지를 결합한 블록버스터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제작하고, <세계영화기행> <백 투더 북스>와 같은 굵직한 방송 다큐멘터리로 시상대에도 여러 차례 올랐다. 뇌병변과 생활고를 버티며 지속해온 자신의 영화 인생을 몽상적으로 비춘 다큐멘터리 <딜쿠샤>(2015)도 남달랐다. 그리고 그 끝에, <황무지 5월의 고해>가 10월 28일 개봉한다. 단편영화 <칸트씨의 발표회>(1987)와 <황무지>를 엮고, 올해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찾은 감독 자신과 조선묵 배우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푸티지까지 더한 새로운 버전이다. 첫 장편영화 제작 후 32년 만에, 김태영 감독의 원년은 이제 다시 시작되려 한다.
-공식적으로는 1989년 상영 불가 처분을 받았던 <
'황무지 5월의 고해' 김태영 감독 - 32년 만의 해후, 믿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