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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EBS 의학 다큐멘터리 <명의>를 집필 중이며 <노무현입니다> <김군> <언더그라운드> 등의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양희 작가가 영상이 아닌 책의 작가로 돌아왔다. <도쿄의 서쪽으로 가라> <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를 펴내며 이국의 풍경을 글로 풀어낸 그가 이번에는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전하는 이들, 즉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얘기”를 붙든 동료들의 속내를 찬찬히 듣고 옮겼다.
감병석 프로듀서, 강유가람 감독, 박영이 감독, 김형남 편집감독, 안재민 촬영감독, 이승민 평론가, 조계영 필앤플랜 대표, 주희 엣나인필름 이사, 변성찬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 위원장과 최민아 사무국장까지 총 10명의 속엣말이 양희 작가의 문장으로 전해진다. 영상에 매여 있는 글쓰기에서 잠시 벗어나 책을 쓸 때 자유로움을 느낀다는 그에게 <다큐하는 마음>을 완성한 마음을 물었다.
인터뷰집 '다큐하는 마음' 펴낸 양희 작가 - 다큐하는 마음은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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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에서부터 배우들에게 이처럼 사랑을 받은 감독이 있을까. 배우 유아인은 <소리도 없이> 제작보고회에서 “오늘 자리는 홍의정 감독을 스타 감독으로 만들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자리”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때 만난 홍의정 감독은 당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 말을 다시 들으니 땀이 난다”라며 부끄러워하며 웃었다. <소리도 없이>는 데뷔 전부터 홍의정 감독이 꾸준히 주목해온 생존이란 주제를 다룬 영화다. 기묘한 듀오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은 조직원이 살인을 저지를 때 나타나 피가 튀지 않도록 바닥에 비닐을 깔아주고 피해자의 목숨이 끊어지면 아무도 모르게 시체를 암매장한다. 살인방조죄에 사체유기죄까지 저지르는 이들이 순하고 성실한 직장인처럼 보여 마음이 쓰이는 탓에, 범죄는 괄호가 쳐지고 홍의정 감독이 만든 영화적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신인감독의 영화적 세계가 담긴 대본에 응한 유아인과 유재명 또한 비슷한 마음이었으리라.
-어떻게 평범한 얼굴로 범죄에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 - 생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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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냥 죽게 내버려두라고!” 의대에 다니던 지혁은 사고로 걸을 수 없게 된 후 마음의 문을 닫고 순간순간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간병인 은숙(유진)과 아픔을 공유한 뒤로 다시 세상 밖으로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한다. 배우 김혜성은 머리를 기르고 체중을 감량해 지혁의 수척하고 무기력한 외형을 구현하고, 일부러 넘어지고 부딪혀가며 다리가 불편한 지혁의 움직임을 익혔다. 본래 말수가 적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 지혁에게 공감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는 김혜성 배우는, “힘든 시기에 만난 <종이꽃>이 미리 겁먹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해준 작품”이라고 애정을 표했다.
-<퇴마; 무녀굴> 이후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어떤 마음으로 선택한 작품인가.
=시나리오가 막힘없이 술술 읽혔고, 무엇보다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다. 첫 데뷔가 영화여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에 대한 갈망이 크다. 또 이 작품 아니면 언제 안성기 선생님과 연기해볼 수 있
'종이꽃' 김혜성 - 영화를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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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밝음이 있다. 배우 유진의 주변엔 행복하게 만드는 긍정의 기운이 넘실댄다. 하지만 그건 마냥 따사롭고 해맑은 에너지와는 다르다. 밝은 미소 뒤로 슬며시 드리운 그림자와 굴곡은 오래 두고 가만히 들여다봤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주변에도 행복을 전해주고자 하는 의지라고 해도 좋겠다. <종이꽃>의 은숙은 밝지만 한편으론 사연이 있어 보인다. 지혁(김혜성)을 간호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는 은숙은, 실은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아픔을 알기에 상대의 눈높이로 다가가 진실 어린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사람. 배우 유진이 가장 깊숙이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간 드라마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영화는 오랜만이다.
=거의 10년 만인 것 같다. 항상 영화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었지만 좀처럼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규모가 작은 영화였지만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의 시간이 오래
'종이꽃' 유진 - 매일 매일 충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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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손으로 몇번 움켜잡는 듯한데 장의사 성길(안성기)의 손에는 어느새 완성된 종이꽃이 놓여 있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손길이 이렇게나 섬세하고 정갈하다. 영화 <종이꽃>은 장의사 성길과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 지혁(김혜성), 어둡기만 한 이들의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간병인 은숙(유진)의 관계를 다룬다.
<종이꽃>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후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백금상과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정식 개봉 전부터 국내외에서 좋은 소식을 접한 작품이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안성기 배우는 1천여장에 가까운 종이를 접으며 성길의 능숙한 작업 방식을 익혔고, 김혜성 배우는 제한된 움직임 속에서 지혁의 요동치는 감정선을 집요하게 잡아냈다. 유진 배우는 은숙의 현재와 과거에 명확한 대비를 주면서도 자신의 밝은 에너지를 녹여 긍정적인 은숙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이번 <씨네21>과의 인터뷰에 안성기 배우
'종이꽃' 유진·김혜성 - 삶을 대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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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자궁이 있다. 올해 초, 나는 미레나 교체 시술을 받았다. 미레나는 매일 일정량의 황체호르몬을 내보내는 루프를 자궁 내에 삽입하는 피임법이다. 자주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로 무월경이 있다. 무월경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엄연히 부작용이지만, 이 부작용에 당첨(?)된 다음부터 내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었다. 나는 본래 정확히 28.5일 주기로 5일간 생리를 했다. 생리주기가 30일 미만이라 한달에 두번 생리기간이 돌아왔다. 월로 따져보면 한달에 앞쪽 생리와 뒤쪽 생리를 합쳐 거의 정확히 일주일을 생리를 했다. 생리기간이 규칙적인 것은 그 자체로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다. 생활이 예측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생리대를 살 편의점을 찾거나 핏물이 든 엉덩이를 가리려 카디건을 허리에 묶을 필요가 거의 없었다. 생리전증후군도 심하긴 해도 뚜렷했다. 달리 말하면, 생리주기나 기간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나 일정 수준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당하며 살고 있다.
나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생리하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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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방청이 취미예요.” 영화라도 보는 기분으로 재판 방청을 다니던 어느 여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교도관으로 일하게 된 그는 출근 전에 뒤숭숭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다시 재판 방청을 갔다가 다나카 유키노 사건을 접한다. 연립주택 화재 사건. 불에 탄 시신 세구가 나왔다. 임신 중이었던 이노우에 미카와 그의 쌍둥이 딸이 사망했다. 당일 저녁 체포된 사람이 바로 다나카 유키노였다. 애인이 변심해 새로 가정을 꾸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재판 과정을 통해 과거사가 천천히 끌려나온다.
<무죄의 죄>는 다나카 유키노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 방화 사건의 진상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사람은 사건의 가장 바깥쪽에 존재하는,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사건에 대한 정보로 시작해 점점 사건 관련한 내밀한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무죄의 죄>는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고, 독자와 서점 관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2017년에 ‘역주행’
씨네21 추천도서 <무죄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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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코로나19가 퍼지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진 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에 매일 가지 않는 일상이 자연스럽고,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떠밀리듯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면, 인류 자체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서 몇 천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의 이야기를 읽는 건 어떨까. 듀나 작가의 단편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은 바다를 떠다니는 거대군집 고래 위에서 생활하며 지구를 그리워하는 인간들을 그린다. 그곳에서도 전염병은 돌고, 사람들은 격리당하는 가운데 탈출을 꿈꾼다. SF 앤솔러지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는 ‘우리에겐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살펴보는 일이 무척 필요하고 또 어느 정도 가능해진 만큼 적절한 시점에 출간된 책이다. 2020년의 세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피부로 감지하듯 가까이 관찰하는 단편들이 있는가 하면 초월적인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은 단편도 있다. 정소연 작가
씨네21 추천도서 <팬데믹:여섯 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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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돈 편집부의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은 책의 크기며 무게부터 인상적이다. ‘1490~1990년생 예술가들이 빚은 찬란한 500년의 역사’를 담았다는 소개에 걸맞게 크고 묵직하다. 한장 한장 넘기다보면 400여명의 여성 작가들 작품에 어떤 공통점을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상주의와 사실주의부터 추상표현주의까지 성 정체성과 인종에 대한 탐구부터 개념미술과 환경설치미술까지 사실상 미술사의 모든 주제가 담겨 있다.
오히려 공통점이 있다면, 여성 작가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던 시절, 그림을 배워 작업하는 기회를 가지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콩스탕스 마리 샤르팡티에는 신고전주의 예술가 자크 루이 다비드 등에게 그림을 배웠는데, 그녀의 훌륭한 회화는 다비드의 것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1915년생 엘리자베스 캐틀렛은 카네기 공과대학의 우수 장학금 수여자로 선정되었으나 흑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취소당했다. 현대로 오면, 한참 활동
씨네21 추천도서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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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해빠진 부르주아 니그로 부부는 아니다, 라고 로이는 설명하지만 이 부부에게 유성이 날아와 삶을 산산조각 내기 전까지 사실 이들은 그런 삶을 기대하는 흑인 부부였다. 남편 로이는 직장에서 나름 정력적으로 일하며 매해 연봉 상승을 기대하는 미래가 창창한 남자였고, 아내 셀레스철은 손바느질로 만든 고급 인형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는 아티스트다. 인종차별으로 인한 갈등보다는 생각 차이로 인한 잦은 말다툼과 고부 갈등이 일상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던 날도 있었다. 결혼 1년차, 로이의 부모님을 방문한 이들은 밤이 깊어 근처 호텔에 묵고 다투게 된다.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따로 있다는 로이의 느닷없는 고백에 셀레스철은 배신감을 느낀다. 다툼 후 잠시 방 밖으로 나온 로이는 몸이 불편한 중년 여성을 도와주게 되고, 그 선의가 부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로이는 강간 혐의를 받게 되고, 피해자 지목으로 법정에서 12년을 선고받는다. 로이는 흑인이었고,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씨네21 추천도서 <미국식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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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는다는 뜻이기도 한 ‘문안’동은 10년 전 재개발이 이뤄져 아파트가 몇채 들어서고, 재개발에 포함이 안된 아랫동네는 다세대주택과 상점, 쪽방촌이 어지럽게 뒤섞인… 특수하다면 특수하고 흔하다면 흔한 동네다. <안녕 커뮤니티>는 시아버지에게 은근슬쩍 반말을 하는 필리핀 며느리와 괴팍해 보이지만 정감 가는 덕수 영감, 세봉김밥의 세봉 여사, 아파트 사는 김경욱 여사와 권위적인 그의 남편, 폐지를 줍는 미스터리한 분례씨 등등 골목의 주민들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30년 지기 노인들이 물고 뜯으며 싸우는 신명 나는 도입부는 사진관 박씨가 고독사하는 장면에서야 묵직한 본색을 드러낸다. 죽을 때 죽더라도 혼자 외롭지 않게 서로 안부를 챙겨주자며 덕수 영감이 ‘문안동 연락망’을 만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냉정한 도시에서 안부를 챙기는 따뜻한 공동체의 이야기, 라고 설명하면 이 만화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개다. 덕수 영감은 “밖에서 보믄 우리가 서로 애껴주고 보듬어주고 무
씨네21 추천도서 <안녕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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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책장은 유독 풍성하다. 파이돈 편집부에서 펴낸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작가가 참여한 소설집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다드래기 작가의 만화 <안녕 커뮤니티>, 타야리 존스의 장편소설 <미국식 결혼>, 그리고 하야미 가즈마사의 범죄소설 <무죄의 죄>. 마음에 가는 책을 정해 읽어보시길.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0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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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의 극장 셧다운을 끝내고 지난 7월 영업을 재개한 이후 중국 극장가가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 선두에는 애국주의 영화 <팔백>의 흥행이 자리한다. 개봉 53일째인 10월 12일까지 30억9천만 위안(약 5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팔백>은 여름 극장가 기대작이었던 두편의 할리우드영화 <테넷>과 <뮬란>을 뛰어넘었다. 여름에만 해도 극장 좌석의 5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방역 수칙이 있었기에 춘절 개봉예정이던 많은 기대작들이 이번 연휴를 노려왔다. 특히 올해는 추석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겹치며 장장 8일간의 황금연휴다. 더구나 해외로 여행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연휴에 놀거리를 찾으려는 관객이 극장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었고, 상영관의 규칙도 완화되어 75%까지 티켓 판매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예년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8일간 벌어들인 박스오피스는 총
[베이징] 중국 박스오피스, 개봉을 기다린 신작 잇단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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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고 치료받고 또 연습실에 왔어요.” “실수하면 얼음 넣은 양동이에 머리 박고 있으라고 했어요.” “개같이 벌었지만 4년 동안 정산서 한번도 못 받았어요.” MBN <미쓰백>은 잊혀진 걸그룹 출신 가수들에게 ‘인생곡’을 만들어준다는 취지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막이 오르자 쏟아진 것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올 법한 참혹한 증언들이다. 소속사 결정에 따라 수위 높은 섹시 컨셉을 수행했던 가영(스텔라)은 계약 종료 후 몇년이 지난 지금도 SNS 다이렉트 메시지로 성기 사진이나 ‘스폰서 제안’을 받는다. 노출이 과하면 빼주겠다는 소속사의 제안으로 찍었던 테스트용 사진이 그대로 공개됐고, 온라인에는 ‘망한 그룹’, ‘스타킹만 신고 나오는 그룹’이라는 조롱이 남았다. 2014년 그룹을 탈퇴한 세라(나인뮤지스)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 부작용으로 새벽에 몇번이나 잠에서 깨 음식을 먹고 잠들기를 반복한다. 회사 없이 혼자 활동하느라 은행 대출을 받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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