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2003)
연상호 감독은 <염력>에서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세상과 맞설 때 필요한 동력과 효과에 대해 다룬 적 있다. <지옥>의 많은 인물들도 이런 저항정신을 지니고 있는데 <지옥>의 엔딩은 묘하게 곤 사토시 감독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의 엔딩과 닮아 있다. 꿈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꿈’, ‘망상’과 같은 주제를 다루던 곤 사토시 감독이 세 번째 장편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에서는 난데없이 도시 빈민층의 삶을 사실적인 터치로 그려낸다. 거친 알코올중독자와 소녀 같은 마음씨를 지닌 게이, 가출 소녀가 모여 도쿄 뒷골목에서 아이를 발견하게 되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구원’의 의미가 <지옥>의 메시지와 닮아 있다. 두 작품의 특정한 설정이 일치하는 것 또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사이비&
의심하고 질문하고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
11월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는 시리즈 <지옥>은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과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함께 쓰고 그린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신과 지옥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충격적인 설정과 사건을 통해 개인과 사회, 집단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재난 상황에서 이 사회는 어떤 대처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마치 테스트라도 하듯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지옥>이 제시하는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연상호 감독이 창조한 지옥도 속으로 들어가보자.
천사의 고지, 그리고 사자의 시연에 의해 세상은 지옥이 되고 만다. <지옥>의 기본적인 설정은 신이라고 하는, 인간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영역의 어떤 힘이 물리적으로 발현되어 목숨을 거둬갈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선택에 의해 누군가는 천사로부터 자신의 사망 일
연상호 감독의 '지옥' 김현수 기자의 리뷰
-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함께 쓰고 그린 웹툰 <지옥>이 6부작 넷플릭스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지옥>은 웹툰이 완결되기도 전에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어 화제를 모았고 영국, 일본, 대만, 프랑스 등에서도 단행본이 출간됐다. ‘사람이 만들어가는 지옥’이라는 단행본 <지옥>의 소개 카피처럼 연상호 감독의 시리즈 <지옥>이 제시하는 세계의 풍경이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신의 분노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해치기 시작할 때 그것 역시 또 다른 ‘지옥’이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있을 수 없는 상상 속 풍경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벌어질 수 있는 실재하는 지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호에서는 11월1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6부작 <지옥>이 지닌 이야기의 매력에 관해서 짚어보며 원작과의 닮은 점, 함께 보면 좋을 추천작을 소개한다. 시리즈의 주역인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배우를 만나 연상호 감
지옥의 문이 열리고
-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함께 쓰고 그린 웹툰 <지옥>이 6부작 넷플릭스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지옥>은 웹툰이 완결되기도 전에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1~3부에선 알 수 없는 이유로 신으로부터 죽음을 고지받고 목숨을 빼앗기는 ‘시연’의 상황이 펼쳐지며, 4부부터는 사람들이 고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신흥 종교 단체인 새진리회를 믿고 따르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단행본 <지옥>의 소개 카피처럼, ‘사람이 만들어가는 지옥’이란 세계를 연상호 감독과 함께 그려간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배우를 <씨네21>이 만났다. 더 자세한 내용은 <씨네21> 1332호와 <씨네21>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 역의 유아인
정진수는 <소리도 없이>의 태인, <#살아있다>의 준우 등 그간 유아인이 맡아온 인물들과 달리 대중을 압도하는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다섯 배우가 말하는 <지옥>
-
-
가사를 쓸 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또 만들어진 가사를 확인하기 위해 쓰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문장을 뒤집어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 잊지 말아야 할 일은 잊지 말자’, ‘우리 좋았었던 날은 모두 두고서야 돌아설 수 있었네 → 좋았었던 날을 모두 놓아두지 않고서는 돌아설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했던 날들의 열에 하나만 기억해줄래 → 우리가 함께했던 날의 십중팔구는 잊어버리자’, ‘조금 힘겨운 하루였다고 해도 언제나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 → 때로 아닐 수 있겠지만 대체로 힘겨운 하루일 것이다.’
엄밀하게 규칙이나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바꾸어본다. 1천피스 퍼즐을 맞추다가 그림을 보고서는 더이상 맞출 만한 것이 없을 때 아무 조각이나 일단 갖다대보는 것처럼. 지나가는 차 번호판의 숫자를 그냥 더해보는 것처럼. 때로는 단순히 순서를 반대로 놓아보기도 하고, 가끔은 원인과 결과를 바꾸어보기도 하고, 조금 논리적으로 수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우리는 끝없는 과정에 놓여 있어
-
<스타워즈>와 <스타트렉> 중 어느 쪽이 더 좋냐는 질문은 정말 난제 중의 난제다.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물으면 고민은 되겠지만 솔직히 엄마가 좀더 좋다고 말할 것 같은데, 이 질문만은 도저히 답을 내릴 수가 없다. 두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워즈’와 ‘트렉’은 우주의 끝과 끝에 위치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전혀 다른 시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두 우주는 도무지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서로 너무 달라 접촉하면 쌍소멸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스타워즈>는 신비주의 초능력 칼잡이와 카우보이가 수선을 떨며 전쟁을 벌이는 유머러스한 영웅담이다. 등장인물들도 대개 심부름꾼, 군인, 상인, 범죄자, 제다이 등 과학과는 조금도 인연이 없을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반면 <스타트렉>의 우주 여행객들은 다들 조금씩 과학자다. 과학자들이 고상한 말투로 과학적인 척하며 별로 과학적이지도 않은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워즈가 좋아요, 트렉이 좋아요?
-
<프렌치 디스패치>에 관한 작품비평이라기보다는 웨스 앤더슨의 세계에 관한 노트가 되었다. 눈길을 끄는 외관보다 더 독특한 내부를 생각해보았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연출자에 관해 비평하는 것은 은근히 까다로운 일이다. 그는 명성과 성취에 비해 늘 덜 회자된다. 정확히는 특정한 화제에서만 동어반복되는 편이다. 인상적인 ‘영상미’와 화려한 ‘색감’은 그의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나오는 소리이지 않은가. 물론 감독 스스로가 강박적으로 보일 만큼 화면을 정교하게 디자인하는 데 천착하니 정녕 피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의 미장센은 즉각적으로 아름다우며 이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가 영화의 외피를 현란하게 재단하는 만큼 영화의 내부 질서 또한 능란하게 조직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유난히 비주얼리스트로서의 면모만 부각되는 것은 다소 억울한 일이다.
그가 20년 전 연출한 <로얄 테넌바움>은 거짓말에 관한 영화였다. 오랫동안 머물던 호텔에서 쫓겨날 신세가
허구와 인공의 앤더슨 월드
-
“강산이 좋다 사람이 좋다 풍악 따라 걸어온 유랑의 길 (중략) 가진 건 없어도 행복한 인생 나는 나는 나는 딴따라.” 송해의 노래 <딴따라>의 가사일부다. “딴따라라는 게 불어로 팡파르에서 나온 말이에요. 쿵짝쿵짝 팡파르, 쿵짝쿵짝 딴따라. 전에는 비아냥대고 경시하는 소리로 들렸지만 지금은 상당히 좋은 소리라 생각합니다.” 방송인 송해는 1927년 일제강점기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와 이름을 송해로 바꾸고 떠돌이 악극단 생활을 하며 희극인으로서 토대를 닦았다. 무엇보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아, 최장수 프로그램의 최장수 진행자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원로 방송인이다. 일요일 낮 12시가 되면 들려오는 정겹고 힘찬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구호, 땡과 딩동댕을 경쾌하게 오가는 실로폰 소리와 유쾌한 웃음소리. 그 한가운데 30여년이 넘게 송해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러나 11월1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l
나는 아버지입니다
-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권하정, 김아현 / 한국 / 80분 / 2021년 / 본선 장편경쟁
하정과 아현이 가수 이승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그가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출전해 유명해지기 전인 2018년 말이다. 하정과 아현은 그들이 만든 단편영화 상영을 계기로 참여한 음악회에서 처음 이승윤과 만난다. 하정은 이승윤의 노래에 매료돼 그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의 노래 <무명성 지구인> 뮤직비디오 촬영본을 첨부해 그에게 무작정 이메일을 보낸다. 우려와 달리 흔쾌히 협업에 동의하는 답장을 받고 하정과 친구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호기롭게 시작했어도 소품, 의상, 콘티, 편집까지 모든 작업을 스스로 돌파해야 하는 그들에게 뮤직비디오 제작은 난관의 연속이다. 영화는 모든 창작 활동의 고충을 축약한 작은 소품 같다. 무엇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보여주거나 보여주지 않아야 할 장면을 선택해 제시하는 전략이 영리하다. 김성찬 영화평론가
<포옹>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外
-
최근 일본 영화감독들 사이에는 서로의 작품을 통해 배우고 교류하며, 그것을 자신의 연출 세계에 새롭게 적용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올해 서독제 해외초청 기획전은 ‘동시대 일본 영화의 가장 뜨거운 이름들’이란 제목 아래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감독들의 작품 6편을 소개한다. 먼저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해피 아워>를 만날 수 있다. 이 세편의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배우, 연기, 대화’의 3요소가 집약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를 연출한 미야케 쇼 감독의 초기 흑백영화 <플레이백>, 마리코 데쓰야 감독의 <미야모토>가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이 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연출한 <연인처럼 숨을 멈춰>도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 기획
해외초청: 동시대 일본 영화의 가장 뜨거운 이름들
-
한해의 독립영화를 아우르고 재조명하는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가 11월25일부터 12월3일까지 9일간 CGV아트하우스 압구정과 CGV압구정에서 열린다. 올해 서독제는 연이어 등을 맞대고 나아간다는 의미로 ‘백투백’(Back to Back)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며, 극장과 영화가 단절된 과거가 되는 대신 서로 연대하기를 소망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 독립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이자 소통의 공간인 서독제는 올해 개막작 <스프린터>를 포함해 총 12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올해 주목받은 화제의 독립영화와 함께 신인, 기성 감독들의 빛나는 연출작이 결집되어 있다.
개막을 앞두고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관객을 위해 <씨네21>이 엄선한 11편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더불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는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아웃사이더들, 변방에서 중심으로’와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K-INDIE Back to Back
-
연상호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 <지옥>이 11월19일 공개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제작한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 6부작 시리즈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지옥>의 전 회차를 모두 본 송경원, 김현수 기자가 <지옥>의 세계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스포일러 없는’ 감상을 전한다.
김현수 기자
신이 인간을 벌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중세 시대 명화에서나 상상해서 그릴 법한 일들을 21세기 서울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온다. 천사가 나타나 누군가의 사망 일자를 고지하고, 그 날이 되면 지옥에서 괴물들이 그 사람을 갈기 갈기 찢고 태워 죽이는 상황이 매스컴을 타고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다.
설명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예언한 정체 모를 젊은이는 추앙받고 돈을 가진 자들은 이 재앙을 눈 앞에서 직접 보기 위해 거액을 투척
21세기 대한민국에 펼쳐진 지옥… 인간의 선택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첫 반응
-
도시의 삶에 지친 시인 유씨(전석호)는 서울을 떠나 깊숙한 시골 마가리에 도착한다. 전원 풍경에 매혹된 그는 도라지꽃밭에 나른하게 누워 있다가 마을 주민 원보(박명훈)를 만나게 된다. 이 인연으로 유씨는 원보네 집 빈방에서 하숙을 시작한다. 남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귀찮은 잔소리를 늘어놓기 일쑤인 원보와 더불어 그의 식구인 강아지 복돌이, 닭 네 마리와 함께 평온한 시골 일상에 적응해나가는 유씨는 이따금 마을 사람들과 나눈 순간들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쓰기도 한다. 한편 원보는 지극정성으로 마을의 꼬마 영균(김지환)과 그의 할아버지를 보살피는데, 유씨로서는 그들이 대체 무슨 관계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유씨가 퍽퍽한 공기에 지쳐 시골로 도피한 이방인이라면, 평생을 마가리에서 살아온 원보는 꿋꿋이 ‘순정’을 지켜온 무구한 인물이다.
<싸나희 순정>은 너무나 다른 두 남자가 서로를 알아나가며 우정을 쌓는 과정을 그린다. 시골의 화목한 풍경과 천진한 사람들을 주요하게
[리뷰] 시인 류근의 스토리툰 원작 '싸나희 순정'
-
1944년 겨울, 루마니아. 2차대전 종반이 지나면서 나치군이 퇴각하고 소련군의 지배가 시작된다. 디에터 대위(세르반 파블루)는 쫓기던 중, 자신과 부하들을 도우려는 유대인 여성 사비나(라루카 보테즈) 를 만난다. 위험을 무릅쓴 사비나의 결단은 리처드를 만났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르본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사비나는 리처드(에밀 만다나크)를 만나 결혼한다. 신혼을 즐기던 중 결핵을 진단받은 리처드는 요양을 시작하고, 삶의 이유를 찾고 싶었던 그는 신의 존재를 고민하게 된다. 무신론자였지만 회의와 불안을 지닌 채 예수의 삶을 긍정하게 된 그를 보며 사비나 또한 점차 기독교를 받아들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비나: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 나치 시대>는 히틀러, 무솔리니와의 동맹을 지지하는 파시스트 세력에 점령당한 루마니아의 엄혹한 시절을 그린다. 여전히 탄압받는 유대인의 삶을 담는 동시에 새로운 신앙을 갖게 된 사비나와 리처드의 삶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유
[리뷰] 파시스트 시대 루마니아의 엄혹한 시절 '사비나: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 나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