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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꾸준히 시도 중인 프로젝트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다른 하나는 지역문화를 소재로 차용해오는 작업이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뮬란>,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문화가 배경이었던 <모아나>처럼 이번에는 동남아시아로 무대를 옮겨 모험을 시작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최초로 동남아시아권의 문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다. 전체적인 구성과 캐릭터 배치, 전개 과정 모두 디즈니 프린세스물 계보 아래에 있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여러 가지 달라진 면모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근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형 스튜디오이기에 가능한 디테일한 묘사와 동남아 문화가 녹아든 이국적인 요소들의 유려한 활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드래곤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던 고대왕국 쿠만드라. 조화와 균형이 빛났던 고대왕국에서는 모두 평화로웠지만 어느 날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먹고 자란 드룬이 창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디즈니 최초로 동남아시아권의 문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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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즉 오래전부터 발행된 코믹스에서 태어난 슈퍼히어로 캐릭터의 공통점이 있다. 코믹스 속 슈퍼히어로는 별 볼 일 없는 또 다른 자아를 가지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었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통찰은 이렇다. “우람하고 강하고 선한 슈퍼히어로는 우리가 꿈꾸던 존재였고, 작고 약하고 실수투성이고 훨씬 강한 존재들 앞에서 속수무책인 현실 속 ‘진짜’ 가면은 실제 우리의 모습이었어요.”
노벨상 시즌이 되면 이름이 자주 보이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마거릿 애트우드다. <시녀 이야기> <눈먼 암살자>를 비롯한 수많은 소설을 썼고 그중 <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부커상을 두번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에세이 <글쓰기에 대하여>가 출간되었다.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여섯 번의 강의’라는 부제가 붙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글쓰기에 대하여>가 앞서 인용한 글처럼 슈퍼히어로의 이중성을 언급한 이유는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서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글쓰기에 대하여>, 작가라는 미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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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여성들의 자립과 동행, 연대를 그린 영화다. 배우 김향기가 보호종료아동이자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아영을, 류현경이 아영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 나가는 싱글맘 영채를 연기한다. 영화는 일보 후퇴하더라도 이보 전진하는 아영의 꿋꿋한 삶의 태도를 따라간다. 카메라도 내내 인물들을 따라 움직인다. 아영과 영채, 두 사람의 일렁이는 마음과 엇박자 걸음을 묵묵히 따라간다. 김보라 촬영감독에게 <아이>는 움직임이 중요한 영화였다. 일부를 제외하고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을 핸드헬드로 찍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계속 움직여야 하는 영화라는 걸 알았다.”
김현탁 감독과 촬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언급한 영화 중엔 자크 오디아르의 <러스트 앤 본>이 있었다. “한 호흡으로” 쭉 공간과 인물을 촬영하는 방식에서 레퍼런스가 된 작품이다. 이외에도 김보라 촬영감독은 어떤 느낌의 핸드헬드가 좋을지 고민하며 <내일을 위한 시간>이 인물의 감정과 표정
'아이' 김보라 촬영감독 - 영화에 필요한 올바른 시선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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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판 <피노키오>에 조셉 고든 레빗과 신시아 에리보 등이 캐스팅됐다
신시아 에리보가 파란 요정을, 조셉 고든 레빗이 지미 크리켓을 연기한다. 그밖에 벤자민 에반 에인스워스가 피노키오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으며 제페토 영감은 톰 행크스가 연기한다. 영화 <피노키오>는 3월 중 영국에서 촬영을 시작하며 이후 디즈니+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홍콩 배우 오맹달이 2월 27일(현지시각) 별세했다
사인은 간암으로, 향년 69살. 배우 겸 감독인 주성치와 함께 영화 <도성> <천장지구> <소림축구> 등에 출연하며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19년 <유랑지구>에 등장하는 등 최근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해왔다.
배우 휴 그랜트가 인기 게임을 영상화 한 <던전 & 드래곤>에서 빌런을 연기한다
그 밖에 소피아 릴리스, 크리스 파인, 미셸 로드리게즈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각본과 연출은 존 프랜시스 데일
배우 휴 그랜트가 인기 게임을 영상화 한 '던전 & 드래곤'에서 빌런을 연기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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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글로브의 화두 역시 다양성이었다. 코로나19 시대 온라인 시상식의 관문을 무사 통과한 78회 골든글로브는 오프닝부터 남달랐다. 공동 사회자인 배우 티나 페이가 뉴욕에서, 에이미 풀러가 로즈앤젤레스에서 생중계로 만담을 벌였고, 스타들은 각자의 집에서 두 배우가 마치 한 무대에 서 있는 것 같은 분할 화면을 지켜봤다. 2021 골든글로브의 하이라이트는 <노매드랜드>와 <미나리>였다. 우선 중국 출신 감독 클로이 자오는 감독상, 작품상을 모두 거머쥐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아시아인 여성감독으로서는 최초의 감독상 수상이자, 여성감독으로서도 1984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옌틀>) 이후 두 번째다.
한편 플랜B가 제작한 미국영화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해 논란을 일으켰던 골든글로브는, 결과적으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번 눈총에 시달렸다. 딸과 함께 거실에서 가상 트로피를 받아든 정이삭 감독은
2021 골든글로브 시상식 주요 부문 수상 결과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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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부터 영화 및 디지털 숏폼까지, IP부터 유통까지 포괄하는 거대 공룡이 탄생한다. 카카오 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3월 4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공식 출범했다. 웹툰·웹소설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에 가까웠던 카카오페이지는 수년 전부터 그들이 보유한 IP를 타 매체와 연결하고 투자까지 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성격을 완전히 전환했고, 카카오M은 김민종·박진경 등 지상파 유명 PD들을 대거 영입하며 자사 역량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숲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등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합병하고 충무로 대표 영화 제작사 월광과 사나이픽처스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카카오페이지가 웹툰·웹소설 등 원천 IP와 모바일 플랫폼 산업에서, 스타 크리에이터 및 제작사를 공격적으로 영입한 카카오M이 음악·영상·디지털 등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갖고 있는 경쟁력을 생각했을 때 이번 합병은 플랫폼과 IP, 콘텐츠 비즈니스간 협력 및 시너지를 극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합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식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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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는 게이 클럽 최고의 댄스걸이다. 현란한 손동작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는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다. 그는 클럽 밖에서 신민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되었으나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 허가를 받지 못한 그는 더이상 병역 판정 검사를 미룰 수 없어 검사장으로 향한다.
신민호라는 사회적 자아를 가진 신미의 검사장에서의 하루를 다룬 <신의 딸은 춤을 춘다>(2020)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군대에 가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지 짐작하게 하는 단편영화다. 검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주인공이 리얼타임으로 대면하게 되는 온갖 편견과 차별, 폭력의 순간들은 보는 이의 숨통마저 조인다. 가장 안타까웠던 대목은 게이 클럽에서 신미에게 호감을 표했던 남자와의 조우다. “진짜 팬”이라던 그는 “저런 사람 역겹다”라며 검사장을 찾은 신미에게 유독 모질게 군다. 그러나 신미는 개인에게 실망하기보다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에 대한 차별과 혐오
[장영엽 편집장] 디스토피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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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사무국장의 또 다른 횡령 및 유용 혐의가 제기됐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김정석씨는 지난 2010년 인천영상위원회의 ‘저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친애하는 나의 가족 여러분!>의 프로듀서 시절 지원금 1억원 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영화의 라인 PD를 맡아 회계를 담당했던 A씨가 영화의 총괄 책임자인 김정석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 고발하며 관련 논란은 영화인들 사이에서 꽤 널리 알려졌다.
A씨는 <씨네21>과의 통화에서 “2010년 5월 31일 영화가 제작 중단되고 스탭들이 인건비도 다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해산했는데, 6월 22일 테스트 촬영을 명목으로 허위 세금 계산서가 발급되었다는 것은 제작 진행과는 무관한 비자금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가 추정하는 김정석씨의 횡령 금액은 1399만원. 복수의 취재원은 “영화가 중단된 뒤 후임 프로듀서들이 인천영상위원회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제작을 이어가려고 했
영진위 사무국장의 공적 자금 횡령 의혹,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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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초간의 침묵)….” “아니, 이거 지금 라디오입니다~.”
SBS 라디오에서 일주일에 한번 <애프터 클럽>이라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7명의 디제이가 매일 새벽 1시에서 3시까지 맡아서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는데, 심야방송인 만큼 디제이들의 음악 취향이 많이 반영된 선곡이 특징이다. 처음 섭외되었을 때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하는 대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송이다. 중간 멘트 없이 음악만 두 시간 틀 수도 있고 직접 만들어온 음원을 틀 수도 있고 아무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그러니 덕원씨도 뭐든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지만…. 윤덕원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엄청 자유롭고 충격적인 방송이 되기보다는 진행자의 성향에맞는, 적당히 내성적이고 친근한 느낌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방송이다 보니 코너가 다양하거나 많지 않다. 사연에 맞는 노래를 선곡해주는 ‘괜찮지 않은 일’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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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레베카>와 영화 <레베카>의 내용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레베카>를 처음 보던 날, 나는 시작부터 하염없이 졸았다. 가난한 여자와 부자 남자의 러브 스토리라니, 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나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많이 좋아한다. 나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과 관점이라고 믿고, 오래된 소재와 클리셰는 역사를 뚫고 살아남은 귀한 재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베카>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지금과 조금 다른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꽤 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 참을성도 별로 없었다. 내가 읽고 싶은 게 없고, 보고 싶은 게 없으면 쉽게 흥미를 잃었다. 그런건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 때문에 졸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중에 이 영화를 다시 보고서 무척 후회했다. 여자주인공이 호텔을 떠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이름 없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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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철>은 두 남자의 차 사고를 둘러싼 진실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주변인들의 비밀도 들춰보는 서스펜스영화다. 그러나 마치 봉준호 감독의 영화처럼, 진실의 실체보다는 거기에 도착하는 과정에 도사리고 있는 전경들이 빛을 발한다. 봉준호의 서스펜스 뒤편에는 한국 사회의 뒤틀린 구조도가 펼쳐져 있다면, <빛과 철>의 후면에는 진실을 얻으려는 자가 관통해야 하는 엄중한 법칙이 버티고 있다. 진실에 다가서는 자와 그 주변인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배종대 감독은 자신이 축조한 영화적 세계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영화는 묘한 영상으로 시작된다. 도로를 따라가던 카메라는 이미 두대의 차가 파손된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 막 사고가 난 듯 열기가 가득한 현장. 여기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도로의 질료마저 감각할 수 있는, 현장의 생생한 현실감이다. 이 장면의 생생함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돋보
'빛과 철'의 냉혹한 성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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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클로드 카리에르에 대한 부고이자 그가 직간접적으로 흔적을 남긴 세편의 영화(<세브린느>(1967), <세브린느, 38년 후>(2006), <사랑을 카피하다>(2010))에 공명하는 제스처와 소리를 둘러싼 짧은 생각이다. 지나고 보니 미로처럼 만들어진 묘지를 헤쳐왔다는 인상이다. 카리에르에서 루이스 부뉴엘로, 부뉴엘로부터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로, 올리베이라에서 미셸 피콜리로, 다시 카리에르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로, 또다시….
종소리가 들리면 영화는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스크린에 비친 영화를 볼 뿐인 우리는 어떤 흔적을 가지고 시나리오작가에 접근할 수 있을까? 카메라에 붙잡힌 장면의 세부적 요소, 혹은 배우가 선보이는 강렬한 이미지와 대사, 그도 아니라면 영화가 펼쳐내는 이야기의 구조와 형식에 대한 인상 같은 것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론한 요인들 가운데 어느 것도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각본가의 텍스트가 완
프랑스 시나리오작가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 죽음이 남긴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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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든 다 고만고만하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이의 사연에서도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한편 각각의 사연은 직접 겪은 당사자나 해당 공동체가 아니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고유한 속성이 있다. 문화적 경험이란 공간과 함께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의 터전을 옮긴 이민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미나리>는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이민 1세대의 모습을 그린다. 이들이 낯선 땅에 정착해 뿌리내리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사연의 깊이를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이 영화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했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것을 넘어 개인적인 기억에서 보편적인 체험을 찾아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듬어내는 솜씨가 놀랍기 그지없다.
그리하여 <미나리>는 1970년대 이민자의 기억에서 머무는 대신 지금 현재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민족의 역사를 되짚어
'미나리' 정이삭 감독 - <미나리>는 보편적인 모든 인간들을 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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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은 <실>을 만들고 떠나보낸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면서 일상을 지켜내려 한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의 도움을 받았다. 바쁜 와중에도 든든을 운영해준 여성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용기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현장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영화 <실>로 지난 2월 9일 청룡영화상 청정원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이나연 감독이 단상에 올라 한 말이다. 이나연 감독의 바람처럼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자 회복에 힘쓰는 성평등한 현장을 영화인 누구나 꿈꾼다. 이상 실현을 위해서는 실태 조사가 우선일 것이다. 한국영화계에서는 이제 막 두 번째 성희롱·성폭력 실태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사단법인 여
“높아진 성평등 의식과 현실의 괴리, 제도와 정책으로 좁혀나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