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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의 스승이자 영춘권의 고수 엽문이 젊은 시절 경찰이었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구성한 이야기다. 광저우 불산에서 경찰로 근무하던 엽문(두우항)은 도끼파의 방주인 삼야(왕민덕)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다. 엽문은 도끼파를 내몰고 상인회를 접수한 일본인 사사키와 가라테 고수인 도쿠가와와 대결을 벌인다. 일본에 맞서는 ‘중국인’ 엽문에 초점을 맞춘 액션영화로, 쿵푸, 도끼권, 봉술, 취권, 가라테 등 다양한 무술을 보는 재미가 있다.
'엽문 리부트 2020' 일본에 맞서는 중국인 엽문에 초점을 맞춘 액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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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만화 원작의 TV애니메이션을 영화화했다. 앞선 시리즈가 밴드 ‘기븐’의 보컬 마후유(야노 쇼고)와 기타 리츠카(우치다 유우마)의 만남에 집중했다면 <극장판 기븐>은 드럼 아키히코(에구치 다쿠야)와 베이스 하루키(나카자와 마사토모) 사이를 조명한다. 첫사랑을 끝낸 아키히코와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하루키의 관계가 밴드의 콘테스트 준비와 함께 조금씩 무르익는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경연곡이 이들의 서사를 감성적으로 압축한다.
'극장판 기븐' BL 만화 원작의 TV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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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책 덕분에 말과 대화할 수 있는 에미(루비 반힐)는 캔디스 왕국의 공주로 공식 임명될 무도회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시기심 많은 사촌의 모함에 빠져 무도회는 물론 마법의 책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남들에겐 없는 자신만의 능력을 증명해야 위기를 풀 수 있는 소녀의 이야기가 달콤하고 화사한 색채로 전개된다. 언뜻 종이 동화책의 질감처럼 느껴지는 부드러운 화면이 성인 관객에게도 묘한 향수와 휴식을 안길 듯하다.
'프린세스 에미: 마법 책의 비밀' 남들에겐 없는 자신만의 능력을 증명해야 위기를 풀 수 있는 소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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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발 기차 안에서 수배범을 검거했던 철도경찰 정잉(청청)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다. <최미역행>은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의료인들은 우한 지원에 주저하지 않고, 기업가는 물품을 기부하며, 사회는 힘을 모은다. 하지만 쉽게 끓는 감정선과 과도한 배경음악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정잉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수배범이 죄책감을 느껴 여죄를 자백하는 등 억지스러운 설정도 보인다.
'최미역행'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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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국정원 도청팀장인 대권(정우)은 가택 연금된 정치인 의식(오달수)을 도청하다 그와 가까워진다. <이웃사촌>은 좌충우돌 도청 생활의 묘를 습득해가는 직업 드라마이자, 적과의 동침에 어느덧 마음을 열어버린 스파이물의 코미디적 변주를 지향한다. 인정과 우애가 부각되는 주제는 따뜻하지만, 먹고살기 위해 정의 앞에서 갈등하는 가부장의 눈물겨운 스토리는 한국영화의 끝나지 않는 돌림노래처럼 새로움 없이 다가온다.
'이웃사촌' 좌충우돌 도청 생활의 묘를 습득해가는 직업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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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메건 폭스)이 이끄는 사설 용병팀 로그는 무장단체 알샤바브에 납치된 주지사의 딸을 구출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작전을 펼친다. 로그팀은 잠시 폐가에 몸을 숨기는데, 사실 이곳은 한때 불법으로 운영되던 사자 농장이다. 사설 용병부대, 테러 조직, 사자로 이루어진 삼각 사슬이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남부 아프리카에서 성업 중인 사자 사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라는 얘기를 설명조로 전달하는 방식은 감상의 맥을 끊는다.
'로그' 사설 용병부대, 테러 조직, 사자로 이루어진 삼각 사슬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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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쓴 허먼 맹키위츠(게리 올드먼)의 눈으로 고전기 할리우드의 풍경을 옮겨냈다. 스튜디오 시스템에서의 작가 처우 문제, 대공황 이후 할리우드의 보수화를 지켜보며 작가로서 느낀 환멸이 축적되어 <시민 케인>을 이루는 재료가 된다. 할리우드 가십, 특히 <시민 케인> 때문에 미디어 재벌 허스트의 정부 정도로 낙인 찍혔던 배우 매리언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 시도가 엿보인다.
'맹크'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쓴 허먼 맹키위츠의 눈으로 고전기 할리우드의 풍경을 옮겨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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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도 활동 중인 크리스 리델, 닉 리델 형제가 연출한 <나이스 걸 라이크 유>는 가볍고 유쾌한 섹스 코미디를 지향한다. 영화는 주인공 루시(루시 헤일)가 성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루시는 포르노 시청, 성인용품점 방문, 평등한 섹스를 위한 세미나 수강 등의 미션을 친구들과 수행하며 몰랐던 성의 세계를 알아간다. 그 과정에서 극 초반 루시가 거부감을 표했던 요소들이 이후 어떠한 문제의식과 함께 대두되지 못한 채 웃음의 도구로만 쓰인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그럼에도 여성 인물들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겪은 다채로운 경험이 솔직한 자기표현과 긍정적인 관계 맺기로 결론지어지는 여정을 산뜻하게 보여준다.
'나이스 걸 라이크 유' 배우로도 활동 중인 크리스 리델, 닉 리델 형제가 연출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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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색슨족과의 전쟁으로 중상을 입고 간신히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바이킹 국왕(제임스 코스모)은 왕위 계승자로 첫째 아들 하칸(엘리엇 코원)을 점찍는다. 셋째 아들 스타이너(찰리 뷰리)는 이미 바이킹 공동체에서 쫓겨난 형 하칸을 찾으러 여정을 떠나고, 길 위에서 만나는 앵글로색슨족과 피의 전투를 벌인다. 어렵사리 만난 형은 바이킹으로서의 정체성이 지워진 지 오래. 앵글로색슨 문화를 받아들인 하칸은 동생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다.
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해머 오브 갓>은 끈적끈적한 피가 스크린에 튈 것만 같은 잔혹함과 육중한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스타이너의 여정이 종종 샛길로 빠지는 탓에 관객이 호응할지는 의문이 든다. 2013년 제작된 작품으로 국내 개봉은 올해가 처음이다.
'해머 오브 갓' 잔혹함과 육중한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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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인종에 대한 폭력과 멸시. 버든(개릿 헤드룬드)은 서슴없이 인종차별을 행하는 KKK단의 일원이다. 그러나 인종차별에 강력히 반대하는 연인 주디(앤드리아 라이즈버러)를 만나면서 버든의 가치관에 혼란이 인다. KKK단에서 탈퇴한 후 예기치 못한 생활고를 겪던 버든은, 아무 조건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케네디 목사(포레스트 휘태커)와 생활하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버든: 세상을 바꾸는 힘>은 실제 KKK단원이었던 마이크 버든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영화는 진정한 사랑과 믿음이 한 사람의 세계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증명하며,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도 이러한 영화의 메시지에 강력히 힘을 싣는다. 개릿 헤드룬드를 비롯한 주연배우들의 호연이 극에 사실감을 더한다.
'버든: 세상을 바꾸는 힘' 실제 KKK단원이었던 마이크 버든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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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밀리(캐서린 뉴턴)는 학교를 가기 위해 잠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학교에서 존재감이 제로다. 1년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풀이 더 죽은 영향도 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술에 취해 밀리를 마중 나가지 못한다. 싸늘하게 바람이 불고, 벤치에 앉아 있는 밀리 앞에 살인마(빈스 본)가 등장한다. 살인마는 단검으로 밀리의 어깨를 찌른다. 하지만 살인마도 같은 부위에 피가 난다. 그렇게 살인마는 달아나고 다음날이 된다. 정확하게 13일의 금요일, 이들은 몸이 뒤바뀐 채 잠에서 깨어난다. 이들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 다시 몸을 바꿀 수 있을까.
<프리키 데스데이>는 고등학생 밀리의 몸이 사이코 살인마와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호러테이닝 무비로 호러와 코미디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고어한 측면을 드러내면서 장르영화의 특성을 부각하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할로윈> <샤이닝> 등 수많은 호러영화 속
'프리키 데스데이' 고등학생 밀리의 몸이 사이코 살인마와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호러테이닝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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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구역에 침잠해 있던 두 세계가 충돌한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피어난 균열의 시작과 끝을 따라가는 영화 <에듀케이션>의 두 주인공 성희(문혜인)와 현목(김준형)은 중증 장애인인 현목의 엄마(송영숙)로 인해 처음 서로를 마주한다. 사회복지학 전공을 살려 장애인 활동 지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성희의 새로운 일터로 현목 모자의 집이 배정되기 때문.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두고 스페인으로 떠나고픈 성희는 대강 일하며 스페인어 공부나 하려고 했지만 엄마를 책임져온 고등학생 현목은 성희가 예상치 못했던 요구들을 늘어놓는다. 성희는 당황할지언정 물러서지 않고, 현목은 무시할 수만은 없는 뻔뻔함으로 관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다.
김덕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인 <에듀케이션>은 여기보다 어딘가에, 지금보다 미래에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으며 그늘을 견디는 두 청년의 초상을 서서히 겹치며 관객의 마음에 그림자를 남긴
'에듀케이션' 김덕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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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국립무용단 무용수들 사이에서 메라비(레반 겔바키아니)와 그의 마리(아나 자바히슈빌리)가 춤추고 있다. 민속춤을 추는 메라비의 모습은 경쾌하고 즐거워 보인다. 단장이 그런 그에게 “꼿꼿하고 힘 있게 춤춰”라고 조언한다. 단장에 따르면 조지아 춤은 람바다가 아니다. 따라서 위엄 있어 보이고 용기 있게 느껴져야 한다. 그의 설교가 마무리될 무렵, 문을 열고 새로운 무용수가 나타난다. 이라클리(바치 발리시빌리)는 성추문 사건으로 쫓겨난 어느 무용수의 대역으로 이곳을 찾았다. 얼핏 보아도 이라클리는 메라비와 상반되는 분위기를 지녔다. 섬세하기보다는 남성적이고, 유연하기보다는 자신 있어 보인다. 한눈에 메라비는 그가 자신의 라이벌이 될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이후 다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커다란 욕망으로 변한다.
신인배우 레반 겔바키아니의 얼굴을 따라 진행되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의 내러티브는 다소 상투적인 성장 드라마의 톤을 따른다. 치기 어린 젊은 댄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조지아 최초의 LGBT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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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없는 남자> The Man Without a Past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 제작연도 2002년 / 상영시간 97분
도시 강변의 버려진 땅에 흙을 일궈 감자 몇알을 심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이름과 살아온 과거까지 모두 잃었다. 시간이 흘러 감자가 꽃을 피우고, 그사이 그도 임시 거처와 직업을 마련한다. 또 이웃을 얻고 어느 여인의 사랑도 얻는다. 그는 수확한 감자 여덟개 중 세개는 겨울을 위해 비축하고 두개는 씨감자로 사용하며 나머지 세개는 연인과 먹을 예정이다. 이웃이 찾아와 하나만 달라고 하자, 남는 게 없다 하면서도 반쪽을 잘라준다.
이 소박한 성취, 소박한 계획, 소박한 나눔이 어쩌면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담담하지만 쓸쓸한 시선으로, 희망보다는 절망의 감정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어온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영화 <과거가 없는 남자>에서 그 어느 영화에서보다 적극적으로 연대와 희망을 이
[김호영의 네오클래식]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과거가 없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