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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이 <추억의 검정고무신>으로 돌아왔다. TV와 영화를 모두 감독한 송정율 감독은 추억의 TV만화를 다수 만든 원로 애니메이션 감독. 송정율 감독을 전화로 만나, <검정고무신>과 ‘옛날 옛적’ 얘기를 들었다.
라떼는…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비석치기, 술래잡기가 흔하디흔한 일상의 놀이였다. 신발 멀리 던지기를 할 땐 헐렁한 아빠의 검정 고무신만 한 게 없었다. 비 오는 날에도 척. 신고 벗기도 척척인 고무신. 고무신에 얽힌 추억 하나쯤 있다면 <추억의 검정고무신> 속 에피소드들이 정감 있게 다가올 것이다. <추억의 검정고무신>은 ‘라떼의 추억’을 눈치 보지 않고 꺼낼 수 있게 해준다.
2000년부터 KBS에서 방송됐던 인기 TV애니메이션 시리즈 <검정고무신>이 <추억의 검정고무신>으로 극장에서 처음 공개된다. 원작은 1992년 <소년챔프>에
'추억의 검정고무신'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송정율 감독의 '라떼는 말이야'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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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인스타그램에 채용 공고가 떴다. 야근 중에 본 야경과 아침 러닝 인증 숏, 에스프레소만 고집하는 취향도 종종 업로드된다. ‘#슈트가 #잘어울린다고하네요 #맞습니까?’라고 묻는 그는 바로 부하 직원 하리와 선을 보게 된 <사내맞선>의 남자주인공, 성운기업 강태무(@taemu.k) 사장.
가상인물의 SNS 계정까지 개설하는 ‘깨알 같은’ 컨셉으로 팬층을 단단히 하고 있는 <사내맞선>은 2017년 8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웹소설로 출발해 같은 플랫폼에서 웹툰으로 재탄생했으며, 제작사 크로스픽쳐스에 의해 드라마화도 결정되었다. 소설과 만화를 본 독자가 도합 267만여명에 달하는 IP의 시작점에는 2012년부터 줄곧 로맨스 소설을 집필해온 해화 작가가 있다. 좋아하는 단어 ‘해’에, 이야기(話), 그림(畵), 꽃(花)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한자어 ‘화’를 붙여 필명을 만들었다는 해화 작가가 <사내맞선>과 그동안의 작품 활동을
[스페셜③] 웹소설 '사내맞선' 해화 작가 “젠더 이슈와 관련된 부분을 실시간으로 수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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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나 현실에서나 ‘템빨’이 진리 아닌가?” <템빨>이란 소설의 제목만큼이나 명료한 박새날 작가의 답변이다. <템빨>은 하루 평균 14시간을 가상현실게임 ‘Satisfy’에 투자해온 주인공 신영우가, 초월적인 힘을 가진 게임 속 직업인 ‘파그마의 후예’로 전직할 수 있는 아이템 ‘레전드리 전직서’를 찾게 되면서 온오프라인에서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4년 12월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소설 <템빨>은 인기에 힘입어 이후 조아라, 네이버 시리즈, 리디북스 등에서 동시 연재됐다. 카카오페이지에서만 249만명이 선택했으며 지난 4월 1일 연재를 시작한 동명의 웹툰도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 118만명이 구독 중이다. 누적 조회수 5억8천회, 누적 매출액 100억원 이상으로 가공할 만한 기록을 세운 <템빨>은,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국내 게임소설 중 하나다.
박새날 작가는 “어려서부터 독서와 게임을 좋아했고 중
[스페셜②] 웹소설 '템빨' 박새날 작가 “게임은 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더없이 멋진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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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영화 <마틴 에덴>은 경계에 선 자의 씁쓸한 몰락기다. 나폴리의 거친 선원 마틴 에덴은 우연한 계기로 만난 상류층 여성 엘레나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아득한 계급 차를 느낀다. 고급 어휘를 구사하고, 문화적 소양도 풍부한 엘레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마틴은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 마틴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지적 욕구와 호기심이 내재된 인물이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까지 더해지며 그는 외적으로도 다른 사람으로 진화하지만, 동시에 상류층 집단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에 처한다. 한편 그가 속한 노동자계급은 사회주의에 눈떠 조합을 만들고, 마틴 개인은 허버트 스펜서의 진화론적 자유주의에 매료된다. 계급 상승의 욕망은 소속 집단의 목소리를 배반할 수 있고, 조합이 가진 전체주의적 위험을 맹렬히 지적하는 자유주의자는 양쪽 계급 모두에 환영받지 못한다.
20세기는 개인주의적 사회주의, 자유주의적 사회주의, 사회주의적 아카니즘과 같이 사상
'마틴 에덴'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 인터뷰, "시네마는 일종의 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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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학교, 몰래 나눠 듣던 이어폰, 여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달리던 축구화, 갑작스레 사라진 친구, 저녁노을을 향해 끝없이 밟는 자전거 페달. 하나같이 언제고 영롱하게 빛날 아름다운 청춘의 클리셰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 번째 미니앨범 《minisode1: Blue Hour》는 누구나 가슴 한구석 어렴풋이 품고 있는, 보는 것만으로 코끝에 푸른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이 익숙하고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를 정성스럽게 담고 있다. 전작 《꿈의 장: ETERNITY》로 데뷔 서사인 ‘꿈의 장’을 마무리한 이들은 시리즈물의 작은 에피소드를 뜻하는 ‘미니소드’(minisode) 형식을 통해 거대한 세계관에 얽매이지 않은 청춘의 조각들을 가볍게 꺼내놓을 기회를 잡았다.
첫곡 <Ghosting>은 도입부에서 곡 전개, 보컬, 사운드 운용까지 K팝보다는 슈게이징이나 드림팝에서 영향을 받은 인디팝 카테고리에 넣는 편이 옳은, 눈에 띄게 매력적인 트랙이다. 노래에 실려 우리가 기억하
[Music] 어린 시절이 절로 떠올라서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minisode1: Blue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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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의 한 장면. 시댁에서 아내 사린(박하선)이 사과를 깎을 때 구영은 아버지, 작은 아버지와 함께 담소 나누기 바쁘다. 아내 옆에 가서 함께 과일을 깎거나, 자신이 직접 칼을들 만한 센스가 안타깝게도 그에겐 아직 없다. 무구영을 연기한 권율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며느라기>를 보고 나서 구영에게 ‘남편이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라고 핀잔을 주면 성공한 작업”이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보이스3> <해치> 등 최근 장르 시리즈에서 특화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에게 이번 시리즈는 “가장 일상적인 면모를 드러낸 작업”이었다고 한다.
-원작 웹툰을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구영은 눈치가 없지 않나. 언젠가 결혼하면 아내와 어머니의 관계에서 구영보다는 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눈치가 없지만 악의 또한 없는 것이 구영의 특성이다.
=여러 상황에서 센스가 부족해 답답한 면모가 있는데 그렇다고 악의나 편협함이 있는
'며느라기' 권율 - 눈치 없다고 혼나야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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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 남편의 가족들에게 마냥 잘 보이고 싶은 시기. 평균 지속 기간은 2년 안팎이나 사람에 따라 10년도, 평생도 걸린다는 무시무시한 시기. 수신지 작가는 SNS에 연재한 만화 <며느라기>에 이와 같은 한때를 ‘며느라기(期)’로 명명했다. 11월부터 라디오 <박하선의 씨네타운> DJ로, 드라마 <산후조리원>의 ‘둥이맘’ 은정 역으로 활약하며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 방영을 앞둔 배우 박하선은 이제 그 시절에서 벗어나 “웃으며 할 말 다 하는” 며느리가 되었다. 자신이 주인공 민사린 같았던 때를 떠올리며 연기했다는 그는 “기혼자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드라마 <며느라기>를 소개했다.
-원작 웹툰의 팬이었다고.
=지금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에도 출연 중인데, 실제로 출산 후 산후조리원 동기들이 알려줘서 처음 보기 시작했
'며느라기' 박하선 - 결혼 이후의 삶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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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 민사린(박하선)과 무구영(권율)이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왔다. 11월 21일 카카오TV로 시청자를 초대한다는 이들은 2017년 수신지 작가가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웹툰 <며느라기>로 세상에 나와 3년여 만에 드라마화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 결혼에 골인한 두 캐릭터가 보내온 청첩장이 뭔가 이상하다.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부부로서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 끝에 점 세개와 물음표가 웬 말인가.
물론 원작 독자들에게는 이 문장부호가 당연하게 느껴질 테다. <며느라기>는 난생처음 며느리라는 호칭을 받아든 사린에게 펼쳐지는 탄식과 의문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본격 ‘시월드 격공일기’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선 과 대표였고, 직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사린은 왜 시댁에만 가면 작아지고, 그 쪼그라든 마음으로 자꾸 부엌으로 기어들어갈까.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건 사린의 남편 구영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우리 가족에게 잘했으면 좋겠는데, 그럴수록 부부 사이가
인스타툰 원작의 웹드라마 '며느라기' 박하선·권율 - 행복하게 잘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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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병석에 있는 사람이, 부모의 병세를 기록한 책을 꺼내 드는 것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처음부터 울 준비를 하고 (코를 아무리 풀어도 살이 짓무르지 않는 보드라운 각 티슈 상비) 독서를 시작했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은 말기암 판정 후 1년간 와병 생활을 한 어머니의 마지막을 인문학자 아들이 기록한 책이다.
말기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저하증을 진단받은 저자의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동 여러 곳을 전전했고, 저자는 1년 동안 휴업하고 간병인이자 관찰자로서 어머니의 ‘말’들을 채집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투여받고 정신이 맑지 않았던 어머니의 말들은 대부분 혼몽하고 정체가 불명하다. 짤막한 한두줄에 그치는 어머니의 발화를 아들이 길게 풀어서 해석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병석에서 툭툭 하는 어머니의 말들은 맥락은 없지만 의미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것을 어머니의 생과 결부하여 독해하면 된다. 환자를 간병해본 사람은 환자의 말
씨네21 추천도서 <엄마의 마지막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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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앞 선술집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두명의 피해자는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수의사와 폐기물 처리업자. 범인이 어설픈 영어로 “머니, 머니”를 외쳤다는 목격자 증언에 따라 이 사건은 외국인에 의한 강도 살인으로 단정되어 초동수사가 진행되고 이내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주위로부터 탐문 수사, 신변 조사의 달인, 사냥개 같은 형사라는 평가를 받는 경시청 수사1과 다가와에게 이 사건이 재배속된다. 수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지만 승진하기보다는 현장에 남아 미해결 사건을 전담하는 계속수사반에서 일하는 다가와는 늘 하던 대로 상점가를 발로 뛰며 탐문 수사에 임한다. 한편 지방 상권을 잠식하고 정재계를 이용해 몸집을 불려 경제 생태계를 망가트리는 대형 쇼핑몰 옥스마트의 비리를 조사하는 쓰루타 기자의 에피소드 역시 살인 사건과는 다른 방면에서 전개된다.
이렇게 형사의 살인 사건, 기자의 산업 비리라는 서로 다른 사건이 별도의 것처럼 전개되지만 ‘소’라는 접점을 만나며 두 이야기는 새
씨네21 추천도서 <비틀거리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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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기만한 날들을 위해>에는 정신과를 다니며 우울증약을 처방받는 한편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 중년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주부로서 언제나 빈틈없이 일했고 남들 앞에서는 모자람 없어 보이는 신도시의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남편의 잦은 외도와 원정 성매매로 내면이 망가진 상태다. 운전은 그런 그녀가 제 삶을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은 수단이다.
박완서 작가의 기념비적 단편 <꿈꾸는 인큐베이터>에서도 운전이 여성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비추는 도구로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으리라. <꿈꾸는 인큐베이터>와 <기만한 날들을 위해> 사이에는 수십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기혼 여성의 삶은 여전히 답답해 숨이 턱 막힌다. 아마도 중산층 4인 가족으로 대표되는 신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같지는 않다. 기혼 여성의 변화를 촉구하는 존재로, 딸이 대표하는 젊은 여성 세대가 새롭게 등장했다.
씨네21 추천도서 <잃어버린 이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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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체 인구의 대다수가 사는 동안 어느 시점에는 폭력적인 범죄를 경험한다.” 이 문장은 미국에만 해당되지 않기에 <몸은 기억한다-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개정판)은 놓칠 수 없는 책이다. 외상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와 정보를 담고 있는 이 고전은, 트라우마가 하나의 정신 질환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지난한 역사적 과정부터 트라우마와 뇌 및 신체가 실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며, 약물 말고 어떤 대안적 치료가 있는지 살핀다.
뇌의 화재경보기 역할을 하는 편도체는 위협을 먼저 감지하여 스트레스 호르몬 시스템을 가동한다. 한편 전두엽은 감시탑 역할을 한다. 위협이 실제로 위험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면 편도체는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못하며, 전두엽과의 균형이 깨진다. 또 감각을 인지하는 뇌 영역의 활동이 정지되기도 한다. 그 결과 외상에 시달리는 환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폭력에 맞서 방어를 취하는 상태로
씨네21 추천도서 <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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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증언들>과 함께 2019년 부커상을 수상했다. 부커상을 수상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한국에 소개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거나, 높은 확률로 아예 소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이 소설은, 2020년 즈음의 페미니즘을 ‘하나의 목소리’로 부르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걸작이다.
페미니즘에도 주류와 비주류의 목소리가 존재하며, 여성이라고 모두 의견을 같이하지는 않으며, 때로 갈등하고 마찰한다. 흔히 페미니즘을 명명하고 운동을 시작하고 책(지금은 고전이라고 불리는)을 쓴 백인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목받았다면,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범주로 부차적으로 언급되던(페미니즘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비백인들의 페미니즘은 말미에 큰 흐름만 언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삶과 목소리를 담아낸다.
여러 연령대의 흑인 여성의 삶을 중첩시키는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씨네21 추천도서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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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아시는지. 연말연시를 맞이해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여기 소개하는 5권의 책 중 당신의 마음에 드는 책은 무엇인가.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1월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