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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부터 영화 및 디지털 숏폼까지, IP부터 유통까지 포괄하는 거대 공룡이 탄생한다. 카카오 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3월 4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공식 출범했다. 웹툰·웹소설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에 가까웠던 카카오페이지는 수년 전부터 그들이 보유한 IP를 타 매체와 연결하고 투자까지 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성격을 완전히 전환했고, 카카오M은 김민종·박진경 등 지상파 유명 PD들을 대거 영입하며 자사 역량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숲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등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합병하고 충무로 대표 영화 제작사 월광과 사나이픽처스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카카오페이지가 웹툰·웹소설 등 원천 IP와 모바일 플랫폼 산업에서, 스타 크리에이터 및 제작사를 공격적으로 영입한 카카오M이 음악·영상·디지털 등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갖고 있는 경쟁력을 생각했을 때 이번 합병은 플랫폼과 IP, 콘텐츠 비즈니스간 협력 및 시너지를 극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합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식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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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는 게이 클럽 최고의 댄스걸이다. 현란한 손동작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는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다. 그는 클럽 밖에서 신민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되었으나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 허가를 받지 못한 그는 더이상 병역 판정 검사를 미룰 수 없어 검사장으로 향한다.
신민호라는 사회적 자아를 가진 신미의 검사장에서의 하루를 다룬 <신의 딸은 춤을 춘다>(2020)는 트랜스젠더 여성이 군대에 가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지 짐작하게 하는 단편영화다. 검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주인공이 리얼타임으로 대면하게 되는 온갖 편견과 차별, 폭력의 순간들은 보는 이의 숨통마저 조인다. 가장 안타까웠던 대목은 게이 클럽에서 신미에게 호감을 표했던 남자와의 조우다. “진짜 팬”이라던 그는 “저런 사람 역겹다”라며 검사장을 찾은 신미에게 유독 모질게 군다. 그러나 신미는 개인에게 실망하기보다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에 대한 차별과 혐오
[장영엽 편집장] 디스토피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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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사무국장의 또 다른 횡령 및 유용 혐의가 제기됐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김정석씨는 지난 2010년 인천영상위원회의 ‘저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친애하는 나의 가족 여러분!>의 프로듀서 시절 지원금 1억원 중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영화의 라인 PD를 맡아 회계를 담당했던 A씨가 영화의 총괄 책임자인 김정석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 고발하며 관련 논란은 영화인들 사이에서 꽤 널리 알려졌다.
A씨는 <씨네21>과의 통화에서 “2010년 5월 31일 영화가 제작 중단되고 스탭들이 인건비도 다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해산했는데, 6월 22일 테스트 촬영을 명목으로 허위 세금 계산서가 발급되었다는 것은 제작 진행과는 무관한 비자금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가 추정하는 김정석씨의 횡령 금액은 1399만원. 복수의 취재원은 “영화가 중단된 뒤 후임 프로듀서들이 인천영상위원회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제작을 이어가려고 했
영진위 사무국장의 공적 자금 횡령 의혹,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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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초간의 침묵)….” “아니, 이거 지금 라디오입니다~.”
SBS 라디오에서 일주일에 한번 <애프터 클럽>이라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7명의 디제이가 매일 새벽 1시에서 3시까지 맡아서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는데, 심야방송인 만큼 디제이들의 음악 취향이 많이 반영된 선곡이 특징이다. 처음 섭외되었을 때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하는 대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송이다. 중간 멘트 없이 음악만 두 시간 틀 수도 있고 직접 만들어온 음원을 틀 수도 있고 아무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그러니 덕원씨도 뭐든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지만…. 윤덕원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엄청 자유롭고 충격적인 방송이 되기보다는 진행자의 성향에맞는, 적당히 내성적이고 친근한 느낌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방송이다 보니 코너가 다양하거나 많지 않다. 사연에 맞는 노래를 선곡해주는 ‘괜찮지 않은 일’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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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레베카>와 영화 <레베카>의 내용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레베카>를 처음 보던 날, 나는 시작부터 하염없이 졸았다. 가난한 여자와 부자 남자의 러브 스토리라니, 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나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많이 좋아한다. 나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과 관점이라고 믿고, 오래된 소재와 클리셰는 역사를 뚫고 살아남은 귀한 재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레베카>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지금과 조금 다른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꽤 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 참을성도 별로 없었다. 내가 읽고 싶은 게 없고, 보고 싶은 게 없으면 쉽게 흥미를 잃었다. 그런건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 때문에 졸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중에 이 영화를 다시 보고서 무척 후회했다. 여자주인공이 호텔을 떠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이름 없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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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철>은 두 남자의 차 사고를 둘러싼 진실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주변인들의 비밀도 들춰보는 서스펜스영화다. 그러나 마치 봉준호 감독의 영화처럼, 진실의 실체보다는 거기에 도착하는 과정에 도사리고 있는 전경들이 빛을 발한다. 봉준호의 서스펜스 뒤편에는 한국 사회의 뒤틀린 구조도가 펼쳐져 있다면, <빛과 철>의 후면에는 진실을 얻으려는 자가 관통해야 하는 엄중한 법칙이 버티고 있다. 진실에 다가서는 자와 그 주변인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배종대 감독은 자신이 축조한 영화적 세계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영화는 묘한 영상으로 시작된다. 도로를 따라가던 카메라는 이미 두대의 차가 파손된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 막 사고가 난 듯 열기가 가득한 현장. 여기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도로의 질료마저 감각할 수 있는, 현장의 생생한 현실감이다. 이 장면의 생생함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돋보
'빛과 철'의 냉혹한 성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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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클로드 카리에르에 대한 부고이자 그가 직간접적으로 흔적을 남긴 세편의 영화(<세브린느>(1967), <세브린느, 38년 후>(2006), <사랑을 카피하다>(2010))에 공명하는 제스처와 소리를 둘러싼 짧은 생각이다. 지나고 보니 미로처럼 만들어진 묘지를 헤쳐왔다는 인상이다. 카리에르에서 루이스 부뉴엘로, 부뉴엘로부터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로, 올리베이라에서 미셸 피콜리로, 다시 카리에르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로, 또다시….
종소리가 들리면 영화는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스크린에 비친 영화를 볼 뿐인 우리는 어떤 흔적을 가지고 시나리오작가에 접근할 수 있을까? 카메라에 붙잡힌 장면의 세부적 요소, 혹은 배우가 선보이는 강렬한 이미지와 대사, 그도 아니라면 영화가 펼쳐내는 이야기의 구조와 형식에 대한 인상 같은 것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론한 요인들 가운데 어느 것도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각본가의 텍스트가 완
프랑스 시나리오작가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 죽음이 남긴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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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든 다 고만고만하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이의 사연에서도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한편 각각의 사연은 직접 겪은 당사자나 해당 공동체가 아니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고유한 속성이 있다. 문화적 경험이란 공간과 함께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의 터전을 옮긴 이민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미나리>는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이민 1세대의 모습을 그린다. 이들이 낯선 땅에 정착해 뿌리내리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사연의 깊이를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이 영화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했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것을 넘어 개인적인 기억에서 보편적인 체험을 찾아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듬어내는 솜씨가 놀랍기 그지없다.
그리하여 <미나리>는 1970년대 이민자의 기억에서 머무는 대신 지금 현재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민족의 역사를 되짚어
'미나리' 정이삭 감독 - <미나리>는 보편적인 모든 인간들을 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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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은 <실>을 만들고 떠나보낸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면서 일상을 지켜내려 한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의 도움을 받았다. 바쁜 와중에도 든든을 운영해준 여성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용기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현장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영화 <실>로 지난 2월 9일 청룡영화상 청정원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이나연 감독이 단상에 올라 한 말이다. 이나연 감독의 바람처럼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자 회복에 힘쓰는 성평등한 현장을 영화인 누구나 꿈꾼다. 이상 실현을 위해서는 실태 조사가 우선일 것이다. 한국영화계에서는 이제 막 두 번째 성희롱·성폭력 실태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사단법인 여
“높아진 성평등 의식과 현실의 괴리, 제도와 정책으로 좁혀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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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음악의 역사에서 메인 테마는 주로 금관악기나 현악기로 연주되었다.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존 윌리엄스의 작품을 떠올려보라.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슈퍼맨>의 메인 테마 선율은 모두 관악기가 박력 있게 치고나가는 방식이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은 또 어떤가. <시네마 천국> <러브 어페어> 등 서정성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엔 언제나 현악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강렬한 음색의 관악기와 풍부한 울림을 가진 현악기가 오케스트라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담당하는 건 고전시대부터 이어져온 일반적인 문법이나, 이 틀 안에서 선율과 리듬만으로 차별화를 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 법. 자기 복제를 거듭한다는 비판이 서서히 쌓일 무렵 할리우드의 음악계가 찾은 대안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였다.
그의 음악에는 모호하면서도 신비로운 뉘앙스가 가득했고, 작곡가의 개성이 살아 있으면서도 작품에 따
[Music] 목관악기의 비밀 -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엠마누엘 파후드 《Air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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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사람들이 꽤 많이 이동했다. 설은 한해를 시작하는 큰 명절이기도 하고,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자 여러 사정으로 ‘모이지 않기’가 오히려 쉽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결혼 12년차. 우리 집의 명절 준비도 순탄치 않았다. 친정에는 진작에 가지 않기로 했으나 시가가 문제였다. 얼굴을 보지 못한 지 반년이 다 되어 가니 설날에는 꼭 밥 한끼 같이 하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바람이 가볍지 않았다.
효와 관습을 둘러싼 갈등은 당위나 관념으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이리저리하면 안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당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본래 그런데다 서로 무감(無感)하지 않고 사랑과 부담이 얽혀 있으면 더 어렵다.
세배를 하네 마네 어디서 하네 식사를 하네 마네 한참 말이 오갔다. 심지어 설날 당일까지도 결정이 되지 않았다. 부모님은 서운해하시고 나는 마음이 상하고 남편은 내 눈치만 보다 연휴가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복잡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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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이 봤다면 “이 학교에는 아무래도 뭔가가 있어”라며 깔때기 칼을 꺼내 들었을 게 분명하다. 입시 명문이지만 수상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품은 이곳 새라여자고등학교에는 충격적인 과거, 급식실의 울음소리, 의문의 죽음, 그리고 안은영 대신 이 사건을 해결할 추리반이 있다.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은 tvN <더 지니어스> <대탈출> 등을 연출한 정종연 PD가 그동안 공포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기묘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종종 등장했던 ‘여고’ 이미지를 활용해 만든 미스터리 어드벤처 예능이다. 박지윤, 장도연, 재재, 비비, 예나는 이 세계관의 전학생들이자 방과 후 활동으로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추리반을 선택한 별종들이다.
셜록 홈스 시리즈에 나오는 ‘춤추는 인형’ 암호를 혼자 연구해본 사람, 소년 탐정 김전일보다 먼저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라고 외치고 싶었던 사람, 탐정 자격증 따는 방법을 진지하게 알아본 적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 소녀 탐정의 꿈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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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이처럼 일단 몸으로 부딪혔다. (웃음)” <더블패티>의 O.S.T <밤한울>을 부른 순간을 회상하며 신승호 배우가 미소 지었다. 망설임 없이 밀어붙이는 뚝심이 극중 우람과 똑 닮았다.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좋아하면 울리는> <에이틴> 시리즈 등으로 얼굴을 알린 신승호는 <더블패티>에서 씨름 유망주인 우람을 연기한다. 우람은 믿고 따르던 선배를 잃고 방황하다 앵커 지망생 현지(배주현)와 가까워진 뒤 다시 마음을 잡고 씨름 훈련에 전력을 다하는 인물이다. 신승호는 10년 넘게 축구 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우람에게 공감하고, 직접 흙을 밟고 상대 선수와 겨뤄가며 우람을 이해했다. 그가 “본능적으로 몸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임을 알아본 백승환 감독은 “이 배우가 아니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신승호에게 <더블패티>의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전작에선 주로 거칠게 구는 일진을 연기했는데, <더블패
'더블패티' 신승호 - 뒤집기의 기술, 연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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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젠데이아 머리 스토머 콜먼(Zendaya Maree Stoermer Coleman). ‘젠데이아’라는 예명으로 스크린과 공연장, 텔레비전을 오간다. 할리우드가 일찍이 “Z세대 최고의 스타!”라고 호들갑을 떤 1996년생 배우 젠데이아는 확실히 미국 10대에게 제1의 워너비로 사랑받는 존재다. 그는 데뷔와 함께 스타 반열에 오른 드문 행운의 소유자다. 13살에 디즈니 채널의 틴에이지 시트콤 <우리는 댄스소녀>(2010)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고, 16살에 이미 자기 이름을 딴 TV시리즈 <젠데이아의 스토리>(2013)를 얻어낼 만큼 손꼽히는 영 앤드 리치 스타로 불렸다.
음반 시장도 빠르게 반응해, 2012년부터 할리우드 레코드와 함께 팝스타의 명성도 일궈왔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은, 셀리나 고메즈의 뒤를 잇는 미국 10대의 셀러브리티라는 틀 바깥에서 젠데이아를 상상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 디즈니 채널의 스타는 곧 <스파이더맨: 홈커밍>(2
Z세대 최고의 스타로 등극한 젠데이아의 변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