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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vin’s Room 1996년,
감독 제리 잭스
출연 다이앤 키튼, 메릴 스트립
KBS1 2월11일(일) 밤 11시20분
가족이 떠안고 있는 위기와 고통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영화로 디테일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연출 감각이 특히 돋보인다. 쓰러진 아버지 마빈을 언니 베시에게 맡기고 집을 떠난 뒤 20년 동안 헤어져 있던 리에게 어느 날 언니로부터 연락이 온다. 자신은 백혈병에 걸렸으며 자신에게 맞는 골수가 필요하다는 것. 두 아들을 데리고 베시를 찾아온 리. 하지만 리는 여전히 자기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게다가 반항적인 아들 행크는 문제 행동을 한다. 그러나 헌신적인 베시의 성품은 차츰 가족 사이에 화해의 마음을 심어준다.
TV영화 - 마빈스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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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트 어웨이>를 보면 ‘윌슨’을 안다?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살게 된 톰 행크스가 유일한 친구로 ‘끼고 살던’ 윌슨. 실은 행크스의 피로 눈코입이 그려진 지푸라기 박힌 배구공이다. 윌슨을 바다에서 떠나보낼 때 울부짖는 행크스의 모습에 감동받은 이에게 ‘윌슨’이 스포츠 용품의 브랜드라면 ‘깨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폭스사의 경매사이트에서 약 2400만원 상당의 가격으로 낙찰, 말벗의 값어치를 증명했다.
2400만원짜리 배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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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가 제임스 본드를 누르고 영국 영화잡지 <토털 필름 매거진>이 뽑은 최고의 영화영웅으로 선정됐다. “<인디아나 존스>가 막대한 수익을 냈던 것은 단지 해리슨 포드가 ‘핸섬’해서만은 아니다. 그는 ‘스마트’하면서도 ‘섹시’한 아이돌 스타를 갖고 싶어했던 세대, 소년들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편집장 매트 뮐러가 밝힌 선정이유에 공감한다면 당신은 그 ‘소년들’ 중 하나.
최고의 영화영웅 해리슨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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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지방덩어리를 재료로 한 노쇠한 조형물에 불과하지만, 아줌마도 한때는 히말라야에서 펄펄 나는 알피니스트가 되기를 꿈꾼 적이 있었다. 운동신경 없고 겁 많아서 산악인 되기는 누가 봐도 무망한 노릇이었건만, 마음은 늘 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나 히말라야에서 정상의 설원에 발자국을 내고 있었다.라인홀트 메쓰너, 모리스 엘조그, 리오넬 테레이, 가스통 레뷔파 같은 당시 모든 산악인들의 우상이던 일급 등반가들의, 그 자체로 위대한 문학인 책들은, 산을 향한 아줌마의 꿈을 별빛과 폭풍설에 실어 정상까지 밀어올렸다(모리스 엘조그가 쓴 <성봉 안나푸르나 초등>이 청소년 필독서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데 아줌마는 지금도 분개하고 있다).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긴 하지만, 산에 가는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해내지 못한 것은 위대한 그들도 아줌마와 마찬가지였는데, 당시 아줌마가 나름대로 둘러댔던 갖가지 이유 중에는 큰 산에 가면 자신도 위대한 그들을 닮을 수 있으리라는 야무진 착각도 들어
이 영화는 왜 산으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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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카> Kika 1993년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출연 베로니카 포르케, 빅토리아 아브릴MBC 2월10일(토) 밤 9시이제 막 감옥에서 탈옥한 전직 포르노 스타는 한 예쁜 여성의 나긋한 향기를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꼭 발정난 들개처럼 그 여자를 덮치고는 이참에 아예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겠다고 기를 쓴다. 무방비 상태로 습격을 당한 여자는 처음엔 무언가 좀 묵직한 물건이 몸을 누르고 있는 게 거북하다는 표정으로 쉴새없이 조잘거리더니 이젠 정말 귀찮아졌는지 언성을 높이며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 사정하면 그만 나가!” 뒤늦게 경찰이 이 범행 현장에 도착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몸은 여전히 서로 밀착되어 있는 상태다. 결국 경찰의 완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욕정을 제지당한 강간범. 발코니로 달려간 그는 남아 있는 욕망을 자력(自力)으로라도 기어코 해결하고 난 다음에서야 건물 아래로 달아난다.이처럼 ‘쓸데없이 길게 묘사된’(!) 강간 장면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
기괴하고 뻔뻔해서 도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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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배우조합 등 파업으로 영국영화계 뜻밖 호황배우조합의 파업과 작가조합의 파업으로 할리우드가 휘청이는 바람에, 영국영화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파업과 달러 강세 등으로 위축된 미국 대신 영국을 새로운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현지 촬영중인 여름 블록버스터 <미이라2> <툼 레이더> <진주만> 등의 덕으로 이미 7억5천만파운드(11억25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배우들의 파업이 시작되는 여름을 전후로는 영국으로 ‘이전 개업’하는 프로덕션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어부지리격으로 할리우드 자본이 유입되고 영화계 전반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지만, 영국영화협회와 영국영화위원회는 드러내놓고 반기지 못하는 입장이다. 막강한 영화배우조합의 반발과 비난이 두려워서다.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돈 벌이를 위해 좋은 관계를 망칠 순 없다”거나, “남의 일거리를 빼앗아,
파업이 호황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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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고 부르짖은 건 독일만이 아니다. 세계영화사에서 신진 영화인들은 늘 구세대를 극복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신구세대의 피할 수 없는 갈등이라는 측면에선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90년대 들어 신인감독들의 대거 등장과 자본환경의 변화는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영화인들에게 느닷없는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프랑스나 독일과 달리 충무로에서 신구세대의 마찰은 미학적 차이에 기인한 게 아니었다. 젊은 영화인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정책결정과 집행을 원했지만 사사건건 원로 영화인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스크린쿼터감시단, 등급외 전용관, 영화진흥위원회 구성 등이 그런 문제들이었다. 그결과 영화인을 포괄하는 단체는 영화인협회(이하 영협)와 영화인회의로 갈렸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는 포럼에서 폭언이 오가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리고 영협은 보수성향을 대변하는 단체로서 젊은 영화인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다. 특히 지난 96년 <애니깽>에 대종상을 몰
“개혁은 조용히, 소리소문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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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 Kookai 제작사: CLM/BBDO, Paris아티스트: Bernard Guillon 제작연도: 2000년쿠카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캐주얼 브랜드이다. 프랑스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 이 브랜드의 파워는 그 나라의 여성부 장관을 능가한다고 한다. 여성의 권익향상에 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브랜드라는 얘기다. 그런 여성해방 전쟁에 동원된 고성능 병기는 광고였다. 쿠카이가 고집스럽게 들고 가는 광고컨셉은 ‘여자 기살리기’이다. 천년의 획을 새로 그으면서도 절대 변하지 않고 그런 메시지는 일관성을 지켜가고 있다. 집요한 자세로 남성의 권위와 힘에 맞서서 여성우월을 부르짖은 덕분에 이제 쿠카이는 패미니즘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 여성패션 브랜드 쿠카이 광고가 달라지고 있다. 그림이 달라지고 이미지가 달라지고 충격의 정도가 더 강해지고 있다. 마치 간음한 여자 헤스터에게 남겨진 주홍글씨처럼 남자의 육체를 벌하고 있는 징그러운 상채기들. 더이상의
남성의 몸에 새긴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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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지진이란 언제나 다른 나라의 재난, 우리 땅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그러므로 신경쓸 필요없는 어떤 막연한 불운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한반도는 용케도 지진 면역지대 같아 보인다. 자연의 신은 한반도에 ‘기름’ 한방울 주지 않은 대신 지진도 주지 않는다. 스스로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인간의 이해능력은 극히 빈약하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다른 나라 지진 피해 소식은 우리에게 그저 몇개의 차가운 추상적 숫자로 그친다. 신문방송의 보도를 접하고도 우리의 반응은 “응, 그랬어?” 정도다. 이런 반응의 밑바닥에는 “우린 아냐, 우린 괜찮아”라는 안도감이 깔려 있다. 영원히 안전하고 절대로 꺼질 일 없어보이는 단단한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 행복한 사람들의 귀에는 주식시세 내려앉았다는 뉴스는 큰 뉴스일 수 있어도 어디서 땅 꺼졌다는 소식은 소식도 아니다.지난 1월26일 인도 서부 해안 구자라트주(州) 일대를 한순간 납작하게 만든 지진은 2년 전의 터키 지진 때
내 마음의 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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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 밤 9시55분“아, 지 년이 뭔 털어놓을 과거가 있다고. 무슨 고백을 한다는 거야? 설마 우리집에서 니 몸종한 얘기까지 하겠어? 새빨간 거짓말만 늘어놓겠지. 왕년에 넌 안 해본 장사니? 한참 잘 나갔을 때 기자들 모아놓고 얼마나 거짓말을 지껄여댔니? 기자 녀석들은 신문, 잡지에 갈겨쓰고, 뭣도 모르는 인간들은 그걸 보고 콩이니 팥이니 지껄이구 에이구 웃기는 세상.”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젊은 여배우가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스타로 성공하기까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배후가 누구였고, 누가 희생되었는지, 말하자면 양심선언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지난 1월10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SBS 미니시리즈 <순자>(연출 문정수 극본 고동률, 전태영)는 이렇게 시작한다. 드라마의 결말을 맨 첫회에 보여준 이 드라마는 “한 ‘촌년’이 고난 끝에 스타가 되지만 결국 지저분한 연예계 생활을 못견디고 자폭한다는 이야기입니다”라며 줄거리를 숨길 것 없이 다 드러낸 채
추락하는 것에 날개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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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를 하다>는 어느 날 어떤 장소에 못 박혀 영영 멈춰 있는 감정을 불러내는 영화다. 입영열차를 타던 날, 약속했던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남자의 심장은 더이상 뛰지 않는다. 살아 있어도 그를 두근거리게 할 일은 이제 없다. 그녀 손을 잡으면 흥분해서 딸꾹질이 나오던 수줍고 풋풋한 사랑과 작별한 것이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된 그 앞에 나타난 17살난 앳된 소년, 그 아이를 보면서 남자는 가슴이 터질 듯 아파오는 걸 느낀다. 그는 소년에게 옛 연인의 이름을 부르고 만다.‘운명이 갈라놓은 연인’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다루지만 <번지점프를 하다>가 보여주는 상상력은 낯설고 신선하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환생하고 미처 몰랐던 과거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노스탤지어와 판타지를 오가며 미스터리를 함축한 이야기라면 <은행나무침대>나 <동감>도 있지만 <번지점프를 하다>는
번지점프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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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감독 배리 레빈슨 출연 애드리안 브로디 장르 드라마 DVD 동시출시 (워너)1954년 미국 볼티모어. 막 보급되기 시작한 TV 수상기로 극장들엔 위기감이 감돌고 있었고, 전후 풍족한 미국의 영광을 누리는 10대들 사이에선 자동차 문화(teen age car culture)와 ‘록 앤 롤’ 등으로 대변되는 ‘팝 컬처’가 싹트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학교에서는 인종분리정책이 폐지되긴 하였으나, 여전히 인종적, 계급적 분리와 편견은 극에 달해 있었다. 배리 래빈슨 감독의 99년작 <리버티 하이츠>는 바로 그러한 시기를 배경으로, 문화적 이질성과 막 분출되기 시작하는 10대 소년들의 성적, 사회적 욕망들을 잔잔하고도 낭만적인 노스탤지어의 방식으로 회상하고 있다.볼티모어에 위치한 리버티 하이츠라는 유대인 거주지역. 평범한 유대계 가족의 아버지는 매출이 형편없는 삼류 스트립쇼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두 아들 밴(Van)과 벤(Ben)은 모범생처럼 얌전하면서도
금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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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 줄고, 독립영화 늘다오는 2월7일 개막하는 제51회 베를린영화제 경쟁작이 확정됐다. 올해를 끝으로 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떠나는 모리츠 데 하델른이 마지막으로 선정을 주관한 경쟁작은 모두 장편 24편과 단편 11편. 이 가운데 16편이 베를린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 상영된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선정된 장편 경쟁작 부문에는 오스카 유망주인 스티븐 소더버그의 <트래픽>과 라세 할스트롬의 <초컬릿>, 마이클 윈터보텀의 <클레임>, 스파이크 리의 <뱀부즐드>, 여성감독이 만든 최초의 도그마영화 <초급자를 위한 이태리어> 등이 포함됐다. 한편 단편 경쟁부문에는 왕가위, 피터 컨 등 스타감독의 작품이 상영된다. 올 베를린영화제의 작품 선정 경향은 예년에 비해 미국 메이저영화가 감소하고 독립영화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는 점. <버라이어티>는 이를 두고, 근년 들어 미국 메이저들이 오스카에서 미는 영화들의 홍보
올 베를린영화제 라인업, 소더버그의 <트래픽> 등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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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coach 1939년,감독 존 포드, 출연 존 웨인, 클레어 트레버EBS, 2월3일 (토) 밤 9시“우린 더이상 웨스턴을 만들지 않습니다.” 존 포드가 <세 악인들>(Three Bad Men, 1926) 이후 무려 13년 만에 웨스턴 장르로 복귀하려고 했을 때, 포드의 제의를 들은 폭스사의 책임자는 난색을 표하며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결국 포드는 찰스 왱어라는 인디 제작자를 구슬려 가까스로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웨스턴이라고 하면 주류로부터 밀려난 싸구려 B급영화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을 때였으니, 어쩌면 그건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웨스턴을 보는 당시의 그런 덤덤한 시선은 결국 존 포드에 의해 완전히 전도되고 만다. 30년대 말부터 웨스턴은 사멸해가는 것처럼 보이던 주변부적인 영화 장르에서 오랜 인기를 누리는 메이저 장르로 부활하게 되는데, 그 분기점에 놓인 작품이 바로 포드의 <역마차>였다. 관객과 제작자들에게 공히 웨스
TV영화 - 역마차 타고 귀환한 서부 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