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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피로 뒤범벅된 군복을 벗고, 잿빛 인사동의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여기 이병헌과 이은주가 있다. 기억의 회랑을 따라 뒷걸음쳐간 이들이 다다른 곳은 17년 전 따사로운 대학 캠퍼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첫사랑의 신열에 달뜬 연인의 모습으로 만난 이들은 때론 석양 아래 왈츠를 추던 인우와 태희처럼 다정했고, 짓궂게 서로 농담을 건네는 모습은 숟가락 장난을 쳐보이던 어린 연인들처럼 귀여웠다. “원래 없던 버릇인데 영화 끝내고 나니 정말 마법처럼 이러네요”라며 음료수를 마시는 이은주의 새끼손가락은 줄곧 곧게 펴져 있었고, “이렇게 눈을 덮는 앞머리를 해본 건 처음이라 자꾸 신경이 쓰이네요”라며 이병헌은 이따금 손가락을 펴서 흘러내린 머리칼을 가르마타듯 쓸어올리고 있었다.
#1 그, 그녀를 만나다
우리 언제 처음 만났지?” “<백야 3.98>할 때 아니었어요?” “맞아! 은주가 어린 심은하 역 할 때였구나. 은주는 뭐랄까, 보기도 전에 김종학 감독님이 칭찬을
그대와 함께 왈츠를, <번지점프를 하다>의 이병헌,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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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선댄스영화제에서 파이퍼-히직상을 수상한 여배우 줄리언 무어(41)를 파크시티에서 만났다. 파이퍼-히직상은 독립영화 정신을 기리는 상으로서 인디영화에 공헌한 영화인에게 헌정되는 상이다. 선댄스영화제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제프리 길모어는 “그녀의 커리어는 창의력의 성장과 예술적 성취에 대한 평생의 헌신을 반영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줄리안 무어는 이런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경우, 토드 헤인즈의 <세이프>, 폴 토머스 앤더슨의 <부기나이트>, 로버트 알트먼의 <숏컷>등 많은 크고 작은 독립영화들 속에서 유난히 존재감 있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하다 <매그놀리아><애수>를 거쳐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한니발>의 주인공으로 전격발탁됐고, 스필버그 사단의 차기작에서도 주연을 거머쥐는 등 연기경력의 전기를 맞고 있다. 본격 할리우드 입성을 앞둔 배우답게 외모에선 다소 세공된 이미지를 풍기긴 했지만 5년 전 선댄스에서
“아직 선댄스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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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작년에 폐막식 전날 전주영화제에 왔었는데, 그때 처음 얘기를 들었다. 듣자마자 난 안 시켜주나 하고 생각했다. 마침 난 중국 신문에 디지털 영화에 대한 글을 계속 쓰고 있었다. 디지털이란 새로운 매체에 대해,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디지털로 찍어보라고 권하는 디지털 영화 만들기에 대해서. 그래서 부산영화제 때 제안을 받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 디지털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많고, 한국의 영화인들과 함께 한다는 것도 좋았다.당신의 작품들은 주로 개인들의 일상을 통해 중국 사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왔는데, <공공장소>는 어떻게 다른가.=이전 영화들이 개인을 통해 중국을 보여줬다면, <공공장소>는 개인이 아닌 군중을 통해 현대 중국 사회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 군중들이 기본적인 생활조차 꾸려나갈 수 없고, 노동자가 실업자가 되는 현대 중국의 불안한 분위기. 그 안에는 그들만의 얘기거리가 있을 수 있다. 폭력이라
“다큐 기법으로 중국현실 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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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를 언제 제안받았나. N비전 수상 때였나.=그렇다. 그전부터 프로그래머들과 다시 전주에 올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 올 생각이 있다고 하니까, 영화를 한 편 만들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좋다고 했다. 내 일이 영화를 만드는 것이니까. 그 영화제 기간 동안 참 많은 얘길 했는데, 디지털 영화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영화만들기란 무엇인가 하는 토론으로 밤을 새우곤 했다. 그런 고민을 담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나이트 워크>는 인종, 인권 등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다룬 전작들에 비하면 매우 사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그렇다. 이 영화는 훨씬 사적인 영화다. 나한테는 특별해보이는 어떤 집착에 대한 얘기고. 내가 그다지 흥미롭게 살지 못해서인지, 색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매력적이다. 게다가 예전의 내 영웅들 중 현재의 내 삶에까지 영웅이라 여길 만한 이가 거의 없다.밤에 집착하는 한 남자를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매력은 연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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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지에 글을 쓰는 문화평론가 오은하씨가 <치킨 런>에 대해 쓰면서 말했듯 애니메이션 창작이란 어지간한 인내심이 아니면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모든 사물의 움직임을 1/12초, 1/24초 단위로 나누어 표현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도 셀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키 애니메이터를 중심으로 분업이라도 가능하지만, 다른 분야는 그나마도 쉽지 않다. <치킨 런>과 같은 클레이메이션이나 컷아웃 기법의 종이 애니메이션은 한달 내내 작업해야 고작 십몇초의 분량밖에 제작하지 못한다. 진짜 오은하씨의 말처럼 ‘닭살돋는 작업’이다.애니메이션 기법 중에 ‘핀 스크린’(Pin-screen)이 있다. 이름 자체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고, 실제로 이 기법으로 만든 작품도 그리 많지 않아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애니메이션 장르이다. ‘핀 스크린’기법이란 하얀 판 위에 수천개에서 많게는 1만개 이상의 얇은 핀을 꽂고 옆에서 비추는 조명의 각도와 세기, 핀의 높낮이, 기울기 등을
자크 드로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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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십대들을 다룬 영화 <눈물>을 두고 또래 관객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월17일 청소년 문화작업장 하자센터 주최로 열린 ‘<눈물>과 함께 하는 dStory 영화제’는 청소년영화 상영, 임상수 감독과 청소년 패널들의 토론 등으로 구성돼 장장 6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진 이혜정 기자
10대, 우리들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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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해피투게더>부터 심상치 않다 싶었다. 무심한 듯 걷는 전지현 뒤를 쫄쫄 따르는 차태현의 폼새가 이게 마지막이 아닐 것 같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 법! 곽재용 감독의 신작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으로 전지현과 차태현이 나란히 캐스팅되었다. 이들의 헤게모니 역시 2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1999년 PC통신상에 연재되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엽기적인 그녀>는 두 남녀 대학생의 귀여운 엽기발랄 러브스토리가 될 예정. 그간 <화이트 발렌타인>이나 <시월애> 등에서 다소 밋밋하고 얌전한 역할로 나오던 전지현은 이번 영화에서 오히려 CF이미지에 가까운 터프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엽기녀가 되었다. 늘 코믹한 양아치역할을 해오던 차태현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엽기녀에게 반해 온갖 수모와 고초를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그녀 주위를 떠나지 않는 순진한 대학생 견우로 나온다. 이들과
엽기커플, 엽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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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장동건이 주인공 사카모토 역으로 결정된 SF프로젝트 의 여전사로 서진호가 결정되었다. 서진호라는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불후의 명작>에서 대필작가 송윤아가 짝사랑하던 감독인 황인성과 결혼했던 여배우, 혹은 <출발! 비디오여행>의 ‘뜰까’를 진행하는 여자라면 기억할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서진호는 후레이센진이라는 레지스탕스그룹의 리더로, 기존의 나약한 여성이미지가 아닌 할리우드식 강한 여전사의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한국의 시고니 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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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도 내색할 수 없는 남자가 있다. 아내가 불치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도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삶에 아무것도 보태줄 게 없는 그는, 개그맨이다. 남들 웃기는 일을 아내가 죽어간다고 포기할 수 없다. 차라리 분발하는 편이 낫다. 그는 아직 무명이며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은 그녀가 환하게 웃게 만드는 것이다. <선물>은 슬픔을 웃음으로 이겨야 하는 남자와 눈물을 참고 그에게 용기를 줘야 할 여자가 만나 벌이는 최루성 멜로드라마다. 불치병을 소재로 펑펑 울게 만드는 영화들이야 전에도 많았지만 <선물>은 그 속에 삶의 아이러니를 담으려 한다. 시나리오 작가 박정우는 실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크게 흥행한 코미디 <주유소 습격사건>을 쓸 때 어머니가 투병중이던 상황이 이야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연출은 <패자부활전> <자귀모> 조감독 출신 오기환 감독. 이정재, 이영애가 부부로 출연, 기존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
커밍순<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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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값싼 동유럽 스튜디오나 이탈리아, 프랑스의 근사한 해변으로 가는 도중의 우울한 경유지로 인식되어온 독일이 미국영화의 로케 장소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장 자크 아노의 <문 앞의 적>,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캣츠 미아우>, 닉 놀테 주연의 <섹스의 탐구> 등이 베를린에서 촬영을 마쳤거나 진행중이며 이중 독일의 KC 메디엔과 미국의 라이온스 게이츠의 합작 <캣츠 미아우>는 계약 조건에 베를린을 주요 촬영지로 한다는 항목이 아예 포함돼 있다.<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단골 촬영지 캐나다를 떠나 최근 유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미국 제작자들이 독일을 매력적인 로케이션으로 보기 시작한 첫째 이유는 세제 혜택을 받는 약 40억마르크(약 18억달러)의 영화기금. 독일의 영화기금 아폴로 펀드의 얀 판틀은 이를 가리켜 “할리우드에 잡아먹히는 독일의 눈먼 돈이 아니라 유럽영화산업에
베를린, 아주 특별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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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 골드버그가 신작 <파더 크리스마스>에서 산타 역을 따냈다. TV용으로 제작되는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영화의 고전인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의 현대판. “크리스마스엔 인종이나 성별이 상관없다. 단지 그 속내가 중요할 뿐”이라고 생각한 제작진은 전직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었던 우피 골드버그를 여자에다 흑인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산타 역에 캐스팅했다.
산타 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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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감독 토머스 카터의 댄스영화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를 보러온 소녀팬들이 <캐스트 어웨이>의 흥행 정상 ‘장기 표류작전’을 좌절시켰다. <…라스트 댄스>는 지난 19일부터 주말 3일 동안 160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1130만달러를 벌어들인 <캐스트 어웨이>는 2위로 물러났다. 3위의 <트래픽>은 820만달러를 벌었다. 발레리나의 꿈이 꺾인 10대 소녀가 흑인소년과 팀을 이뤄 새로운 춤의 열정을 태운다는 내용의 <…라스트 댄스>는 겨우 1300만달러의 제작비에 줄리아 스틸스 같은 무명배우를 캐스팅해서 개봉 10일 동안 총 469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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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자 배우인 조디 포스터가 오는 5월에 열리는 제5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되었다. 조디 포스터는 “어린 시절부터 칸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칸영화제의 조직위원장 질 자콥 역시 “지금이야말로 그녀가 칸으로 와야 할 때”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어머니가 프랑스 출신인데다 파리에서 수학한 적이 있는 조디 포스터는 오는 5월, 완벽한 프랑스어를 마음껏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디 포스터 칸 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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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스톤이 <프리미어> 2월호의 인터뷰에서 현재 찍고 있는 영화 <경계를 넘어>에 대해 “마지막 영화”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만드는 일이 감독에게 소모적인 일이라는 설명과 함께 “평생토록 영화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 안젤리나 졸리와 랠프 파인즈가 출연하는 <경계를 넘어>는 난민 구조 요원인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올리버 스톤의 “마지막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