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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선댄스영화제와 그해 파크시티 날씨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영화제 기간중 날씨가 좋으면 영화들이 별볼일 없고, 날씨가 춥고 눈보라가 치는 해에 나온 영화들이 좋다는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어 보이지만 공교롭게 지난 5년간 이곳을 찾았던 기억을 되짚어, 특히 올해의 경우엔 날씨이론이 제법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결론적으로 날씨는 너무 좋았지만 볼 만한 영화가 너무 적었다는 게 이곳에 온 평론가, 배급자를 막론하고 어디서나 들리던 이구동성.하긴 선댄스에서 나온 영화들 자체를 놓고 작품성을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만듦새는 다소 미숙하지만 발견의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던 영화들보다는, 갈수록 든든한 제작·배급사를 끼고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앞세운 이른바 제도권 독립영화들로 채워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듯 어정쩡한 과도기의 여파인지 이렇다 할 화제작이 별로 없어, 영화보기 팍팍하기로
[선댄스]발견은 없었다, 발전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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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뮤직 발매
TV드라마나 CF 배경음악으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시크릿 가든의 아름다운 선율을 모은 베스트음반. 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니스트 롤프 로블랜드와 아일랜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피오누알라 쉐리가 만든 프로젝트 듀엣 시크릿 가든은 음반 3장이 국내에서만 50만장 이상 팔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Dreamcatcher`에는 지난 5년간 귀에 익숙해진 `Song From A Secret Garden`,`Nocturne`,`Prayer`,`Moving`,`Passacaglia` 등이 모두 담겨 있다. 보이 소프라노의 청아한 음색과 아이리쉬 내셔널 챔버 콰이어의 합창이 가미된 `Sigma`, 멤버 두 사람만의 연주로 레코딩된 `Heartstrings`, 피오누알라 쉐리의 바이올린 연주가 주테마를 이끄는 `Adagio` 등은 시크릿 가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명곡들이다.
음반 - `Dreamcatcher` Secre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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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레코드 발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중인 록 밴드들이 기존 노래를 리메이크한 기획음반. 99년 나온 "Indie Power 1999"에서는 위퍼, 노이즈 가든, 언니네 이발관, 레이니 썬 등이 올해에는 크래쉬, 닥터 코어 911, 소울테이크, 로튼 애플, 푸펑충, 피아, 불독 맨션 등의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참가했다. 최근 록음악의 경향인 하드코어 계열의 밴드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크래쉬가 신해철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뭐야>를, 닥터 코어 911이 현진영의 <현진영 고 진영 고>를, 불독 맨션이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를, 로튼 애플이 이문세의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힙 포켓이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을 리메이크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원곡을 전반적으로 무겁고 빠른 독창적인 스타일로 바꾸어냈다.
음반 - `Indie Powe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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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 발렘 반 룬 지음/ 들녘 펴냄/ 전 3권 각권 1만2천원
미국의 문화사학자 반 룬이 간명하게 정리한 예술사. 19세기 이래 미술사학계를 풍미한 형식주의적 사관, 즉 예술의 내적 발전론을 뛰어넘어 예술의 전개와 사회의 발전을 연계시켜보는 관점을 제시하여 새롭게 미술사학의 주류가 된 신미술사학의 선구가 된 책으로 평가받는다. <반 룬의 예술사 이야기>는 단지 미술만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사 교과서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서양에서 르네상스 이래 대표적인 예술로 생각되어온 건축, 회화, 조각 그리고 음악의 역사에 대해 통합적인 설명을 시도하는 동시에 작품과 작가만이 아니라 그것들이 생겨나고 발전하고 변화하게 된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원인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례들을 비교하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 - <반 룬의 예술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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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유미 지음/ 궁리 펴냄/ 1만원
직접 글을 쓰는 것에 비해 번역은 냉대받기 일쑤다. 많은 사람들이 번역은 창조의 과정이 아니라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은 타인의 정신을 읽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창조하는 고귀한 과정이다. 다른 문화의 정수를 읽어내고 받아들이는 번역의 과정 없이, 결코 한 문화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번역사 산책>은 ‘문화를 복수화하고 과거를 발굴하는’ 번역가의 모습을 쫓아 기원 전의 이집트부터 중세의 아랍, 현대 유럽의 번역사까지 훑은 독특한 문화사다. 중세 아랍 문화권에서 행해진 그리스 고전의 번역, 문명 논쟁으로서 번역 논쟁을 주도한 안 다시에, 뉴턴의 저서를 최초로 번역한 샤틀레 부인, 작가이면서 번역에 정열을 불태웠던 앙드레 지드와 발레리 라르보 등 번역가의 험난한 고행의 길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책 - <번역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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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 레스토랑. 유명배우들과 영화제작자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이곳에서 웬 잘생긴 동양계 청년이 서빙을 하고 있다. 당시 뉴욕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데뷔작 <컷런스딥>을 준비하고 있던 이재한 감독은 그를 보는 순간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었다. 190cm가 넘는 키에 건장한 체격, 다소 나른한 음성과 도통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듯한 무표정한 얼굴. 그는 한눈에 이 청년이 카리스마 있는 보스, JD 역의 적임자임을 알아보았다. 이렇게 데이비드 맥기니스는 ‘발견’되었다.
<컷런스딥>은 개봉이 여러 차례 밀리다가 2000년 12월 개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디오숍으로 직행한 불운의 영화다. 그러나 영화의 운명과는 상관없이 보스 JD를 연기했던 데이비드 맥기니스에 대한 궁금증만은 여느 블록버스터 못지 않았다. <컷런스딥> 홈페이지에는 데이비드 맥기니스의 팬클럽 ‘JD’가 자체적으로 생겨났고 팬들은 그의 정보를 목말라했다. 물론 국내의 청바지, 이동통신 광
슬프지 않은 카리스마, <컷런스딥>의 데이비드 맥기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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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룽구지 극장/ 3월25일까지 화∼금 7시30분, 토·공휴일 4시30분·7시30분, 일 3시·6시, 월 쉼/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 02-745-3967
일본의 극작가 시미즈 구니오에 의해 창단된 극단 모쿠토샤의 1977년 작품.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공연이 올려지고 있는 어느 극장의 분장실을 무대로 한다. 네명의 여배우 A, B, C, D가 등장하여 각각 주연을 한번도 못해 보고 죽은 두명의 귀신, <갈매기>의 니나 역을 맡은 주연급 배우, 그리고 프롬프터로 분해 각자의 애환을 그린다. 인생을 살며 누구나 마음속에 품음직한 소망의 ‘역할’에 대해 관객에게 묻는 이 작품은 편하고 간결하게 인생사의 이모저모를 논하는 작품이다. 오태석이 연출을 맡고 황정민, 조미혜, 장영남, 이수미가 출연한다.
공연 - <분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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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월14일 7시30분
(주)야컴, SBS/ 02-757-4227∼8
들국화 헌정앨범 발표를 앞두고 마련되는 콘서트. 80년대 한국 록음악의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룹 들국화의 음악정신을 기리는 공연이다. 강산에 <그것만이 내세상>, 김장훈 <제발>, 동물원 <매일 그대와>, 신동엽·현진영 <돌고 돌고 돌고>, 신해철 <사랑한 후에>, 윤도현밴드 <행진>, 이은미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인디밴드 랠리쉬의 <너는> 등 앨범에 참여한 후배 가수들의 노래에 들국화가 <축복합니다>를 답가로 부른다. 음악인들뿐만 아니라 평소 들국화를 아끼던 영화인, 방송인 등이 출연해 자리를 빛낼 예정. 앨범판매와 공연으로 얻어지는 수익금은 전액 인디밴드 양성기금으로 쓰일 계획이다.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5천원.
공연 - <들국화 트리뷰트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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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작가가 자작(自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우리는 어느 정도나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일차적으로 작품의 의도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작가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의도라는 것이 완성된 작품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이를테면 작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것을 우리가 작품에서 발견한다면 우리는 그때에도 작가의 의도를 최우선의 것으로 생각해 그것에 따라야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작품 해석의 권한을 여전히 작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확실히 ‘촌스러운’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 비평적인 해석간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면 그 또한 심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경우 대개 작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 어떤 부분이 작품에 스며들게 돼서 생기는데 이러한 ‘과잉의 부분’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우리의 흥미를 자극한다.낡은 세계관, 혁명적 스타일자크 타티는 자신이 얼마나
윌로씨에게 생긴 일, 웃음과 비애의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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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2월9일 8시, 2월10∼11일 6시LG아트센터/ 02-2005-0114<백야>에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춤을 보여준 러시아 출신 무용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그의 현대무용집단 화이트 오크 댄스 프로젝트 공연차 한국에 온다. 바리시니코프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리시니코프는 1974년 캐나다 공연도중 미국으로 망명한 이래 미국무용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1980년부터 1989년까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예술감독을 맡았고, 그 직책을 사임한 후 마크 모리스와 함께 화이트 오크 댄스 프로젝트를 창단했다. 안무가로부터 작품을 받아 공연하는 레퍼토리 무용단인 화이트 오크 댄스 프로젝트는 상임 안무가 마크 모리스를 위시하여 마사 그레이엄, 머스 커닝햄, 모리스 베자르, 케빈 오 데이, 폴 테일러, 트리샤 브라운, 트와일라 타아프 등 현대무용의 쟁쟁한 안무가들로부터 40여편의 작품을 위촉받아 이제까지 세계 30여개국에서 600회가 넘는 공연을
<백야>,16년 만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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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보이는 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남에게 보이고 싶은 것’이 있고, ‘그렇게만 봐라’는 권력이 있다. 이 힘에는 저항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너무나 은밀하게 우리의 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여기 맞서는 건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것이다.어떤 게임의 제작이 발표되면 곧장 이 권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게임 전문 잡지들이 직·간접적으로 이해를 공유하는 작품을 띄워주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 게임은 명작이고 걸작이고 대작이다. 이 게임에 대해 나쁜 평을 하는 건 바보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너무 노골적인 경우가 많아서 이런 수법에는 잘 속아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출시되면 이제 홍보전이다. 어떤 게임은 ‘홍보’를 통해 존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어떤 게임은 ‘홍보’가 없어서 분명 존재하는데도 보이지 못한다. 전통있는 시리즈물이라든가 유통사가 돈이 많다든가 개발자가 유명한 사람이라든가 하는 이유로 몇몇 게임이 선택된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된 홍보물이 매체를 가리지 않고 난무한
존재하는 것과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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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와이저 ‘Wazzup!’ 광고 시리즈 공식 홈페이지우리나라 국민들을 한꺼번에 TV 앞에 불러모을 정도의 행사라면, 아마도 축구 한-일전이나 월드컵이 있지 않을까 한다. TV로도 모자라 카페나 가전제품 대리점 앞, 심지어는 대형전광판 앞에서라도 꼭 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처럼 이런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미국인들도 신기하게 일년에 딱 한번은 모두들 TV 앞에 모여 앉는다. 바로 1월 말이면 열리는 프로 미식축구 결승 경기인 슈퍼볼(SuperBowl)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슈퍼볼을 보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우리의 한-일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가족 혹은 주변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게임이 시작하기 전부터 바비큐를 굽거나 혹은 맥주파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온갖 먹을거리들을 앞에 두고 브라운관을 주시하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적게는 10여개에서 많게는 200여개까지 다양한 채널을 볼 수 있는 미국인들이 이날만큼은
누가 세계의 눈을 사로잡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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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가부장제의 응달을 헤집으며 주류사회의 아킬레스건을 툭툭 건드리는데도, 임상수라는 감독은 비평가들에게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때는 페미니즘이라는 방패막 뒤에서 처녀들의 알몸장사를 했다는 상업주의에 관한 화살이 심심치 않았고, 이번에는 청소년들의 일탈적인 삶에 대한 관음증이니 상투적인 십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시비가 불거져 나온다. 비평은 그렇다 치고 대한민국 관객도 임상수라는 감독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선지, <반칙왕>으로 주가가 치솟은 제작사 봄에 흥행실패라는 눈물을 안겨주었다.하긴 <나쁜 영화>에서부터 뭔가 주류사회나 한국영화의 미학적 잣대에 시비를 거는 의욕적인 몇몇 영화들이 태생적으로 센세이셔널리즘에 관한 한 의심을 받아오기는 했지만, 단돈 몇억 가지고 만든 디지털영화마저 이 지경이니 대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대안적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싸가지 없는 영화가 가능하기는 한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비판을 하
동정없는 세상에 돌을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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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웬만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친숙해진 이름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다 이사오, 일본 애니메이션의 두 중견감독이 이끌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는 국내에 가장 많이 소개되고 또 유명세를 탄 일본의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이다. 그런데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 같은 ‘지브리’의 분위기는 결코 낙관적이거나 즐거운 편이 아니다.지난 97년 <원령공주>가 기록적인 흥행성적을 세웠다고 하지만 그 이후 ‘지브리’는 이렇다 할 만한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다. 아니, 발표를 했지만 ‘지브리’의 창설 이래 가장 처참한 참패를 맛봤다. 바로 미야자키 감독과 함께 ‘지브리’를 이끌고 있는 다카하다 이사오가 99년 큰 포부를 갖고 발표했던 대작 <호-호케쿄, 이웃의 야마다군>(ホ-ホケキョ, となりの山田くん)(이하 <이웃의 야마다군>)이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던 것이다.<이웃의 야마다군>은 99년 여름 개봉해 겨
칸칸 마다 희.로.애.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