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키드>의 선전으로 할리우드에 부는 가족영화 바람
할리우드에 ‘때 아닌’ 가족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방학과 크리스마스 메뉴이던 가족영화가 제철을 무시하고 속속 제작에 들어가고 있는 것은 최근 개봉한 <스파이 키드>의 선전 때문. <스파이 키드>는 개봉 2주째 부동의 1위를 고수하면서, 박스오피스 1억달러 고지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가족영화를 준비중인 제작자들은 “마케팅만 잘하면, 시기와 무관하게 관객이 몰린다”며 고무돼 있는 상태. 도 <스파이 키드>의 성공 사례가 “가족영화가 할리우드의 엘도라도”임을 입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1990년 <나홀로 집에>의 성공 이후,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작품들은 대부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었다. 이는 <나홀로 집에> 이후 영악한 어린애와 멍청한 악당의 대결을 그린 졸속 아류작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실사 가족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진데다가, 제작자들이 캐릭터 상품 등의 다양한 머천다이징으로 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선호하게 됐기 때문.
여러 가지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스파이 키드>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은 컴퓨터게임에 단련된 어린 관객에게는 화려한 액션과 세트, SFX 등 매혹적인 비주얼을, 007시리즈를 보고 자란 성인 관객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있다. <스파이 키드>는 개봉 2주째 맞붙은 <포켓몬3>을 가볍게 누를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 3500만달러로 제작된 <스파이 키드>는 홈비디오와 DVD 판매 수익만으로도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환수할 수 있다. 미라맥스는 <스파이 키드>의 TV 방영권을 폭스사에 팔았고, 벌써 속편을 기획하고 있다.
<스파이 키드>를 이을 기대작은 11월 개봉 예정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사 니켈로데온은 시간을 멈추는 시계에 대한 액션어드벤처 <클락스토퍼스>의 촬영을 마쳤고,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또래 관객을 겨냥한 또다른 프로젝트들을 기획중이다. 이 밖에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가족영화 프로젝트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족영화 제작이 활기를 띠고 있는 데는 <스파이 키드>의 선전이라는 계기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가족영화는 극장 개봉 향후 몇년간 홈비디오, DVD, 케이블, 머천다이즈 등으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미국 내에서보다 세계 시장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시장이 넓고 상품 개발 가능성이 많다는 것. 또한 캐스팅 디렉터들이 입을 모으듯, 어느 때보다 재능있는 아역 배우들이 넘쳐난다는 사실도 제작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그러나 그만큼의 위험 부담도 있다. 이는 최근 <발렌타인> <슈거 앤 스파이스> <톰캣츠> 등 10대 영화들의 연이은 실패가 보여주는 교훈.
는 한 제작자의 말을 인용, 가족영화의 제작 러쉬가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고한다. “한때 10대 영화가 3천만달러에서 4천만달러의 흥행 보증 수표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톰캣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젊고 예쁜 배우들과 실없는 농담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 아동영화는 더 힘들다. 안일하게 기획된 영화는 안목있는 부모들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스파이 키드>의 제작사 디멘션의 밥 와인스타인 회장도 “시장을 망치는 것은 빈약한 상상력”이라며, 중요한 것은 ‘다시’ 창조적인 아이디어임을 강조하고 있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