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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화천공사 / 감독 하길종 / 상영시간 102분 / 제작연도 1975년
1970년대 한국영화의 대표작을 단 한편만 꼽으라면 그 자리에는 <바보들의 행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당시 한국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 그로 인한 참담한 제작 환경을 몸소 새기고 있는 이 영화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화분>(1972)과 <수절>(1973)의 흥행 실패로 절치부심했던 하길종은 최인호의 원작을 각색하고 연출한 <바보들의 행진>이 흥행과 비평에서 찬사를 받으며 충무로 감독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1970년대 청년들의 한없이 밝은 기운과 끝없이 우울한 감정을 그리고 불우한 시대의 공기까지 포착해낸 걸작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적 완성도를 충분히 성립시키지 못한 채 관객과 만났다. 영화는 117분으로 완성됐지만 20분 가까이 장면이 잘려나간 99분으로 개봉한다. 파편적으로 에피소드가 진행되다 그마저도 후반부에는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검열을 딛고 선 한국의 뉴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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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부터 연재를 시작하는 ‘김혜리의 콘택트’에서는 <씨네21> 김혜리 편집위원이 만난 대중문화예술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상을 기반으로 한 이 인터뷰는 앞으로 한달에 한번 <씨네21> 공식 유튜브 채널과 지면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그 첫 타자인 김은희 작가와의 인터뷰는 7월 30일 <씨네21>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좀비는 가장 정치적인 몬스터다. 장르의 대부 조지 로메로 감독에게 살아 있는 시체의 무리는 윤리적 주체성을 포기하고 물욕으로만 움직이는 소비사회 대중의 은유였다. 2019년 김은희 작가가 창조한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생사역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지배층의 과도한 탐욕이 낳고 신분제 사회의 극단적 착취로 굶주린 백성들의 불가피한 식욕이 퍼뜨린 재앙이다.
김은희는 대충 질문하는 작가가 아니다. 이 재앙이 만약 심판이라면 어떤 죄와 모순을 향한 것인가? 시리즈의 프리퀄이자 스페셜 에피소드인 &l
[김혜리의 콘택트] '킹덤: 아신전'의 김은희 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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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스토리>를 연출한 데이비드 로어리 감독이 중세 서사시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각색한 영화 <그린 나이트>가 8월5일 개봉한다. 데이비드 로어리 감독과 영화의 주인공인 가웨인 경을 연기한 데브 파텔(<슬럼독 밀리어네어> <라이언>)을 버추얼 인터뷰로 만났다. 아서왕의 기사들 중 한명이었던 가웨인 경이 크리스마스 연회 중에 성에 찾아와 목 베기 게임을 제안한 녹색 기사의 목을 베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판타지영화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설명과 해석을 정리해 전한다.
-녹색 기사와 그가 기거하는 녹색 예배당은 숲과 자연을 상징하며,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사는 도시, 문명과 대구를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의도된 것인지 궁금하다.
데이비드 로어리 의도된 배치다. 나는 자연이 인간과 애증의 관계를 형성했다고 생각한다. 문명의 자연 침해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내재된 비극이며, 진보란 그런 것이다. 지금 우리의 방
'그린 나이트' 데이비드 로어리 감독, 배우 데브 파텔 인터뷰…“바닥에서 일어난 캐릭터가 영웅이 되는 현대적인 해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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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과 관이 힘을 합쳐 다양성영화의 개봉을 돕는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은 CGV·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 CGV 30개관에서 다양성영화를 상영하고, 일주일 뒤 KT의 IPTV인 olleh tv에 상위 노출해 관객을 만나도록 하는 ‘2021년 경기인디시네마 CGV·KT 상영 연계지원’을 시작했다. 지원 대상은 제작비 10억원 이하의 장편 다양성영화로, 경콘진이 편당 1천만원(CGV 500만원, KT 500만원) 상당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CGV·KT는 플랫폼과 광고 현물 지원을 맡는다.
“선정작이 잘되려면 독점이 아니어야 한다”(최융)는 마음으로 양사는 CGV 단독 개봉, olleh tv 독점 공개 조건 없이 선정작을 밀어주기로 합의했다. 이제 막 7월 공모전 접수를 마감하고 8월과 9월에 공개할 4편의 작품 선정에 여념이 없는 김산 경콘진 방송영상산업팀 팀장, 이원재 CGV 스크린콘텐츠팀 부장, 최융 KT 미디어플랫폼사업부문 대리를 만나 심사 기준과 다양성영화
‘2021년 경기인디시네마 CGV·KT 상영 연계지원’, 콘텐츠가 강해야 플랫폼도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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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해 많이 상상해요. 5년 뒤쯤,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면 그게 행복이겠죠.”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씨네21> 312호 커버를 장식한 전지현은 이처럼 말했다. 고작 5년뿐인가. 지난 20년 동안 그는 아찔한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는 예니콜(<도둑들>)이었고, 독립운동가이자 실력 있는 저격수(<암살>)였으며, 생사초의 비밀을 품은 여진족 여인(<킹덤: 아신전>)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엽기적인 그녀> 속 ‘그녀’처럼 타임캡슐을 묻는다면 출연작 대본과 비디오테이프를 간직하고 싶다고 말한 그를 대신해 <씨네21>이 전지현의 타임캡슐을 꺼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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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08호 기획 전지현에 대한 3가지 보고서
“<엽기적인 그녀>가 요즘 여성 캐릭터를 주도하는 영화의 시발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누구보다 먼저 그런 영화를 통해 저를 선보일 수 있었다는 데 뿌듯함이 있죠. 다시 세월을
'씨네21' 사진으로 돌아보는 전지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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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은 <킹덤: 아신전>에서 그의 필모그래피 중 처음으로 안티히어로를 연기한다. 아신은 조선인에게 차별받으면서 그들의 밀정 노릇을 한다는 이유로 같은 여진족에게도 멸시받는 부락민, 즉 이 세계관의 최하위 계층에 속한다. 국적과 핏줄로 그 사람을 규정하는 조선의 유교와 가부장제에 대한 분노는 조선인이든 여진족이든 모두 생사역으로 만들어 죽여버리겠다는 파괴 행위로 이어진다. 그런데 조선의 ‘조커’라고 비유할 수 있을 법한 이 캐릭터를 전지현이 연기한 점이 유별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1997년 패션 잡지 커버걸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24년 동안 전지현의 출연작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언젠가 아신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행보를 그려왔다. 그리고 그 궤적을 몇 가지 형용사로 정리하다 보면 전지현은 아주 옛날부터 자기다웠고 그 한결같음을 지금도 지켜내는 중이다. 충돌하면서 늘 도전하고,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며 자기 삶을 온전히 지켜내는 전지현에 대해서.
CF 스타에서 '킹덤: 아신전'의 안티히어로까지 - 4가지 키워드로 정의한 배우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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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할 게 있다. 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무슨 소리냐면, 진짜 무슨 스파이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사람들이 잘 상상하지 못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주야장천 앉아서 책만 읽고 글만 쓸 것이라는 사람들의 짐작과는 달리 나는 스포츠를 매우 좋아하고, 꽤 오랫동안 춤을 춰왔다. 춤의 종류가 바뀌기도 했고, 바빠서 놓았던 적도 있지만 춤을 좋아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7살 때 유치원에서 처음 발레를 배우고, 13살 때 힙합 댄스를 처음 배운 이후로 한번도.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춤추는 영상을 올려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일을 무슨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다. 책으로 가득한 배경 앞에서 조곤조곤 말하는 것만 봐왔던 신규 구독자들은 어김없이 놀란다. 몇달 전에 올렸던 스트리트 댄스 영상에는 ‘당신 누구야… 김겨울 어디 갔어…’라는 댓글이 달려 한참 웃었다. 보통은 서브 채널에만 춤 영상을 올리지만 이번엔 본채널에도 아주 짧게 몇초의 영상을 올렸고, 댓글창에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작가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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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허지웅 작가와 함께 <바닷마을 다이어리> 촬영지인 가마쿠라 지역의 해안을 취재차 다녀왔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르며 서핑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다시 보니 무더위 속에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시원한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ARCHIVE] 영화는 가마쿠라의 파도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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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부르는 두개의 이름이 있다. 이반지하와 김소윤. 그는 두 이름의 관계에 대해 여러 질문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렇게는 말할 수 있겠다. ‘비(非)김소윤’은 김소윤에 기대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퀴어 퍼포먼스 아티스트 이반지하의 첫 책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는 이름에 얽힌 자기소개로 시작한다. 살려고 했을 뿐인데 겪어야 했던 온갖 혼란에 대한 이야기로. 퀴어가 아닌 이들이 이반지하의 이름을 알게 된 계기가 된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의 코너 ‘월간 이반지하’에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을 가진 이들의 사연이 꾸준히 온다는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평생 살 생각을 하면 너무 힘드니까 5년, 3년, 1년, 6개월, 한달, 일주일, 하루, 열두 시간, 한 시간 이런 식으로 쪼개서 살아보라고. 본인에게 효과 있던 방법이라고. 살려면 죽지 않아야 하는데, 미디어를 보다가 ‘저러다 저 사람 죽겠다’ 생각하면 정말 그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 - 친구들아, 사치스러운 마음으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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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와 더불어 미국에서 영화관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이유로 백신 접종자들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조항을 지난 7월 17일부터 재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질병관리국이 미국 전역에서 마스크 착용 조항을 거둔 6월 15일로부터 한달 만이다. 마스크 착용 조항이 사라진 첫주에 개봉한 <블랙 위도우>는 8036만달러의 성적을 거두며 팬데믹 이전의 활기를 되찾은 듯 보였으나, 그 뒤 박스오피스 상황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저조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 전반의 회복을 간절하게 바라는 할리우드는 지난 3월부터 1년 이상 개봉을 미뤄둔 기대작들을 한편씩 극장과 스트리밍 플랫폼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콰이어트 플레이스2>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블랙 위도우> 등 텐트폴들이 개봉하는 주에만 반짝 반등할 뿐이고, 그다음주가 되면 전주 대비 20% 이상의 하락폭을 보이는 등 박
[LA] 델타 변이로 다시 침체된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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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IP ‘유니버스’의 구축이 게임 업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사 크래프톤이 지난 7월26일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공개했고, 크래프톤은 자사의 인기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과 웹툰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의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게임사의 공격적 행보는 게임의 영화화 시도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난 3월, 게임사와 영화사가 손을 잡아 주목받았던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출범도 이 돌풍 속에 있다. 넥슨은 지난 7월16일, 월트디즈니와 액티비전블리자드 스튜디오를 거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선임했다.
게임 IP에 기반해 거대한 유니버스 구축을 진행 중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넥슨, 크래프톤을 만나 게임 IP의 쓸모와 미래를 물었다.
크래프톤, '생존' 테마 중심
IP 유니버스의 미래는?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넥슨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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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서 공룡들이 등장한다. 진구와 친구들은 겁도 없이 공룡 앞으로 다가간다. 이내 이들 뒤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운다. 바로 티라노사우루스다. 진구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포효에 질겁하고 도망간다. 하지만 이곳은 다름 아닌 공룡 엑스포. 친구들은 겁에 질린 진구를 놀린다. 하지만 진구는 공룡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던 터라 엑스포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돌마저 공룡 알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런 진구를 의아해하는 도라에몽은 그의 부탁으로 타임 보자기를 내주고 돌을 감싼다. 다음날 아침 돌은 알로 변하면서 꿈틀대기 시작한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은 알에서 부화한 쌍둥이 공룡의 친구를 찾아주기 위해 백악기로 향하는 진구와 도라에몽 그리고 친구들의 시간 여행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극장판에서 주목할 캐릭터는 쌍둥이 공룡인 ‘큐’와 ‘뮤’다. 둘 중 형광색을 띤 큐가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 큐는 뮤처럼 날개는 있지만 하늘을 날 수 없다.
[리뷰]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 백악기로 향한 진구와 도라에몽의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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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가입을 위해 다수의 투표권을 지닌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심히 외교 활동을 벌이던 1990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도 남북의 외교전은 불이 붙는다. 한신성 주소말리아 한국 대사(김윤석)와 안기부 출신의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북한의 림용수 대사(허준호)와 태준기 참사관(구교환)은 함정을 파거나 거짓 정보를 흘려가며 서로를 견제한다.
한편 소말리아의 상황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부패한 독재정권을 몰아내려는 반군과 정부군의 대치는 1990년 12월 30일 반군이 수도 모가디슈에 입성하면서 내전으로 번진다. 통신은 물론 항공편마저 끊겨 아수라장이 된 모가디슈. 북한 대사관 사람들은 반군의 공격으로 갈 곳을 잃고, 한신성 대사는 도움을 요청한 북한 사람들을 관저로 들인다. 이제부터 이들은 ‘생존’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모가디슈를 탈출하기 위해 손발을 맞춘다.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영화 <모가디슈>는 한국영화의 스케일을 한뼘 더 확장했다. 류승완 감독은 아프리카
[리뷰] '모가디슈' 해외 올 로케이션으로 완성한 류승완 감독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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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의 기사들이 모인 성탄절. 아서왕(숀 해리스)은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무용담을 듣고 싶어 한다. 그의 조카지만 내세울 만한 이야기가 없던 청년 가웨인(데브 파텔)은 용기를 낸다. 온몸이 나무껍질로 된 녹색의 기사(랠프 아이네슨)가 제안한 목 베기 게임에 응한 것. 가웨인은 호기롭게 이끼 빛의 머리를 베지만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기사가 자신의 잘린 두상을 집어들더니 1년 후의 재대결을 공표한 것이다. 약속한 시간이 흐르자 가웨인은 녹색 기사와의 재회에 나선다. 길 위에서 거인과 유령, 말하는 여우와 미지의 귀부인을 스치는 가웨인은 위험하고도 신비로운 시험대 위에서 새로운 자신을 마주한다.
<그린 나이트>는 J. R. R. 톨킨이 현대어로 출간하면서 널리 알려진 작자 미상의 중세 서사시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기사도 문학의 토대 위에 미스터리 판타지를 덧씌운 이 영화에는 <피터와 드래곤>에서 전설을, <고스트 스토리
[리뷰] '그린 나이트' 중세 서사시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재해석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