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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한 눈빛과 굳게 다문 입. 고수가 연기한 <방관자들>의 정익제 태이고시 전 부시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태이고시에서 일어난 주민 불법 퇴거 사건, 그리고 불법 살인 경기에 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런 그가 마음을 바꾸게 된 건 오랜 친구 김낙수 의원(이희준)이 등장하면서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한 적이 있는 배우 고수는 때로 게임 유저의 입장에서, 또 펍지유니버스의 한 조각을 완성한 배우의 입장에서 답변을 이어나갔다. 짧은 호흡의 작품임에도 그가 얼마나 세심하게 작품과 캐릭터를 관찰하며 촬영을 이어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다양한 시각으로 정익제의 면면을 그려나간 고수의 이야기를 전한다.
-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해본 적 있나.
= 예전에 해봤다. 승패에 크게 욕심이 없어 게임을 잘 못하는데 그래도 <배틀그라운드>는 재밌게 했다. (웃음)
- <방관자들>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 단편이라 대본이 짧은데도
모든 것을 아는 남자, '방관자들' 고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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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거대한 음모의 진실이 밝혀질 것인가. 고수, 이희준 주연의 <방관자들>은 펍지유니버스의 단편영화 프로젝트의 일부로 지난해 공개된 <그라운드 제로>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그라운드 제로>가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시초가 된 1983년 태이고시의 호산 교도소 폭동 사건을 다뤘다면, <방관자들>은 2002년을 배경으로 태이고시의 주민 불법 퇴거, 불법 살인 경기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국회 청문회 사건을 담았다. 고수는 이 모든 상황의 전말을 알고 있는 태이고시의 전 부시장 정익제를, 이희준은 사건을 파고드는 국회의원 김낙수를 연기한다. 100여명에 이르는 기자와 국회의원이 날을 세운 채 정익제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김낙수는 유일하게 그의 편에 서서 실태를 파악하려 한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정익제와 김낙수처럼 배우 고수와 이희준은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편하게 담소를 이어나갔다. 펍지유니버스의 퍼즐 한 조각을 채운 두 배우
진실을 찾아서: '방관자들' 고수&이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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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추운 겨울,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서울 광화문 광장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거리로 나선 사람들은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진실 규명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배우 김의성과 언론인 주진우가 함께 연출한 <나의 촛불>은 2016년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 집회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는 손석희 전 JTBC 사장, 박영수·윤석열 전 특별검사,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탄핵 정국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사람과 촛불 집회에 모였던 시민들의 인터뷰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의 증언을 퍼즐 삼아 당시 탄핵 정국을 촘촘하게 펼쳐내는데, 여도 야도 시민들의 눈치를 보고 촛불을 두려워하며 떠밀리듯 탄핵에 이르는 과정은 지금 다시 봐도 웬만한 정치 드라마 못지않게 긴장감이 넘친다.
[리뷰] 2016년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그 현장으로 '나의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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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이드 빅보이는 유튜버인 친구 레이와 테마파크 ‘와일드랜드’에 입장한다. 이곳은 팔찌만 누르면 원하는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모험의 공간. 마침 특별 이벤트로 ‘애니멀 체인지’가 열리고, 둘은 우승 상금을 위해 도전장을 내민다. 세명씩 한팀을 이뤄야 하는 대회에서 레이가 더 강한 상대들과 팀을 꾸리기 위해 떠나자, 빅보이는 새로 팀을 정비한다. 변신한 동물들이 갑자기 사나워지는 소동이 일어나며 와일드랜드는 예상치 못한 위험을 맞닥뜨린다. <부니베어> 시리즈를 연출한 정량 감독의 신작 <애니멀 체인지>는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선보이는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인간이 동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상상력에 기반한 모험 서사로, 인간과 동물의 이미지를 겹쳐놓거나 동물적 신체에 기인한 갖가지 특성을 애니메이션의 동력으로 활용한다. 다만 기시감이 드는 작화와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는 영화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리뷰] 누구나 원하는 동물로 변신! '애니멀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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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의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간신히 홀로 출산을 마쳤지만 그녀(로지 데이)는 마약에 중독돼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아니 어쩌면 자기 자신을 위해 아이를 브로커(해리엇 샌섬 해리스)에게 팔아넘기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그녀는 브로커의 거처를 찾아가는데, 그러다 우연히 브로커의 폭력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레드 부문 상영작이기도 한 <더 마더>는, 이 부문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고어/스릴러 장르의 재미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준다. 특별한 점은 영화에 인물의 대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러티브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음악 덕분이다. 영국의 천재 포크 뮤지션 닉 드레이크의 <River Man>이 스페인 알라바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지는 장면만큼은 무척 인상적이다.
[리뷰] 대사 없는 엄마의 내러티브 '더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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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2020>은 재야운동가로서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문익환 목사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1994년 1월18일, 문익환 목사의 영결식으로 시작한 영화는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저마다 기억하는 문익환에 관해 회고한다. 아내 고 박용길 여사, 아들인 배우 문성근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등장해 문익환이라는 위인을 직접적으로 호명하고 또 소환한다.
북간도에서 태어난 문익환은 윤동주, 송몽규와 함께 명동학교를 다녔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정도상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의 말처럼 “두 사람에 대한 끝없는 부채감과 두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간직한 문 목사는 자신의 여생이 그들의 몫인 듯 열사와 약자들의 삶으로 끊임없이 다가갔다.
<늦봄2020>은 현재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한 장치로서 그의 육성 자료로 남은 상고이유서를 이따금 보이스 오버로 삽입한다. 그의 호(號)와 영화가 제작된 연도가 합쳐진
[리뷰] 재야운동가 문익환 목사의 삶 '늦봄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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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카사(시라이시 세이)는 아리마(우키쇼 히다카)를 볼 때마다 어쩔 줄 몰라 한다. 고등학교 1학년 3학기, 전학 온 아리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츠카사는 아리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혼자 품은 마음이 힘들어 체념하려 할 때마다 아리마는 불필요한 친절로 츠카사를 흔들어놓는다. 3학년이 되자 츠카사는 용기를 내 아리마에게 고백하지만 보기 좋게 차인다. 실망도 잠시, 곱고 건강한 성정의 츠카사는 앞으로도 쭉 좋아하겠다고 아리마에게 선언한다. 그러나 아리마의 전 여자친구 마유가 등장하고, 그녀의 사촌 오빠 하세베에게 기습키스를 당하며 츠카사의 다짐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초반 츠카사의 짝사랑하는 마음을 탐구하듯 들여다본다. 이야기가 나아가면서 짝사랑은 여러 인물 사이로 전염병처럼 퍼져 츠카사의 감정보다 짝사랑이라는 마음 작용 자체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이 흐름은 아리마마저 츠카사를 짝사랑하는 사태로까지 번지며 정점에 다다른다. 어지러운 마음의 화살표들과 화사한 화면은 청소년
[리뷰] 전지적 짝사랑 시점 '가슴이 떨리는 건 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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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준비하는 하루를 반복하는 한 남자가 있다. 생기 없는 화분 앞에 앉아 소주 한병을 비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인(강길우)은 어떤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사를 치를 밧줄까지 구비해놓은 그가 매일 같은 하루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지나친 음주로 인한 기억상실증 때문이다. 모인은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사는 한 여자 화림(박가영)과 하루를 보내게 된다. 술 없이 맨정신으로 일상을 버티지 못하는 것은 화림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연인으로 인해 극심한 불안에 빠져 있는 화림은 아침이 되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인에게 매번 정체를 바꿔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일상을 회복하는 걸까 싶을 때쯤 상황은 악화되고, 둘은 이제는 정말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태백으로 향한다.
김지석 감독의 첫 장편영화 <온 세상이 하얗다>는 죽음을 다짐한 두 사람의 로드 무비, 혹은 유서 같은 영화다. 영화 중간 흘러나오는 모인의 내레이션이
[리뷰] 죽음을 준비하는 하루를 반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온 세상이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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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룬(커전둥)은 동네에서 농구 시합 도중 벼락을 맞아 쓰러지고 눈을 뜨니 저승에 와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승의 모든 기억마저 잃어버렸다. 그의 손목엔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염주가 채워지고, 흰색 염주를 가진 자만이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규칙에 따라 샤오룬은 검은 염주를 흰색 염주로 바꾸기 위해 ‘월하노인’(부부의 인연을 맺어 주는 사랑의 신) 역할을 지원한다. 하지만 월하노인이 되려면 빠르게 사람과 사람에게 붉은 실을 연결해줘야 하기 때문에 자질을 검증받기 위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그러려면 반드시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그는 같은 시기에 저승에 온 핑키(왕정)와 파트너가 되고, 힘겹게 테스트에 통과해 이승에 가 커플을 매칭해주는 임무를 맡는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이승의 인간들에게 부부의 연을 맺어주고 흰색 염주를 채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샤오룬은 샤오미(송운화)와 마주치고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는다. 샤오룬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샤오미의 근처를 맴돌고,
[리뷰] 대만 청춘영화의 정석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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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서 무엇인가 의미를 붙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음악가들은 대개 10주년, 20주년, 30주년 등등을 기념하면서 음반을 발매하거나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내 경우는 밴드 데뷔 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할지 애매해서 딱히 크게 기념을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음악가가 아닌 나에게 2022년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바로 지상파 라디오방송 출연자로 꾸준히 활동해온 지 10년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회성으로 초대석을 진행하는 경우 말고 특정 요일에 고정 출연해서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고 이런저런 내용을 진행하는 출연자들을 ‘고정 게스트’라고 부르는데, 나는 2013년 봄에 SBS 라디오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아직도 기억나는 첫 코너의 제목은 ‘꽁꽁 브라더스의 상식이 너마저’였는데, 밴드 9와 숫자들의 송재경(9)과 함께 상식을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라디오와 함께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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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비극’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다 실로 가까운 곳에서 그 비극을 보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또다시 스크린으로 옮겨진다 해도 우리는 더이상 놀라지 않는다. 그의 희곡들은 스크린 위를 끈질기게 파고들었고, <맥베스> 또한 수차례 영화화되었다. 그중에는 오손 웰스, 로만 폴란스키,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진지한 거장들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조엘 코엔이 이 유명한 비극을 다시 영화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저 거장들 못지않게 양식적인 작품을 만들어왔지만, 그들과는 달리 빼어난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는 코엔 형제의 형 조엘이 과연 어떤 모습의 비극을 완성해냈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사실 코엔 형제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장르영화의 문법만큼이나 문학작품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형제는 제임스 M. 케인과 레이먼드 챈들러
'맥베스의 비극' 조엘 코엔이 만들어낸 비극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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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기자의 프런트 라인]
보자마자 ‘이건 먹힌다’라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아마도 넷플릭스 시청자들의 관심을 손쉽게 사로잡을 것이다. <부산행> <킹덤>에서 이어진 K좀비 불패 신화를 쓸지도 모르겠다. 물론 (<오징어 게임>이 그랬듯) 흥행과 작품성, 완성도는 대부분 별개의 그래프를 그린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개별 작품으로서보다는 하나의 현상으로서 훨씬 흥미롭고 유효하다. K좀비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 현상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목만 보고 깜박 속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당연히 학교를 무대로 벌어지는 좀비물일 거라 생각했다.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지우학>에선 학교 바깥 이야기도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학생들이 편으로 뭉쳐 탈출을 도모하는 사이 바깥에선 자식들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이
'지금 우리 학교는', 장르와 정점과 패턴의 함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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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초연결이 중첩되는 시대는 수백년간 매일같이 직장에 나가야 했던 사람들에게 일하는 장소를 고를 수 있는 특권을 갑자기 허락해주었다. 랩톱 화면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면 하얀 파라솔과 푸른 바다가 보이는 감동은 여름휴가 성수기의 살인적인 비용을 지불한 휴양지에서 겨우 며칠간 누리던 호사가 아니라 일상이 될 수 있다. 숲속 작은 집에서 화목난로 안 참나무 장작이 타는 냄새를 맡으며 키보드를 누르다 바라본 창밖의 하얗게 쌓인 눈은 어릴 적 성탄 카드의 현실화로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각자가 자신의 일을 짊어지고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사회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 그간 주요한 산업이 대도시로 집중되며 발전의 수혜가 고르게 나누어지지 못해 소멸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까지 언급되는 지역에는 예기치 못한 수혜가 열릴 수 있다.
문제는 직장을 유동화한 사람들이 지역을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하는가 하는 것이다. 멋진 풍광만 있다고 온전한 생활이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경치와 더불어 무엇을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로컬리티, 로컬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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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는 개성 혹은 개인의 의지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곤 한다. 정치인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고, 시위에 나선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들리게 하겠다고 한다. 마치 모두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목소리 순례>를 쓴 사진가 사이토 하루미치는 선천적인 감음성 난청이다. 그는 유독 자주 혼나는 ㅅ발음을 피하려고 ㅅ이 들어간 단어를 기피했다. “깨끗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할수록 내 생각과 동떨어진 말이 나갔다. 내가 분열되어갔다.” 청인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던 그는 농학교로 진학하면서 수어를 배우게 되었고, 수화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로 소통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청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발음이 어떻게 들릴지만을 신경 쓰던 시기의 기억이 마치 타인의 기억 같다면 수어를 사용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보낸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은 ‘나’의 일부로 선명하게 맥동한다는 것이다.
사이토 하루미치는 ‘언어’와 ‘무용’이 융합하는 경계에서 수화의 아
목소리 체험하기 <목소리 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