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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광, 영화사와 결별하다
오즈와 존 포드와 고다르와 대결하지 않는 영화광, 영화사에 대한 콤플렉스를 깨끗이 지운 영화광, 대신 카메라를 들고 학교와 거리를 누비는 영화광의 시대가 왔다. 백과사전식 영화 교양에 몰두한 전 시대의 영화광은 이제 몰락의 운명을 걸을 것인가. 새로운 영화광들이 만들 영화세상은 어떤 것인가.
김 | 우리 세대엔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망과 환상이 있었다. 지금은 환상을 용납하지 않는다. 취향과 기호만이 있을 뿐이다. 그땐 취향과 기호를 떠난 공감대가 있었다. 다르면 적대시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개인 취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영화가 달라도, 별 문제는 아니었다. 계급적 차이도 없었고. 토론이 벌어져도 싸움은 없었다. 끼리끼리 모여야 한다는 생각도 안 했다. 고다르든, 안토니오니든, 파스빈더든, 그들을 좋아하는 순간, 우린 한울타리 안에 있었다.
정 | 트뤼포는 ‘내가 내일 종신형을 받는다 할지라도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공격한다면
김홍준·정성일의 종횡4담 [5] - 영화광·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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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영화, 디지털 종교에 투항하다
디지털 신화가 목청 높이 외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할리우드가 디지털의 가능성을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몇몇 진지한 시네아스트들도 디지털에서 영화의 미래를 보고 있다. 인터넷 비지니스라면 남부럽지 않은 한국에선 디지털이 거의 종교적 신뢰를 얻고 있다. 과연 디지털은 셀룰로이드를 대체할 것인가. 대체한다면, 그 이후의 영화도 우리가 영화라고 알고 있는 것과 동질의 것일 수 있을까.
김 | 산업적 측면에서 디지털의 효용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매체 민주화다. 극장용 영화 못지않은 화질의 영화를 디지털로 찍는다는 건 기술적으로 산업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감독이란 정체성을 가지고 볼 때 나는 배급에서 산업적 통제가 여전하리라고 본다. 유통방식의 외양만 바뀌는 것일 뿐이며 디지털이 만인이 영화를 찍고 만인이 즐기는 시대를 가져오리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세번의 새 테크놀로지가 등장한 경험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8mm가 등장했을 때 사
김홍준·정성일의 종횡4담 [4] - 21세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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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 세계영화사 새로 쓴다
80년대 후반부터 서구 영화인들을 찬탄케 한 아시아영화들은 세기 전환기에 이르러 더욱 빛나고 있다. 산업은 할리우드 손을 떠나지 않더라도 미학적으로는 이미 아시아영화의 시대가 온 게 아닌가. 21세기의 영화사의 본론은 아시아영화가 쓰게 되는 건 아닌가. 그곳에 과연 한국영화도 발견될 것인가.
김 | <와호장룡>을 최근에 봤는데, 캐릭터 속에서 한국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영웅담이라 느껴지지 않고 한국영화의 알레고리, 한국영화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혀질까, 궁금했다. 직관이니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아시아영화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었다는 걸 몰랐어도, 홍콩의 무협영화 전통에 학술적으로(정서적으로가 아니라) 정통한 서구감독이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다.
정 | 난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세번 봤다. 그런데 두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붕 위를 뛰어 추적하는 장면과 대나무(대나무
김홍준·정성일의 종횡4담 [3] - 아시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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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론은 비만, 영화문화는 발육부진
한국영화에 관한 담론을 지배해온 문화산업론은 인터넷 비지니스의 활황과 더불어, 더욱 기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영화문화는 어떤 발전을 이루었는가. 미진한 미학적 성취, 진정한 시네마테크와 필름아카이브의 부재, 대학 영화관련 학과의 과다와 영화학의 부진이 빚는 극심한 불균형 등 한국 영화문화의 왜소화를 초래한 주범은 혹시 문화산업론이 아닌가.
김 | 한국영화계를 과연 문화산업이 지배하고 있는지부터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국영화가 자본주의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 것도 90년대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 제작시스템은 식민지 반봉건사회 비슷한 것 아니었나 싶다. 때론 국가독점자본주의 성격도 있었지만. 반면 지금의 한국영화 현실은 문화적인 양상에서마저도, 후기 자본주의적 모습이 보인다. 자본주의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이 꼭 그 산업이 완숙한 단계에 진입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한국영화의 문제를 문화산업론으로 파악하는 것은
김홍준·정성일의 종횡4담 [2] - 문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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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영화광의 근심, 21세기 영화의 그 우울한 스펙터클
선도 교사들의 눈을 피해, 모자를 눌러쓰고 극장 한켠에서 숨죽인 채 은막에 투사되는 빛의 향연에 넋을 잃었던 두 고등학생이 있었다. 두 사람은 어느 극장에서 스치듯 비켜가기도 했고, 독일문화원에서 얼굴을 마주보기도 했다. 그의 한 사람은 구회영이란 필명의 영화평론가 그리고 본명의 감독이 됐고, 영상원 교수,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진흥위원이란 감투를 한꺼번에 쓰게 됐다. 다른 한 사람은 <키노> 편집장과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쳐 며칠 전 백수, 그러니까 순수 평론가가 됐다.
김홍준과 정성일.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건, 한국에 영화의 시대가 막 도래했을 때, 그리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그들이 관객의 곁에서 영화의 아찔한 매혹을, 영화의 아득한 깊이를, 이전엔 들어보지 못한 섬세하고 세련된 언어로 들려준, 관객의 친구, 영화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많은 감투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그들은 영
김홍준·정성일의 종횡4담 [1]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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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엔터테인먼트, 미래에셋, KTB - 영화판을 움직이는 금융자본들, 그들만의 자금운용 방식 지형도바야흐로 영화계도 금융자본의 시대다. ‘포트폴리오, 리스크 셰어, 펀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생소한 단어들이 제작자들 사이에 자연스레 오르내린다. 최근 상황만 놓고보면 당연하게 여겨질 일이지만 불과 2∼3년 전만 해도 없던 현상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00년 12월까지 출자하거나 출자검토중인 투자조합(펀드)만 9개, 금액으로 총 850억원 규모다. 100% 영화투자만 하는 펀드에서 40% 이상만 영화에 투자하면 되는 펀드까지, 성격은 다르지만 엄청난 금융자본이 영화계에 유입되거나 영화쪽 진출을 노리며 대기중이다. 한때 최고 인기직종으로 떠올랐던 펀드매니저가 영화계에서도 대접받는 자리가 됐다. 영화투자의 전문가들이 과거 대기업 영상사업 책임자들을 대체하며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파트너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잠시 넋놓고 있으면 어리둥절해질 만큼 영화계의 자본환경은 빨리
2001 충무로 금융자본,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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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팀 팀장 하성근“신규제작에 집중, 전문투자사로 자리잡을 것”지난해 강제규필름 지분투자를 비롯 영화부문에 192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신규로 영화제작 투자에 130억원을 더 쏟아부을 예정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2편 정도가 투자대상이다. KTB는 시네마서비스, CJ, 튜브같은 배급사 모델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전문투자사로 자리잡을 생각이다. 직접 배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와도 손잡을 수 있다.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 6편에 투자했지만 올해는 시네마서비스나 튜브와 같이 할 수도 있다. 최근 상황을 볼 때 올해는 중요하다. 현재 9개 투자조합이 모은 돈 850억원이 영화제작에 집중된다면 영화계가 살판나겠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투자조합 돈 가운데 실제 제작에 유입되는 돈이 의외로 적을 수도 있다. 창투사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한 수익률이 낮으면 제작투자에 들어갔던 돈을 빼서 IT기업 쪽에 쏟아부을 것이다. 올해는 특히 외화가 강세
2001 충무로 금융자본,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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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영화를 완성할 때까지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언젠가 남동생이 내가 산 신발의 디자인을 보고 단순, 무식, 과격하다고 했던 것처럼, 그렇게 시작하고 완성된 영화였다. 그저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 쌓인 상처의 깊이가 안타깝고, 그들이 나에게 주는 상처가 아파서, 라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고, 잠시라도 눈감으면 휘말리기 쉬운 체계적이고 피상적인 주류의 논리로부터 벗어나려고 무식하도록 일상적으로 접근했고, 그들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자신감을 강제하며 과격하리만치 솔직하게 기록했다. 이런 영화가 일반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대부분의 독립영화가 그렇듯이 한정되어 있었고, 여러 사람들 덕분에 그런 기회를 얻게 된 지금은 얼마나 많은 관객이 올까 하는 걱정과 어떻게 볼까에 대한 설렘을 가져보기도 한다.처음 영화를 하려고 결심했을 때,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화, 적어도 다양한 사고방식에 대한 외면과 거부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
<고추말리기> 개봉 앞둔 감독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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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러 회고전 가운데 국가별 행사는 스페인(16편)과 한국(22편)전 두 가지였는데, 관심의 초점은 한국이었다. 1992년 유럽에서 최초로 열렸던 페사로영화제의 장편 회고전에 비할 수 있는 단편영화사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로페와 고낭에게 회고전을 열게 된 동기를 물어봤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에 소개된 한국 작품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최근 수상까지 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지난해에 한국에 들렀을 때 한국영화의 넘쳐나는 에너지와 자국의 영화를 지키려는 영화인들의 굳은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스크린쿼터 문제만 해도 프랑스에선 텔레비전 쿼터에 그치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데 두 나라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단편영화가 1년에 400편씩 나온다는 데도 놀랐다.”이번 회고전이 크게 성사된 데는 진흥위원회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유길촌 진흥위원장은 20여명의 젊은 감독들 그리고 영진위 국제부의 직원 두명을 데리고 현지를 방문하
클레르몽 페랑에서 만난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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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9일 공식 개막에 앞서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기자 시사회에서 공개된 비경쟁 개막작 <문 앞의 적>(Enemy at the Gates)은 장엄한 베를린영화제 공식 팡파레와 한몸처럼 이어지는 웅장한 음악으로 포문을 열었다. 시네마스코프 화면에 펼쳐진 전장은 2차대전의 전환점이 된 1942년 히틀러의 스탈린그라드 공략 현장. 절망적 전세 속에 러시아 선전 장교 다닐로프(조셉 파인즈)는 병사 바실리 자이트세프(주드 로)의 경이로운 사격술과 전투능력을 발견하고 그를 ‘스타’로 만든다. 러시아군의 영웅이자 독일군의 저승사자가 된 영웅 바실리를 제거하기 위해 독일은 코닉 중령(에드 해리스)을 전선에 파견한다. 그러나 다닐로프가 바실리와 한 여인(레이첼 와이즈)을 사랑하게 되면서 이 영화의 독일어 제목 ‘결투’(Duell)는 두 가지 의미를 얻는다.베를린영화제 관객의 할아버지, 아버지를 위협했던 ‘적’을 영웅으로 세운 <문 앞의 적>은, 영화제의 안마당인 포츠담 광장 인근
거대한 드마라 장엄한 스펙터클...<문 앞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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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직후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지하에서 열린 <문 앞의 적> 기자 회견은, 영웅 바실리를 외치던 가련한 러시아 병사들처럼 “주드”를 애타게 부르는 사진기자들로 작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인> <티벳에서의 7년> 등, 영화로 여행하기를 말하자면 지난해 개막작 감독 빔 벤더스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온 장 자크 아노 감독은, 개막 7일 전에야 LA에서 영화를 완성했다면서도 ‘숨찬’ 기색없이 질문에 응했고 후르시초프 역을 한 봅 호스킨스는 예의 날카로운 유머로, 주드 로는 짐짓 가장한 무심함 사이에 튀어나오는 열정으로 장내를 즐겁게 했다.▦영화제 개막작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러시아영화의 영향이 있었다면.장 자크 아노 나는 프랑스의 이덱에서 마르크시스트 조르주 사둘에게 영화사를 배웠고, 에이젠슈테인, 푸도프킨의 초기 소비에트 서사극과 타르코프스키의 <이반의 어린 시절>에서 영향을 받았다. 에이젠슈테인은 언제나 내 영웅이다.▦<문 앞의
“에이젠슈테인은 나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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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회 베를린영화제 초반 독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는 인물은 미모의 스타도, 발군의 작가도 아닌 조기 사임하는 백발의 집행위원장 모리츠 데 하델른(61). <타게스 슈피겔> <독일 통신> <디 벨트> 등 일간지는 개막에 즈음해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일제히 게재했다. 어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보다 전면에 나서 있는 인물인 그는, 베를린영화제를 주관하는 베를린영화제 유한회사가 연방관리체제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말 2003년 4월까지로 맺어진 계약을 조기 파기했다. 그의 동료인 울리히 그레고어 포럼부문 디렉터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지만, 그레고어의 사직은 100% 자의였다는 것이 차이. 데 하델른의 사임에 대해서는 독일 영화업계도 항의의 뜻을 밝힌 바 있다.사직을 결정하고 51회 영화제 성공에 전력을 다해온 데 하델른은 이례적으로 올해 영화제에서 집행위원장의 이름이 붙은 특별전을 갖는다. ‘모리츠 데 하델른이 아끼는 영화전’으로 명명된
캡틴의 고별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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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말리기> 주인공들이 말하는 ‘가족시네마’ 만들기그리고 못다한 이야기“너무 좋았지. 니 아빠는 영화 보면서 웃지 말라고 그러더만은, 할머니는 눈물이 절로 나왔지. 옛날에 살려면 다 그렇잖아. 그걸 똑같이 만들었으니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도 몰래 눈물이 줄줄…. 날더러 소감을 이야기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할말이 뭐가 있어. 여러분들 왔으니까 감사하다고 그러구,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를 이런 영광의 자리에 불러줘서 고맙다 그랬지 뭐.” “그럼, 할머니는 완전히 출세한 거여. 딸이 인제 출세해야지.”세상에 누구나 ‘책 한권’ 쓸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품은 사람 사이가 가족 말고 또 어디 있을까. 여군이 되고팠던 엄마, 시인이 되고팠던 할머니에게서 나고 자란 장희선(28) 감독은 스물여섯 ‘과년’한 나이에 술술 그 책 한권을 써내고야 말았다. 엄마와 딸이 있고,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있고, 그리고 손녀딸과 그녀를 엄마 대신 키워준 할머니가 있는 집
가족시네마 <고추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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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몽 페랑 영화제 2월3일 폐막대상은 <당신에게 할 말이 있다>프랑스 중부지방에 자리한 작은 도시 클레르몽 페랑에서 1월26일 저녁에 9일간 열리는 제23회 국제단편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밖은 비바람이 심하여 몹씨 을씨년스러웠지만 행사의 주무대인 문화의 집 ‘장 콕토’ 실내는 1천석이 넘는 객석을 꽉 채울 만큼 많은 사람들로 들끓었다. 개막식은 같은 프로그램을 8시30분과 10시30분에 반복하는 것으로 두번에 걸쳐 진행됐는데, 나는 두 번째 개막식에 참석했다. 행사는 겉치레가 전혀 없이 심사위원들에 대한 짧은 소개와 주최자쪽의 영화제 절차에 대한 설명으로 간단히 끝났다. 그 대신 이 영화제 특유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주인공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 감독들이었고 이들은 이 지역의 실업자들을 대신하여 자신들이 처해 있는 비참한 현실에 울분을 터트리면서 독립영화의 사회적 중요성과 시민연대 및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큰 목소리로 강조했다.클레르몽 페랑, 세계 단편영화의
제23회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