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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서른한살이었다.
당시 나는 영국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에 소속된
촬영감독 어시스턴트로 일하고 있었다.
그해 여름 나와 나의 팀은
1737년 금괴를 싣고 아라비아해에 침몰한
영국상선 인양작업을 촬영하기 위해
인도의 뭄바이에 수개월간 머물고 있었다.
우린 뭄바이 시내의 작은 외국인 클럽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바의 한 구석에 홀로 앉아
만취한 프랑스 관광객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당구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담배연기와 술 향기 사이로 간간이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관광객 중 한명과 인도인 청년 사이에 시비가 붙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고 난 와중에 그가 있는
곳까지 떠밀려갔다.
그는 한국국적 참치잡이 어선의 부주방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다음날이면 뭄바이를 떠난다고 말했다.
우린 많은 인도산 위스키를 마셨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서늘한 바람이 밤하늘을 메우고
너와 나의 20세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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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스산한 가을 바람에 멜랑콜리해졌거나 아름답고 슬픈 개인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꽤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프로젝트를 슬그머니 포기한 까닭이다.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제작자의 판단과 결정이 감독이나 작가에게는 비정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괴감이 컸다. 영화 만드는 일을 시작할 때 나름대로 거창한 청사진을 그리면서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내심 다짐한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시쳇말로 ‘쪽팔리는 영화’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고(돈버는 오락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말이 절대 아님), 또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일로 상처주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제작자가 감독이나 작가와 주고받는 큰 상처라는 건, 기껏 공들여 개발한 프로젝트를 감독이나 작가가 다른 회사에서 제작하겠다고 등을 돌리거나 제작사가 질질 끌다가 결국은 포기해서 감독이나 작가를 상심하게 하는 경우일 것이다. 아직 영화는 한편도 안 만들었으니 한 가지 다짐은 유효하지
가슴앓이, 사람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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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끝없는 사막을 혼자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잡힐 듯해 다가서면 이내 저만치 날아가버리는 허망함. 그 허망함을 오늘도 끌어안고서 확답없는 길을 걷고 있다. 짙은 어둠 속을, 뿌연 안개 속을 그렇게 하루하루 걷는다.명절 때마다 동일한 단어와 말들만이 오가는 듯한 어른들과의 대화들. 영화는 힘든 것이고, 나의 장래는 불투명한 것이고, 돈이란 것은 중요한 것이고…. 세상에서 영화라는 꿈을 쫓아 살아가는 이들은 아마도 피차일반, 이심전심으로 내 맘을 알고 이해해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형제가 함께 감독을 하는 이들은 참으로 대단스럽다. <파고>의 코언 형제,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의 패럴리 형제 등. 사실 감독 자신보다 그들의 주변부 인물들, 특히 부모들의 맘이 힘들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영화를 하는 모든 어려움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쉼없이 받고 있는 압박감 가득한 상황만인 것은 결코 아니
악몽, 순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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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감옥에는 ‘사상범’이 없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불온한 인물은 ‘총기사범’이 되고, 문화적으로 퇴폐적인 인물은 ‘약물사범’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총기야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약물이란, 위해성에 대한 의학적 논란을 차치한다면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는 수단이라는 말인가? 적당히 방치하다가 필요하면 규제하는 듯한 양상은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불온’이라는 딱지뿐만 아니라 ‘퇴폐’라는 딱지도 자의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은 ‘국가보안법’과 더불어 개인을 통제하는 법인 셈이다. 물론 이런 실정법들과 더불어 “‘빨갱이’와 ‘마약쟁이’는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정서’가 존재한다. 누가 만든 정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과거의 통제전략은 ‘일벌백계’나 ‘발본색원’같이 무조건 족치는 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건 대체로 격리지구(ghetto)를 만들어주고, ‘여길 벗어나면 큰일날 줄 알아’라고 엄포를 놓는 방향을 취하고
퇴폐와 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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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의 등을 본다. 까만 티셔츠를 걸친 그의 등을 본다. 그는 우리 가까이 있는가 하면 때론 저 멀리 사라져 가는 듯도 하다. 하지만 멀어지는 것은 그가 아니다. 그의 스쿠터는 느리지만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아니 따라잡으려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우리이다. 결국 머뭇거리는 우리 자신이 문제인 셈이다. 그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상상적 공간의 거리는 어느새 감독의 ‘의도’를 떠나 주저하는 우리의 태도, 혹은 비겁함이 유발하는 심리적 거리에 대한 표상이 된다. 하지만 그는 우리를 기어이 그 자리로 데려가고야 만다. 이것은 영화광의 오마주도, 끔찍하게 죽어간 거장에 대한 우수어린 회고도 아니다. 어느새 현실과의 끈을 놓쳐버린 이미지들에 대한 분노, 살해당한 이미지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여기에 있다. 아쉬운 것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이 분노와 안타까움을 실어다 줄 매개로서의 이름, 파졸리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틈새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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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랑이 나치스 치하 독일영화계의 양심으로 꼽힌다면, 일제시대 조선영화계에는 윤봉춘(1902∼75)이 있었다. 1940년에 ‘조선영화령’이 발표된 뒤 대다수의 영화인들은 하나의 국가기구에 묶여 노골적인 군국주의 선전영화를 만들어야 했는데, 낙향하여 농촌 어린이를 위한 학교를 세운 윤봉춘을 비롯한 극소수의 영화인들만이 완벽하게 눈부신 해방을 맞았다.중학교 시절부터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윤봉춘은 함북 회령 만세운동과 독립군 활동으로 죽마고우인 나운규와 함께 1년6개월간의 옥고를 치렀다. 출소해서 고향에 머무르던 그는 먼저 영화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나운규의 권유에 따라 1927년 <들쥐>에 출연함으로써 영화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윤봉춘의 본령은 감독으로서, 1930년 <도적놈>을 시작으로 <큰무덤>(1931), <도생록>(1938), <신개지>(1942) 등을 연출했다.작품을 통해서나 삶을 통해서나 일관되게 민족주의 사상을 견지했
“일장기에 코푸는 선생보며 반항정신을 배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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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섬 화장실에서 애를 낳아 변기에 흘려보낸 17살 소녀 혜나,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려고 매춘을 하다 성관계하던 할아버지가 복상사하는 바람에 남편에게 들통난 옥남, 설암에 걸린 뮤지컬 배우 유진은 상처와 슬픔을 잊으러 꽃섬으로 떠난다. 송일곤 감독, 서주희, 임유진, 김혜나 출연, 씨앤필름 제작, 상영시간 110분김봉석 날개없는 천사들의, 성지순례기 ★★★☆심영섭 꼬마 거장, 관념의 섬으로 가다 ★★☆유지나 영혼의 슬픔을 잡아내고 치유하는 송일곤 이미지의 매혹!★★★★■ 와니와 준하동화부 작화감독으로 애니메이터 와니(김희선)는 시나리오 작가 준하(주진모)와 같이 산다. 이들의 안온한 동거생활에, 와니의 동생 영민의 귀국 소식이 파문을 던진다. 김용균 감독, 김희선, 주진모, 조승우, 최강희 출연, 청년필름 제작,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급, 상영시간 113분김봉석 너무나 세련된 포장의 순정만화 ★★★☆박평식 애니메이션, 그 순정의 씨알만 다시 보고 싶다 ★★★심영섭 아깝다, <
꽃섬/와니와 준하/키스 오브 드래곤/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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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영화감독이 된다고? 최근 9년 만에 발표한 신보 <인빈시블> 중 첫 번째 싱글커트된 <유 록 마이 월드>로 차트 1위를 랭크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마이클 잭슨. 오랜 친구인 브라이언 마이클 스톨러와 공동으로 연출할 예정인 영화 <홈 오브 더 엔젤>은 “8살 소년의 실연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더커버 엔젤> <랜덤 팩터> 등을 연출했던 마이클 스톨러는 이 영화가 “소년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는 <올리버> 같은 <스탠 바이 미>”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이 영화는 2002년 5월부터 스톨러의 고향인 캐나다에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황제, 카메라를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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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아래 내리는 슬픔 같은 비. 멜로영화 <여우비>에 <가위>의 최정윤이 캐스팅되었다. 최정윤이 맡은 역할은 스물세살 여대생 아름. 주말이면 아버지가 목사로 있는 시골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아름은 소리없이 다가와 미묘한 설렘을 남기고 사라지는 남자 현우에게 용기를 내어 프로포즈를 한다. 그러나 현우에게는 옛사랑이 남기고 간 상처가 너무 크다. 현우 역은 아침드라마를 통해 낯익은 탤런트 정유석이 맡았다. 각각의 시점에 따라 3부로 구성된 영화 <여우비>는 신인감독인 김진옥이 메가폰을 잡았고 지난 11월5일 크랭크인하여 전북 김제에서 촬영중이다.
여우비 맞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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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만났을까?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앤디 맥도웰이 고등학교 동급생이었던 레트 드캠프 하트조그와 지난 11월13일 결혼식을 올렸다. 맥도웰의 두 번째 결혼식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개프니고등학교가 위치한 곳이자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브닝 파티로 이루어졌다. 지난 99년 전 남편 폴 퀼리와 3명의 아이들을 두고 이혼했던 맥도웰. 언니의 두 번째 결혼식에 참여한 여동생 밥스 로저스 리처드는 “단출하지만 정말로 달콤했던 결혼식이었다”며 새로운 출발에 축복을 보냈다.
고향에서, 고등학교 동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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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수선>의 배창호 감독이 2002년 11월 열리는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지난 11월9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차 부산을 찾은 도쿄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가와구치 미치야스는 개막작으로 상영된 <흑수선>을 관람한 뒤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며 매우 감동적인 영화였다. 상영 내내 매우 흥미진진했다”라고 극찬하며 “배창호 감독을 내년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잔잔한 찬사를 받았던 <정> 이후 야심만만하게 준비했던 <흑수선>이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던 배창호 감독은 뜻밖의 해외영화제 초청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엔 도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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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시는 더이상 홍콩에 머물지 않는다? 이수영의 뮤직비디오 <네버 어게인>으로 얼굴을 알려졌던 종려시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타이영화 <잔다라>와 독일, 인도 등 4개국 합작영화 <삼사라>를 양손에 든 1급 게스트로 관객 앞에 섰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삶을 살아간다는 그녀는 <잔다라> 출연도 운명이라 믿는다. <삼사라> 촬영중 <잔다라> 대본을 받았고, 한순간 섹스와 사랑을 혼동하는 여인인 분렁부인 역에 빠져들었다고. <잔다라>에 출연하면서 “1930년대 타이 여성을 재현하기 위해 20파운드를 찌우라는 명령을 받았다”면서, “홍콩보다 디테일 등도 치밀하다”고 타이영화계를 추어올렸다. 취근 출간한 누드집에 대해 “출산 뒤 여배우로서 생명이 끝났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여자의 몸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씩씩한 대답을 날리는 그녀는 동남아에서 확고한 자리를 굳히는
삼사라, 잔다라, 내 마음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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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재일동포 3세 소년의 경쾌한 성장담을 통해 재일동포의 정체성에 문제제기하는 영화 가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관객들과 첫만남을 가졌고, 11월24일 국내개봉한다. 일본의 영화제작사 도에이와 한국의 스타맥스의 한·일합작영화이기도 한 는 현재 일본에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배우 구보즈카 요스케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었고, 도쿄 마루노우치극장에서 일반인 대상 시사회가 열리던 날, 관객이 아침 9시부터 줄서서 기다릴 만큼 지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는 초반은 코믹하게, 후반은 멜로적 감성으로 무장하고 신세대를 공략하는 유쾌한 드라마다. 도쿄에서 만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과 주인공 스기하라 역의 배우 구보즈카 요스케, 그리고 원작자 가네시로 가즈키가 소설에서 영화까지, 의 ‘성장담’을 들려주었다.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러
“주제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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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당신과 함께>. <무사>의 김형구 촬영감독 등 한국 스탭 참여첸카이거 감독이 새 영화 <당신과 함께>의 11월 15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12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황제 암살>이후 중국에서 작품활동이 없었던 첸카이거 감독의 크랭크인 소식인 만큼 수많은 기자들이 일찍부터 자리했다.이 영화는 중국의 세기영웅영화투자사와 첸카이거 감독의 회사에서 함께 투자하며 차기작 <몽유도원도>를 준비중인 한국의 이주익씨가 공동제작을 맡고, 이씨의 빅뱅크리에티브가 세계 배급을 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의 촬영과 조명은 <몽유도원도>에서 함께 작업할 <무사><봄날은 간다>의 김형구, 이강선 콤비가 맡고 있으며 10명의 한국 스탭들은 11월 초부터 베이징에 들어와 헌팅 작업도 하고, 첸카이거 감독과 시나리오에 대해 토론도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 하용수씨는 의상을 입어본 배우
첸카이거, 한중 합작영화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