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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Liaisons Dangereuses 1959년,감독 로제 바딤출연 잔 모로, 제라르 필립EBS 2월17일(토) 밤 9시“여자가 섹스를 한 뒤 돈을 원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왜 그녀를 매춘부라고 생각하겠는가?” 로제 바딤 감독이 필모그래피보다 브리지트 바르도, 카트린 드뇌브, 제인 폰다 등으로 이어진 여배우들과의 추문으로 더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데뷔작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에서 화면을 꽉 채우는 브리지트 바르도의 육체의 스펙터클을 과시했던 바딤 감독은 앙드레 바쟁 같은 평론가로부터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치졸한 영화”라는 험담을 들었음에도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로제 바딤 감독의 1959년작 <위험한 관계>는 18세기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것이다. 중세시대 유럽 귀족의 퇴폐적인 성생활을 묘사한 이 원작은 이후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이 동명의
여체를 향한 적나라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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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한참 열이 오르고, 손에 땀을 쥐는 긴장과 희비의 순간이 교차하면 누군가는 얻고, 누군가는 잃는다. 이것이 게임이다. 결과적으로야 돈이나 점수를 따는 것이 게임의 궁극적 목표겠지만, 사실 진정한 게임의 맛이란 그 ‘똥줄타게’ 초조하고 흥미진진한 과정 속에 있다. 그래서 과거 우리의 아버지들은 집안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노름방의 유혹에 마약처럼 빠져들었던 걸까? 주말 프라임 시간대에 내보내는 가요순위프로그램 KBS <뮤직뱅크>, MBC <뮤직캠프>, SBS <인기가요>는 누가 봐도 게임이라는 형식을 표방하고 있다. 시작과 함께 오늘의 1, 2위를 경합하는 노래가 무엇인지를 공지하면 무대에 서서히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끝날 때가 돼서야 1위 트로피의 주인공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사이 50위권 안의 노래를 즐기는(?) 과정을 겪고 중간중간 ARS투표를 부추기는 MC들의 합창소리를 들어야 한다. “A가수를 원하면 1번!, B가수를 원하면 2번!” 마
한없이 불투명에 가까운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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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탄광 분규가 한창이던 영국. 빌리는 권투를 배우러 체육관에 다니다 소녀들의 발레 수업에 마음을 빼앗기고 아버지 몰래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윌킨슨 부인에게 레슨을 받는다. 반대하던 아버지는 성탄절 밤 빌리의 춤을 보고 감동한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 제이미 벨, 줄리 월터스 출연, 그렉 브렌만 제작, UIP 코리아 수입·배급, 상영시간 105분김봉석 지나친 작위성, 넘치는 감동 ★★★☆박평식 세상은 아비를 울리고 자식은 그 눈물을 마시고 ★★★★심영섭 날으라, 우주의 리듬에 맞추어! ★★★★☆유지나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천사몽특전단원인 성진은 실종된 장 박사의 딸 남홍을 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장 박사는 자신의 딸이 전생의 가상공간인 딜문으로 빨려 들어갔음을 알고, 성진을 딜문에 보낸다. 성진은 남홍이 꿈속에 나타나던 여인임을 알게 된다. 박희준 감독, 여명, 박은혜, 이나영 출연, 주니파워픽처 제작, 한맥영화 배급, 상영시간 108분
빌리 엘리엇/천사몽/광시곡/번지점프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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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뒤 비토리오 데 시카의 이탈리아영화 <자전거 도둑>을 피난처 부산 변두리의 중앙극장에서 관람한 나는 감동한 나머지 충격을 받은 채 극장을 나섰다. 당시의 극장 앞에는 사람 키 깊이의 도랑이 있었는데 나는 몽유병자처럼 흐느적거리며 걷다가 그 더러운 도랑에 빠지고 말았다. 일어서려 하지 않는 나를 여러 사람들이 팔을 뻗쳐 겨우 끌어올릴 수 있었다.그때는 조감독 시절이었는데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에 심취하면서 장차 감독이 되면 이처럼 사회적 리얼리즘으로 방향을 잡아 성취하려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잃어버린 청춘>(1957), <오발탄>(1961), <잉여인간>(1964) 등이었는데 주로 사회적 부조리를 리얼리즘 터치로 묘사하여 당시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 다만 50년대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에서 보여준 몽타주의 거부를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또한 뉴스나 다큐멘터리 수법에 가까운 촬영수법도 바꾸어 영상적인 상징과
사회에서 개인으로,어쩌면 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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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진사는 세도가가 되려는 야심에 판사집 아들을 사위로 맞으려 한다.그러나 겨우 혼약을 받아놨더니 그 집 아들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진퇴양난에 빠진 맹진사는 결국 잔꾀를 낸답시고 딸의 몸종을 대신 시집보내는데 막상 결혼식 당일날 확인해보니 상대는 늠름한 청년이었다. 1943년에 집필된 오영진의 오리지널 시나리오 <맹진사댁 경사>의 스토리라인이다. 흥겨운 전통문화 속에 배꼽잡는 세태풍자를 솜씨좋게 버무려넣은 이 작품은 1956년 이병일 감독에 의하여 <시집가는 날>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베를린영화제와 시드니영화제에 출품되었으며, 아시아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희극상을 수상하는 등 각계의 상찬을 한몸에 받은 당대의 수작이다. 1962년과 1977년에는 각각 이용민과 김응천에 의해 리메이크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각종 연극무대나 방송사의 마당극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명실공히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오영진 작품세계의 핵을 이루
전통문화의 지지자, 세태풍자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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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의 꿈을 흘려보이며 닷컴사업의 눈먼 물결이 한국을 집어삼킬 듯하던 때가 있었다. 실은 그리 오래 전도 아니다. 정작 무엇을 통해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묘안도 없이 누구나 다 인터넷 업계에 솔깃해 하던 시절, 그래서 하루에도 기백개의 신생회사들이 생겨나고 전체 사장 수와 사원 수가 비슷해지던 그 시절, 심지어는 나한테까지 제안이 들어왔다. 자그만 규모였고 비록 모든 실권은 오너가 쥐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명색이 CEO로 스카웃이 되니 처음 얼마 동안은 얼떨떨한 채로 기분이 좋았다.그런데 사장이라는 자리는 지각해도 아무도 뭐라 그럴 사람 없다는 점 외에는 하나도 좋을 게 없는 자리였다. 누구랑 밥을 먹어도 내가 다 사야 하고 잠깐 땡땡이를 치고싶어도 꼬셔낼 사람이 없(모든 직원은 사장이 ‘늘’ 열심히 일한다고 믿어야 하므로)다는 등의 사소한 문제들부터,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도대체가 누구를 붙잡고 함께 걱정을 할 수가 없으며, 비전이 안 보일 때도 비전이 안보이는 내색을 할 수
여자 상사가 아니꼽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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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저메키스의 <캐스트 어웨이>는 업데이트된 <로빈슨 크루소>로서, 이 영화에서 톰 행크스는 이제 막 미국의 연인인 헬렌 헌트와 약혼한 다혈질의 페데랄 익스프레스 지점장(manager)으로, 크리스마스날 회사 화물비행기가 폭풍속에 조난돼 떨어지는 바람에 남태평양 무인도에 떨어진다.<타이타닉>의 클라이맥스를 10분으로 축약시켜 노골적으로 베껴먹은 비행기 조난 장면은 참으로 초스피드 배송서비스 회사의 특징을 잘 배운 결과라고 하겠다. 톰 행크스가 당도한 흰모래 백사장이 눈부신 해변은 그 자신만을 위한 맞춤 클럽메드(유명 휴양지)라고 해야겠다. 섬 생활을 아주 곤혹스럽고 복잡하게 만드는 건 깨지지 않는 코코넛과 마치 시한폭탄처럼 생존자의 머리를 쪼아대는 충치 정도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실용적인 중산층의 윤리와 미덕에 바치는 찬가였으며 그 성실한 영웅으로 하여금(그리고 그가 대표하는 그 국가로 하여금) 무(無)로부터 문명을 재창조해내게끔 하
이런 터무니없는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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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작>에서 <번지점프를 하다>까지1970년대 어느 가수는 네 박자의 구성진 목소리로 “고향의 물레방아 오늘도 돌아간다”고 노래했지만, 돌고 도는 게 어디 물레방아뿐이랴. 세상은 여전히 궤변과 협잡과 야욕으로 돌고, 충무로에는 올망졸망한 멜로드라마가 군내를 풍기며 돌아간다. 네 박자를 한국 대중가요의 뿌리로 친다면 멜로는 한국 영화산업의 밑천일 것이다. 액션에 이어 판타지에도 멜로를 버무리더니 퓨전멜로라는 그럴싸한 이름까지 뽑아낸다.풍부한 디테일, 그러나 ‘인간’은 없다고래심줄처럼 질긴 멜로, 낡았으나 아직 닳지는 않은 소재들, 유난히 멜로에 약한 관객. 그래서 ‘잘하면 대박, 밑져야 본전’이라는 믿음은 신인감독들이 멜로의 전선에 던지는 출사표가 된다. 그들이 선보이는 멜로엔 수십년 동안 우려먹었던 원시적 갈등구조인 삼각관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남자주인공까지 수시로 준비된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이따금 문어체 대사와 말장난 같은 개그가 튀어나오긴 해도
멜로여, 현실 없는 멜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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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더 퓨처>에서 마이클 J. 폭스가 50년대로 돌아갔을 때, 훗날 그의 어머니가 될 소녀가 그를 ‘캘빈’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는 요즘과 달리 의류회사나 디자이너의 이름을 써붙인 옷이 없었는데 그녀는 마이클 J. 폭스의 청바지에 붙은 ‘캘빈 클라인’을 그의 명찰로 알았던 것이다. 이를 일찍이 ‘현시적 소비’라고 부른 사람은 <유한계급론>의 베블린이다. 상품의 내용보다는 그 이미지가 훨씬 중요해지는 소비경향, 즉 현시적 소비는 오늘날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에 이르러 가히 첨단을 달리고 있다. 그 옛날 걸어다니던 영화 광고, 샌드위치맨처럼 우리는 ‘그들을’ 위해 고액을 들여 스웨터를 사입고 캡을 쓰는 것은 아닐까. 아마 우리 역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사람들이 ‘미찌코’, ‘폴로’, ‘토미’라고 부르지 않을까.같은 관점에서 현대를 ‘맥도널드화 사회’라고 부른 사람은 미국의 조지 리처다. 그는 맥도널드 매장관리 시스템을 재치있게 분석하면서 이 경영 기법이
필요한 것은, 화해할 수 없는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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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사랑, 삶에서 딱 한번 확실하게 일어난다고도 하는 진짜 사랑의 느낌. 그 실체는 무엇일까. 생물학적으로 보면야 본능의 실현과정에서 가끔 나타나는 일종의 부대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자를 퍼뜨려 영속시키려는 본능 말이다.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 본능을 실현하는 수컷의 전략은 기회가 나면 언제 어디서나 암컷을 유혹하는 것이다. 되도록 널리 씨를 퍼뜨려야 우수한 암컷과 조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암컷은 우수한 수컷만 골라 받는 전략을 구사한다. 아무 수컷이나 덜컥 받아버리면 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가 당분간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왜, 그런 말 있잖은가. “어떤 사내가 열 계집을 마다하랴.” 수컷들은 성공적인 짝짓기를 위해서라면 천적의 먹잇감으로 찍힐 위험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는데, 도처에서 정적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살아가는 빌 클린턴이나 제시 잭슨 목사 같은 정치·종교지도자들조차도 이런 판국이니 보통의
사랑의 이름으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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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밸런타인 데이 스페셜입니다. 카드와 캔디들이 우편 행낭 속에 묻혀 돌아다니는 시즌이 왔으니 저도 조금 거들어야죠. 오늘 고른 영화는 제가 제임스 카메론의 가장 로맨틱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아니, <타이타닉>은 아니에요. <타이타닉>은 너무 노골적인 연애담이어서 오히려 덜 로맨틱하게 보입니다. 진짜 로맨틱한 영화들은 그렇게까지 공식을 따르지 않는 법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티 하나없이 예쁜 선남선녀가 만나서 하는 연애담처럼 안 로맨틱한 것은 없답니다.오늘 꺼낼 영화는 <어비스>입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진짜 그랜드 로맨스는 <타이타닉>이 아니라 <어비스>입니다. <타이타닉>은 기껏해야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을 뿐이지만, <어비스>는 두종, 아니 두 세계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으니까요.<어비스>의 로맨스는 번개처럼 다가온 사랑으로 시작하는 단순하고 격렬한 러브스토리입
사랑에 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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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대학교 새내기가 되어 봄의 기운이 완연한 교정 한복판에 할 일 없이 앉아 있을 때 ‘데모’라는 것이 일어났다. 시위는 10분 이상을 끌지 못한 채 초동 진압되었고, 주동자는 개 패이듯 두들겨맞은 뒤 두팔이 묶인 채 어디론가 끌려갔다. 그때 대학을 다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랬듯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무수한 생각들이 머리 속을 교차했다. 그중 하나는 “나도 ‘전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비록 마음은 전쟁을 치르더라도 몸은 그럭저럭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새내기의 기대는 그렇게 무너져내렸다. 2년 뒤인 1983년 여름 수사기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진술’을 했을 때는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이 되는 줄 알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과자가 되는 것은 피했고 그 대신 철책선 가까이 있는 군부대라는 낯선 곳에서 낯선 생활을 해야 했다(이런 황당한 인권 침해를 ‘지나간 일’로 덮어두는 나의 비겁에 대해 가끔씩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가족들은 주민등록증에
전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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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를 보면, 보는 이로 하여금 참담해지는 서글픔을 참아가며 봐야하는 장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힘차게 공을 잘 몰고와서 결정적일 때 허망하게 피식 쓰러지거나 볼을 뺏길 것 같으면 어떻게든 제쳐서 치고들어갈 생각은 않고 또 피식하고 쓰러지는 장면이다. 뭐 그 정도야 잘하면 파울도 얻어낼 수 있고 하니까 궁색하게 보이긴 해도 소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기술없는 축구를 봐야 하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두 번째는 내가 한국축구에서 가장 보기 싫은 것이기도 한데 골문 앞에서 터무니없는 슛을 날리고도 너무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라운드에 얼굴을 파묻고 머리를 쥐어뜯는 선수들의 애처로운 광경이다. 아무리 봐도 전혀 아깝지도, 아쉽지도 않은 슛이었는데 대체로 한국선수들이 마치 골 하나를 도둑맞은 사람처럼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어떨 때는 마치 용돈 안 준다고 땡깡부리며 길바닥에 누워 발버둥치는 아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아름답고 우아한 발끝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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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의 감독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김홍준 | 거장들의 세기가 저문 마당에, 현존 최고의 감독을 꼽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존 포드, 오즈 야스지로, 루이스 브뉘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로베르 브레송 중 한명이라도 살아 있다면, ‘현존’ 최고의 감독으로 주저없이 꼽았겠지만. 차라리 도박하는 심정으로, 데뷔를 앞둔 아시아(동쪽 끝 일본에서 서쪽 끝 이란까지)의 모든 감독 중 미지의 그 누군가가 현존 최고의 감독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정성일 | 허우샤오시엔. 자신의 인물들에 대한 예의, 이야기를 향한 시선, 역사에 관한 근심, 그 안에서 종종 영화의 이미지조차 넘어서는 작가의 자아,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창조의 경이. 내게서 타르코프스키 이후 ‘가장 심금을 울리는’ 예술가.
-무인도에 갇혀 10편의 영화밖에 볼 수 없다면.
=정성일 | 무인도에 가지고 가고 싶기 때문에 이 명단은 ‘내 삶의 걸작’ 리스트가 아닙니다. 가지고 가서 위로받고 싶은 명단이라는
김홍준·정성일의 종횡4담 [6] - 문/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