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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사랑합니다.” 사랑에 들뜬 이들의 고백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인간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선사한 신은, 그 눈을 통해 좀더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간사한 마음까지 함께 선사했기 때문이다. <어글리 우먼>은 이런 마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나 유전공학의 도움을 받아 추녀 시절 버림받았던 남자를 다시 만난다고 해서, 전신성형을 마친 여자가 ‘뚱녀’ 시절의 행태로 고생하는 만화 <미녀는 괴로워>식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리진 않는다. 그보다 하드웨어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버리지 못한 여자가 미인대회 수상자들만 골라 “생일을 자축하는” 살인을 저지른다는 다소 끔찍한 전개가 기다릴 뿐이다.2000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어글리 우먼>은 36살의 스페인 감독 미겔 바르뎀이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가 태어난다면’이란 신선한 발상에서 시작한 영화다. 거울에 자신의 얼굴 대신 미녀의 사
어글리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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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봄나물 냄새나는 시골을 만나고 싶다. 쾌락의 스카이 라운지에서 바라보는 불야성의 도시도 좋지만,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산길을 헤치고 나가 하늘 가득 펼쳐진 은하수에 빠져버리는 꿈도 그립다. 그런데 참, 만화에는 없다. 눈부신 미래와 복잡한 도시, 그 번쩍번쩍한 이야기들은 번식에 번식을 거듭하지만, 산뜻한 시골의 정경 하나를 그려내는 만화를 만나기는 어렵다. 이 만화책들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잘려나간 나무들의 고향, 그곳으로 만화도 달려가고 싶을 텐데….모든 사라진 것에 대한 향수<내 파란 세이버>에서 그려지는 시골의 정경은 작품에 담긴 스피드에 대한 묘사나 정치적 은유를 넘어, 참 아름답다. 볏집을 썰매 삼아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던 언덕, 자전거가 지나가는 논두렁 밭두렁에서 귀를 어지럽히는 개구리 소리…. 주인공의 방에 찾아든 소녀조차 풀숲에 날아온 작은 새처럼 묘사된다. 작품의 옆길에 끊임없이 쿵쾅거리며 달려가는 시간의 기차(산업화와 민주화로 치닫는 시대) 때문
황토빛 논두렁,어질고 고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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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만든 장편영화로 에 영국영화 특집 기사가 실리게 만든 <빌리 엘리어트>의 감독 스티븐 달드리(40)는 <조지 왕의 광기>의 니콜라스 하이트너, <노팅 힐>의 로저 미첼,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에 이어 영국 연극무대가 영화계에 선사한 또 하나의 재능이다. 셰필드대학을 졸업하고 32살의 젊은 나이에 런던 로열 코트 극장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달드리는 유명세와 대중의 시선에는 일찌감치 단련된 인물. 영화로 창작 야심의 범위를 넓힌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달드리 역시 연극 무대에서 연마한 극적 타이밍과 드라마의 호흡을 조절하는 ‘위기 관리’ 능력을 스크린에서 한껏 과시했다.<빌리 엘리어트>는 <노팅힐>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등을 제작한 워킹 타이틀 영화사의 독립영화 브랜치 WT2의 창립 작품. 스티븐 달드리는 워킹 타이틀에서 단편 <에이트>를 만들고 맺은 3년 계약의 첫 영화로 <
“나의 열정은 아직 어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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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단골 게스트인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첫 번째 국내 개봉작. 지난해에 <바운스>를 들고 왔지만, 10대들의 원조교제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추천불가 판정을 받았다. <쥬바쿠>는 97년 금융스캔들을 소재로 <산케이신문>에 연재한 소설 <금융부식열도>를 각색한 작품.<쥬바쿠>는 금기의 영역에 카메라를 들이민다는 점에서 감독의 전작들과 연장선에 있다. 일본인 이민 노동자(<가미가제 택시>), 소외된 청소년들(<바운스)>에 이어 <쥬바쿠>는 ‘금융부식열도 재팬’을 해부한다. 금기의 소재를 택하되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르포의 자세를 취하진 않는다. 금융제국의 흥망사에 관한 성실한 보고서에 가깝다. 단 <쥬바쿠>는 아웃사이더 대신 엘리트를 등장시킨다. 시스템에 대한 내부의 선전포고다. 부패한 아버지에 대한 불만은 이전처럼 버려진 자식들의 침묵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사히 은
쥬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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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낮에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생동감으로 들뜬, 그러나 밤이 되면 모든 곳이 정적에 파묻히는 곳. 갑자기 쇳소리 섞인 웃음소리라도 들릴 것 같은 곳. ‘왠지 학교는 밤이 되면 무서워’, 당직을 돌던 선생의 말처럼 <하나코>는 학교라는 공간의 태생적 공포감을 자극한다. 귀신 하나코도 원혼이 아니라 그냥 ‘학교’에 깃든 악령이고.한국이나 일본이나 학교마다 귀신 이야기는 하나씩 있다. 20여년간 학생들 사이에 전해오던 하나코 이야기는 책으로 엮어져 베스트셀러가 됐고, 다음엔 영화로 만들어졌다. 학교 화장실에 하나코라는 귀신이 있고, 그녀를 보면 죽는다는 소문이 돌자 아이들은 공포에 떤다. 왜 하필 화장실일까? 화장실은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1인의 공간이자 밀실이다. <하나코>에서는 현실과 영계의 경계선이자 통로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학생, 사춘기의 입구에 선 해맑은 소년소녀들은 작은 일에도 금세 깔깔거리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그렇기에 다
하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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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쿨리지가 부인과 함께 시골 농가를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암탉과 수탉이 교미하는 장면을 보던 쿨리지 부인은 남편이 들으라는 듯 “저 수탉은 하루에 몇번이나 하죠?”라고 농장주에게 물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이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번엔 쿨리지가 물었다. “항상 똑같은 암탉은 아니겠죠?” 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 즉 심리적 피로에 의해 대상에 흥미를 잃었을 경우 성행위의 대상을 달리함으로써 새로운 성욕이 생성된다는 이 이론은 이미 사랑의 불씨가 사그라든 권태로운 부부들에게는 다소 솔깃할 이야기다. <클럽버터플라이>가 말하는 스와핑도 처음에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하는 듯 보인다. 혁의 대사처럼 “간통이 범죄”인 우리나라에서 “죄도 아니고. 딱히 집어넣을 법도 없는 스와핑”을 통해 무너져가는 관계와 가정을 다시 추스르자는 것이다. 그러나 초반에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들이밀며 부부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척하던 영화는 갈수록 섹스와 스와핑, 그
클럽 버터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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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Heads In A Duffel Bag 1997년,감독 톰 슐만출연 조 페시, 크리스티 스완슨드라마넷 3월3일(토) 밤 11시30분<가방 속의 8머리>는 얼마 전 개봉했던 <미트 페어런츠>를 잔혹극과 뒤섞은 듯한 영화다. 약혼자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찰리(앤디 카미유)는 비행기에서 짐이 뒤바뀌는 통에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그냥 짐이 사라지든가 누드잡지 정도나 들어 있으면 별탈이 없겠지만, 이 가방 안에는 사람의 머리가, 그것도 8개나 들어 있는 것이다. 머리가 든 가방을 발견한 찰리는 기겁해 숨기려 하지만, 장인이 될 딕이 오히려 살인범으로 몰려 구속된다.고생하기는 살인청부업자 토미(조 페시)도 마찬가지다. 늘 껄끄러운 일만 맡아온 토미는 살해한 조직원 8명의 머리를 잘라 의뢰인인 멕시코의 갱두목한테 운반하는 임무를 맡는다. 비행기에서 짐이 바뀐 것을 안 토미는 찰리의 행방을 알기 위해 미국으로 되돌아와 찰리의 두 친구를 고문한다. 우여곡절 끝에 찰리의 소
케이블 영화 - <가방 속의 8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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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감독 이광훈
출연 이성재, 김희선
KBS2 3월3일(토) 밤 10시40분
<닥터봉>과 <패자부활전>의 이광훈 감독작. 진채별은 증권브로커인 나한수와 사랑하는 사이. 한수는 출세를 위해 채별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선언하고 채별은 귀신들의 손에 의해 억지로 목숨을 잃는다. 자살이 아닌데도 자살한 것이 되어버린 채별은 한수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자살한 귀신들의 모임’에 가입한 채별은 점차 복수할 계획을 세우지만 칸토라테스는 그녀의 행동을 만류한다. CG기법을 동원한 판타지영화임에도 전체적인 구성은 다소 밀도가 떨어지는 편. 명계남, 차승원 등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TV영화 - 자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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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indler’s List 1993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리암 니슨, 벤 킹슬리
KBS1 3월4일(일) 밤 10시35분
<쥬라기 공원>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작. 기회주의자 쉰들러는 나치에 압수된 공장을 불하받은 뒤 유대인들을 고용해 부를 축적한다. 그는 나치의 잔혹한 행동을 목격한 뒤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아우슈비츠로 갈 예정이었던 유대인 1천여명을 구하는 것이다. 작품상과 촬영상, 각색상 등 아카데미 7개 부분 수상작. 리암 니슨과 랠프 파인즈 등 배우들의 호연이 볼 만하다.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늘 냉담한 태도를 보였던 아카데미를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영화.
TV영화 - 쉰들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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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dus 1960년,
감독 오토 프레밍거
출연 폴 뉴먼
EBS 3월1일(목) 오전 12시
팔레스타인 전쟁에 관련된 역사를 서사극으로 풀어낸, 상영시간이 3시간을 넘는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대작영화. ‘엑소더스’라는 말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것으로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것을 일컫는다. 1947년 키프로스에서 이스라엘로 오려고 하는 유대인들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 거대한 배를 이용해 그들은 탈출을 계획한다. 자신들만의 국가를 건설하려는 유대인들의 땀과 노력을 담아낸 작품. 폴 뉴먼과 에바 마리 세인트 등의 배우들이 공연한다. 유대인 수난사를 공들여 포장했다는 점에서 낯뜨거운 면이 없지 않다.
TV영화 - 영광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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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감독 임권택
출연 강수연
KBS2 3월1일(목) 밤 12시20분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에 이어 여성들의 처절한 운명을 그려낸 임권택 감독의 사극. 명문 양반가인 신씨 일족은 옥녀라는 처녀를 씨받이로 삼는다. 사랑채에 숨겨진 옥녀는 사내아이를 낳자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진다. 옥녀는 씨받이에게 금지된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건 정실 자식으로 입적된 ‘내 아이’를 향한 모성이다. 1987년 베니스영화제에 출품돼 강수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일본평론가 사토 다다오는 “우회적으로 남성 위주 사회를 빗댄, 리얼리즘 영화”라고 평가했다.
TV영화 - 씨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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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연도 2001년광고주 도도화장품제품명 빨간통 패니아대행사 대홍기획제작사 유레카(김규환 감독)처음엔 미처 몰랐다. 세련된 영상, 야릇한 표정의 모델, 낯익은 음악 등이 남다른 첫인상을 주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느릿하게 속삭이는 듯한 도입부의 배경음악이 귓전을 자극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라는 제목 미상의 끝말 이어가기 구전 노래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재미삼아 입에 담아봤음직한 이 익숙한 노래가 무슨 ‘은밀한 유혹’처럼 묘한 자극을 야기하고 있었다.‘뜨고 지는 숱한 광고들 가운데 하나려니’ 하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여운은 마지막 대목에서 전해져왔다. 패션지의 스틸 사진을 촬영하듯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 포즈를 취한 긴머리 여인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웃는 여인의 모습 위로 알쏭달쏭한 글귀가 떠오른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새빨간 거짓말’이란 것일까?15초란 짧디짧은 시간에
X소비자,Y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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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기획> KBS1 수요일 밤 12시이 프로그램들의 최대 적은 눈꺼풀이다. 이홍렬도 서세원도 잠이 들었다. 밤 12시. 이 시간대에 우리는 KBS에서 각종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그 각각의 운영방식이 특이하다. 월요일 12시에는 세계 속 한국의 이름을 ‘떨친’ 한국인들을 현지취재하는 <한민족 리포트>, 목요일에는 KBS 지방방송총국 프로그램에 전국방송 기회를 주는 <네트워크 기획>이, 수요일에는 각종 다큐멘터리들이 총망라돼 있는 <수요기획>이 자리하고 있다.KBS, MBC, SBS 등 방송3사가 아닌 프로덕션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수요기획>의 외주제작방식은 특이하다. 프로그램들이 정해지면 책임지고 지속적으로 ‘납품’하는 식이 아니라, 어떤 프로덕션이든 참여할 수 있다. 기획서를 제출하고 채택되면 제작에 들어간다. <수요 다큐멘터리>라는 타이틀로 96년 시작된 이 ‘기획’의 목적은 외
비평의 사각지대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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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ddler On The Roof 1971년,감독 노먼 주이슨출연 하이먼 투폴EBS 3월3일(토) 밤 9시1960년대의 할리우드는 이른바 ‘와이드스크린’ 대작영화가 명멸하는 시기였다. 가정교사 줄리 앤드루스의 <사운드 오브 뮤직>은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도라! 도라! 도라!> 등은 흥행에서 실패해 제작자에게 좀더 규모가 작고, 알뜰한 장르영화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당시 주디 갤런드, 앤디 윌리엄스 등의 텔레비젼 쇼 프로그램을 연출한 경력이 있는 노먼 주이슨 감독은 두편의 뮤지컬을 제안받았다. 하나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 그리고 나머지 한편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였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이 두편의 영화는 노먼 주이슨 감독의 전작들, 즉 <신시네티 키드>와 <밤의 열기 속으로>, 그리고 <화려한 패배자> 등 비주얼에 방점이 찍힌 장르물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면이 있다. 노먼 주이슨이라는 감
해는 뜨고,해는 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