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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6월 23일)을 하루 앞두고 긴장감이 덩달아 커져서일까. 김창주 감독의 편집실에 들어서자 맹수처럼 강한 인상인 그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사진 촬영 준비하랴 기자 맞으랴 편집실 이쪽저쪽을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신인감독이다.
<더 테러 라이브> <끝까지 간다> <마녀> <명량> <설국열차> 등 많은 한국영화를 편집했던 김창주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지금 당신 차 의자 밑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라는 전화를 받고 살아남기 위해 부산 해운대 도심을 질주하는 스릴러영화다. 목소리의 사연이 드러나는 영화 중반부까지 관객을 스크린에 집중시키는 솜씨가 신인답지 않게 노련하고, 영화의 후반부에는 묵직한 감동까지 장착했다.
-특이한 차를 몬다고 들었다.
=도요타 AE 86. 만화 <이니셜 D>에서 주인공이 모는 차다.
-수동으로 조작하는 차
'발신제한' 김창주 감독, 액셀러레이터를 전속력으로 밟는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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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소설 <피터 팬과 웬디>가 발표된 지 110주년이 되는 해다. 영원히 늙지 않는 섬 네버랜드로 우리의 손을 이끄는 피터 팬과 웬디가 돌아왔다. 벤 자이틀린 감독의 신작 <웬디>는 기찻길 옆 작은 식당에서 살아가는 웬디(데빈 프랑스)와 더글라스(게이지 나퀸), 제임스(개빈 나퀸)를 피터(야슈아 막)가 네버랜드로 데려가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피터의 인도로 아이들이 모험을 떠난다는 설정은 같지만, 웬디는 앞장서 섬을 탐험하는 리더가 되었고, 아이들은 후크 선장 대신 다시 어려지려는 노인들과 맞선다. 벤 자이틀린 감독은 전작 <비스트>로 제6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 제28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촬영상 등을 수상했다. 그가 새롭게 창조한 피터와 웬디, 네버랜드는 어떤 모습일까.
-<비스트> 이후 <웬디>를 발표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웬디> 작
'웬디' 벤 자이틀린 감독…후크 선장, 악당으로 그리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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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방송사에서 시트콤을 제작하지 않는 시대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K시트콤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는 대학 국제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일상을 30분 분량으로 담아낸 12부작 시트콤이다. <지구망>은 K드라마가 좋아 한국에 온 외국인, 한국 사람처럼 보이지만 외국 국적의 이민 2세, 외모는 낯설지만 전형적 한국인 혼혈 등이 뒤섞여 사는 현대 한국 사회를 신선하게 그려낸다.
권익준 감독은 <지구망>을 기획하고 작가와 대본 작업을 하는 쇼러너 역할을 했고, 김정식 감독은 촬영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권익준 감독은 <남자셋 여자셋> 조연출, <논스톱4> 연출자 출신으로 청춘시트콤의 대가이고, 김정식 감독은 <하이킥> 시리즈 조연출, <감자별 2013QR3> 연출을 거친 홈시트콤의 명수다. 개성 넘치는 시트콤을 만든 두 사람에게 <지구망&g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권익준·김정식 감독, 청춘시트콤의 핵심은 동경과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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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의 고등학생 김지영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제8일의 밤> 현장에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초부터 장르영화의 아수라장에서 자기 분량을 단단히 챙긴 무서운 신인 박세현은 과연 강단과 깊이를 두루 겸비한 준비된 인재였다. 그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80년대 음악다방을 누비는 명랑한 하숙집 소녀를 연기한 데 이어 올여름엔 호러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괴기맨숀> <제8일의 밤>을 통해 박세현은 순진한 여고생과 요괴 사이를 오가며 무섭게 얼굴색을 바꾼다. 올해 스물넷, 데뷔 후 3년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박세현의 또렷한 생각과 취향을 모았다.
오디션 새 <여고괴담> 영화에서 신인배우를 대대적으로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게 어울릴 만한 역할을 정확히 공략하려 했다. 그중 하나가 실제로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박세현…될성부른 떡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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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내가 나온 장면만 보다가 결말에 이르면서 공감이 되고 또 치유를 받게 됐다.”(최리) “피붙이 같던 친구에 관한 이야기니까 눈물이 나더라. 화장이 지워질까봐 하늘 보면서 울지 않는 척했다.”(김형서) 언론시사회 직후 이뤄진 표지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이 쏟아낸 첫 감상평이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가 품고 있는 진심을 담아내기 위해 새롭게 시리즈에 합류한 최리, 김형서 두 배우가 연기한 소연과 어린 시절의 은희는 공포와 한의 정서를 모두 담고 있는 학교 복도의 현대성, 그리고 공포의 역사를 마주하고 있는 캐비닛 뒤편의 시대성을 각각 표현하는 인물들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2018),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드라마 <산후조리원>(2020) 등에 출연하며 구김살 없는 막냇동생의 이미지를 쌓아올리고 있는 최리는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옷에 꼭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교실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최리·김형서, “네 잘못이 아니야” 손을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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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역할인가요?” 2년 전, 고 이춘연 씨네2000 대표의 연락을 받고 김서형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여고괴담4: 목소리>의 음악 교사는 그렇게 12년 만에 돌아온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예기치 못한 부활의 기회를 맞이했다. 모교에 부임한 비밀스러운 교감 선생 은희로 재탄생한 김서형은 귀신보다 더 슬픈 사연과 광기를 끌어안은 채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드라마 <SKY캐슬> <아무도 모른다>에 이어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에서도 그녀는 아이들 세계의 주변을 맴도는 범상치 않은 어른으로 남게 됐다.
한편 <도가니>의 아역으로 데뷔해 최근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김현수는 은희의 과거와 닮은 모습을 한 재학생 하영으로 분했다. “죽은 친구를 그리워하지만 겉으로는 아픔을 내색하지 않는” 소녀의 날 선 결기를 커다란 눈동자에 새기는 동안 김현수는 자신에게서 “전에 없던 거칠고 강한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김서형·김현수, 절박했던 초심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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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시리즈가 12년 만에 귀환해 여름 극장가에 선득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에 부임한 교감 선생 은희(김서형)가 단짝 친구의 죽음을 더듬어가는 이야기인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학교라는 소우주 속의 지독하고 슬픈 정념에 머물렀던 지난 다섯편과 달리 1980년 광주의 사회적 아픔까지 호러 장르 안에 포섭하려 시도했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확장이자 번외편이며, 드라마 <SKY캐슬> <마인>으로 커리어의 정점에 오른 배우 김서형의 날 선 독주라 할 만하다. 물론 그동안 청춘 스타의 등용문이라 불렸던 <여고괴담> 시리즈의 부활이기에 젊은 배우들의 면면도 세간의 관심사다.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데뷔 이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김현수는 친구의 자살로 방황하는 학생 하영을 연기하며 김서형과 함께 극을 이끌고 가는 중심축으로 자리했다. 학교의 ‘고스트 스폿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 김서형·김현수·최리·김형서…다시,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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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식사 중 화제는 요즘 부쩍 친절해진 택시였다. 복잡한 도시에 좁은 공간의 이동수단이라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는 택시 속 경험이 몰라보게 바뀌고 있음에 모두가 공감했다. 하차 전 별점을 읍소하는 기사 분들을 만난 경험 또한 자리에 모인 전원에게 있을 정도로 이제는 평판 때문에라도 질 높은 서비스가 당연해지는 플랫폼 시대가 도래했다.
기사보다 손님이 우위에 서게 된 지금의 상황이 기반시설은 열악하고 경제발전의 기울기는 가파른 시절에 자란 내겐 도무지 익숙지가 않다. 타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차는 항상 부족했기에 친절함까지 요구하기엔 승객의 입지가 한없이 작았다. 짐짝이 실리듯 모르는 이들과 함께 가야만 했던 ‘합승’의 기억까지 가지고 있는지라 요즘의 변화는 황송하기까지 하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것이 넷플릭스의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의 ‘추락’(Nosedive)이다. 모든 사람들의 사회적 평가가 5점 만점으로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사회에 살고 있는 주인공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오점 만점에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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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이주자는 지구에서 보낸 이전의 삶을 어떻게 회고하고 기록할 것인가. 오정연의 첫 소설집 <단어가 내려온다>에 실린 이야기들에서는 행성간 이동이 중요하게 제시된다. 7편의 소설에는 이주, 적응, 가족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존재(감)가 없는 아버지와 서로에 감정적으로 매여 있는 모녀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데,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전망’과 ‘회고’의 문제다. 행성간 이주는 이전의 삶과 단절된다는 뜻일 수밖에 없으며, 과거를 돌아본다는 일은 의식적인 해석의 문제가 된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 수상작이자 작가의 데뷔작인 <마지막 로그>는 이상적으로 통제되는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 모든 게 통제되지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그리움과 갈등은 그렇지 않다. <단어가 내려온다>는 화성으로 이주하는 딸과 엄마가 주인공이다. 소설 속 세계에서는 “15세 즈음, 사람에겐 단어가 하나씩 내립니다”. 누구나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단어를 받게 되는데, 어머니를
<단어가 내려온다>, 너를 알아봤던 그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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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빈번한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영화와 TV 산업은 현재 대여할 스튜디오와 장비가 부족할 정도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영국 정부가 500만파운드(약 78억6천만원)를 투자해 세운 ‘영화와 TV 재시동 계획’ 덕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국에서 촬영되는 작품이 코로나19로 인한 제작 중단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영국 정부가 이를 보상하는 보험사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정책을 통해 영국 정부는 현재까지 200개 이상의 작품을 지원했고, 약 2만4천개의 일자리를 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영화와 TV 산업에 투자된 전체 비용은 2019년 대비 5분의 1로 줄었지만 영국 정부의 ‘영화 및 TV 산업 활성화’ 정책이 발효된 지난해 4분기는 오히려 투자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이들 산업에 투자된 비용은 약 12억파운드로,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비용이다.
영국 정부의 혜택을 받은 작품으로
[런던] 영국 영화와 TV 산업 호황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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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 국제영화제의 필름 마켓이 서울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7월 6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주요 국가의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Cannes in the City’라는 제목의 행사가 전세계 5 개 도시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프랑스에 입국할 수 없는 각국의 마켓 관계자를 대상으로 열리며 상영작은 각국의 마켓 영업 대상작이다.
이번 필름 마켓 행사의 개최 도시는 호주의 멜버른(시네마 팰리스 코모), 멕시코의 멕시코 시티(시네폴리스 다이애나), 중국의 베이징(프랑스 연구소) 일본의 도쿄(도쿄 영화 학교, 유로 라이브), 그리고 한국의 서울(아트나인)이다.
이번 행사는 바이어, 배급사, 스트리밍 플랫폼, 영화제 프로그래머 등 필름 마켓 관계자에 한정해서 열릴 예정이며, 이들은 7월 8일과 9일, 12일에서 16일 사이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까지 30여 개 프로덕션에서 상영을 합의했고 자세한 행사 상영작은 필름 마켓 공식 데일리에
칸 국제영화제, 서울에서 필름 마켓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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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타운의 모험가인 돌고래 델피(알렉세이 보로비요프)는 숨겨진 유적지에서 원하는 것으로 변신시켜주는 ‘매직아치’를 발견한다. 피시타운을 노리는 곰치 일당도 매직아치를 발견하고, 강력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꾼다. <매직아치>는 매직아치를 통해 피시타운을 지키려는 델피의 성장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그의 성장의 원동력은 사랑이다. 알파와 결혼을 앞둔 미아(폴리나 가가리나)를 짝사랑하는 델피의 변화하는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뷰] '매직아치' 피시타운을 지키려는 델피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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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다. 매미가 미친 듯이 울다가 맥없이 죽어가던 어느 날 나도 죽었다. 아니 나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코마에 빠졌다.” 영화는 정직한 내레이션을 통해 중년 민우(여균동)의 정신세계로 빠져들어간다. 코마 속 세상은 한적한 시골로, 그의 곁에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청년(주민진)이 있다.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청년과 달리 민우는 돌아가고픈 곳도 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냉소적인 중년과 삶에 미련이 남은 청년의 대화로 이뤄진 2인극이다.
[리뷰] '저승보다 낯선' 코마 속 세상에서 만난 두 남자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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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게릴라군 ‘비호’를 이끄는 마위안(성룡)은 몰래 기차에 잠입하여 일본군을 공격하는 소규모 작전에 익숙하다. 어느 날 그는 부상당한 팔로군 병사 다궈(왕대륙)를 도와주던 중, 완수되지 못한 대규모 항일 작전에 대해 알게 된다. <레일로드 워>는 중국의 항일운동이라는 거대 서사를 성룡 특유의 호쾌한 액션과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가볍게 풀어간다. 성룡을 비롯해 왕카이, 왕대륙 같은 중화권 스타 배우들이 등장하여 볼거리를 더한다.
[리뷰] '레일로드 워' 중국의 항일운동과 성룡 특유의 호쾌한 액션의 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