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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고진옥, 제주도 해녀입니다.”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진옥(고두심). 그런 진옥을 취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이 제주로 찾아온다. ‘육지 것’에게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는 진옥은 경훈에게 매몰차게 대하지만, 경훈은 물러나는 대신 해녀들의 일을 돕고 나선다. 촬영 중 물에 빠진 경훈을 진옥이 구해준 뒤로 둘은 서로 같은 상처를 가졌음을 깨닫고, 조금씩 가까워진다.
<빛나는 순간>은 소준문 감독이 <REC 알이씨> 이후 10여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다. 퀴어영화를 꾸준히 연출해온 소준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나이 차라는 편견에 가로막힌 해녀와 PD의 관계를 그리며 이들의 사랑을 무엇이라 정의할 것인지 질문한다. 소준문 감독이 “제주도의 풍광”이라 칭한 고두심은 경훈에 대한 설렘뿐만 아니라 제주 4·3사건의 아픔까지 절절히 표현했고, 지현우는 해사한 웃음 뒤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경훈의 노력까지 놓치지
'빛나는 순간' 고두심·지현우…사랑으로 빛났던 모든 날, 모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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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유독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1999년 7월 30일에 개봉한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세찬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배우들이 펼치는 처절한 액션 신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진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ARCHIVE]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빗속의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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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이 제작하고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공포 영화 <랑종>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언론에 첫 공개된 <랑종>의 시사회장에서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안도하는 한숨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은 <랑종>은 태국의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신내림이 대물림 되는 무당(랑종)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다. 예고편은 정말이지 예고에 불과하다. 무사히 관람을 마친 기자들의 첫 반응을 전한다.
송경원 기자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 원안을 맡고 <셔터>(2004), <피막>(2013)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합작품. 제목인 랑종은 무당을 의미하는데, 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태국의 무속신앙 한 가운데에서 모두를 현혹한다. 나홍진이 반종 피산다나쿤에 빙의한 건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나홍진에 씐 건
“눈물나게 무섭다” 나홍진 제작 공포영화 ‘랑종’ 시사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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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알베르토 망겔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좋아하지 않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작가, 번역가, 편집자, 비평가, 독서가. 그를 수식하는 수많은 말이 있지만, 그의 이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시력을 잃어가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부탁으로 16살 때부터 4년간 그에게 책을 읽어준 것이다. 한평생 책을 읽고, 쓰고, 번역하고, 도서관장으로 일하는 등 수많은 활동을 해온 그의 저작은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넘쳐흐른다.
<끝내주는 괴물들>은 고전문학에 대한 책인데 라인업부터 대단하다.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성경> 욥기의 욥, <서유기>의 사오정, <하이디>의 하이디 할아버지. 누가 어떻게 괴물이라는 것일까 궁리하며 읽다 보면 철학과 문학사, 문학비평 등을 아우르게 된다. 썰을 푸는 망겔은 정말 솜씨가 좋다. “저마다 고유의 내력을 가
<끝내주는 괴물들>, 이상한 문학 나라의 거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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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0일부터 굳게 닫혀 있던 극장들이 지난 5월 19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재개관 당일 극장을 찾은 프랑스인은 30만명. 관객 수용을 실좌석수의 30%로 제한하고 극장의 프라임 타임인 마지막 상영을 불허하는 야간 통행금지(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시행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 시기와 비슷한 숫자를 기록했다.
이에 극장연합은 “다시 한번 프랑스인들의 영화 사랑을 증명한 것이다”라며 자축했다. 이 축제 분위기의 선두에는 알버트 뒤퐁텔 감독의 <바이 바이 모론스>(Bye Bye Morrons!)가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극장 폐쇄 바로 전주에 개봉한 이 작품은 당시 10일도 채 되지 않아 90만명의 관객몰이를 하면서(당시도 야간 통행금지가 실시 중이었다) 2020년 최고의 흥행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가 봉쇄령으로 발목이 묶인 불행한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2021년 세자르영화제는 이 작품에 무려 7개의 상을 몰아주면서(작품상
[파리] '바이 바이 모론스'…봉쇄령 이전의 흥행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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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향하는 기차. 길쭉한 얼굴을 한 루벤(커머라시 이반)은 열차 창문에 매달린 한 여자를 구하려고 몸을 던진다. 반대편에선 기차가 오고 있고 여자는 루벤의 팔을 물어버린다. 이것은 루벤의 악몽이다. 그의 꿈속에 등장한 인물들은 명화에서 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꿈속에서 뭔가에 쫓기는 루벤의 직업은 아이러니하게 예술치료사다. 그에게 유명 명화를 훔치는 미미(하모리 거브리엘러)가 자신의 도벽을 고치고 싶다고 연락해온다. 그러나 미미는 오히려 루벤의 악몽에 관심을 가진다. 그녀는 자신의 재주를 살려 루벤의 심리치료를 시작한다.
<미션 임파서블: 루벤>은 수많은 명화로 구성된 악몽에 시달리는 심리치료사 루벤이 겪는 심리극을 다룬 애니메이션영화다. 영화 속 인물들은 피카소의 그림처럼 정면과 측면의 얼굴이 하나의 얼굴에 담겨 있다. 이렇듯 영화엔 벨라스케스, 마그리트, 피카소, 보티첼리, 마네, 호퍼 등 수많은 화가의 작품들이 등장하고 이를 영화 특유의 작화 스타일로 재
[리뷰] '미션 임파서블: 루벤' 수많은 명화로 구성된 악몽에 시달리는 심리치료사 루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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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시리즈의 원년 멤버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를 주인공으로 한 솔로 무비. 2019년 타노스에 맞서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떠난 블랙 위도우의 시간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로 돌렸다. 어벤져스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혼자가 된 블랙 위도우는 20년 전 헤어진 여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와 재회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레드룸이 아직도 실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드룸은 두 사람을 암살자로 만든 소비에트연방의 훈련기관. 두 사람은 레드룸을 없애고 지배받는 여성들을 구하기로 의기투합한다.
<블랙 위도우>는 <아이언맨2>부터 약 10년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활약해온 블랙 위도우에게 헌정하는 솔로 무비다. MCU 초기와 비교하면, 지략이 뛰어난 히어로임에도 성적 대상화를 면치 못했던 블랙 위도우를 비추는 시선이 많이 성장했음이 느
[리뷰] '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에게 헌정하는 솔로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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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거의 10년간 이렇게 여행했잖아. 그럼 거시적인 의미에서 우리도 10년간 오디세이를 쓴 거라고.”(롭 브라이던)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을 따라 그리스 투어를 떠나는 오랜 콤비의 여정에 이보다 더 뻔뻔하고 적절한 농담이 있을까. 영국의 걸출한 코미디 배우 둘,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던이 <트립 투 잉글랜드>(2010)에서 시작한 인연을 <트립 투 이탈리아>(2014), <트립 투 스페인>(2018)을 거쳐 <트립 투 그리스>에서 마무리 짓는다. 호화로운 파인 다이닝과 역사적 명소들의 우아한 이미지 위로 엉뚱한 익살과 개인기를 덧대는 능청스러움은 여전히 기세 좋게 유쾌하다.
그동안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던을 여행하게 만든 건 영국 잡지 <옵서버>의 미식 여행 기획 덕택이다. 에디터들은 종종 두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일정을 무사히 소화하고 있는지 확인하곤 하는데, 수화기 너머로도 저들끼리 쉼 없이
[리뷰] '트립 투 그리스' 그리스 투어를 떠나는 오랜 콤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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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
감독 두기봉 / 왓챠,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온
중국 본토의 마약 범죄 수사관 장(손홍뢰)과 홍콩의 마약 조직 보스 차이(고천락) 사이의 지독한 추격전을 다룬 두기봉 감독의 걸작이다. 이해영 감독의 <독전>의 원작이기도 하다. <독전>이 서울을 배경으로 암약하는 마약 조직의 이미지를 무국적으로 묘사한다면, <마약전쟁>은 중국과 홍콩의 오랜 정치, 역사적 배경을 누아르와 서부극 장르에 이식해 만든 영화다. 고천락의 속을 알 수 없는 비겁한 범죄자의 표정, 손홍뢰의 무시무시한 추격자의 아우라를 따라가다 보면 하드보일드한 범죄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안나: 죽지 않는 아이들>
감독 니콜로 암마니티 / 왓챠
어른들만 걸리는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뒤덮고 아이들만 살아남게 되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드라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드라마가 촬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에 퍼지면서 드라마의 내용이
영화 '마약전쟁', 하드보일드한 범죄영화의 매력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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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도에서 괭이갈매기 무리를 만나자 “갈매기 나래 위에 시를 적어 띄우는”(최백호 <영일만 친구>)을 불러 젖히는 인간 주크박스. 전망대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 <울릉도 트위스트>를 부르고 흥겨운 춤에 온몸을 맡겨버리는 중년 여성. 신계숙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과 교수는 한국 최초의 중식 여성 셰프이자 57살에 대형 바이크 면허를 따고 전국을 누비는 음식 기행의 호스트다. 이성을 놓은 춤사위로 자신을 알아본 관광객에게 신 교수는 “채널이 400개인데 어떻게 절 봐주셨슈”라고 맞인사를 건넨다. 그 입담에 감탄하다 문득 채널 수는 어쩌다 알았을까 궁금해졌다.
EBS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 시즌2가 종반으로 접어드는 즈음, 회차를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며 답을 찾았다. 그도 집에만 있다시피 하면서 ‘내가 우울한가?’ 느끼는 때가 있었단다. (사람이면 당연하다.) 다만, 그는 시도하고 경험할 때 몸에 활기가 도는 짜릿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 맛이라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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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의 배우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과 정이삭 감독 등이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신입 회원 초청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극장 영화업계에 기여한 공로가 알려진 전세계 395명의 예술가 및 관계자들에게 회원 초대장을 보냈다.
이 초청 명단에는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를 비롯, <미나리> 제작진이 대거 포함됐다. 배우 한예리, 스티븐 연,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이삭 감독, <미나리><디트로이트>를 편집한 해리 윤, <미나리><샌프란시스코의 마지막 흑인 사나이>를 제작한 크리스티나 오와 두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에밀 모세리 음악감독 등이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초청된 이들이 최종 수락을 하면 2021년 새 아카데미 회원으로 추가된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이번 초청 명단을 발표하면서 각 초청자의 인종, 성별 비율도 공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정이삭, ‘미나리팀’ 아카데미 회원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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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열한 번째 장편영화 <모가디슈>는 소말리아 내전 발발 초기, 수도 모가디슈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 속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1991년, 남과 북이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외교 총력전을 펼치던 때. 소말리아 내 무장 군벌들의 힘겨루기는 내전으로 번지고, 모가디슈에 머물던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 및 가족들이 모가디슈에 고립된다.
식량은 물론 통신과 항공편마저 끊겨 힘겨운 상황이 이어지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 일행이 도움을 요청해온다. 남과 북 대사관 직원들은 탈출이라는 공통의 목표하에 함께 작전을 펼쳐나간다. 대한민국 대사관 한신성은 김윤석, 안기부 출신의 정보요원 강대진은 조인성이 연기한다. 북한의 림용수 대사는 허준호, 태준기 참사관은 구교환이 맡았다.
류승완 감독과 배우 김윤석, 조인성의 첫 만남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100% 촬영한 만큼 1991년 소말리아라는 낯선 시공간을 얼마나 흥미롭게 그려냈을지도 궁금한
[Coming soon] '모가디슈'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과 북 대사관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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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제한>
감독 김창주 출연 조우진, 이재인, 진경
<발신제한>은 주말 동안 24만4094명의 관객을 동원해 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면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6월 30일) 누적 관객수 46만7644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배우 조우진은 데뷔 22년 만에 첫 원톱 주연을 맡아 올해 상반기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의 얼굴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발신제한>은 은행 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아침에 차 안에서 폭탄 테러 협박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추격 스릴러다.
입소문을 타고 꾸준한 예매율 상승을 이어가던 <킬러의 보디가드2>는 주말 동안 13만5714명을 동원하며 외화 1위에 등극, 이전 주말 7위에 그쳤던 성적이 무려 5계단이나 뛰어오르는 이변을 보였다. 한편 <크루엘라>가 13만명대로 은근한 뒷심을 내는 데 반해 <콰이어트 플레이스2>는 관객수가 절반 가까이 낙
[BOX OFFICE] 데뷔 22년 만, 조우진의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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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미술감독조합이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과 함께 ‘영화·영상 프로덕션 디자인 캠퍼스’를 연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영화미술감독조합과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이 산학협력을 맺어 영화, 영상 미술의 기초적인 교육부터 전문교육까지 아우르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화·영상 프로덕션 디자인 캠퍼스’는 영화, TV 드라마와 그 외의 다양한 영상 콘텐츠 제작 현장이 요구하는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강의로, 총 24강좌로 이루어진 이론 강의가 진행된다. 약 3주간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영화·영상 프로덕션디자인 아카데미 Academy of Production design’(가칭)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와 방송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미술감독과 전문가들의 현장감 넘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영상 미술 지망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21년 8월 2일(월) 부터 8월 19일(목)까지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10:00-17:00), 명필름
영화 미술감독들에게 직접 배우는 ‘영화·영상 프로덕션 디자인 캠퍼스’ 강좌 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