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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가족과 함께 사는 9살 소년 버디(주드 힐)는 여느 때와 같이 친구들과 집 앞의 거리에서 뛰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주교를 탄압할 목적으로 결성된 폭도들이 들이닥친다. 도시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고 사람들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도블록으로 높이 바리케이드를 쌓는다. 점점 험악해지는 마을 분위기 속에서도 버디는 일상을 유지한다. 좋아하는 친구의 옆자리에 앉기 위해 열심히 수학을 공부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날의 일과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버디의 아버지가 영국을 오가며 일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족은 영국으로의 이주를 계획한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벨파스트>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재료로 삼되, 버디라는 새로운 화자를 창조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북아일랜드 출신의 배우들을 기용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연기를 펼
[리뷰] '벨파스트'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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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스타 캣(제니퍼 로페즈)은 동료 가수 바스티안(말루마)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전세계 2천만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뉴욕에서 결혼식 콘서트가 열리는 날, 캣은 바스티안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음을 미처 추스르지 못한 채 웨딩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캣의 시선은 ‘Marry Me’라 적힌 플래카드를 든 한 관객에게 꽂힌다. 그렇게 예기치 못한 청혼과 승낙, 결혼식이 단숨에 이어지고 두 사람은 얼떨결에 부부가 된다.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수학 교사 찰리(오언 윌슨)는 하루아침에 슈퍼스타의 남편이 된다.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결혼 생활을 하게 된 찰리는 화려한 겉모습 뒤 숨겨진 캣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현란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 속한 캣 또한 소탈하고 따뜻한 찰리와 시간을 보내며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선결혼 후연애’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바스티안이 캣을 찾아온다.
슈퍼스타와 평범한 교사의 사랑을 그려낸 <메리 미>는
[리뷰] 슈퍼스타와 평범한 교사의 사랑 '메리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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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년 동안 지구를 무사히 돌던 달이 어느 날 궤도를 틀어 지구로 낙하한다. 사건은 10년 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우주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과 파울러(할리 베리)는 위성 수리 임무 도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로부터 습격을 받아 동료를 잃고 지구로 귀환한다. 그러나 관계자들이 아무도 ‘괴물체’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탓에, 브라이언은 10년째 불명예스러운 은퇴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의 앞에 자칭 우주 박사 KC(존 브래들리웨스트)가 나타난다. 달이 외계인의 건축물이라고 주장하는 KC는 브라이언에게 달이 지구로 향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그와 동시에 나사에서 근무하는 옛 동료 파울러가 브라이언을 찾아와 그것이 사실이라는 얘기를 전한다. 이미 틀어져버린 달의 궤도는 지진과 해일 등을 발생시켜 전 지구를 혼란에 빠뜨리고, 이에 세 사람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달로 향한다.
‘달이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설정의 <문폴>은 <투모로우> <2012
[리뷰] 어느 날 달이 궤도를 틀어 지구로 낙하한다면 '문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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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구암의 건달들 사이에 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부산의 작은 포구 구암 일대를 수십년 동안 쥐락펴락해온 만리장 호텔 사장 손 영감(김갑수)은 겉으로는 덕망 있는 지역 유지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해수욕장 이권 사업과 밀수 사업을 쥐고 흔드는 지역 건달 패거리의 두목이다. 그에게는 충실한 오른팔 희수(정우)가 있다. 손 영감의 각종 사업, 그중에서도 만리장 호텔 운영을 도맡고 있는 희수는 자신의 아버지와 다름없는 손 영감에게 충성을 다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게 문제다. 다른 건달들이 전자오락게임 사업을 같이해보자며 그를 꼬드기자, 마흔줄에 접어든 희수는 추풍낙엽마냥 흔들린다. 손 영감에게 평생 충성을 바친다 한들 자신에게 만리장 호텔을 물려줄지도 확신할 수 없다. 늘 애물단지같이 구는 손 영감의 유일한 혈육인 조카 도다리도 눈에 밟힌다. 희수는 무리해서 손 영감에게 독립을 해보겠다고 말하지만 어쨌거나 의리도 정의도 없는 건달들 사이에서 새로운 사업이
[리뷰] 항구도시 구암의 건달들 사이 몰아치는 피바람 '뜨거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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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소설 <나인>이 새로운 표지의 리커버판으로 출간되었다.
“강한 힘을 가지면 그런 선함도 함께 깃드는 걸까. 아니면 그런 용기를 가지고 있기에 강한 힘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걸까. 인과를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지모는 후자이기를 바랐다. 강한 힘을 가진다고 해서 선함이 무조건 깃드는 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올바르게 쓰일 줄 모르는 힘은 재앙과 다르지 않았다.” 나인의 이모가 나인에 대해 생각하는 소설 후반부의 한 대목이다. 더 강한 힘을 가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믿는 세상에서, 천선란의 주인공(들)은 온전한 하나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기꺼이 다른 생명과 함께한다.
주인공 유나인은 고등학생이며, 미래와 현재라는 이름의 친구와 곧잘 어울린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셋은 어느 날 미래의 집에 가기로 하는데, 집 승강기에서 갑자기 엄마의 애인이 여자라고 툭 말을 꺼냈다. 나인은 자신이 이모랑 살고 부모 얼굴을 모른다고 고백해버렸고, 현재는 가끔
씨네21 추천 도서 -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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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다이어 선집이 출간되었다. 음악과 사진, 여행 등에 대해 사색적인 에세이를 쓰는 제프 다이어의 책은 이전에도 출간된 적이 있는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나 아름다운>과 <지속의 순간들>은 새롭게 번역되었으며, <인간과 사진>은 처음 소개된다. 책이 다루는 분야에 해박한 번역자들이 책을 옮겼는데, 설명하지 않고 레스터 영, 듀크 엘링턴, 텔로니어스 멍크를 비롯한 재즈의 거인들이 활동한 현장을 묘사하듯 보여주는, 재즈 뮤지션들과 재즈 음악에 대한 <그러나 아름다운>의 번역이 특히 돋보인다. 본문은 과거 흑백 사진을 통해 당시의 장면들을 흑백영화처럼 그려가는데, 후기(‘후기: 전통, 영향 그리고 혁신’)에 이르면 제프 다이어가 픽션 같기도 논픽션 같기도 한 이 책을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모든 예술은 동시에 비평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에 실린 추천 음반 목록은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지속될 황홀한
씨네21 추천 도서 - <인간과 사진>, <그러나 아름다운>, <지속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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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현대 타이완에 살아가는 셜록 홈스와 왓슨을 보탠 뒤, 호숫가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사건을 시작한다. 무대는 특급 호텔 캉티뉴스. 2016년 1월1일 금요일 새벽 6시28분. 캉티뉴스 호텔 뒤 호숫가 산책로에서 총에 맞아 죽은 듯한 남성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긴급신고센터에 접수된다. 피살자는 캉티뉴스 호텔 사장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접한 사건 때문에 현장에 가게 된 검사는 불만이 대단하다. 그는 경찰국으로 공문을 보내는데, 그가 언급하는 이름이 하나 있다. 푸얼타이. 한자로 ‘푸얼모쓰’는 셜록 홈스를 중국식으로 음역한 이름이며 ‘푸얼타이’는 볼테르를 중국식으로 음역한 이름이다. 셜록 홈스처럼 명석한 추리력을 갖춘 탐정 캐릭터가 바로 푸얼타이인데, 그는 공교롭게도 살인 사건 전날인 12월31일에 캉티뉴스 호텔에 있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웨이즈가 캉티뉴스 호텔에서 약혼식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일이 되도록
씨네21 추천 도서 -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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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방대 강사로 일하는 설영에게 어느 날 ‘셜록’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셜록은 6년8개월 전 연락이 끊긴 친구다. “죽은 아버지. 아니, 죽은 마녀. (중략) 도둑신부와 원본 없는 세상. 1948년, 1963년, 다시 2016년, 2017년.” 셜록으로 불렸던 친구는 탐정소설 마니아답게 알쏭달쏭한 문장과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보내온다. 한편 강남에서 성형외과의로 일하는 연정은 가끔 죽은 딸 도영의 환영을 본다. 성범죄로 목숨을 잃은 도영은 탐정소설을 좋아했다. 설영과 연정은 관계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셜록’이라는 교차점에서 만나게 된다.
셜록이 설영과 함께 연구했던 논문 주제는 ‘배제된 여성문학, 빨치산 문학’이었고 이들은 취재차 일본에서 한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빨치산들과 생활했던 할머니는 당시 기억을 미래의 여자들에게 덤덤히 들려준다. 빨치산과 남한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사랑하는 이의 손을 놓고 떠나야만 했던 이야기를.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씨네21 추천 도서 -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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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에는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주인공은 각기 다른 인물들이지만 어쩐지 한 사람이 1인칭 시점에서 하는 말처럼 읽히기도 한다. 몰개성하단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 내가 익히 잘 아는 사람 같다. 때로 그것은 소설 속 인물이 하는 말이 아니라 언젠가 써놓은 내 일기장 속 문장 같기도 하다. 김지연 소설의 여자들은 살기 위해 모멸감을 참다가도 대뜸 상대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연약한 것 같아도 강인하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지만 실은 자기 욕망을 관철하기 위해 능동적이다. 가족의 기대를 배반하며 이룬 것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계획도 비전도 없는 자신을 혐오하는 것 같아도 마지막 문장을 닫을 때면 그가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배경 도시나 인물의 이름이 겹치지 않아도 소설들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9개의 스핀오프처럼 읽힌 이유는 그 세계가 현재 시점의 대한민국이라서다. 거기 사는 여자들은 매일 무신경한 말에 노출
씨네21 추천 도서 - <마음에 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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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와 새 번역으로 선을 보이는 에세이와 소설, 처음 선보이는 타이완 작가의 추리소설, 한국 소설가들의 ‘지금, 여기’를 담아내는 이야기를 고르게 소개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3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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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대표 흥행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의 신작 <강구바이 카티아와디>가 순항 중이다. 인도 북서부 해안 카티아와르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발리우드 배우를 꿈꾸던 10대 소녀 강가가 거짓된 사랑의 속삭임에 뭄바이로 도주했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고 기구한 삶을 살게 되지만, 훗날 입지전적인 인물로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전기 형태의 범죄 드라마로 감독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향한 송가에 가까운 이 영화는 알리야 바트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내세워 산제이 릴라표 영화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을 재현해냈다. 긴 세월 그의 작품을 믿고 보며 고대해온 팬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다. 아쉽다면 그것이 전부. 그 밖엔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이다. 이보다 앞서 개봉한 <바다이 도>는 조금 특별한 영화다. 각자 동성에게 이끌리는 남녀가 주위에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숨기려 위장 결혼을 한다는 코미디 드라마다. 이른바 퀴어영화가 박스오피스에 등장한 점이 눈에 띄는데, 비록 가벼운 터치에 그
[델리] 발리우드 화제작 3편을 통해 보는 인도영화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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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감독 장 자크 발레 | 웨이브
평화로운 시골의 작은 마을 윈드갭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신문기자인 카밀 프리커(에이미 애덤스)는 사건 취재를 위해 오랜만에 고향 윈드갭으로 돌아간다. 카밀이 윈드갭에 돌아온 이후, 살해당한 채 발견된 앤 내쉬에 이어 실종됐던 나탈리 킨의 사체가 발견된다. 10대 소녀들의 연이은 사고에 마을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한다. <몸을 긋는 소녀>는 심리묘사에 탁월한 고 장 자크 발레 감독의 연출법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수사 드라마의 형식을 취하되 카밀의 과거와 엮어 윈드갭의 비밀을 천천히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감독 크레이그 조벨 | 웨이브
한때 이스트타운의 농구 영웅이었던 메어(케이트 윈슬렛)는 형사가 되어 마을의 사건 사고를 책임진다. 실력이 좋아 신임이 두터움에도 실종된 한 소녀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생 에린(케일리 스패니)까지 실종되면
[홈시네마] 10대 소녀들의 연이은 사고 '몸을 긋는 소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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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초에 불과한 몸싸움, 손을 떠난 공이 링을 통과하는 짧은 순간을 확장해 각성이나 성장이 발생하는 밀도 높은 찰나를 보여주는 스포츠 서사의 맛을 만화 <슬램덩크>로 처음 알았다. 그리고 IMF 외환 위기로 펜싱부가 없어져도 기어코 동경하는 선수가 있는 곳으로 전학 간 18살 나희도(김태리)를 통해 그 느낌을 다시 곱씹는다. 처음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간 희도의 내레이션이 “여기 나보다 노력한 사람은 없어. 오늘 한 경기도 안 진다”에서 “그래 나는 아직 나를 못 믿어. 나를 알아봐준 당신들을 믿”는다고 뒤집힐 때 깨달았다. 희도는 어리구나. 그래서 처음, 생생하게 겪는 순간이겠구나. 또렷한 자기 확신으로도 모자랄 때, 누군가의 기대를 수혈해 돌파하고 그 경험을 다시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다지는 성장의 순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다 보니 내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른다. 가만히 엎드려 드라마가 간질이는 옛 기억을 따라가다가 좋아하던 과학 실험이 떠올랐다. 사인펜을 칠한
[홈시네마] 온라인 친구와 오프했는데... 너였구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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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진하게, 더 쨍하게
눈 밑까지 붉게 상기된 얼굴이 다시 우리를 노려본다. “양미숙(공효진)은 왜 그럴까?” 이경미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되뇌었다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좋아하는 러시아어를 더는 가르치지 못하게 됐고, 좋아하는 남자도 동료에게 뺏기게 생긴 중학교 영어 선생 미숙의 울긋불긋한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가 왔다. 2008년 10월16일 개봉한 <미쓰 홍당무>의 블루레이가 코멘터리, 인터뷰 여러 편을 새로 갖춘 한정판으로 4월11일 발매된다. 이 소식을 기념해 <씨네21> 트위터 스페이스에 나온 이경미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리마스터링과 색 보정에 임한 사연을 들려줬다. “<미쓰 홍당무> 촬영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로 영화를 촬영하는 일이 흔치 않았어요. 디지털로 찍은 걸 필름으로 옮겨 상영했는데, 그걸 다시 디지털로 리마스터링했어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새롭게 보니 인물들이 화도 많이 나 있고, 시끄럽더라고요
[씨네21 트위터 스페이스] '미쓰 홍당무' 블루레이 발매 앞둔 이경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