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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식당에서 주방보조원으로 일하다 병원 급식조리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병원은 급식사업이 외주업체로 넘어가며 비정규직 조리원들이 농성 중이다. 요리하기를 즐겼던 여자는 이제 요리 과정만 떠올려도 구역질이 난다. 치매 시어머니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본 50대 여자에게 남은 삶은 그저 주어졌기에 버텨야만 하는 것이다. 남자는 사업 실패 후 건설 현장 교통 관리원으로 일한다.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아내와는 대화조차 끊겼다. 여동생이 돈을 꾸러왔지만 도와줄 수 없다. 늙다 못해 삭아버린 동생의 얼굴에서는 비애가 느껴진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잘못됐다. 201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손홍규 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는 주인공 부부의 고단한 삶을 각자의 시선으로 비추다가 평행선 같은 두 사람이 어쩌다 사랑에 빠졌는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쁘지도 다정하지도, 이상형도 아닌 여자와 평생 해로할 수밖에 없겠다고 마음먹은 찰나의 문장은 손홍규 소설의 전반적인
씨네21 추천도서 -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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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단어의 성공 스토리는 분명 출판되어야 한다.” 서문에 언급된 문장은 아마도 이 책 자체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말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저작이 바로 프레드릭 제임슨의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일 것이다. (미주와 찾아보기를 포함해) 800쪽에 육박하는 이 책이 술술 읽힌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시간을 들여 독파할 가치가 있는 문화비평서다.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는 문화, 이데올로기, 비디오, 건축, 문장, 공간, 이론, 경제, 영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데, 어느 한 파트만 읽기보다는 순서대로의 독서를 권한다. 이 모든 논의가 종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즘적 세계의 특수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이 끝나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시작된 게 아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명명되었기 때문에 비로소 모더니즘은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무엇인가. “포스트
씨네21 추천도서 -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 문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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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오랜 시간 그리스 로마 신화 강의를 이어오며 학생들 사이에서 호평받았다는 김헌 교수의 이번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러 순간들을 철학, 문학, 언어(그리스어를 차용한 브랜드 이름이 얼마나 많던가) 등과 연결하며 현대적 해석을 덧붙인 결과물이다. 1부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2부 신들의 영광, 3부 영웅의 투쟁, 4부 불멸과 필멸의 큰 챕터 안에 신과 영웅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짧지만 밀도 높게 실려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같다고 할까.
예를 들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일화는 ‘프로’(pro)가 ‘앞으로’라는 뜻이며, ‘크루오’(krouo- )는 대장장이가 불에 달군 금속을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쳐서 길게 늘이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한다. 즉 ‘망치로 두드려 앞으로 쭈욱 길게 늘어나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데, 잠든 손님을 침대에 묶어놓고 침대 길이에 맞춰
씨네21 추천도서 -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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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시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되면, 많은 관광객이 뉴욕을 찾을 것이고 뉴욕 현대 미술관 모마(MoMA)를 방문할 것이다. 모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같은 작품들을 소장한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그림들: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은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실제로 작품을 보고 해설을 듣는 듯한 경험을 주고자 의도한 책이다. 그래서 그림이 걸린 미술관 풍경이 큼직한 사진으로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풀랑-창과 나>는 칼로가 원숭이 ‘풀랑-창’과 함께한 모습을 그린 자화상인데, 모마에는 이 작품이 거울과 나란히 걸려 있다. 칼로가 집안 곳곳에 거울을 둔 점을 고려한 배치다. 책에는 작품과 그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모습이 비친 거울까지 담은 큰 사진을 실어놓았다. 현장감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만화를 캔버스에 옮기는 팝아트 작업으로 유명한 로이 리
씨네21 추천도서 - <그림들: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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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소설집.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들 눈에 보이는, 관행으로 굴러가는 세계의 수수께끼가 소설에 유머를 더한다는 점에서 곽재식의 세계를 ‘생활인계(系)’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진지할수록 웃기고 이상해진다. SF작가들과 팬이 소설을 창작하고 읽는 공간인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2018년부터 2021년 동안 올린 글을 묶었다.
표제작인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은 말할 것도 없이 빵을 좋아하다 못해 자기 피까지 내주는 헌혈이라는 행동을 하는 인간들에 대한 관찰보고서다. ‘헌혈? 빵 때문에 하는 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면 곽재식 작가의 계획에 완전히 걸려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에 딸린 세 번째 행성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젊은 층 사이에 번지고 있다는 소식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문제의 행성에는 ‘사람’이라는 미생물이 사는데, 사람은 문제의 행성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류 생물인 식물과 세균에 기생해서 살아간다. 이 사람이라는
씨네21 추천도서 -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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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활동이 무엇보다 즐거운 시기지만, 이번달에 모은 5권의 책 모두 깊은 사유를 제공하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들이 당신의 삶을 조금 바꾸어놓을지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4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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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마르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이 80살을 맞이했다. 독일 언론은 뉴 저먼 시네마의 대표 주자이자 페미니스트 1세대 감독인 폰 트로타 감독의 삶과 작품을 앞다투어 조명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 폰 트로타 감독의 삶과 작품을 그린 90분짜리 다큐멘터리영화를 제작해 텔레비전 방송으로 내보냈다. 다큐멘터리는 폰 트로타 감독이 2019년 제69회 독일 영화상 공로상을 수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영화 인생은 독일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제3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독일 자매>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다. <독일 자매>는 70년대 적군파 요원이었다가 체포되어 구금 생활을 하던 중 자살로 생을 마감한 구드룬 엔슬린과 여동생 크리스틴을 모델로 만든 영화다. 청소년기에 학교교육에서 나치 독일의 실상을 접하고 심리적 충격을 받은 자매는 각각 적군파 요원과 독일 첫 페미니스트 잡지 <엠마> 기자로 사회변
[베를린] 80살 맞은 독일의 페미니스트 1세대 감독 마르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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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영, OTT 공개작을 가리지 않고 학교 폭력의 잔혹한 재연이 넘친다. 반드시 나온다고 장담할 만큼 반복되는 연출도 있다. 발치에 있는 상대를 제압하는 가해자와 짓밟히는 피해자 두 사람의 시야를 오가는 시점숏이다. 피해자의 공포를 극대화해 전달하려는 의도가 가해자의 전능감을 증폭시킬 때, 이 연출은 피해자와 가해자 어느 쪽에 봉사하는 걸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자들의 죽음을 막아 본래 수명대로 살게 하는 일을 맡은 저승 대기업 ‘주마등’ 위기관리팀의 이야기인 MBC <내일>의 첫 에피소드 ‘낙화’도 학교 폭력을 다룬다. 원작 웹툰에서 고등학생이었던 노은비(조인)는 29살의 방송 작가가 되었고 은비를 괴롭히던 같은 반 김혜원(김채은)은 학폭 가해자를 응징하는 인기 웹툰의 작가로 은비가 맡은 방송에서 재회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이 학폭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면서 다시 예전의 폭력을 행사하는 지독한 기만이 은비를 벼랑 끝으로 몰고, 사람 살리는 저승사자 구
[홈시네마] 폭력의 재연을 고민함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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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1400만개의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마법사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동안 그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늘 고난도였다지만, 이번엔 더 복잡하다.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가 열린 탓에 닥터 스트레인지는 오랜 동료들은 물론 차원을 넘어 들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대혼돈 속에서 예상치 못한 극한의 적과 맞서 싸우게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월4일 전세계에서 동시 개봉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막강한 능력을 지닌 마법사 히어로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통해 소개된 이후 6년 만의 솔로무비다. 첫 솔로무비에서부터 닥터 스트레인지의 조력자였던 웡(베네딕트 웡)은 이번에도 든든한 지원군으로 등장하며, 어벤져스 멤버 완다(엘리자베스 올슨)는 멀티버스의 균열 속 어둠의 힘과 함께 폭주한다. ‘호러의 대가’이자 <스파이더맨> 3부작으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이
[Coming Soon] 닥터 스트레인지 월드에 새로운 무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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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웹툰 <부활남>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인류 전쟁: 부활남>(가제, 제작 용필름·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배우 구교환이 캐스팅되었다. <신인류 전쟁: 부활남>은 만년 취준생 석환이 죽은 뒤 3일 후에 부활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로, 구교환은 주인공 석환을 연기한다. <뷰티 인사이드>를 연출한 백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브리 라슨
배우 브리 라슨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합류한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제작자 겸 배우 빈 디젤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라슨의 캐스팅 소식을 알렸다.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하는 <분노의 질주> 10번째 작품은 2023년 5월 공개를 목표로 프리프로덕션 중이다.
톰 히들스턴
톰 히들스턴이 Apple TV+ 시리즈 <화이트 다크니스>의 주연을 맡고 제작에 참여한다. Apple TV+ 시리즈 <파
'신인류 전쟁: 부활남'의 구교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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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올해 라인업을 공개했다.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 <경성크리처>와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카카오TV 오리지널 <결혼백서> <빌린몸>, 영화 <브로커> <헌트> <야행> <승부> 등 20여편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장세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상콘텐츠사업본부장은 “카카오엔터와 산하 제작 자회사간의 협업은 물론, 독보적 역량을 갖춘 크리에이터들간의 공동제작 등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며 “카카오엔터의 작품 기획/제작 역량과 마케팅, 유통 등 탄탄한 콘텐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크리에이터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작품에 집중함으로써, 웰메이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올해 라인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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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잠깐 운영이 중단됐던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가 새롭게 출발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샤넬이 함께 ‘CHANELX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를 선보이기로 한 것.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차세대 아시아 영화인을 발굴하고, 아시아 영화인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한 영화 교육 프로그램이다. 2005년 설립한 뒤로 현재까지 32개국 363명의 젊은 영화인들을 배출했다. 샤넬은 ‘그녀의 렌즈를 통해서: 트라이베카 샤넬 여성 영화인 프로그램’,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샤넬 여성 작가 네트워크’ 등 여러 세계 영화계를 지원해왔다. 참가자 접수는 5월8일까지,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bafa.biff.kr)를 참조하자.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샤넬과 함께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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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가 강릉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선임됐다. 강릉국제영화제는 지난 4월12일 이사회를 열고 오정완 대표를 영화제의 새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하는 의결을 통과시켰다. 오정완 집행위원장은 1999년 영화사 봄을 창립해 <반칙왕> <장화, 홍련>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 <해변의 여인> <밤과낮> 등 많은 한국영화를 제작했고, 최근 제작한 <원더랜드>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 집행위원장 체제로 출발하는 제4회 강릉국제영화제는 11월 강릉시 일대에서 열린다
강릉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오정완 대표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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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폭력과 스캔들로 떠들썩하다. 우선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폭력을 휘두른 배우 윌 스미스에게 향후 10년간 시상식 참석을 금지하는 처분이 내려졌다. 윌 스미스는 시상식에서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를 두고 농담을 던진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려 공분을 샀다. 윌 스미스는 사건 다음날 사과 성명을 내고 아카데미 회원에서 자진 탈퇴했으나 아카데미측은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처분을 내렸다. 윌 스미스는 <킹 리차드>로 받은 남우주연상 트로피까지 박탈당하진 않았다. 그러나 아카데미의 전통대로 전년도 수상자로서 시상자로 나설 기회는 사라졌다.
미투 가해자인 코미디언 루이스 C. K.가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코미디 앨범상을 수상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루이스 C. K.에게는 복귀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그래미에는 미투 가해자에게 다시 권위를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루이스 C. K.는 시상식 당일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이로써 세 번째 그래미
윌 스미스, 루이스 C. K., 조니 뎁… 떠들썩한 할리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