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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이전의 스파이더맨과 달리 살면서 그리 고통을 겪을 일이 없었다. 우선 가족이나 친구를 잃어본 적이 없다. 그가 처음 느낀 허전함이란 아이언맨의 빈자리인데 이는 사실 전 지구적인 재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피터 파커는 자신의 내밀한 고통과 마주한 적이 없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피터가 인생 최대 위기를 맞게 되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야기다.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이 가진 최고의 슈퍼파워는 피터 파커 자신의 겸손함”이란 말을 한 적 있는데 스파이더맨을 둘러싼 모든 사건, 사고의 시작과 끝이 그의 친절한 이타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과연 그의 선의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피터 파커가 고통을 이겨내는 법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마블 코믹스와 <스파이더맨> 영화화 시리즈에 매번 등장하는 이 대사는 친절하고 다정하고 이타적인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을 드러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피터 파커가 고통을 이겨내는 법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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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The Magic Number>를 부른 가수는 ‘드 라 솔’이란 이름의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 힙합 트리오다. 이 노래에는 “나의 1과 2 없이 나의 3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가사가 있다. 이번 영화의 핵심을 담은 가사다. 12월1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개봉 첫날 63만 관객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군다나 오미크론 변이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다. 이번 영화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난 20여년간 슈퍼히어로영화, 나아가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극장에서 즐겨왔던 세대들의 팬심을 자극하는 빅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이번호에서는 스포일러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관객과 함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이야기가 지닌 의미와 피터 파커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나아갈 미래에 관해 짚어본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완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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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뭘 믿고 살아요?” “그건 저도 모르죠. 살아 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아죠.” 믿음을 잃은 사제에게 건네는 정신과 의사의 이 말이 어쩐지 조용한 위안으로 다가왔다.
무표정한 사람들로 가득 찬 버스 안, 한 남자가 흐느낀다.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고 적막만이 그의 울음소리를 감싼다. 남자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근처 승객들에게 말한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여러 번 외쳐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의 울음소리가 조금 더 커졌을 때, 건너편 창가에 앉은 다른 남자가 말한다. “불쌍한 인간. 자기 집에서 슬퍼할 것이지 왜 여기서 저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끝없음에 관하여>를 만들기 이전 15년에 걸쳐 로이 안데르손 감독이 선보여온 ‘인간 3부작’을 가득 채운 불안과 소외의 정서를 드러낸다. 안데르손은 ‘인간 3부작’을 통해 무언가를 잃어버린 채 삶의 부조리를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도시의 냉담한 풍경을 그
작은 몸짓: '끝없음에 관하여'가 보여준 삶의 단면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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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평론가의 프런트 라인]
영화는 사랑 이야기를 예고하지만, 결국 마주해야 하는 것은 처절한 복수극이다. 영화는 관객이 필연적으로 이야기의 성격을 착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는 왜 사랑을 기대해야 했고, 또 그 기대를 배반당해야 했을까. 그 이유에 관해 생각했다.
서부영화는 한때 이야기였다. 1900년을 전후한 시대, 침범이 빈번한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문명과 야만이 부딪히는 이야기가 지치지 않고 재생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부극은 쇠락했지만, 공간과 시대를 넘어 ‘새로움’을 경신하며 이어지고 있다. 서부극이 그 물질적 근거를 잃은 이후에도 <노매드랜드>가 보여주듯 광활하고 삭막한 공간 위에 고독한 여행자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웨스턴을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웨스턴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음악이다. 최근에 발표된 두편의 중요한 서부극 <퍼스트 카우>와 <파워 오브 도그>는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파워 오브 도그'가 멜로드라마가 아닌 복수극이어야 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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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인터뷰가 서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앞두고 의지를 다지는 백성철을 보니 산타와 첫 면접을 보던 나제희 팀장(곽선영)의 마음이 이랬을까 싶다. 그가 연기한 산타는 구경이(이영애)의 게임 길드 멤버였으나 조사B팀 소속이 되어 구경이, 나제희 팀장, 오경수(조현철)와 함께 사건을 파헤쳐가는 인물이다. 하나 정작 산타 본인은 끝막인 12화에 이르러서야 어렴풋이 진실이 밝혀지는, 드라마 <구경이>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캐릭터였다.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조차 산타는 베일에 싸여 있었지만 백성철은 적은 대사를 천번가량 읊고 행동과 표정, 마임까지 연습하며 가능한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구경이> 종영을 앞두고 산타에 관한 숱한 질문에 후련한 마음으로 답할 수 있게 된 배우 백성철을 만났다.
산타 나도 산타의 본명이나 나이 등 관련 정보를 하나도 모르고 시작했다. ‘산타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게 미팅 때부터 감독님이 주
'구경이' 백성철, 베일이 싸여 있던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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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알렉스는 신데렐라를 구하려다 마녀의 저주에 걸려 생쥐로 변해버린다. 신데렐라는 꼬마 마법사이자 든든한 친구인 크리스탈의 도움을 받아 알렉스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만들 방법을 궁리하지만 크리스탈이 만든 약물은 별다른 효과 없이 실패하고 만다. 결국 만물박사에게 자문을 구한 이들은 바다 건너 숲속에 숨겨진 생명석을 찾아오는 일만이 마법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답임을 깨닫는다. 결국 이들은 함께 모험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크리스탈은 자신이 좋은 마법사가 아니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생명석을 손에 넣은 사막여왕의 계략으로 이들은 위기에 처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생명석을 찾아 알렉스를 구해낼 수 있을까.
<신데렐라: 마법 반지의 비밀>의 속편 <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는 신데렐라의 입장에서 왕자를 구하는 이야기를 그린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이다. 전형적인 공주의 이미지를 답습하기보다는 우정으로 결속된 두 여성주인공이 직접 위기를 헤
[리뷰] 우정으로 결속된 두 여성주인공의 이야기 '신데렐라2: 마법에 걸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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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킹스맨: 골든 서클>을 만든 매슈 본 감독은 베테랑 요원 해리(콜린 퍼스)와 신참 에그시(태런 에저턴)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대신 100여년 전 과거로 돌아가 킹스맨 조직의 기원을 밝히기로 한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시리즈의 프리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다.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을 시대 배경으로 삼아, 옥스퍼드 공작(레이프 파인스)과 그의 아들 콘래드(해리스 디킨슨)의이야기에서 킹스맨의 기원을 풀어간다. 1914년, 유럽은 거대한 전쟁의 위험에 휩싸여 있다. 영국의 귀족 옥스퍼드 공작은 영국, 독일, 러시아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개입하는 대신 한 걸음 물러나 평화주의자로서 기사도 정신을 지키려 한다. 사실 이건 대외적 이미지일 뿐, 실제로 옥스퍼드 공작은 믿음직한 유모 폴리(제마 아터턴)와 집사 숄라(자이먼 운수)와 함께 자체적으로 비밀 정보기관을 운영 중이다. 한편 혈기 왕성한 10대 아들 콘래드는 아버지의 만류에
[리뷰]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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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타인이 보고 싶으면 자기 자신을 깊이 똑바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섹스를 하며 이야기를 만드는 예술가 부부가 있다. 각본가 오토(기리시마 레이카)가 오르가슴을 향해 갈 때 떠오르는 직관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면, 배우 겸 연출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아내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받아준다. 그러나 가후쿠가 아내의 외도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가후쿠가 전처럼 오토의 창작을 받아주지도, 그렇다고 불륜의 이유를 직접 묻지도 못하는 어색한 날이 이어진다. 그리고 집을 나서는 남편에게 오늘 저녁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다고 당부했던 오토는, 자신의 말을 전하기 전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2년 뒤 영화의 무대는 히로시마로 옮겨간다. 지역의 예술문화극장에서 기획한 연극제의 연출직을 제안받은 가후쿠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다양한 언어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운전하는 자동차 안에서 생전 아
[리뷰] 자신의 진심을 직시하는 순간, 히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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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를 부산 사투리로 해도 될까요?” 서은수는 변성현 감독이 쓴 <킹메이커> 시나리오를 받고 이렇게 물었다. 변성현 감독의 전작을 좋아하는 데다 함께하는 선배 배우들의 이름을 듣고 속마음으로는 “대사가 없어도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기뻤지만, 그는 약간의 디테일을 더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김운범(설경구) 캠프의 젊은 선거운동원 수연은 본래 서울말을 구사하는 캐릭터였다. “이 보좌관(전배수)도 사투리를 쓰는데 수연도 지방에서 김운범을 돕기 위해 서울로 온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정치 현장에서 선거 캠프가 꾸려지면 각지에서 온,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인데 마침 부산에서 온 캐릭터가 없기도 했다. 변성현 감독은 “부산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가 없으니 대사를 바꿔도 좋다”고 흔쾌히 허락했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부산 사투리라면 자신 있는 서은수는 그길로 대사의 어미를 모두 바꾼 뒤 변성현 감독에게 보여줬고, 리딩 때 그가 손질한 대사로 선
'킹메이커' 서은수, 투지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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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현장에는 ‘전배수 복덕방’이 있었다. 종종 현장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질 때 배우들은 그가 따로 마련한 ‘전배수 복덕방’에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나중에는 가장 선배 배우였던 박인환까지 “여기가 전배수 복덕방인가?”하며 자리를 찾을 정도였다. “배우보다는 FD의 마음으로 현장에 나갔다”는 그는 카메라 밖에서나 안에서나 분위기 메이커였다. 전배수가 연기하는 이 보좌관은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이나 그의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에 비해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요하는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프레임 안에서 매컷 다양한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전배수의 모습을 두고 현장에서는 “이번에는 전배수가 무엇을 할까”라며 일종의 게임까지 만들어졌다. 서창대가 등장하기 전 선거 사무실은 오합지졸에 가깝기 때문에 그는 어떤 격식을 차리기보다 “동네 이장보다는 조금 유능한 정도의 느낌”을 주는 데 집중했고, 그외의 시간엔 동료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킹메이커' 전배수, 관계성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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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 따라붙는 ‘변신’이란 표현이 김성오에게만큼은 다르게 쓰인다. 단역 시절부터 악역을 많이 맡아온 그에게는 <킹메이커>의 박 비서처럼 도드라지는 갈등이 없는 캐릭터가 진짜 ‘변신’이다. 박 비서는 야당 대선 후보 김운범(설경구)의 손발이 되어 돕는 인물이다. “대의를 위해서 김운범의 뒤와 옆에서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보좌”하는 모습으로만 등장한다. <나의 PS 파트너>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으로 이미 두번 호흡을 맞춘 변성현 감독이 “선배, 센 연기는 많이 해봤잖아. 그런 건 다른 데 가서 해”라고 말하며 박 비서 역을 제안했을 때 김성오는 그래서 고맙고 기뻤다고 한다.
- 변성현 감독과 오래 작업해왔는데, <킹메이커> 대본은 어떻게 읽었나.
= 그동안 정치에 딱히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는데 대본에 그려진 정치 세계가 오밀조밀하고 재밌게 다가왔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
'킹메이커' 김성오, 생활 연기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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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대는 그림자이지만 그림자여서는 안되는 캐릭터다. 전설의 ‘선거판의 여우’는 60~70년대 정치판의 판도를 바꾼 스타 김운범(설경구)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기상천외한 전략을 짜냈지만 일급 참모의 존재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그는 명함조차 없이 일한다. 하지만 <킹메이커>는 대의를 위해 뒤에 숨어야만 했던 서창대의 일대기에 주목하며 그를 격동의 근현대사에 파원을 만든 장본인으로 조명한다. 이선균은 “선균이를 확 바꿔봤으면” 하는 설경구의 제안으로 성사된 캐스팅이다. 언제나 작품의 전체 그림을 우선시했던 이선균이, 변성현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에 필요한 기초공사도, 그 앞에 반짝이는 간판 역할도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거쳤던 고민을 들었다.
- 변성현 감독이 지금까지 영화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배우일 것이라는 말을 전해줬다.
= <킹메이커>는 시대극이고 편안한 일상 연기를 하는 작품이 아니다. 엄창록이라는 실존 인물이 모티브가 됐
'킹메이커' 이선균, 말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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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에서 설경구는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지는 연단의 한가운데에 서서 모두의 시선을 흡수하는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한다. 그는 킹이고 빛이다. 영화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정치인 김운범과 김운범의 곁에서 선거 전략을 짜는 서창대(이선균)의 관계에 집중하는데, 설경구는 환하고 거대한 존재가 되어 서창대의 그림자를 진하게 부각시킨다. 알려졌다시피 김운범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며, 영화는 김대중 대통령이 1970년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시기를 주요하게 다룬다. <자산어보>의 정약전으로 꼿꼿하면서도 호기심 많은 선비의 얼굴을 보여주며 흑백의 화면에 조명을 밝혔던 설경구는 <킹메이커>에서도 실존 인물과 영화적 캐릭터 사이에서 완벽한 줄타기를 하며 관객을 감탄하게 만든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에 이어 변성현 감독과 또다시 만난 설경구와 <킹메이커> 이야기를 나눴다.
'킹메이커' 설경구, 사실적 연기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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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는 엄혹한 세상을 바꿔보려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선거 전략의 귀재 서창대(이선균)의 만남을 통해 1960~70년대 정치사의 풍경을 그려내는 영화다. 서창대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선거 전략가이고, 김운범은 목표를 이루는 것만큼이나 수단과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지만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통된 뜻으로 함께 발맞춰 선거를 치른다. ‘선거판의 여우’ 서창대의 등장으로 괜스레 위기의식을 느끼는 박 비서(김성오), 김운범의 곁에서 공기처럼 존재하는 이 보좌관(전배수), 젊은 선거운동원 수연(서은수) 역시 뜻을 함께하는 김운범 캠프의 사람들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설경구, 이선균,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까지 한팀으로 뭉친 다섯 배우를 만났다.
KING OF DRAMA '킹메이커' 설경구, 이선균,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