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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연기 디렉팅 방식은 이젠 널리 알려진 트리비아가 됐다. 연기 워크숍을 통해 만난 비전문 배우들을 수개월간 관찰하며 시나리오를 완성한 <해피 아워>가 대표적인데, 그는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을 때 우연적으로 흘러나오는 감정에서 시네마틱한 모먼트를 발견하는 아티스트다. 그의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연기 경력 30여년에 가까운 베테랑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핵심적인 파트너다. 그는 죽은 아내와 풀지 못한 문제가 있는 고독한 연극 연출가 가후쿠를 연기한다. 다양한 연기 경험을 거친 그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만나 빚어낸 흥미로운 화학작용은 아마 당사자들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유수의 해외 시상식과 매체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배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니시지마 히데토시를 화상으로 만났다.
-<드라이브 마이 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인상은.
=이 작품 정말 어렵겠구나…. 그게 솔직한 심정
'드라이브 마이 카'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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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시리즈 부문 올해의 인물을 선정했다. 시리즈 부문 올해의 인물은 감독, 스탭, 작가, 남녀배우, 신인 남녀배우까지 총 7개 부문으로, 2021년 1월1일부터 12월19일까지 방영된 시리즈물과 단막극을 대상으로 했다. 선정에는 30명의 영화평론가, 기자, TV비평가들이 참여했다.
시리즈 부문 올해의 감독은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이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골목 놀이로 목숨 값을 매기는 극단적 상상력으로 전세계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콘텐츠가 범람하고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에 시청자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대단한 기술”이라는 평과 지지가 이어졌다. 2009년 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킨 황동혁 감독은 오랫동안 충무로에서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글로벌 OTT를 통해 기회를 잡았고 “비영어권 시리즈의 흥행과 파급력을 증명함으로써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뒤바꿨다.”
시리즈 부문 올해의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시리즈를 빛낸 감독, 배우, 스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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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복수를 통쾌하게 묘사하며 ‘사이다’를 주는 작품들이 인기를 얻는 상황 속에서 과연 그 방식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때 만난 대본이 <구경이>였다.” 이정흠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구경이>는 ‘살인마와 살인을 막는 자의 사투’를 그린다. 얼핏 익숙한 구성으로 들릴 수 있으나 여기에 ‘나쁜 사람만 죽인다’는 살인마 송이경(김혜준)의 논리와, 이따금씩 도를 넘는 보험조사관 구경이(이영애)의 의심이 더해지며 <구경이>는 예측 불가한 궤도를 그린다. <너를 노린다> <조작> <아무도 모른다> 등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연출하며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을 던져온” 이정흠 감독은, <구경이>에서 사적 복수를 다방면으로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물음표를 던졌다.
-<구경이>의 종영 소감을 묻고 싶다. 시청률은 2%대였지만 단순히 숫자로 재단하기 어려울 만큼 좋은 평가와
'구경이' 이정흠 감독 "이상한 드라마라고, 1화부터 장벽을 무너뜨리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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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에 관한 가장 희귀한 보고서’가 세상에 나온 지 1년하고 열흘 뒤, ‘배우 배두나에 관한 가장 입체적인 보고서’가 뒤를 이었다. 2018년 자신의 이름을 건 백은하배우연구소를 열고 ‘액톨로지’(배우학, Actorology)를 제안해온 영화 저널리스트 백은하의 작품이다. 그는 <씨네21> 기자로서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해 쓰기 시작해 매체를 넘나들며 경력을 쌓았고,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배우 연구에 관한 학문적 접근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연기를 업으로 삼은 이들에 대한 관심을 다각도로 세공해 활동 중인 그가 배우연구소 소장이자 독립출판사 대표로서 집대성한 ‘배두나론’이 316페이지의 책으로 엮였다. 편집자, 마케터의 일까지 도맡느라 어느새 <배우 배두나>에 대한 진지한 대화에 갈증을 느꼈다는 그와 허브차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
-배우연구소 설립 이전에 <우리시대 한국배우>(2004), <배우의 얼굴 24시>(2008) 같은
'배우 배두나' 펴낸 백은하배우연구소 소장 백은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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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올해를 빛낸 한국 시리즈 베스트 10을 선정했다. 시리즈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2021년 한해를 결산할 수 없다는 데 <씨네21> 구성원들이 의견을 모으면서 올해 처음으로 시리즈 부문 송년 베스트 설문을 진행한 결과다. 선정 대상은 2021년 1월1일부터 12월19일까지 방영된 시리즈물로, 단막극도 포함시켰다. 설문에는 영화평론가, 기자와 더불어 새로운 필자로 초대한 TV 비평가들을 포함해 총 30명이 참여했다.
영화와 시리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존 영화계 인력이 드라마를 만드는 경향을 언급하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은 때가 됐다. 주목해야 할 것은, 플랫폼을 종횡하는 창작자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시청자의 선택을 받느냐에 있다. 올해는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빅네임들의 신작보다는 신인 작가·감독, 자기만의 차별화된 세계관에 충실했던 기성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이 평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오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시리즈 BES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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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매년 연말이 되면 연말 결산 베스트 특집 기사에 이어 꼭 준비하는 기사가 있다. 바로 영화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을 소개하는 기사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제작 현장에서는 늘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또 늘 마법같은 예술적 순간을 만날 수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때론 지치고 힘들 때도 많은 그 곳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은 완성된 영화를 극장에서 즐기는 것과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올해는 조금 특별하게 꾸며봤다. 매년 영화 촬영 현장만 소개했던 터라 올해는 드라마 현장의 비하인드 컷도 수소문했다. <자산어보> <랑종> <모가디슈> <구경이> <인질> <십개월의 미래> <술꾼도시여자들> <싱크홀> <빈센조> <마인> <인간실격> <세자매> <기적> 등 영화와 드라마 13편의 촬영 현장 비하인드 컷이 133
‘랑종’ ’구경이’ 2021 한국영화, 시리즈 촬영현장 비하인드컷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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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 고등학생 카이(조슈아 글레니스터)는 무료한 이곳에서 벗어나길 꿈꾸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우유 배달을 하는 친구 새미, 괴상한 농담을 좋아하는 멕시와 어울리는 것. 졸업을 앞둔 이들은 옥상에 올라 싱거운 수다를 떨고 대마초를 피우면서 뒤숭숭한 마음을 헤집는다.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장난을 계획하려 난데없이 급식실의 포크를 훔쳐오기도 한다. 한편 카이는 건너편 집에 사는 동급생 그레이스(킴 스피어만)에게 자꾸 눈길이 가지만 그녀의 위압적인 애인 케너(알렉산더 링컨)에 막혀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다. 어느 날, 그레이스가 카이에게 영문학 공부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가이 데이비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 <필로포비아>는 변화의 시기를 맞은 10대의 방황과 분투를 그린 청춘영화다. 영화는 소년들이 학교를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이들이 갑갑한 일상에서 느끼는 성장통은 물론 공기
[리뷰] 10대의 방황과 분투를 그린 청춘영화 '필로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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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되는 일 없이 무료하게 살아가던 회사원 건평(조한선)은 어느 날 어린 시절 다니던 고향의 택견 도장 ‘진약사’를 방문해 오랜 스승을 만난다. 스승으로부터 도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건평은 얼마 뒤 그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큰맘 먹고 진약사를 다시 찾은 건평은 스승이 남겨놓고 간 ‘인의 탈’, 즉 타이거 마스크와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고독하고 험난한 길이겠지만 네가 그 길을 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약사를 지켜달라는 스승의 유언에 따라 건평은 새로운 타이거 마스크가 되기로 결심한다. 한편 한국의 혈을 막으려는 한국계 일본인 윤성은 회장(강별) 일당이 진약사를 호시탐탐 노리고, 건평은 예법을 체득하며 타이거 마스크가 지닌 신비로운 힘을 활용해 그들과 맞서 싸우고자 한다.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K히어로’의 탄생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듯하다. 우리 전통 무예인 택견 도장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타이거 마스크라는 범상한 소재만큼 문제가 되는 것은
[리뷰] K히어로의 탄생? '타이거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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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에요.”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자리한 오래된 작업실에서 한 노년의 사진가가 나지막이 말한다. 그의 이름은 사울 레이터, ‘컬러
사진의 선구자’ , ‘거리 사진의 대가’라 불리는 은둔의 사진가다. 1923년에 태어나 1940년대에 뉴욕으로 건너온 그는 뉴욕의 일상을 소재로 사진을 찍으며 사진가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갔다. 생계를 위해 오랫동안 패션 잡지에 실리는 상업사진 촬영을 병행해온 그가 예술가로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 그가 80대가 되어서다. 세속적 성공이나 화려함에 대한 추구와는 거리가 먼 그의 삶처럼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담백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사로잡는다.
토마스 리치 감독의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는 ‘뉴욕이 낳은 전설’이라 불린 사진가 사울 레이터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토드 헤인스 감독이 영화 <캐롤>을 만들 때 영감을 받은
[리뷰] '뉴욕이 낳은 전설'의 삶과 예술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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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죽음을 맞은 이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구청 공무원이 망자의 역사를 더듬어가는 영화 <스틸 라이프>. 이 작품으로 삶의 끝에서부터 그 의미를 다시 길어올린 감독 우베르토 파솔리니는 신작 <노웨어 스페셜>에서도 비슷하지만 더욱 천진한 감성으로 죽음 주변의 생의 끄트머리를 조명한다. 머지않아 자신이 세상에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싱글 대디 존(제임스 노턴)은 네살배기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고 싶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을 뿐인 마이클은 아빠의 손에 붙들려 각기 다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어른들을 마주한다. 존에겐 그 눈빛 모두가 성에 차지 않지만 입양 기관에서도 존을 내버려둘 수만은 없다. 영화는 감정의 파고를 무릎께로 유지한 채 부자의 일상을 잔잔히 비춘다. 첨벙이는 마음을 인물 안에 묻어둔 채, 좋은 가족이란 아이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묻는 동시에 죽음을 기다리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게 한다
[리뷰] 죽음 주변의 생의 끄트머리를 조명하는 '노웨어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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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 여행학교 ‘로드스꼴라’에서 졸업한 이들로 구성된 8명은 ‘통일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도전하여 덜컥 통일부 장관상을 받게 된다. 이들이 제안한 것은 ‘남북한 교사를 위한 수학여행 로드맵’이었다. 이들은 자축하기보다는 판을 더 키우기로 결심한다. 지금 여기서 평화를 해보자는 뜻으로 이들은 ‘레츠피스’란 퍼포먼스 그룹을 결성한다. 레츠피스는 ‘서울역을 국제역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베를린까지 기차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청소년 단원들을 모집한다. 여행의 출발점은 호남선이 시작되는 목포역. 이들은 경계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보기 시작한다.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는 퍼포먼스 그룹 레츠피스와 다양한 10대 청소년이 함께 평화를 꿈꾸며 떠난 기차 여행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영화다. 2018년 남북한 화해 무드가 조성될 시기의 희망을 품고 있는 이 영화는 분단으로 가로막힌 상상력을 기차 여행을 통해 현실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영
[리뷰] 평화라는 꿈을 담은 기차 여행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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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기사를 보며 미래가 궁금하지 않다고 말하는 남자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냐고 묻는 여자. 서로 다른 타임머신을 떠올린 잉그바르(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와 마리아(노미 라파스)는 광활하고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양 떼를 돌보며 살아가는 부부다. 라디오에서 성탄 미사가 흘러나오는 밤, 그들의 양 한 마리가 쓰러진다. 양의 출산을 돕던 두 사람은 흔들리는 눈빛을 주고받고, 새끼 하나를 집으로 데려와 기른다. 그러나 잉그바르의 형 피에튀르(비외르든 흘리뉘르 하랄손)가 등장하면서 단란한 가정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피에튀르는 부부의 선택에 의문을 표하고 마리아는 불안에 떨다 불쾌한 꿈을 꾼다.
<램>은 특수효과, 미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기술 스탭으로 <프로메테우스> <오블리비언> <왕좌의 게임> 시리즈 등에 이름을 올린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감독이 어린 시절 경험한 조부모의 목장과 아이
[리뷰] 느리고 조용하게 신의 뜻에 반문하다 '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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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가 돌아왔다. 정확히는, 다시 깨어났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겠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라나 워쇼스키 감독이 릴리 워쇼스키 감독과 함께 만들었던 <매트릭스> 3부작과 바로 이어지는 4편 격의 영화다. 이전 시리즈를 아는 관객에게 네오로 더 알려진 토마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비디오게임 개발자다. 그가 다니는 게임 회사 ‘데우스 마키나’에서 개발한 게임 ‘매트릭스’ 3부작은 대성공을 거뒀고, 그의 사업 파트너인 스미스(조너선 그로프)는 투자사인 워너브러더스에서 4편 게임을 만들기 원한다며 개발을 종용한다. 토마스는 평소 회사 근처 카페 ‘시뮬라떼’를 자주 애용하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티파니(캐리앤 모스)라는 이름의 여자를 만난다. 자주 마주쳐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그녀의 아이들, 남편과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토마스의 주치 상담의(닐 패트릭 해리스)는 그에게 늘 파란약을 권유하지만 그의 몽롱함은 가시지 않는다. 대체 토마스에게 무슨 사
[리뷰] 또 하나의 거대하고 새로운 가상 세계 '매트릭스: 리저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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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나 이런 사람은 하나씩 꼭 있다. 박용우가 맡은 오영은 한때 국세청 조세국 에이스였지만 지금은 “일을 안 하는 게 신념”이라고 말하는 인물이다. 새집 지은 헤어스타일, 느슨하게 풀어헤친 넥타이, 며칠 면도하지 않은 콧수염과 턱수염, 낡아빠진 멜빵바지 등 그의 후줄근한 외양은 과거 어떤 일을 겪었는지 궁금하게 한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 <유체이탈자>와 한창 촬영 중인 시리즈 <트레이서> 등 영화와 시리즈를 활발하게 오가고 있는 박용우는 “직장 생활에 많이 치이거나, 사회생활에 염증을 느끼거나, 뜻대로 일이 안 풀리는 이들이 <트레이서>를 본다면 오영을 통해 위안도 받고, 저런 어른이 되면 참 좋겠다, 라는 마음을 느낄 것”이라고 오영에 대한 단서를 던져주었다.
-정리정돈이 안된 헤어스타일, 느슨하게 묶은 넥타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콧수염과 턱수염 등 외양이 눈에 띈다.
=대본을 읽고 머릿속에 떠올린 오영의 이미지는 크게
'트레이서' 박용우, 느슨한 유능함